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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 김인숙

 

 

검은 허공을 마디마디 안고 있는 나는

당신의 더운 입김을 기다리는 피리여요


만 가지 근심이 출렁이고 있어요

속 깊이

바람을 불어넣어 내 몸을 덮어 주어요

내려앉은 어둠을 밀어내 주어요

 

당신의 촉촉한 입술이 닿으면

깜깜한 어둠에 파르르 균열이 이어나지요


가지런한 내 숨구멍을 따라

당신의 손가락 끝이 움직일 때마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비명이 흘러나와요

내가 깨어나는 소리여요

 

당신이 자아낸

푸른 음률은 북명 바다를 찾아 떠나고

따뜻한 음색은 흐르는 강으로 녹아들며

하늘아래 외로운 대나무들

무성한 숲으로 서게 하여요

 

내 몸속으로 들어와

깊디깊은 잠을 깨우는 당신은

어둠을 베는 섬광 같은 칼날인가요

강바닥 쿡쿡 내려 찧는 상앗대인가요


소리로서 천하는 다스려지는데

당신 없는 나는 침묵이어서

슬퍼요, 서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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