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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 이인주

 


멜로디 없는 음이

어떻게 세상 끝까지 울려 퍼질 수 있나요

아가, 그것은 바로 네가 종안에 있기 때문이란다


내가 어떻게 종안에 있을 수 있었나요

그것은 이 아비가 너를 그 안에 가두었기 때문이야


가두다니요, 갑갑해요

밤마다 포뢰*의 울음소리가 나를 잡아먹어요

아가, 그래도 견뎌야 한단다

오직 견디는 자만이 만리밖 소리를 거머쥘 수 있단다


아버지, 가슴이 아프지도 않으세요

아가, 가슴을 찢으면 무덤이 보이고

무덤을 밟고서면 종소리가 들린단다

견디고 견디거라, 소리가 키운 네가

마침내 그윽해지거든

저기 저 기다리던 구름을 타고 날아올라라


이 배흘림의 감옥이 나의 것이라면

一乘圓音을 얻게 해 주세요

아가, 내가 가둔 건 네가 아니란다, 네가

단 한 번의 울음을 소리 높여 울적에

대대로 업고 온 종의 몸

뒤통수의 공명 같은 것이란다


* 포뢰 : 바다에 살고 있는 상상의 동물로, 그 울음소리가 끝없이 멀리까지 난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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