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상사바위, 붉은 반점의 기억 / 김미숙

사람들은 그것을 피리의 피라 부른다, 하늘로 마르지 못하고 제 집을 서성이는, 사랑을 앓는 가슴들은 이따금씩 이곳에 올라 청자빛 알몸을 드러내고 몇 소큼의 피를 토한다고 한다

1
옛날옛날 신라국,
남산골 얼굴없는 소석불같은 한 노인과
외롭던 노인을 잘 따르던 소녀 피리가
금오산 자락 국사골에 살더니만
청자빛 남산 진달래 꽃술
하늘로하늘로 눈을 뜬
서라벌 봄빛 잉태되던 어느날,
훌쩍 키 오른 피리 청보라빛 처자가 되더니만
아이아뿔사,
국사골 노인 가슴에 붉게 봄불 올랐네
백자같은 가슴 쓸어도쓸어도 붉게붉게 봄불 올랐네

2
오랜 옛날 신라국,
연잎같이 일렁이던 남산 국사골
한 생 둥글게 살아가던 늙은 사랑
얼굴없는 사랑에 둥글게 갇히더니만
피리낭자 떠나버린 숲 빈 나무그늘
아이아뿔사
그만 목을 메더니만 늙은 몸은 스러져도
그림자는 스러지지 않는 사랑이더니
빈 혼령에 봄불터지는 가여운 사랑이더니
피리의 꿈길 밤마다 찾아와 낭자를 품에 안으니
그림자는 어느새 뱀이 되었더라나
아이아뿔사
죽어서도 끊지 못한 그리움 상사뱀이 되었더라나

3
피리낭자 한닢한닢 청보라빛 너울을 벗더니만 나이없는 바위로 태어나 당신을 위로하리라, 하더니만 연잎 하늘 가둔 어느날, 두 혼령이 국사골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말들이 아이아뿔사 상사바위로 태어나더니만, 지금도 상사암엔 신라인 발걸음 둘 얼굴없는 소석불처럼 서성인다나,

 

 

 

신라문학대상 운영위원회(위원장 백상승∙경주시장)가 주최하고 문협 경주시지부(지부장 윤기일)가 주관한 ‘제14회 신라문학대상’의 시, 소설, 수필 등 3개부문 당선작이 27일 선정돼 발표됐다. 지난 10월 한달동안 시 469편, 소설 26편, 수필 91편을 접수받아 심사한 결과 시 부문에서 김미숙(32∙여∙포항시 용흥동)씨의 ‘상사바위’등 10편이 선정돼 5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됐다.
상금 600만원이 걸린 소설 부문에는 이화리(46∙여∙경주시 안강읍 산대리)씨의 ‘엄마 말, 사전’이,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수필 부문은 김정임(38∙여∙부산시 당감3동)씨의 ‘박물관에서’ 등 4편이 각각 선정됐다.
신라문학대상은 문창후 최치원과 매월당 김시습, 동리 김시종, 목월 박영종 등 뛰어난 문필가를 배출시킨 민족예술의 본고장인 경주전통문학의 명맥을 이어가는 유일한 신인 등용문으로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오후 5시 보문관광단지 콩코드호텔에서 열린다.
경주=송원호기자 songwh@idaegu.com

 

 

'국내 문학상 > 신라문학대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6회 신라문학대상 / 유행두  (0) 2011.07.24
제15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3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2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1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