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 강민수
꿈을 잇듯 능선을 끼고 도는 佛國의 절정 밤새 길 잃은
별 하나 다북솔 아래 맑고 고운 영혼의 그림자를 드리우면
깎아지른 벼랑을 안고 그윽이 머금은 마애불의 미소 천년 잠을
털고 손을 내밀어 한 송이 般若의 꽃을 피워 올린다.
잎새마다 물이 드는 산새들의 독경소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 여울 굽이 돌아 열병처럼 번져나고 아스라이 떠오르는
蓮花의 그림자 위로 가사장삼 펄럭이며 하산하는 삿된 마음
오늘은 내 편력의 뜰에 살아 청태 낀 시간의 강을 텀벙대며
지나는 길, 꽃이 이울어도 남아 감도는 아- 이곳이 바로
깨달음의 城砦(성채)였나 보다.
오르면 오를수록 깊어지던 번뇌의 불길, 부딪고 깨어져서
발목잡힌 한 자락 저만치 밀쳐두고 오늘은 산 하나 가슴에
품어 부처로 앉고 싶다.
에밀레종
신라의 하늘을 적시던 종소리
미덥지 못한 가슴을 돌아 침묵한다.
언제 다시 우리 속죄의 눈물을 보겠는가
죄다 막을 수 없던 흐름
놓이던 발자국
그 세월만 울어도
날이 날마다
蓮花로 피어나던 에밀레
가슴에서 가슴으로
합장의 촛불을 피워 울린다.
갓 태어난 싱싱한 울음
맞물려 돌아가는
세월의 키를 낮추어
언젠가 다시 만나야 할 *봉덕의 넋을 찾아
내(川)를 건너고 산을 넘는다.
방울방울 젖어 있던 飛天의 용틀임
머물러 떠 있다가
낭낭히 바람을 가른 건강한 몸짓
그 시선을 뚫고 살아오는
法悅의 강을 만나고 싶다.
에밀레종이 울어
가슴 흐북히 젖는 거리에서.
*봉덕 : 에밀레종 주조시 쇳물에 던져 넣어졌다는 소녀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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