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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 이향희 

참으로 먼 길 돌아왔네
몇 굽이던가, 갈라진 숨소리 뒤로 묻으며
바위틈 千年의 동굴을 헤엄쳐온 木魚가 소리친다
저마다 가슴의 바다에 한 개씩의 塔을 쌓자고
들끓는 수풀 흔드는 저문 종소리인가 하나 둘
어둠 속을 걸어 들어간다

나고 죽는 길인들 누구에게 물어서 갈까
마음에 솟는 잔가지 不二門에 떨구고
홀로 가야 할 시간들 끌어내어
모감주나무 잎잎에 새기며 고개 들면
물소리 흐르는 옛길의 발자국 만난다

길을 열 듯 혀 내미는 산새 울음
말갛게 쓸어놓은 극락전 들어서면
실바람 뒤채는 섬돌 위 등줄기 추스르는
흰 고무신 한 켤레
무엇을 줍고, 버리고, 떠나려고
긴 밤 불 끄지 않고 오롯이 앉아 있는가
저린 석등의 귓불 파고드는 산그늘
끝모를 물음들 품고 人山하는 해그림자 따라
걸어가는 苦行의 나무들,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모든 길이 몸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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