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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금분태

복숭아밭 너머 외딴집 한 채 누워 있다
밤새워 내린 눈 두터운 솜이불로 덮고 있다
간밤에 그집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복사꽃보다 일찍 져버린 청상과부 그집 홀어미
휑한 가슴벽에 밤새도록 성성한 눈발 몰아쳤겠다
白桃 같은 외동딸 바다 건너 머나먼 곳 던지듯
시집 보내놓고 허허벌판 젖은 눈빛
외딴집 봉창이 부우옇다
아침해 뜨니
하늘은 또다시 서슬이 푸르고
뼈마디 휘어진 복숭아나무 늙은 가지 마다
위태롭게 피어난 눈꽃들
가난한 시집살이 신산했던 꿈결속에서도 눈물겹던 이밥처럼
황홀하구나 늙은 홀어미
이른 아침 부엌에 나와 쌀을 씻는다
잘 살아라, 어디서든 배곯지 마라
넉넉하게 고봉밥을 짓는다
사위는 오늘따라 더 고즈넉한데
오고 갈 이 없을 외딴집 눈 쌓인 마당 위에
근심없는 까치 한 마리
맨발로 가벼이 발자국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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