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시인을 기리는 제15회 지훈문학상에 김사인 시인의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가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와 나남문화재단이 7일 밝혔다.
지훈국학상은 연구서적 '일화의 형성 원리와 서술 미학'을 쓴 영남대 국어교육과 이강옥 교수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김사인 시인의 시집이 "서정시의 발상과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동시대의 사람살이와 현실의 그늘지고 어긋난 자리를 비상한 애착과 필법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이강옥 교수의 연구서는 "기존의 허구성을 전제로 하던 서사 연구 풍토에서 허구성보다는 실재성이 짙은 일화를 서사 영역에 포함시켜 서사 연구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이달 28일 오후 6시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김사인 시인의 <어린 당나귀 곁에서>는 창비시선 382권. 2006년 무려 19년 만에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답다"는 평을 받은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을 펴내며 문단에 신선한 감동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후 다시 9년이라는 긴 시간 뒤에 선보이는 김사인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의 갈피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여여(如如)하게, 또는 엄숙하게 수락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문자 시의 바깥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미시(微詩)의 시학'을 펼쳐 보인다. 고향의 토속어와 일상언어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빼어난 언어 감각과 정교하고 정감 어린 묘사로 '생로병사의 슬픔 일체를 간절한 마음의 치열한 단정(端正)에 담아'낸 시편들이 나직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김사인 시인은 시단에서 ‘과작의 시인’으로 손꼽힌다. 등단 34년에 이제 세번째 시집이니 마땅히 그럴 만도 하다. 2-3년이면 으레 시집 한권을 묶어내는 요즘 세태에서는 자칫 시작(詩作)에 대한 ‘소홀함’이나 ‘게으름’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인의 말대로 ‘과작이 자랑은 아니지만’ 단어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되다 만 시는 결코 장에 내지 않는 문학적 결백성을 보자면 “네개의 뿔을 고독하게 치켜들고/더듬더듬/먼 길을” 가는 “한없이 느린 배밀이”(「달팽이」)가 오히려 믿음직스럽고 든직해 보인다. 그의 시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천천히 꺼내놓은 이번 시집은 편편이 깊고 아름답고, 하찮고 슬프면서도 환하고 따스하다.
이 절망의 시대에 우리는 “절망을 수락하되 절망에 투항하지 않는(…) 마침내 시인”(최원식, 발문)을 얻었다. 또한 “허튼 책”(시인의 말)이 아니라 시인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튼튼하고 가장 미래지향적인, 죽음에 이르는 미학”이 “아름다움의 슬픈 깊이를 더해가는”(김정환, 추천사) 귀한 시집을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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