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가정 / 박선희
열무 썰어 소금 뿌리자 숨이 죽었다
한길을 흐르는 물관과 체관
뻣뻣한 아빠의 티격을
태격으로 되받는 엄마의 말끝처럼
소금은 단단한 쪽과 부드러운 쪽을 오가고 있었다
삐죽삐죽 고개 드는 열무는 다독여 재우고
햇살을 팽팽하게 당겨 질겨진 잎은 흔들어주고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서 건너와
한국말 익히며 김치라는 발음을 섞어 만든 김치를 익히는 여자들
그들의 어둔한 말투만큼 싱거워진 김치맛에 주고받는 눈빛은 짜다
소금을 머금고 뱉으면서 수위 조절하며
단단한 성질 절여질 때를 기다리는 엄마
펄펄 뛰던 숨 부드러움에 절여지는 아빠
기세 조금씩 역전되고
소금은 열무를 통째로 뒤집게 만든다
이국땅서 온 저들도 곧 이렇게 버무려질까
풀 죽은 아빠의 등 뒤,
물속으로 녹아들지 못해 오소소한 소금들
갓 취직한 나는 언제쯤 숨죽여야 하는지
자꾸만 태어나지도 않은 베트남 엄마 아기가 걱정된다
하늘로 땅으로 뻗던 힘 다 빼고
함께 버무려져
아! 아른한 맛
밀물도 썰물도 모세도 다녀간
모래펄을 맨발로 걷는 해변의 맛
모래알이 숨죽일 때까지
바다는 소금을 뿌릴 것이다
의령군은 제11회 천강문학상 수상자와 제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결정, 발표했다. 제11회 천강문학상 부문별 대상으로 소설 부문에는 노경자(필명 노령)의 <의령, 의령>이 차지했다.
시 부문 안광숙(필명 안이숲)의 <나비정첩>, 시조 부문에는 서희정(필명 서희)의 <지금 함박눈이>, 아동문학 부문에는 최영란의 <산이> 수필 부문은 김희정(필명 조이)의 <러시아워>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소설 부문에 정남일의 <냉장고의 미래>, 시 부문 박선희의 <가정>, 시조 부문에는 김성애의 <다시 쓰는 자술서>, 아동문학 부문은 조현미(필명 조은결)의 <배추흰나비>, 수필 부문은 문경희의 <겨울소리>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제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대상은 초등학교(저학년부) 부문에 부림초등학교 박준효의 <달리는 눈썰매>가, 초등학교(고학년부) 부문에 유곡초등학교 김다희의 <까칠이 왕자님 드디어 김치를 드시다이>, 중등부 부문에 의령여자중학교 김도원의 <개인주의 사회>가, 고등부 부문에 신반정보고등학교 강해솔의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다>가 영광을 차지했다.
대상 이외에도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등부, 고등부 각 학년별로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3명이 수상했다.
지난 1월31일까지 접수한 제11회 천강문학상은 1164명에 5951편이 접수, 제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은 175명에 272편이 접수됐다.
분야별로 보면 시에 329명 2329편, 시조에 142명 1007편, 소설에 183명 308편, 아동문학에 288명 1640편, 수필에 222명 667편이 접수됐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 1000만원, 우수상 500만원,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각 대상에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심사는 곽재우 장군의 생애와 사상, 철학, 문학의 업적 등에 대해 비중을 두었으며, 비공개로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 수상자는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결정되었다.
한편 제11회 천강문학상 및 제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월22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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