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도종환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 시에서 한 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 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 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 줄 것이다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사)신석정 기념사업회와 신석정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허소라)가 수여하는 ‘제1회 신석정문학상’의 수상자로 도종환(60) 시인이 선정됐다. 또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신석정촛불문학상’ 수상자로는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최정아(75)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심사에는 문학상 운영위가 추천한 신경림 시인을 위원장으로, 오세영 시인, 정양 시인, 안도현 시인 등이 심사위원에 참여했다.
먼저, ‘신석정문학상’ 후보로는 한국 중진 이상 모든 시인을 대상으로 탐색, 현재까지의 활동 경력뿐 아니라 미래 문단 활동 가능성까지를 고려해 수상자를 가렸다. 첫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도종환 시인에 대해서는 시의 서정성은 물론 보통 사람들의 시대적 고뇌까지를 담지한 작가라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관점이 모였다.
도 시인은 충북대 사범대와 충남대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시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등 9권의 시집을 냈으며, 여러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신동엽창작상(1990), 올해의예술상(문학부문, 2006), 거창평화인권문학상(2007), 정지용문학상(2009),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2010), 백석문학상(2011), 공초문학상(2012)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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