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내가 살던 집터에서 마지막 기념 촬영 / 김용택

 

 

논두렁콩이 잘되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런닝구, 어머니의 살은 콩알처럼 햇볕에 탄다.

콩은 낫으로 베지 않고 호미로 꺾는다.

뿌리째 뽑히기도 해서 흙을 탈탈 털며 핸드폰을 받는다.

, , , 그래 잘 있다. 너는? 올해는 콩들이 다닥다닥 붙었구나.

그래,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게 마련이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머니, 그건 이제 야생 감나무에게도 해당되지 않은 옛말입니다.

나는 다달이 작고, 넘을 고개는 오를수록 까마득하게 가파르기만 합니다.

내년이 있어서, 농사꾼들은 그래도 그 말을 믿고 산단다.

퇴근할 때 붓꽃을 꺾어 들고 강 길을 걸었다.

아내는 강 건너 밭둑에서 나물을 뜯고

아이들은 보리밭 매는 할머니 곁에서

강 건너온 흰 나비를 쫒고 놀았다.

아내는 할 말이 많은 날은 오래오래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문 산을 머리에 이고 징검다리를 건너면

강물에 어른거리는

햇볕이 이마에 따갑다는 것을

아내도 알게 되었다. 바짝 메마른 입술,

하얀 수건을 쓰고 아내가 마당에 앉아 콩을 털 때쯤이면

마른 감잎들이 마당 구석으로 끌려갔다. 아이들은 달아나는 콩을 줍고

어머니는 강 건너 밭에서 콩을 가져왔다.

뒤틀린 마른 콩깍지 끝에서 불꽃이 일고 콩깍지가 터지면서 다시 뒤틀리고

한쪽 얼굴이 까맣게 탄 콩이 튀어 부엌바닥으로 떨어졌다.

강변에서는 찔레꽃 붉은 열매가 익는다. 콩이 많이 열기도 했구나.

올해도 빈 콩깍지같이 빈 집 몇 채가 저절로 폭삭 내려앉으며,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고 마을에서 사라졌다. 집이 사라지니,

저쪽 들길이 문득 나타나 텅 비는구나.

허망하다.

벌레 먹은 콩잎, 그 구멍으로 햇살이 새어 들고,

구멍이 숭숭 뚫린 런닝구 사이로 어머니의 살은 지금도 붉게 탄다.

우리 집 바로 뒤 당숙모네 집은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nefing.com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64·사진) 시인이 2012 윤동주문학대상을 수상했다.

 

김용택 시인은 내가 살던 집에서 마지막 기념 촬영4편의 작품으로 제7회 윤동주 문학대상 수상자가 됐다. 윤동주문학대상 행사는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 서시(대표 박영우)가 주관하고 서울 종로구 후원으로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시상금 1천만 원이 주어진다.

 

시상금 300만 원이 주어지는 젊은 작가상 부문에는 박성우(40) 시인의 어떤 통화4편이 선정됐고 해외동포문학상 부문에는 이성애 소설 귀향이 선정됐다. 윤동주민족상 부문에는 윤홍근 ()제너시스 회장이, 윤동주평화상 부문에는 곽덕훈 한국교육방송공사 EBS 사장이, 윤동주예술상 부문에는 김종환 미래성형외과 원장이 각각 선정됐다.

 

미주서시문학상은 정두현, 이성애 씨가, 시인문학상에는 정운산 시인의 시 벚꽃 길 여심2편과 최원국의 수필 배려의 기쁨1, 이영진 시인의 시가 당선됐다.

 

심사위원은 유안진, 신달자, 도종환 시인과 임헌영, 유성호 평론가, 박영우 대표가 참여했다. 시상식은 내달 2일 오후 6시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갖게 된다.

 

시상식 당일 오전 10시에는 올해 윤동주상 수상자와 함께 인사동에서부터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걷는 문학둘레길 걷기대회1천여 명의 시민들이 동참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날에는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일본시민 30여 명이 참석해 한일 윤동주 문화의 밤도 함께 열린다.

 

역대문학대상 수상자는 제1회 이재무, 2회 안도현, 3회 박라연, 4회 공광규, 5회 도종환, 6회 함민복 시인이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민족사랑과 평화를 실천한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창립된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스웨덴 등 10여 개국을 매년 순회하며 윤동주문화제를 열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