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 도종환
우리가 세운 세상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
찬장의 그릇들이 이리저리 쏠리며 비명을 지르고
전등이 불빛과 함께 휘청거릴 때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줄 몰랐다
우리가 지은 집 우리가 세운 마을도
유리잔처럼 산산조각 났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폐허만이 곁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황망함 속에서 아직 우리 몇은 살아남았다
여진이 몇 차례 더 계곡과 강물을 흔들고 갔지만
먼지를 털고 일어서야 한다
사랑하는 이의 무덤에 새풀이 돋기 전에
벽돌을 찍고 사원을 세우고 아이들을 씻겨야 한다
종을 울려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숲과 새와 짐승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좀 더 높은 언덕에 올라 폐허를 차분히 살피고
우리의 손으로 도시를 다시 세워야 한다
노천 물이 끓으며 보내던 경고의 소리
아래로부터 옛 성곽을 기울게 하던 미세한 진동
과거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워햐 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단 말은 그만하기로 하자
충격과 지진은 언제든 다시 밀려올 수 있고
우리도 전능한 인간은 아니지만
더 튼튼한 뼈대를 세워야 한다
남아 있는 폐허의 가장자리에 삽질을 해야 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가치로 등을 밝히고
떨리는 손을 모두어 힘차게 못질을 해야 한다
세상은 지진으로 영원히 멈추지 않으므로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nefing.com
도종환(55 ·사진) 시인이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계간 ‘서시’가 선정한 제5회 윤동주상 문학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진’ 외 9편으로, 시상식은 5월 7일 서울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열린다.
도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작품을 발표한 이후 그동안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해인으로 가는 길’ 등 7권의 시집을 냈다.
윤동주문학상은 자유와 생명, 민족사랑 등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6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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