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 김해자
물길 뚫고 전진하는 정어리떼를 보았는가
고만고만한 것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서로 알아서
제 각각 한 자리를 잡아 어떤 놈은 머리가 되고
어떤 놈은 허리가 되고 꼬리도 되면서 한몸 이루어
물길 헤쳐 나아가는 늠름한 정어리떼를 보았는가
난바다 물너울 헤치고 인도양 지나 남아프리카까지
가다가 어떤 놈은 가오리떼 입속으로 삼켜지고
가다가 어떤 놈은 군함새의 부리에 찢겨지고
가다가 어떤 놈은 거대한 고래상어의 먹이가 되지만
죽음이 삼키는 마지막 순간까지 빙글빙글 춤추듯
나아가는 수십만 정어리떼,
끝내는 살아남아 다음 생을 낳고야 마는
푸른 목숨들의 일렁이는 춤사위를 보았는가
수많은 하나가 모여 하나를 이루었다면
하나가 가고 하나가 태어난다면
죽음이란 애당초 없는 것
삶이 저리 찬란한 율동이라면
죽음 또한 축제가 아니겠느냐
영원 또한 저기 있지 않겠는가
백석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제10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김해자(47) 시인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축제'(2007).
심사위원단은 백석문학상의 첫 여성 수상자인 김 시인의 작품에 대해 "병과 죽음과 노동의 기억이 주조를 이루는 삶의 저 한 켠 구석진 곳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고통의 얼굴들이 다른 시집들과 구별되었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 원이 수여된다.
한편 ㈜창비가 제정한 제8회 창비신인시인상에 백상웅(27)씨의 '각목' 외 4편, 제15회 창비신인평론상에는 이경진(26)씨의 '속물들의 윤리학-정이현론'이 각각 당선됐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00만 원이 수여된다. 한편 신인소설상 부문은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백석문학상과 창비 신인문학상 시상식은 다음 달 20일 오후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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