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 0082권.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길상호 시인이 2007년에 출간한 『모르는 척』을 수정·증보한 개정판 시집이다.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기존의 자연친화적인 서정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펼쳐져 있는 불안과 고통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추천 글에서 이재무 시인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그의 시에서는 사물어들의 형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집에서 눈길을 끄는 사물어 ‘물고기’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일그러진 형태를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화상을 입었거나, 광어가 되어가고 있거나 지독한 비린내(언어)를 풍기고 있다.
이는 시인과 동일시되는 시적 주체가 외적 억압의 현실 속에서 수인囚人의 시간을 가까스로 견인해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반면 그 상한 몸의 물고기들을 가슴에 담아놓고 보듬는 시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지니고 있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병들어가는 세상에 초점을 맞춘 시인의 눈도 붉게 충혈이 심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통을 모르는 척하며 詩作에 더욱 몰두하는 시인, 세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 하나를 이 시집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
유리창 한 장으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앉았다. 환한 자리에 발을 담가본다. 손을 적셔본다. 따뜻하다. 오래 보고 있으니 조금씩 기운다. 네게로 향하는 정직한 마음처럼 옮겨 간다. 지금껏 네 주변으로 다가간 몸의 열기 마음의 빛, 그렇게 살아있다. 네모거나 둥글거나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너 아닌 존재의 그늘에 떠오른 눈빛 하나, 너 아닌 존재의 그늘까지 쓰다듬는 심장 하나, 안 보이던 것이 선명할 때는 모든 길이 너를 향해 열린다.
제16회 김달진창원문학상에 최석균(57·사진) 시인의 시집 <유리창 한 장의 햇살>(천년의 시작, 2019년 8월)이 선정됐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김달진문학상과 달리 김달진창원문학상은 경남에서 태어나 타지에서 활동하거나, 현재 경남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최근 2년 이내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에게는 창원시 후원으로 상금 1000만 원을 준다.
합천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2004년 문학 계간지 <시사사>로 등단했다. 현재 창원경일고에서 국어교사를 하며 창원문협 이사를 맡고 있다.
<유리창 한 장의 햇살>은 <배롱나무 근처>(문학의 전당, 2008년 10월), <수담(手談)>(황금알, 2012년 10월)에 이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일상 속 풍경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시가 많다. 우리에게는 무심한 사물들이겠지만, 시인에게는 그 사물 하나하나가 저마다 온 생을 바쳐 다가오는 것들이다.
수상소감에서 최 시인은 스스로 시집에 대한 혹평을 쏟아낸다. 겸손하면서도 냉정한 결의가 엿보인다.
"창원이라는 지역 이야기를 엮어서 팍팍한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고자 나름의 뜻을 세우긴 했지만 결국 상투성과 평범함의 테두리를 벗지 못했음을 자인해야만 했습니다. (중략) 기쁨에 앞서 매서운 채찍이 등을 때리는 듯했습니다. 묵직한 과제를 가슴에 안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문학상 심사를 맡은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 관장), 신덕룡 시인(문학평론가·광주대 명예교수), 김문주 시인(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이 본 것은 시인이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라기보다는 그의 앞에 놓인 길이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시를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출판사 천년의 시작은 제8회 시작문학상에 박종국 시인의 시집 ‘누가 흔들고 있을까’(천년의 시작)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천년의시작에서 발간하는 계간문예지 ‘시작’에서는 매년 ‘시작’에 발표된 신작시 중 뛰어난 시를 뽑아 ‘시작작품상’을 수여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내부 발표작에 한정하지 않고, 시문학계 전체를 대상으로 가장 우수한 작품집을 뽑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출간된 모든 시 작품집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와 함께 상의 명칭 또한 ‘시작문학상’으로 개명했다. 최종심에는 최승자의 ‘빈 배처럼 텅 비어’, 함명춘의 ‘무명시인’,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 송찬호의 ‘분홍 나막신’ 등이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박 시인의 ‘누가 흔들고 있을까’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이 시집에 대해 “외연적으로는 경험적 구체성을 통해 농사 체험을 채집하고 그를 긍정의 눈으로 바라본 미학적 성과물”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존재론적 시원을 발견해가는 마음의 우주다”고 언급했다.
박 시인은 1997년에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새하얀 거짓말’ 등의 시집을 냈다. 수상 시집인 ‘누가 흔들고 있을까’는 이전 시에서 보이는 형이상학적 비의에 대한 탐구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경험을 통해 존재론적 시원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9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고흥군은 26일 지난 9월 한 달 동안 공모한 ‘제1회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대상에는 경남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강희근(73·경상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시인의 열여섯번째 시집 ‘프란치스코의 아침(한국문연)’이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해남 출신 이지엽(57·경기대 국문학과 교수) 시조시인의 시집 ‘빨레 두레 밥상(고요아침)’과 영광 출신 하린(44) 시인의 시집 ‘서민생존 헌장(천년의 시작)’이 뽑혔다.
고흥군 관계자는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이 고흥을 대표하는 송수권 시인의 명성에 부족함이 없도록 최근 펴낸 시집을 대상으로 평가해 수상자들을 선정했다”며 “높은 관심을 보인 시 낭송대회에도 수도권 등 전국에서 골고루 응모해 열띤 시 낭송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지방 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수상 기회를 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한 5년만 지방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한 시인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국내 문학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과 심사는 국내 문단의 계파 개입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특정 문학전문지나 문학단체를 내세우지 않고 골고루 선정해 공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시상식과 함께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선착순으로 50명을 모집했는데 응모 첫날 오전에 일찍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배경음악 없이 송수권 시인의 시 1편을 5분 이내로 암송해 평가한다. 대상(상금 100만원)을 비롯해 총 15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강진군이 주최하고 (사)영랑기념사업회와 시전문지'시작'사가 공동주관하는 제16회 영랑문학제가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영랑생가 일원에서 열린다.
제16회 영랑시문학상에는 오봉옥 시인의 '섯!'이 선정됐다. 26일 오후 5시 영랑문학제 개막식장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공광규 시인과 김경복 문학평론가(경남대 교수)는 “영랑시문학상의 성격이 서정성·민중성·향토성에 있음을 규정하고 이 가운데 대상 시집을 검토한 결과, 오봉옥의 시집 '섯!'이 김영랑시문학상 성격에 가장 부합하다는 합의에 이르러 올해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봉옥 시인은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지리산 갈대꽃','붉은 산 검은 피',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등의 시집을 통해 향토적 서정에 기반한 남도 서정을 잘 드러냈고, 무엇보다 당대의 부조리와 모순적 현실에 대해 민중적 시각에 입각해 민중해방의 염원을 강렬하게 제시했던 시인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번 수상 시집 '섯!'은 민중적 삶에 대한 연대와 희망을 발견하면서 자신의 존재론적 사유를 심화해보임으로써 시적 진경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오봉옥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영랑 선생의 삶과 시는 사무사의 정신을 가르치는 표본이었다. 선생을 통해 '맑음'과 '곧음'이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배웠다”며 영랑시문학상 수상자라는 그 영예로운 호칭에 걸맞게 부끄럽지 않은 삶과 시를 쓸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공주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이준관)의 6회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상작은 본상에 김왕노 시인의 시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젊은시인상에 유미애 시인의 시집 ‘분홍 당나귀’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신달자(위원장), 나기철(시인), 송기한(대전대 교수)가 맡았다.
심사평을 쓴 송기한 교수는 수상자들에 대해 “이 상을 주는 목적, 곧 서정적 동일성을 잘 구현한 작품이어야 했고, 다른 하나는 작품의 수준에 걸맞은 시인으로서의 자질이랄까 품성이 기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기준에 의해 김왕노 시인의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은 인간의 삶과 자연의 삶이 역사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화합의 장을 구현한 작품집이다. 자아와 세계 사이에 놓은 서정적 거리를 시인은 역사와 자연 속에서 아름답게 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서정적 동일성이야말로 ‘풀꽃’의 세계와 정확히 부합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그것이 선정의 주요한 계기가 됐다. 다시 한 번 수상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포항 출생으로 현재 한국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김왕노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 외 다수가 있으며, 한국해양문학대상, 박인환문학상, 수원문학대상, 한성기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현재 문학잡지 ‘시와 경계’, ‘수원문학’ 주간으로 활동 중이다.
김 시인은 “ ‘공존의 노래’에서도 결국 나는 풀에 기대어 산다고 노래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것이 풀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고 먹음직한 풀꽃 문학상을 받는다. 이 상을 마중물로 더욱더 시에 정진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9일 오후 1시 제2회 풀꽃문학제에서 실시된다. 상금은 본상이 1000만 원, 젊은 시인상이 5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