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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펴야겠다 / 박철

 

 

올 가을엔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눈 내리는 밤길 달려갈 사나이처럼

따뜻하고 맞춤한 악수의 체온을-

무슨 무슨 오피스텔 몇 호가 아니라

어디 어디 원룸 몇 층이 아니라

비 듣는 연립주택 지하 몇 호가 아니라

저 별빛 속에 조금 더 뒤 어둠 속에

허공의 햇살 속에 불멸의 외침 속에

당신의 속삭임 속에 다시 피는 꽃잎 속에

막차의 운전수 등 뒤에 임진강변 초병의 졸음 속에

참중나무 가지 끝에 광장의 입맞춤 속에

피뢰침의 뒷주머니에 등굣길 뽑기장수의 연탄불 속에

나의 작은 책상을 하나 놓아두어야겠다

지우개똥 수북이 주변은 너저분하고

나는 외롭게 긴 글을 한 편 써야겠다

세상의 그늘에 기름을 부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새로운 안식처에서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야겠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서설이 내리기 전 하나의 방을 마련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nefing.com

 

 

고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제11회 천상병 시상 수상자로 박철 시인(49·사진)이 10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 단국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박 시인은 1987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후 ‘도시의 나그네’ ‘김포행 막차’ ‘너무 멀리 걸어왔다’ ‘사랑을 쓰다’ 등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천상병 예술제 기간인 오는 25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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