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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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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이준관)이 어느새 4회째 수상자를 내게 됐다. 풀꽃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허영자 시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숨어 있는 시인, 곱고도 맑은 정서를 단아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시인을 이번에도 골라냈다.

 

수상작은 본상에 안용산 시인의 시집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 젊은시인상에 신효순 시인의 시집 바다를 모르는 사람과 바다에 갔다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허영자 위원장(시인), 이형권 문학평론가(충남대 교수), 김수복 시인(단국대 교수)이 맡았다.

 

심사평을 쓴 이형권 교수는 수상자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소감을 피력했다.

 

먼저 본상 수상자인 안용산 시인. <그는 충남 지역 시단에서 우직하고 성실하게 활동해 온 중견 시인이다. 그의 시는 전원적 상상력과 향토적 서정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대에 대한 예리한 비판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시는 '풀꽃'처럼 순박하지만, 그 순박함 속에는 인간적 진실과 따뜻한 서정을 충실하게 함축하고 있다. 이번 수상 시집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 혹은 인간의 자연화를 지향하는 간결하고 단아한 시편들로 구성되었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의 경지라 할까, 결코 화려하지 않은 순수하고 서정적인 언어들로 웅숭깊은 시적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다음은 신인문학상을 받은 신효순 시인. <신효순의 시에 빈도 높게 등장하는 자연은 사유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자연, 삶의 체험과 인식 장소로서의 자연이다. 그 자연은 옛 시인들의 시에서 지향했던 인간과 자연의 막연한 물아일체와는 다르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삶에 대한 다소 추상적인 인식을 드러낼 때에도 자연에서 체현한 구체적 감각을 포기하지 않는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2시 공주문화원 대강당에서 있고, 상금은 본상이 1000만 원, 젊은시인상이 500만 원이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문학상이 어느새 4회째 수상자를 배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많은 독자분들께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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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슬픔 / 이재무

 

 

눈물은 때로 사람을 속일 수 있으나

슬픔은 누구도 속일 수 없다

너무 큰 슬픔은 울지 않는다

눈물은 눈과 입으로 울지만

슬픔은 어깨로 운다

어깨는 슬픔의 제방

슬픔으로 어깨가 무너지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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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군수 박병종)이 주최하고,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3회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의 수상자가 선정되었다.

지난 9월 한달간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응모한 총 93권의 작품을 1,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당선작 3작품이 시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영예의 본상 수상에는 이재무(남, 60, 서울) 시인의 「슬픔은 어깨로 운다」가 선정되어 부상으로 상금 3천만 원을 수상하게 된다.

또한, 올해의 남도시인상으로 송만철(남, 60, 전남 보성) 시인의 「들판에 다시 서다」, 젊은 시인상은 김선(여, 45, 경기) 시인의 「눈 뜨는 달력」이 선정되어 각각 1천만 원과 5백만 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제3회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5일 고흥문화회관에서 시낭송대회(본선)와 함께 열리며, 이날 시낭송대회 수상자에게는 대상(상금 100만 원, 시낭송가증서) 등 총 20명이 상금 총 6백 십만 원과 상장이 수여될 계획이다.

한편, 송수권 시문학상 1회 본상에는 강희근 시인의 「프란치스코의 아침」이, 2회 본상에는 이은봉 시인의 「봄바람, 은여우」가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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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지의 새들 / 배한봉

 

 

해 지는 하늘에서 주남저수지로

새들이 빨려 들어오고 있다, 벌겋다, 한꺼번에 뚝뚝, 선지빛으로 떨어지는 하늘의 살점 같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저 장관

창원공단 퇴근길 같다

 

삶이 박아놓은 가슴팍 돌을 텀벙텀벙 단체로 시원하게 물속에 쏟아내는 몸짓 같다, 온몸으로 그렇게

삶을 꽉 묶어놓은 투명한 끈을 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들,

그 질펀한 힘이 선혈 낭자한 시간을 주남저수지 물바닥에까지 시뻘겋게 발라놓았겠다

 

장엄하다, 이 절정의 파장

삶의 컴컴한 구덩이조차도 생명의 공명통으로 만들 줄 아는

저 순하고 아름다운 목숨들,

달리 비유할 것 없이 만다라의 꽃이다

저 꽃 만져보려고 이제는 아예 하늘이 첨벙 물속에 뛰어드는 저녁이다

 

 

 

 

주남지의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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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김달진창원문학상에 배한봉 시인의 주남지의 새들(천년의 시작/2017)’이 선정됐다.

 

배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갈수록 제게 시는 어렵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고 보니 제가 시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시를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에게 좀 살려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빕니다. 앞으로 시에 사는 사람이 되기를 제가 저에게 요구합니다.”라고 밝혔다.

 

함안에서 태어난 배 시인은 1998현대시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악기점’, ‘우포늪 왁새’, ‘주남지의 새들등을 펴냈다.

 

김달진창원문학상은 ()시사랑문화인협의회·창원시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하고 김달진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해 도내 출신 또는 도내 거주 시인을 대상 전년도 7월부터 당해연도 6월까지 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올해는 이하석·신덕룡·김문주 시인이 심사를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시인은 자연과 생명에 관한 개성적인 시선으로서 이미 한국시단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인정받고 있는 중견시인이다다섯 번째 시집 주남지의 새들은 생명에 대한 열렬한 애정으로서 자연과 삶의 세계를 물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서정의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한, 서정의 적자(嫡子)"라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99일 제22회 김달진문학제에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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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참말하기 / 유안진

 

 

지금은 없어진 공산주의 시대였다

루마니아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의 공부였단다

여러분의 아버지는 누구죠?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요

여러분의 어머니는 누구죠?

엘레나 차우세스쿠요

잘 대답했어요. 여러분은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어요?

고아孤兒

(한 신문에 실린 이 풍자로 관련자들 모두 체포되었다고 한다)

소련의 아이들과 어른들의 대화였단다

생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니?

한 아이가 얼른 대답했다

투르먼 대통령한테 뺨맞고 싶어요

깜짝 놀란 어른이 까닭을 묻자, 그 어린이는

내가 미국 아이이거나 투르먼이 우리 대통령일 테니까요

(이 풍자만화의 관련자들은 전원 체포되었다고 한다)

어느 위성국가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내 방송이었단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비행기는 곧 모스코바 공항에 도착합니다

담뱃불을 끄고 의자를 바로 세우고 안전벨트를 매어 주세요

그리고 손목시계를 10년 뒤로 돌려주세요

(이 풍자만화로도 관련자들은 체포되지 않았다. 체포할수록 풍자의 인기가 급상승될뿐더러, 포화 상태의 수용소 비용을 줄이려고 기 수감자들도 다 석방했는데, 이는 후로시쵸프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놀랍고도 기발한 발상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거짓말로 참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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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인(사진)이 제4회 이형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4일 이형기기념사업회와 공동 주관하는 이형기문학상의 제4회 수상자로 유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인 오세영 시인은 초기엔 토속적인 감수성으로 기독교적 세계관과 전통적 삶을 잘 융합하여 우리 시의 또 다른 면목을 보여줘 타성에 젖은 우리 시단의 청량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고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진주 출신인 이형기(1933~2005) 시인은 20세기 후반 한국 시인들 중에서 삶과 인간문제를 시로써 탐구한 가장 대표적인 시인으로 꼽힌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되는 시 <낙화>는 그의 대표시로, 국민 애송시다. 진주사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인 2000년 진주시 신안동 공원에 시 "낙화"를 새긴 시비를 세웠다.

 

시상식은 13일 오후 경남 진주시청에서 진행된다.

 

강희근 시인은 "아무쪼록 시로서 축제를 여는 까닭은 그 축제 안에 모든 이의 행복이 담기기 때문"이라며 "함께 참가해 주시고 얻어낸 행복을 돌아가 이웃에게 나눠달라"고 말했다.

 

정영석 진주시장은 "이형기 시인은 진주 출신이기도 하지만 지방 문화예술제의 효시인 개천예술제에서 첫 백일장의 장원을 차지에 인연이 깊다"면서 "이번 문학제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넉넉한 행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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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상자 : 고진하

 


2. 수상작품 : 「즈므 마을 1」외 5편

 


「즈므 마을1」

푸른 이정표 선명한
즈므 마을*, 그곳으로 가는 산자락은 가파르다
화전을 일궜을직한 산자락엔 하얀 찔레꽃 머위넝쿨 우거지고
저물녁이면, 어스름들이 모여들어
아늑한 풀섶둥지에 맨발의 새들을 불러모은다
즈므 마을, 이미 지상에서 사라진
성소(聖所)를 세우고 싶은 곳, 나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며 발에서 신발을 벗는다
벌써 얄팍한 상혼(商魂)들이 스쳐간 팻말이
어딘 내 걸음을 가로막아도
울타리 없는 밤하늘에 뜬 별빛 몇 점
지팡이 삼아, 꼬불꼬불한 산모롱이를 돈다
지인이라곤 없는 마을, 송이버섯 같은
집들에서 새어나오는 가물거리는 불빛만이
날 반겨준다 저 사소한 반김에도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 지나온
산모롱이 쪽에서 들려오는 부엉이 소리
저 나직한 소리의 중심에, 말뚝 몇 개
박아보자, 이 가출(家出)의 하룻밤!

 

*. 즈므 마을 : <저무는 마을>에서 유래된, 강릉에 있는 작은 산골마을.

 

 

야생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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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심사위원 : 유종호(문학평론가, 연세대 교수),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김주연(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김선학(동국대 교수), 김재홍(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4. 심사평

「성화(聖化)된 이미지와 생명의 시」

심사평은 작가들의 세계에 대한 가치 판단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혼동되는 일이 있다. 모든 작가들은 그들의 개별적인 세계를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가치판단은 개별적인 비평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심사는 언제나 이른바 상대평가로 연결되기 마련이며, 거기에는 작품 자체에 대한 것 이외의 요소가 이따금 개입하기도 한다. 예컨대 그 작가의 대상 작품 말고도 그 작가의 전체적 역량이 고려되는 일이 때로 불가피한 것이다.
심사대상이 된 다섯 명의 시인들, 고진하, 남진우, 장석남, 최승호, 함민복의 시들을 읽으면서도 이러한 요소가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었다. 가령 장석남과 최승호는 그 동안의 수상 경력을 이유로, 그리고 함민복은 적은 분량을 이유로(물론, 심사자들에 따라서 그 이유는 다소간 다르기는 했지만) 우선 양보되었다. 따라서 초점은 고진하와 남진우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으며, 고진하의 시가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높다는 이유에 의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수상작 「즈므 마을 1」은 이 시인의 다른 작품 「黙言의 날」과 함께 매우 아름다운 시다. 강릉 근처의 한 시골 마을의 풍경을 담담하게 적고 있는 「즈므 마을 1」은 시인 자신의 성화(聖化)된 심성과의 조용한 교환을 통한 성화된 이미지가 신뢰를 준다. 반면에 깊이에 있어서 다소간 평이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남진우의 시들은 이와는 매우 상반된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고진하의 시가 생명의 시라면 남진우의 시들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나 매혹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양자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것이 반드시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관심과 대상이 확연히 다른 것은 사실이다. 남진우의 시는 이번에 새를 대상으로 한 것들이 많았는데, 난해성에 관해 심사자들의 논의가 있었다. 의식을 시의 대상으로 할수록 시적 애매모호성에 대한 배려와 그 성취는 부담스러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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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빵빵 사이로 오는 황진이 / 김왕노

 

 

황진이 네 생각이 죽은 줄 알았다. 아파트 납골당을 지날 때, 묘비가 된 빌딩을 지날 때, 황진이 생각이 새까맣게 죽어 간줄 알았다. 어디서 육탈되어 뼈만 남아있는 줄 알았다. 난 애도나 명복 한 번 빌 줄도 몰랐고

 

그러나 거리를 지날 때, 죽은 줄만 알았던, 황진이 생각이 살아서 돌아오고 있었다. 어둠을 초월해 황진이 생각이, 긴 치맛자락 나부끼며, 자유롭게, 모든 저지선을 뚫고 오는, 황진이 생각, 붉은 입술의 황진이 생각

 

이제 저 쭉쭉 빵빵 사이로 오는 황진이를 찾아 이 시대에는 없다지만 그럴수록 황진이를 찾아, 황진이 같이 붉은 칸나 키우며 황진이를 찾아, 내 영혼의 뿌리를 담글 속 깊은 황진이를 찾아, 저 쭉쭉 빵빵 사이로 오는 황진이, 나의 계집 황진이를 찾아, 남 몰래 살 섞을 황진이, 우리의 황진이가 아니라 나의 황진이를 찾아, 방도 붙이고, 실종 신고도 내고, 저 쭉쭉 빵빵 세월 사이로 오는 황진이, 붉은 옷자락의 황진이를 찾아, 하얀 이마를 찾아, 조개 보다 더 꽉 다문 황진이의 정조를 찾아, 죽창보다 더 꼿꼿한 황진이의 지조를 찾아

 

직장에서 거리에서, 술집에서, 강남에서, 광화문에서, 황진이 내 황진이를 찾아, 저 쭉쭉 빵빵 세월 사이로 오는, 가냘프나 올 곧은 정신의 황진이, 나를 불태울 황진이, 나를 재로 남길 황진이, 쭉쭉 빵빵 사이로 거침없이 오는 황진이, 사이트로, 극장가로, 로데오 거리로, 현상금도 내걸고, 전단지도 뿌리며, 기어코 찾아야할 내 황진이, 내 몸의 황진이, 내 넋의 황진이

 

황진이 네게 사무치는 말들이 저렇게 푸른 하늘을 밀어오는데, 수수밭 사이로 초가을 호박꽃 피우며, 벌써 차가워진 개울물 건너오는데, 황진이 말 타고 네 치마폭에 파묻히려 청동방울 딸랑거리며, 개암나무 뚝뚝 떨어지는 전설 속을 지나, 산발한 채로도 가고 싶구나. 황진이 네 은장도 빛나는 밤, 올올이 엉키던 넝쿨이 틈을 보이는 계절, 네 머무는 마을에 꿈이 깊고, 우물물 깊어져 마을을 파수하는 개 울음 높아가는 밤, 네 있는 마을은 이조의 어느 모퉁이인가. 기우는 사직의 어느 뒤란쯤인가.

 

쭉쭉 뻥뻥하게 다가오는 세월 사이, 저 비대한 몸짓 사이 너는 오늘도 보이지 않고, 난 새털구름 따라 흐르는 갓 태어난 철새 같이, 끝없이 사방으로 풀려가는 쪽물 같이, 네게 끌려 흐르고 싶은, 황진이 네 웃음소리 청아한 마을, 처연한 내 그리움 앞세우고 찾아 가는 황진이, 황진이 네 붉은 마음을 찾아, 구비 구비 너를 찾아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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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왕노(52·사진) 시인의 쭉쭉 빵빵 사이로 오는 황진이6일 뽑혔다.

 

권혁웅·정끝별 시인과 평론가 유성호씨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김왕노 시인은 비극적 언어를 통해 시적인 것의 깊이를 구축해 왔으며, 궁극적으로 지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 형식을 증언하는 곳으로 한결같이 귀환해 왔다"며 "이런 연장선상에서 더욱 감각적 선명성과 음악적 배려로 시편의 진경을 보여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4시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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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남자 / 정병근

 


호주머니가 다닥다닥 붙은 빨간 조끼를 입었다
말이 자꾸 날려서 무슨 소린지 통 못 알아듣겠다
이슬비 뿌리는 중랑천 다리 밑,
합판으로 아랫도리를 싸맨 리어카에
아이스박스 하나와 과자 몇 봉지 달랑 놓여있다
막걸리 한 병을 시키자 멸치 세 마리를 내 놓는다
내심을 들킨 소년처럼 그는 자꾸 부끄러워
과자 값을 물어도 딴 곳을 보며 오백 원이라고 작게 말한다
수치스럽게, 수치스럽게 아카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날려가는 종이컵을 잡으려고 기우뚱거리는
그의 바짓가랑이가 팔랑거린다
비둘기 몇 마리 과자 부스러기를 콕콕 쪼아댄다
플라스틱 의자들도 가벼워서 나동그라지기 쉽다
지나가던 한 남자가 커피 있느냐고 묻자
어서오세요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잽싸게 종이컵에 물을 붓고 커피를 탄다
잠시 할 일이 없자 두 손을 사타구니에 넣고 싹싹 비벼댄다
마시다 만 소주가 반 병 정도 있다
그는 빨리 취해서 한 쪽으로만 가파르게 쏠리고 싶다
누군가를 붙잡고 했던 말을 자꾸 하고 싶다

 

 

눈과 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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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나루* / 박정수

 

 

노을은 흐르는 강의 내력까지 잡아 삼켰다

백년 전

이곳의 흥정물은 소금이었다

굽이굽이 싱거워진 삶의 내력을 돋구는 데엔 소금이 제격이었다

때로 가뭄에 콩 나듯 오지 않는 기다림을 움켜쥔 채

몇몇은 쉽사리 불어나지 않는 강심을 애태우기도 하며

새벽 가까이 포구의 안쪽을 헤매었으리라

梨浦나루

東西간의 교류가 남한강을 묶어놓았던 곳,

상인들의 흥정은 멀리 장호원까지 들릴 듯 끊어지지 않았고

내 가계의 내력도 그곳에서 시작되었음을 저 강은 알리라

 

강은 거울이다

무수히 변화된 일상들을 비추며 희부연 기억 하나도 놓치지 않는,

오랜 세월

침묵의 깊이만 어루만지고 있는 강은 금이 가지 않는 거울이다

할머니의 손맛은 川西理를 낳았고

그 기억의 맛은 강을 따라 서해 어느 비린 항구까지 닿았음을

소금들의 내력은 거슬러 거슬러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든 젖은 강에 손을 디밀면 그때의 흥정소리 지금도 만질 수 있다

 

* 소금이 교역되던 곳

 

 

 

 

봄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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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폭염은 나의 흔들림을 무채색으로 돌렸다.

 

팔월에 받은 한 통의 전화에 땡볕처럼 숨이 막혀왔습니다. 시 쓰기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받은 전화, 자꾸만 소리가 멀어지듯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이젠 더 이상 불 꺼진 방에서 울지 않아도 되겠지요. 메아리 없는 응모에 쓰인 지난날의 나의 이름들, 지금까지는 시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시의 힘이 되는 올곧은 선비의 정신으로 시심을 키우겠습니다. “안으로 숨 가쁘게 넘어가는 진공의 채널을 가져라하셨던 박경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금광저수지에서 쉽게 식어버리는 자판기 커피를 오래도록 비워내며 펼쳐 가던 시심을 언제나 한 발 늦게야 담아내던 모자란 저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까지의 길이 멀었던 것처럼 스치는 얼굴 또한 많습니다. 부족한 문학의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시는 정제한 교수님, 슬픈 일, 기쁜 일, 늘 함께 하는 안성문학회 사랑하는 문우 여러분, 말 없이 뒤에서 지켜준 남편, 세상에 둘도 없는 보석 아들 딸, 칠순이 넘은 부모님……. 모두 눈물입니다. 호흡이 늘어지고 있을 때 파장을 주신 심사위원님께 초심의 자세로 가겠다는 다짐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삼년 전 세상을 떠나신 사랑하는 어머님, ()한일심 여사께 이 기쁨을 올립니다.

 

 

 

 

[심사평]

 

우리 시단의 새로운 등용문인 최치원 신인문학상에는 65분의 455편의 시가 응모됐다. 이는 양적으로 보아 시 전문문예지 투고 작품의 수준이다. 이들 작품 역시 지리산 문학회에서 예심을 보고 10분의 시가 모두 이름을 가린 채 본심에 회부됐다.

 

소리 미술관’‘김씨와 함께 늙어가는 것1’‘소설을 쓰다’‘눈이 부시다’‘143버스’‘아버지의 시계’‘딸꾹질놀이’‘에스컬레이터’‘강물형무소’‘이포나루가 그 표제작들이다.

 

본심작품 수준 역시 시 전문 문예지 수준에 못지 않았다. 그러난 단 한 분의 신인을 모시는 자리여서 심사위원이 숙독하여 각각 1편씩의 작품을 정하기로 해서 강물형무소이포나루가 최종심에 남았다.

 

강물형무소를 투고한 시편들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가작(佳作)이 많았다. ‘홍어’‘문상을 다녀오다’‘방파제 은하수등이 그러했다. 특히 홍어의 경우, 만만찮은 입담이 출중했다. 시를 끌고 가는 힘에서 오랫동안 시와 싸워 온 저력을 읽을 수 있었다.

 

이포나루는 단정한 시편들이었다. 꼭 필요한 것만 제 자리에 놓여있는 깔끔함은 군더더기가 없는 서정시의 진경을 보여주었다. 이 역시 오래 씨를 다듬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강물형무소는 보내온 시편에는 옥석이 섞여있었고, ‘이포나루는 어느 한 편 나무랄 작품이 없어 완성도에서 앞선 이포나루를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의 자리에 모셨다.

 

이포나루는 좋은 시들이다. 5편의 작품으로도 시인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문장을 절제할 줄 하는 힘이 시의 힘이 되고 대상을 보는 치밀한 시선이 시의 눈이 되고 있다. 최치원 신인문학상을 문학의 발판으로 삼고 더 높고 더 넓은 시로 나아가길 바란다.

 

당선하신 분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투고하신 많은 분들에게는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나는 좋은 인연이 있길 바란다.

 

심사위원 송수권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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