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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바다문학상 당선작 (0) | 2020.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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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 | 2020.03.30 |
[최우수상] 공항 사람들 / 정수미
누군가의 자리를 쉴 새 없이 닦고 쓸던
비날장갑조차 사치였던 그 손엔
바삭 마른 북어같은 까슬한 잔가시가 올랐다
매일같이 비행기를 탔지만
비행기 여행이라곤 가 본 적 없는 그는
내 어머니고 네 어머니였다
프윽 삶은 우거지처럼 축축 늘어져
푸른 빛 다한 등 기댈 곳은
조업차 아래 잠시의 그늘 뿐
엔진 붙바람 속 가쁜 호흡 몰아쉬며
열독 오른 한여름 계류장을 종일 뛰던 아버지는
섭씨 50도 아스팔트 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한 겹 녹으면 두 겹 쌓이던 그 겨울 가루눈은
속눈썹 위로 무겁게 내려앉은 가장의 책임감이었다
한강마저 얼어붙은 날
수백 개의 기내식 카트를 싣고 내리기 위해
동작이 꿈떠선 안 된다는 남편에겐
부츠 안 두 겹 양말만이 최선이었다
길디 긴 하루, 구두 속 부르튼 발 달래는 퇴근길
내 새끼들 좋아하는 과자 사들고
오늘 들은 욕지거리는 또 한 번 마음에 묻는다
경력 7년 차, 젖은 눈 숨기는 법은 배웠어도
목젖 누르는 통증 숨기는 법까진 못 배운 그는
내 아내,
그리고 네 아내였다
먼지 속을 어지럽게 날아 꽂히던 작업반잘 고함소리
물 빠진 작업복 위로 허얗게 말라붙은 소금 땀 한주먹
시린 겨울 공기 사이로 비어져 나오던 젖은 한숨 한자락
밤이 낮이 되고 낮이 밤이 되었던 스케줄표
설렘으로 달뜬 비행기 안
그 뒤편에선 또 하루 묵묵하게 살아내고 있는
설렐 것 것도 없는 일상들
[우수상] 수말락을 저어요 / 조영석
기다리는 게 제일 쉬운 줄 알았어요 어머니
동쪽 하늘 구름을 헤집고 날아온 후
벌써 계절이 스무 번쯤 바뀌었는데
고향집 쁠롭 기름향이 코끝에서 맴돌아요
사장님께 장갑을 달라고 했어요
가문 땅바닥이 어머니 손등처럼 갈라져
손톱이 자꾸 입을 벌리는 통에
그것분이었어요 꾀부리지 않았어요
가구 공장에서 나올 때도
나은 일자리가 필요했을 뿐이에요
만주로 갔던 의롭던 청년의 세월
세상 파도치는 방식대로 흘러간 지 팔 십 년
순응한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돌아선 순간
늦은 거보다 무서운 게 먼 거라시던
한 일생을 거슬러
오천 킬로미터를 달려 할아비 조 나라 국
돌아온 손자의 고달픈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요 어머니
어쩌면 산다는 건 수말락을 저을 때처럼
온 밤 지새다 한두 번 찾아오는 옅은 졸음 같은 건가요
정말 그렇대도 견딜 만한데요 그건 괜찮은데요
어쩌면 영영
길을 잃어버릴 지도 모르겠어요
파르르 떨리며 지챙해온 삶의 N극 바늘이
먹통이 되었어요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비틀거리는 내가
스탬프 하난 찍지 않고 남겨진 엄마 유품 속 여권 같아서
무너져 울어요
황하를 건너고 천산 산맥을 넘어
양떼구름 몰고 비행기 꼬리 사라진 서녘으로
한 시절 가슴 위로 스러져가는 카레이스의 손자가
우두커니 손을 흔들어요 어머니
야샬롬 알레이쿰
제6회 항공문학상 당선작 (0) | 2019.0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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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항공문학상 (0) | 2018.06.24 |
제4회 항공문학상 수상작 (0) | 2017.06.04 |
제3회 항공문학상 수상작 (0) | 2017.06.04 |
제2회 항공문학상 당선작 (0) | 2015.0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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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웅진문학상 당선작 (0) | 2020.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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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웅진문학상 당선작 (0) | 2020.03.26 |
16 (0) | 2020.03.26 |
15 (0) | 2020.03.26 |
14 (0) | 2020.03.26 |
[우수상] 분청사기철화어문병* / 최재영
여러 번 흙을 구워 물고기 한 마리 들인다
물을 다듬어 균형을 잡고
물결을 가두어놓기를 수백년
물의 흐름을 기억하는 물고기는
한쪽으로만 감기는 물살을 따라
수수만년 시간을 저울질 한다
날카로운 주둥이는 호시탐탐
수면 밖을 노리고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거세지는 소용돌이
그 힘에 놀란 물이 한쪽으로 엎지러진다
소용돌이를 빠져나간데 한 세기가 지나가고
천년을 휘감아 돌아도 물결을 풀지 못한다
계룡산 골짜기까지 올라온 물고기 한 마리
어디서부터 밀려왔을까
때로 바다를 꿈꾸는지
어문병을 기울일 때마다 파도를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수평선을 당기는 바람은 급류 쪽으로 쏠리고
시공을 거슬러 오르느라
입구는 가파른 경계에 닿아있다
생(生)은 또 수없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것
물길은 불길보다 뜨거운 협곡이다
* 충남 공주시 학봉리 출토, 물고기문양의 분청사기
[대상] 의당면 중흥저수지 / 장병길
저수지가 태양을 붓 삼아 새로운 지도를 그린다
지나는 곳마다
푸른색은 잿빛으로 바뀌고
날카로운 협곡이 불쑥 입을 쩍 벌린다
들녘을 바라보는 농부의 눈빛은 아연실색이고
견디지 못한 생명들은 허물만 남겨둔 채 소리 없이 떠난다
기약할 수 있을까
농부는 바짝 마른 구름 한 점을 바라보며 손가락셈을 해 보지만 차라리
황무지를 꿈꾸는 것이 쉽다는 메아리가
산 너머에서 달려와 울부짖는다
백발의 농부는 녹조 낀 금강 강물이라도 있었으면
혀를 내민 수로에 떠내려가지 못한
지푸라기가 사체처럼 널브러져 있다
가물치 붕어 소금쟁이 수초가 사는 물이 가득한 저수지를 떠올리는
농부의 타들어가는 논밭이 울컥한다
벌건 태양을 향해 기우제를 눈물로 지내야 하지만
농부의 헐거워진 벨트와 깊어진 주머니는
날아드는 농가부채상환통지서에
뼈마디만 앙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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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웅진문학상 당선작 (0) | 2020.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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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웅진문학상 당선작 (0) | 2020.03.26 |
제11회 웅진문학상 당선작 (0) | 2020.03.26 |
10 (0) | 2020.03.26 |
니르바나* / 이재흔
-갑사에서 길을 묻다-
나의 마음속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서쪽으로 10만억 나라를 지나면 있으려나,
마음이 고요히 있지 못하는 날, 속세의 주말을 빌려
푸른빛 나무 사이로 열린 길을 따라 나 무작정 계룡산으로 향했네
도회지의 소란했던 마음들이 산문입구까지 나를 따라와
한동안은 속세의 고집과 아집을 무겁게 안고 올라갔었네
푸른 산 빛 나무사이로 갑사의 대웅전이 버선발로 나를 반기고
허공 저쪽, 풍경이 흔들리는 맑은 하늘에서는
오욕을 벗은 흰 구름들이 양떼처럼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었네.
고요한 갑사 안쪽 요사채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웃음기 밴 목소리들은
하나같이 석가모니불의 그 미소를 닮아있었네
나의 마음속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서쪽으로 10만억 나라를 지나면 있으려나,
절구에 묶인 소와 같았던 나는 돌고 또 돌아도 늘 그 자리였었네
비로자나부처님도 노사납처님도 나를 위해 잠들지 못했는데
갑사에서 만난 녹색고래 한 마리, 내게 니르바나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네
모든 순간이 이미 전생인 지금, 나 오늘 갑사에 이르러서야
한 장 월인석보 탁본과 조우하며 티끌처럼 흩어졌던 나를 불러모으네
순간, 번뇌와 망상이 나를 떠나고
단청 끝에 거린 구름들은 하늘 물속으로 유유히 방생되고 있었네
* 갑사- 공주시 계룡면에 있는 사찰
* 니르바나- 부처의 나라에 있다는 행복한 극락세계
장막 / 황우진
차갑고 캄캄한 밤하늘
자동차가 궤적을 이탈하여
무서운 속도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가고 있어요.
악마는 알코올 속에서 발아되는
정염의 씨앗을 인간의 핏속에
심어 놓았나 보아요
당신도 나도
알코올예방주사를 맞은 적이 없으니
피의 파도를 막을 수는 없겠군요.
자동차가 유성보다 빠른 속도로
어둠 속 금단의 선을 가로질러
전생으로 날아가고 있어요.
오감은 마비되어 바들거리고
창밖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들이 스치고 지나가요
직선의 시간들이 줄지어 달려가고
이생의 순간들이 나선으로 날아올라요
시간이 나선이라면 그 단면을 잘라
당신과 나의 영혼의 흔적들을
발견 할 수도 있겠군요.
나의 자동차가 神이 설정하여 놓은
광속을 지나쳐 당신의 항성으로 질주한다면
나는 나의 궤적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브레이크는 이미 고장이 나있고
나의 네비게이션은 방향을 잃고
신호가 정지되어 버렸어요.
나는 더 이상
나의 궤적을 찾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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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웅진문학상 당선작 (0) | 2020.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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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웅진문학상 당선작 (0) | 2020.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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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 | 2020.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