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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분청사기철화어문병* / 최재영
여러 번 흙을 구워 물고기 한 마리 들인다
물을 다듬어 균형을 잡고
물결을 가두어놓기를 수백년
물의 흐름을 기억하는 물고기는
한쪽으로만 감기는 물살을 따라
수수만년 시간을 저울질 한다
날카로운 주둥이는 호시탐탐
수면 밖을 노리고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거세지는 소용돌이
그 힘에 놀란 물이 한쪽으로 엎지러진다
소용돌이를 빠져나간데 한 세기가 지나가고
천년을 휘감아 돌아도 물결을 풀지 못한다
계룡산 골짜기까지 올라온 물고기 한 마리
어디서부터 밀려왔을까
때로 바다를 꿈꾸는지
어문병을 기울일 때마다 파도를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수평선을 당기는 바람은 급류 쪽으로 쏠리고
시공을 거슬러 오르느라
입구는 가파른 경계에 닿아있다
생(生)은 또 수없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것
물길은 불길보다 뜨거운 협곡이다
* 충남 공주시 학봉리 출토, 물고기문양의 분청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