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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의당면 중흥저수지 / 장병길
저수지가 태양을 붓 삼아 새로운 지도를 그린다
지나는 곳마다
푸른색은 잿빛으로 바뀌고
날카로운 협곡이 불쑥 입을 쩍 벌린다
들녘을 바라보는 농부의 눈빛은 아연실색이고
견디지 못한 생명들은 허물만 남겨둔 채 소리 없이 떠난다
기약할 수 있을까
농부는 바짝 마른 구름 한 점을 바라보며 손가락셈을 해 보지만 차라리
황무지를 꿈꾸는 것이 쉽다는 메아리가
산 너머에서 달려와 울부짖는다
백발의 농부는 녹조 낀 금강 강물이라도 있었으면
혀를 내민 수로에 떠내려가지 못한
지푸라기가 사체처럼 널브러져 있다
가물치 붕어 소금쟁이 수초가 사는 물이 가득한 저수지를 떠올리는
농부의 타들어가는 논밭이 울컥한다
벌건 태양을 향해 기우제를 눈물로 지내야 하지만
농부의 헐거워진 벨트와 깊어진 주머니는
날아드는 농가부채상환통지서에
뼈마디만 앙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