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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야간비행 / 강사랑


창 없는 하늘이 열리고 있어요
처음으로 밤의 속내를 본 것만 같아
당신 괜찮은가요, 라고 썼다가
별들의 길고 하얀 손가락을 섬기며
우렁거리는 하늘 바다를 건너가요
극점에는 지지 않는 태양이 있다는 이야기
매일이 환한 낮잠 속을 거닐고 싶어서
어느 날 당신의 이불 속으로 들어온
하얀 부리의 비행기가 있어요
수많은 깃털을 가진 구름에게서 묻혀온
바람의 냄새, 당신의 꿈, 나는
당신이 써내려간 보내지 않은 편지에요
사막을 걷고 있는 낙타에게 데려다 주세요
속눈썹을 앓는 슬픈 아이들의 손에서
검은 베일을 쓴 여자들의 손으로 옮겨지다
수 백 년 째 같은 자리를 맴도는 모래 폭풍을 건너
영원한 미소로 뒤설레는 대양에 가닿을 거에요
젖은 종이처럼 어둠을 빨아들이는 창문
당신을 보듯 눈 맞춤하다가 동이 터오면
나는 붉은 태양을 등에 업고 날아가고 있어요
당신이 또 다른 당신이 되어 돌아오도록
이곳과 저곳을 잇대며 쉼 없이 활공하다가
두 날개를 다 쓰고 울어버려도 괜찮을까요
지구에는 헤지고 터진 구석들이 많아서
공항마다 나그네처럼 비행기들이 머물다 가요
낮은 곳에서도 가장 높은 바람이 불어오는 날
그리운 것들의 또다시 목소리를 내며
입이 큰 활주로처럼 쇄도하고 있어요
가슴이 시리도록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한 글자 한 글자씩 새겨 넣은 별들의 언어 속으로
야간들을 달고 날아가는 당신의 얼굴을 보아요







[우수상] 타슈켄트 가는 길 / 함국환


오후 5시, 지난 시절을 얼레로 감으며

두 팔 펼쳐 서역으로 날아갔다

아득한 공간 아래로 보이는

동서를 연결했던 타클라마칸 사막

땀 흘리며 달렸을 군마

시간을 마시며 걸었을 낙타들

그들의 비릿하고 묵은 발자국이

날개 아래에서 예닐곱 떠올랐다

꼬리가 구름을 수직으로 가를 때

기체 안으로 흡입된 몽실몽실한 끼니

먹고나면 어디쯤 도달할까

지나간 모든 걸 품에 안고 가기에는

가늘어진 다리와 얇은 날개

프테라노돈* 타고 하늘 올라 저녁이 되는

서쪽으로 한참을 날아가도

머리 물들이던 해는 앞에 있었다

하늘에 닿아 능소화빛 얼굴 되면

담장 밖 사랑 잊게 될까? 초승달 뜨면

기억이 살아나는 비행기 안으로

모래 밟았던 발들 움추리며 스며들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접힐 날개에

양떼구름 꼬물꼬물 매달려 나부꼈다

어두워져 수 놓아진 별꽃을 보며

일곱 시간 날갯짓해 도착한 타슈켄트

손목시계는 자정, 벽시계는 저녁 8시

 

할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까레이스키 3세

숯내로 끌어 당긴 여인의 식당 벽에

삽 하나로 일궈낸 논이 걸려 있었다.

 

*프테라노돈 : 텍사스의 빅벤드 국립공원 백악기 말기 퇴적층에서 발견 된 날개폭이 최대 15.5m 가 되는 익룡으로 역대 가장 큰 비행동물

 





[우수상] 당신을 자카란다 그늘에 앉히고 싶어 / 장서란


당신을 자카란타 그늘에 앉히고 싶어
레이스로 짠 자리 위에서
푸른 차를 마시고 높은 케이크를 먹고
손으로 쌀을 맛보고 맨발로 걷다가
고양이가 다가오면 고개를 숙이는 거야


낯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우리는 된소리 투성이인 말을 듣게 될 거야
세 개의 옹알이를 알아듣던 당신은
모르는 언어를 거끈히 알아채고
분명 이 곳에서도 누군가를 웃게 하겠지


압테니아 오니소갈럼 란타나 로엘리아
당신이 모르는 꽃의 이름을 알려 주고 싶어
당신이 나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낯선 것들에 둘러싸여 당신은 당신을 잊어버리고
먼 곳에 두고 온 웃음을 찾겠지


이쪽의 오늘이 저물면 서쪽으로 날아가자
저쪽은 노늘이 한창이니까
내일이 보이는 수평선으로 날아가면
당신은 내일보다 어제인 오늘에 있는 거야
하루씩 늦어지는 매일을 선물할게


당신에게 머나먼 어제들을 주고 싶어서
나는 당신과 함께 날아가고 있어
잠든 당신과 함께 날아가고 있어
잠든 당신의 곁에 앉아 노래를 불러 줄게
당신이 나에게 불러 주었던 노래를
멀리 멀리 날아라 우리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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