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당선작 없음

 

 

 

[심사평]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하는 아쉬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라문학상은 올해 제32회에도 그동안의 권위와 사랑에 힘입어 전국에서 수많은 응모자가 쇄도했다. 운영위원회의 엄격한 심사절차와 방법에 따라서 심사위원들이 1차 예비심사를 거치면서 합의 토론을 진행한 후에 당선작품을 선정하는 과정를 가졌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소재의 상황설정과 전개과정에서 창출한 주제가 참신한 언어의 융합과 동시에 적절한 의미성을 함축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장시간의 독회를 계속한 결과 1차적으로 본심에서 논의할 6편의 작품을 선별하여 다시 심층적으로 논의하였다.

 

신라문학대상이라는 역사성에 비추어 작품의 수준이 언어의 함축과 주제의 선명성을 감도 높게 그 역량을 검토한 결과 모든 작품들이 수준 이상의 창작력을 발휘하였다는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아쉽게도 최종 당선작은 선정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남겼다.

 

응모작 모든 작품들은 주최측에서 요구하는 신라문화와 관련된 작품의 우대라는 지침에 부응하듯이 신라의 역사를 반추하면서 소재와 주제를 투영하고 시적으로 형상화하였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응모자들이 응모요강의 절대성을 준수하지 않아서 약간의 흠결이 발생하여 결정적인 순위에서 제외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아쉬움도 밝혀둔다. 이는 모든 응모자들이 앞으로는 응모요강이나 시상규정을 면밀하게 살펴서 정정당당하게 실력은 겨루어야 할 것이다.

 

시는 자신의 정서와 사유가 시 정신에 함축되어 인간적인 진실을 요구하는 최상의 가치관을 창출하는 숭고한 인생 작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 : 정순영 김송배()

 

728x90

 

 

지금 신라는 발효 중 /  봉윤숙

 

 

백자 달 항아리가 보인다

이음새 말끔히 다듬어진 둥근 궤적 따라

동굴처럼 깊어지는 몰입의 경지

침묵의 모퉁이 돌아 나오는 망치질 소리

발효의 시간

 

그 백자 항아리 속

햇살 구워지고 소나무 향이 번지면

시간의 장작은 붉게 타 오르고

무심한 아름다움이

균열의 틈을 메우는데

 

거기 대나무 숲이 있는가

달빛은 어둠으로 휘어지며

새의 사랑은 변방에서 깊어지는데

더러 빠지는 깃털은 누구의 것인지

금낭화도 야윈 몸을 늘어뜨리며

고요의 목덜미를 적신다

허공의 뼈대를 세운다

 

숨겨진 달 항아리는

그늘 냄새를 풍기는 어둠

어둠의 주름이 환하게 펴지면

향기의 다락방엔 삐걱이는 사다리 뿐

 

그 곳에서 신라가 발효 중이다

 

 

 

 

꽃 앞의 계절

 

nefing.com

 

 

 

[당선소감]

 

불광불급 (不狂不及) 이라 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미쳐야 미친다. 미치려면 미쳐라. 지켜보는 이에게 광기로 비칠 만큼 정신의 뼈대를 하얗게 세우고, 미친듯이 몰두하지 않고는 결코 남들보다 우뚝한 보람을 나타낼 수가 없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에 나오는 글귀다.

 

늘 미안했다. 시에게, 발꿈치 들고 담 너머를 기웃거리는 아이처럼 주변만 맴돌았다. 그러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벌써 저만치 가 있었다. 그렇지만 맴돌기를 멈출 수는 없다. 무뚝뚝한 담벼락이 나에게 답을 주는 그날까지 아니 밀랍인형처럼 흥건히 녹아내릴 때까지,

 

폭설이다. 강원도에만 눈이 온 것은 아니다.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다. 실제와 상상이 흩날리는 곳에서, 내부와 외부가 서로 조응하는 곳에서, 멋진 저녁으로의 초대를 받을 것이다. 지상에 내리는 눈들은 제가 누울 곳을 찾아서 가는 것은 아닐까 아직도 시에 온전히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부족한 저에게 넘치는 가족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시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숭의여대 강형철, 전기철 선생님 고맙습니다. 몇 해 동안 메타포와 오른쪽, 왼쪽 날개를 달 수 있게 깨우쳐 주신 김영남 선생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던 " 정동진역" 식구들, 함께한 시간들이 있어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부족한 저의 시를 이렇게 큰 상으로 보답해주신 경부문협 성춘복, 김후란, 김송배 선생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심사평] 시적 구도와 주제의 투명성

 

현대시의 작품경향은 대체로 시적 소재와 구도의 설정에서 투명하고 명징한 주제의 투영이 창작의 본령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6백여 편의 응모작품들을 읽은 결과 모두가 이와 같은 시적 상황과 전개 과정에서 창출하는 주제에 부응하는 언어의 융합과 함께 각자의 개성에 따라 적절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라문학대상이라는 역사와 전통이 작품의 수준과 응모자들의 시정신의 예측을 위해서는 우선 언어의 역량을 살피는 일이었다. 이는 시와 언어의 상관성은 그 작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일차적인 기준이 되어 시적 대상물에 대한 신선하면서도 함축된 의미의 요소들을 응축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심사에 임했다.

 

이 결과 <물 위에 지은 탑> < 지금 신라는 발효 중> 그리고 <감은사지에서> 등 세 편이 마지막까지 장시간의 논의를 필요로 했다. 이는 심사위원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서 언어의 구사와 주제의 투명성이 작품의 골격으로 현현되어 그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해지고 있는지를 몇 차례의 독해를 거쳐서 < 지금 신라는 발효 중> 을 당선작으로 선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 백자 달 항아리' 를 통해서 탐색하는 '신라가 발효'하는 시적 구도와 접근이 '허공의 뼈대''어둠의 주름'이라는 이미지가 적시하는 언어와 동시에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서 이러한 시적 정황들이 현대시의 의미성과 근접하게 발현되는 언어가 감응을 유로해서 공감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시는 이미지의 창출에서 함축된 주제가 바로 언어와의 조화가 가장 적절하게 나타날 때 그 작품은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해서 좋은 작품 창작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성춘복, 김송배, 김후란 시인

 

'국내 문학상 > 신라문학대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5회 신라문학대상   (0) 2014.02.23
제24회 신라문학대상   (0) 2012.12.16
제22회 신라문학대상 시 부문 당선작  (0) 2011.07.24
제21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20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728x90

 

 

書出池 / 김준

 

 

연못은 거울이다.

두 눈과 두 귀 다 환한 거울이다.

이 세상에 가장 먼저 비가 온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서출지에

쿡쿡 손가락으로 눌러 쓴 ‘三國遺事’

날으는 새가 읽고 가서

쥐구멍에서 볕들길 기다리는

쥐에게 알린 말 못할 사연.

물고기들 흐린 눈알을 닦고닦아

經을 읽는 일연 선사의 기가 막힌 설화를 들어보라.

사람이 사람을 어렵게 만들 말은

물고기의 아가미를 통해서 내뱉는다.

이 세상에 진흙탕물은 더러운 이야기들이

일연 선사  쓰다가 구겨 던진

‘삼국유사’, 거문고갑[琴匣]*에서

奏樂供養처럼 아름답게 피어난다.

세상의 어떤 연못 속에서 저렇게

쥐들이 외치는 억울한 말이

보글보글 물방울로 연꽃처럼 피겠는가.

세상의 성한 두 눈과 열린 귀가 닫혔다고

아프게 죽비를 내리치는

연못에 내리는 빗소리는

쥐죽은 고요한 밤에

쥐도 새도 모르게

귓불이 도톰한 연잎이 먼저 듣는다.

 

* 紀異扁 제1사금갑조에 나온다.

 

 

 

 


[당선소감] 신라, 내 미혹의 출발점

기쁘다. 이 기쁨의 始原은, 초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만난 석굴암의 석가모니를 처음 만났을 때의 희열로 치환해도 될 것이다. 석굴암의 석가모니는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님을 위해 지었다고, 그때 나는 듣게 되었다. 그 어릴 적 주어 듣 은 말은 줄곧 살아오면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승의 부모님도 아닌 전생의 부모님을 위해 혼신의 열정의 다해 불후의 작품(?)을 남긴, 김대성의 생각은 나에게 하나의 의문이기도 했다. 어쩜 그 일은 현세의 부모님에게 불효를 하면서 지었을 김대성의 그 현존을 뛰어 넘은 생각, 그것을 깨닫는데 어쩜 20년이란 세월이 걸렸는지 모른다. 아니 아직도 나에게는 여전히 미혹이다.


신라는 나에게 그런 미혹의 출발점이고 늘 그런 도정에서 신라를 찾곤 하였다. 그때마다 수학여행이라든지 답사기행이란 타이틀이 붙어있었지만, 나는 늘 혼자였다. 따라서 나의 문학이라고 말하면 약간 건방질까 싶지만 혼자와의 세계 와의 교신이었다. 이 세계는 시간과 공간이란 것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것 같으나, 이 세계 속의 신라의 거대한 선조들의 유산처럼 늘 이승과 현존이 함께 공존한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윤회의 사상, 불교문화와 무관한 신라의 유적들은 흐르는 시간과 공간의 영원불멸한 재귀사상으로 귀결되는 코드라고 말하고 싶다. 사족이지만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하면서 방황할 때, 그때마다 나의 미래를 생각하면 암울하고 때론 보이지 않는 안개 같았다. 그런 나날 속에 머리에 떠나지 않았던 김대성 이란 인물은 나에게 큰 정신의 힘이었다. 나는 믿는다. 물질만능의 세계에서 결코 굴하지 않는 자신감의 出處는 석굴암에서 처음 본 동해의 해, 그리고 석가모니 이마에 박힌 해였다. 시작은 출발이다. 나는 이 기회로 새로운 출발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심사위원 선생님과 나의 전생의 부모님과 현생의 부모님 께 감사한다. 어쩜 나는 전생의 기억으로 이글을 쓰는 지도 모른다. 신라문학 대상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열심히 삶을 시처럼 살겠다.

 

 

 

 

[심사평] 본선 후보 20여 명은 등단 수준 - 당선시 '서출지'는 역사 소재 소화 능력 뛰어나

해마다 심사 위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응모자가 누구일까이다. 모두들 수준 높은 시를 응모했다. 그러나 응모 원고에는 이름, 주소가 없다. 한편 심사를 하면서도 떳떳함을 느껴서 좋다.


신라문학대상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이미 우리 문단도 다 안다. 이 상 출신들이 문단에 등단해서 계속 수준 높은 수준의 작품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못지않게 경주시나 주최 측도 재정, 행정적 뒷받침을 잘 해주고 있어 이 상 제도가 흔들리지 않고 잘 운영되고 있어 다행이다.


올해 응모시 7백여 편에서 20여 편을 골랐다. 본선에 오른 작품은 시 ‘신라의 달밤’ ‘설총의 편지 1,2,3’ ‘어머니의 우물’ ‘미완의 사랑’ ‘벚꽃길’ ‘수막새라는 말’ ‘손안의 천수답’ ‘경주남산 1’ ‘잃어버린 채널’ ‘명파리 감나무’ (이상 허영자) ‘경주, 왕릉들의 밤마실’ ‘나비의 꿈’ ‘ 낭산에 들다’ ‘권태’ (이상 신세훈) 들. 여기서 최종 3편을 골랐다. 시 ‘신라의 달밤’ ‘설총의 편지 1,2,3’ ‘서출지’였다. 어느 작품을 골라도 ‘당선’의 실력에는 손색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한 편을 뽑아야 하므로, 장점보다는 단점을 찾기에 열중했다. 먼저 ‘신라의 달밤’은 제목에 걸려들었고, 형식이 원래 산문 구조 바탕이나 행처리로 운문처럼 꾸몄다는게 큰흠이었다. 만약 ‘당선 합의’에 이르렀다면 시제목을 ‘신라의 달빛’으로 고칠 것을 조건으로 했을 것이다. '설총의 편지'는 연작의 느슨한 허점을 보였다. 그 중 ‘3’이 시로서는 안정돼 있다. 해서 남은 시 ‘서출지’를 당선으로 올리는 데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는 ‘3국 유사’에 나오는 역사 소재를 잘 소화해 낸 시미학이 돋보인다. 그러나 보편화되지 않은 소재에 한자 시어 남용이 좀 어색하고, ‘쥐’라는 시어가 여러 번 등장해 심사 위원들을 불안하게 했지만, 가장 탄탄하게 잘 짜여져 있어 밀기로 했다.


‘……들어보라.’ 같은 어미수사법도 조심할 일이고, 기성 시인들의 ‘닮은꼴 시법’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야겠다. 사실 본선 후보 20여 명은 모두 등단 수준급이었음을 밝혀둔다.

심사위원:허영자, 신세훈 시인

 

'국내 문학상 > 신라문학대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9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8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6회 신라문학대상 / 유행두  (0) 2011.07.24
제15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4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728x90

 

 

솟골 / 유행두

 

 

솟골엔 재수 없이 둘이만 산다

광대뼈 골 높은 서황댁이랑

뻐드렁니도 없어 밥알 녹여먹는 모동댁이랑

앙살스런 과부 이가 서 말이라고

서황댁 흉보는 모동댁

마늘밭 고랑에서 무릎 시리다 푸념하고

모동댁 아들 없다 무시하는 서황댁

박힌 우물 차지하고 파뿌리 다듬는다

솟골에

솥단지 하나씩 걸어놓고

바람소리에 개 짖으면 서황댁

이민 간 아들 같아 삽작문 밀어보고

구름 내려앉아 도둑고양이 처마 밑 기웃거리면

모동댁

미운 척 밥 한 술 던져준다

아랫동네 염쟁이영감 새끼 꼴 힘이라도 남아 있을 때

죽어야 한다고

속없는 아랫배에 쪼글쪼글한 말 집어넣고

서황댁 모동댁

먼저 죽기 내기한다

메아리도 꼴딱 넘어가지 않는 솟골

서황댁 모동댁

징글징글 산다.

 

 

 

 

 

태양의 뒤편

 

nefing.com

 

'국내 문학상 > 신라문학대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8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7회 신라문학대상 / 김준  (0) 2011.07.24
제15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4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제13회 신라문학대상  (0) 2011.07.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