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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 피아노 / 윤상호
주막집에 걸친 청사초롱이
사풍沙風에 밀려 비틀거리고
홀로 떠있는 이방인의 불빛이
낙동강에 소슬히 아른거린다
삐거덕 삐거덕
물살에 젖은 여인의 흰 소매 자락을 타고서
사문진沙門津의 복사꽃이
발갛게 점점 타들어가고,
삐거덕 삐거덕
밤이슬에 젖은
검은 속눈썹을 타고서
청옥 속에 고인 먼 별찌들이
가물가물 흔들리는 돛대 등에 걸려
차마 저 산을 타고 넘지 못한다
구름이 달을 밀치니,
반反 쪼개진 흑칠한 절벽그림자 틈에
묻은 입술연지를 흰 소매 자락으로 훔치자
기이한 울음이 뱃머리를 잡고 축 늘어져
물길이 반半 걸음씩 총총 뒤따라오고
달빛이 물결에 요동을 치니
허공을 떠돌던 하얀 도깨비불이
검은 속눈썹 다섯가락 언저리에
글썽글썽 온全통 매달려서
잽싸게 아래위를 건너 타며 널을 뛴다
눈물이 달을 적시니,
높은 자리에 무릎 끓은 음音산한 기운이
구름 낀 하늘을 향해 열 손가락을 모으자
끝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도도한 역사의 강에 스며들어 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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