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 서경
단단한 것들이 피고 지는 동안
몸에서 다시 꽃잎이 터지고
허공은 그만큼 밀려 났다
따뜻하다는 것을
위태롭다는 것으로 알아듣는
단 한 번도
괜찮다,라는 말 들어 본 적 없는
단 한 번도
활짝, 피어 본 적 없는 월지(月池)
꽉 다문 지퍼를 열고
바늘처럼 그의 꽃잎들이 쏟아져
낡아 가는 가슴 쪽에 쌓인다
허기진 그의 말들이
빈 공터 아래 씨앗을 뱉는 저녁
나는 아직 문 밖에서 꽃을 밟고 있다.
[심사평] 현실로서의 그 작가와 그런 삶
시는 특정한 내용을 형상화한 언어예술의 금자탑이다. 특히 역사적 사건도 그러하고 우리가 경험하는 환경 역시 달리 체험하면 새로운 느낌의 정보로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어 그 장점이 된다.
그러므로 신라문학상은 그 나름대로의 생리를 가질 수 있고 구체적 형상화에도 특징적인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심사위원들의 관점 또한 고려되었다.
그래서 비록 상상의 영역이라고는 하나 ‘현실로서의 그 작가와 그런 삶’의 세계를 어떤 수순을 밟아 어떤 언어로 구성하느냐가 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금년의 응모작에서도 숱한 역사적 취향과 그런 내력을 닮은 어휘를 많이 구사하고 있어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동정을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 응모작 13번의 「연꽃」만 해도 불교적 분위기의 역사적 시간을 폭 넓게 끌어안고 있는 것이었고, 그리고 「황남대총, 봉분을 보다」(30번)도 역사적 시간 속에 묻은 향취를 오늘의 감각으로 잡는 특유의 재능에 많은 점수를 주었다. 또 「벽, 유전자」(21번)의 행간 속에 깔린 호흡이 마냥 간단하지 않은 것에 차선으로 손색이 없다는 동의를 얻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계기로 크게 그리고 꾸준히 발돋움을 하면 가능한 세계가 높다는데 심사위원은 동의를 한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성춘복․김후란․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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