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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낭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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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 박남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대의 곤한 날개 여기 잠시 쉬어요

흔들렸으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작은 풀잎이 속삭였다

어쩌면 고추잠자리는 그 한마디에

온통 몸이 붉게 달아올랐는지 모른다

사랑은 쉬지 않고 닮아 가는 것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나지 않는 것

안으로 안으로 깊어지는 것

그리하여 가득 채웠으나 고집하지 않고

저를 고요히 비워 내는 것

아낌없는 것

당신을 향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 허공을 당겨 나아가듯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여 간다는 것

맨 처음 씨앗의 그 간절한 첫 마음처럼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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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올해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자로 박남준(53) 시인이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휴게실 아래’.

심사를 맡은 시인 신경림, 정호승, 이경철은 문단입문 10년 이상의 경력과 최근 2년간 시집발간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 가운데 박남준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산문시가 유행처럼 번져 산문정신이 시정신마저 말살시키려는 요즘, 박남준 시의 전통적 서정적 자세는 한국 시단의 한 귀감이 된다며 높게 평가했다.

특히 박남준의 시는 소박한 인간의 마음에 그 뿌리를 내리고 과장과 허세없이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을 감추지 않고 느릿하게 감칠맛 나는 막장 같은 맛을 내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남준 시인은 1984년 시전문지 ‘시인’을 통해 등단,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풀여치의 노래’,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등의 시집을 냈다.

한편 올해로 13번째를 맞는 천상병 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월23일~5월1일까지 열리는 천상병예술제 기간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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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펴야겠다 / 박철

 

 

올 가을엔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눈 내리는 밤길 달려갈 사나이처럼

따뜻하고 맞춤한 악수의 체온을-

무슨 무슨 오피스텔 몇 호가 아니라

어디 어디 원룸 몇 층이 아니라

비 듣는 연립주택 지하 몇 호가 아니라

저 별빛 속에 조금 더 뒤 어둠 속에

허공의 햇살 속에 불멸의 외침 속에

당신의 속삭임 속에 다시 피는 꽃잎 속에

막차의 운전수 등 뒤에 임진강변 초병의 졸음 속에

참중나무 가지 끝에 광장의 입맞춤 속에

피뢰침의 뒷주머니에 등굣길 뽑기장수의 연탄불 속에

나의 작은 책상을 하나 놓아두어야겠다

지우개똥 수북이 주변은 너저분하고

나는 외롭게 긴 글을 한 편 써야겠다

세상의 그늘에 기름을 부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새로운 안식처에서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야겠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서설이 내리기 전 하나의 방을 마련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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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제11회 천상병 시상 수상자로 박철 시인(49·사진)이 10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 단국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박 시인은 1987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후 ‘도시의 나그네’ ‘김포행 막차’ ‘너무 멀리 걸어왔다’ ‘사랑을 쓰다’ 등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천상병 예술제 기간인 오는 25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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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퍼센트입니까 / 박세미

 


숨어 있는 문이 있다는데
항상 열쇠를 쥐고 다녀야 한다는데
배우가 되려면 목구멍 깊숙이
눈물을 잘 흘려야 한다는데

당신 옆을 지나칠 때 우연히
내 걸음이 놓친 것들 나를 통과한 말들
진심이 진심에 덮여 사소해질 가능성
내가 나일 확률

뜀틀 하나를 넘으면 다시 뜀틀

낮과 밤의 경계에서
누군가는 동물이 된다는데
몸속을 뒤집어 가장 순결한 보호색을 띤다는데
당신이 당신일 확률

뜀틀 하나를 넘으면 다시 뜀틀
그릇이 깨지는 날엔 손이 가벼워졌다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있다는데
스스로 밧줄을 쥐고 있을 가능성

당신 얼굴을 그리고
손가락으로 외곽을 문지르면
당신이 흔들린다
내가 흔들린다

뜀틀 하나를 넘으면 다시 뜀틀
나는 뜀틀과 넘어진다

 

 

 

내가 나일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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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이번 제11회 김만중문학상 심사는 다양한 성취를 보인 한국 시단의 쟁쟁한 중견 및 시인들의 최근 시집이 추천되어 올라와 있었다.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성윤석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강한 실험정신과 함께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신인 가운데서는 박세미 시인의 개성적 시집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성윤석 시인은 불안하고 유동적인 영혼의 순간을 통해 최종적인 삶의 차원으로서의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기록을 남겨주었다. 삶의 복합성을 승인하면서 시인은 단선적인 흑백논리나 계몽적 의지를 지우고 어떤 중간자적이고 미완의 형식으로 끊임없이 출렁일 수밖에 없는 삶의 심연을 응시하고 있다. 단단하고 또 꽉 찬 시적 형상과 존재론이 미덥게 다가왔다. 이 시집에 얹힌 이번 수상이 그의 짧지 않은 시력(詩歷)에 상응하는 크나큰 격려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런가 하면 박세미 시인은 부서지고 작아진 자아를 되비추고 또 일으키면서 자아의 익숙한 틀을 오히려 벗어나는 기막힌 균형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한 시대를 건너가고 있는 이행기의 한 젊은 시인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시에 의해 우리 시의 또 다른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시인으로서의 이력에 주어지는 첫 수상을 축하드린다.

 

거듭 두 분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김언희(시인), 유성호(평론가, 한양대 교수, )

 

 

 

 

11회 김만중문학상에서 조해진 소설가가 단순한 진심으로 소설부문 대상, 성윤석 시인이 시집 ‘21701223로 시·시조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남해군은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제11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와 제11회 김만중문학상 운영위원회를 각각 개최하고 수상작 선정작업을 마무리해 지난달 30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번 시상에서 박세미 시인이 신인상 부문 시집 내가 나일 확률로 신인상을 받았다.또 시집 심상을 발간한 강달수 시인이 남해군 홍보와 남해문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유배문학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김만중문학상은 기존의 공모방식에서 탈피했다.

 

올해 공모는 1차로 추천위원의 추천 작품을 접수 받은 다음 2차로 심사위원 심사를 거치는 2단계 과정을 도입했다.

 

소설 부문 심사는 이경자 소설가·평론가 정호웅 홍익대 교수가, ·시조 부문은 김언희 시인·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맡아 3개월에 걸쳐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7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다.

 

각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 신인상·유배문학특별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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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 고영민

 

 

비둘기가 울 때마다 비둘기가 생겨난다

 

비둘기는 아주 오래된 동네

텅 빈 동네

 

학교를 빠져나와 공중화장실에서

긴 복대를 풀어놓고

숨죽인 채 쌍둥이 사내애를 낳고 있는

여고생

빈 유모차를 밀며 공중화장실 옆을 지나는

할머니 머리 위

 

비둘기는 비둘기를 참을 수 없다

밀려오는 요의처럼

누군가는 비둘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비둘기가 비둘기에게 물을 붓는다

비둘기는 꺼질 리가 없다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비둘기가 연신

비둘기를 뱉어낸다

 

 

 

 

2016 제4회 박재삼 문학상 수상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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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고영민 시인이 선정됐다.

 

사천시는 박재삼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심사한 결과 고영민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고영민 시인은 2015년에 발간한 네 번째 시집 구구를 통해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시인은 충남 서산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심사위는 시력 10년 이상 된 시인이 2015년 출간한 시집 가운데 한국의 걸출한 서정시인인 박재삼의 시 정신에 맞고, 치열하게 시작활동을 한 고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재삼문학상 역대 수상자는 제1회 이시영, 2회 이상국, 3회 이문재 시인이다.

 

4회 박재삼문학상시상식은 오는 611일 박재삼문학관에서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윤향숙)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올해 18회 박재삼문학제610일부터 이틀간 박재삼문학관 일원에서 개최되며 10일 전국 학생 시 백일장, 11일 청소년문학상, 일반인 백일장, 박재삼 문학의 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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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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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의 문학사적 성과와 위상을 기리고, 시인의 문학과 고향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담은 제3회 박재삼문학상에 이문재 시인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가 선정됐다.

 

올해 박재삼문학상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허영자, 강희근, 김연동 시인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2014년에 발간된 시집에서 10권의 시집을 엄선해 최종심에 올렸다심사위원 세 사람이 각각 10권의 시집을 받아 읽은 결과 최종심에 각자 세 권의 시집을 골라내었는데 각자가 선한 시집 그 세 권 중 공통으로 올린 시집이 한 권 나왔다. 이문재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이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이문재 시집의 작품 중 <사막>, <오래된 기도>, <혼자만의 아침> 3편의 시에서 보이는 관계의 세계미학에 대해 주목했다고 전했다.

 

강희근 시인은 이문재 시인은 사이관계를 탐색하고 그를 통해 이웃, 주변, 그대를 챙기는 관계의 미학을 보여 준다. 그것을 관념으로 바꾸어 말하면 사랑의 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문재 시인은 그 어느 경우이든 확실한 사물(형상)을 기점으로 사색과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말하자면 지향이 있되 그것을 형상으로 말하는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박수를 보내고자 하는 이유라고 박재삼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3회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이문재 시인은 십년 만에 시집을 내놓고 막막하던 차에 이런 격려를 받게 되었다. 스무 살 시절, 춘천 소양강가에서 박재삼 선생의 시를 읊조리며 가을을 맞이하던 때가 있었다. 삼십여 년 전, 그 늦여름, 가을이 오는 저녁 강가에서 혼자 태운 눈물이 저로 하여금 시의 길로 올라서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와 함께 애인에게 다가가려 한다. 생명에게, 평화에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려 한다박재삼의 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시가 있어야 할 기쁜장소를 넓혀나가기 위해 남은 힘을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문재 시인은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으로, 1982<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시사저널 기자(1989~2005), 문학동네 편집주간(1998~1999)을 지냈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동네 편집위원,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김달진 문학상, 시와 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경희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으로는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5권을 펴냈으며, 산문집으로는 <내가 만난 시와 시인>(문학동네, 2004),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호미, 20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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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 조동범

 

 

오늘은 축제의 밤이야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불행한 장미의 밤이지

붉은 장미를 바라보며

카니발의 행렬이 폭소를 터뜨리지

고깔모자를 쓴 광대는

신나는 나팔에 매달려

말랑하고 부드러운 리듬을 만들어내지

카니발의 밤은

깊고 아름다워

하늘을 가득 메운 색종이가

바람을 타고 허공을 맴도는,

그런 밤이야

카니발의 여인은 노래를 부르며

나팔 속으로 행진을 하고 있어

카니발의 큰북이

심장을 따라

붉은 리듬을 만들고 있어

오늘은 붉은 심장의 밤이지

벌거벗은 여자들은

광대들의 고깔모자를 빼앗아

공중에 던지지

흥겨운 공중은

빙글빙글 도는 고깔모자로 가득해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검은 왕관의 밤

여왕은 빛나는 지휘봉을 들고

최선을 다해 카니발을 지휘하지

나팔과 큰북이

검푸른 어둠을 서성이는 밤

카니발 너머에는

동굴처럼 길고 막막한

어둠이 기다리고 있지

어둠을 향하면서도

끊임없이 즐겁고 유쾌한

카니발의 행렬

여왕은 최선을 다해 웃고 있지

최선을 다해,

지휘봉을 돌리고 있지

고깔모자와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검은 왕관의

카니발 위에서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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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통영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김춘수 시문학상 조동범 시인의 '카니발', 김상옥 시조문학상 조동화 시조시인의 '영원을 꿈꾸다', 김용익 소설문학상 재미소설가 박경숙의 '빛나는 눈물'이 각 부문작로 선정됐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김혜숙 통영문인협회장)27일 시, 시조, 소설 장르별 심사위원회를 개최, '2013년도 통영문학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는 박주택, 장석남 시인이 시 부문, 이우걸, 유재영 시인이 시조 부문, 백시종, 방현석 소설가가 소설 부문을 각각 맡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자 조동범 시인은 경기도 안양 출생으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신대 문예창작학과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 등단했으며, 작품집으로는 시집 '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산문집으로는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문학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등이 있다. 현재 계간 시인동네, 격월간 시사사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중앙대, 서울예대, 한서대 문예창작학과에 출강 중이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조동범의 시집 '카니발'(문학동네)은 도시 생태학적 시선으로 자본과 속도의 문제를 탐구하며 불길한 죽음 의식과 팽팽히 대결, 은폐돼 있는 인간의 심층적 감정이나 원초적 욕망을 밀도 있게 관찰해 시속에 전각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주택 심사위원은 "김춘수 시세계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탁월한 시적 고투를 살피는 한편 최근 시적 활동을 활발, 시적 성취가 남다른 것을 기준으로 본선에 오른 10여 권 중 최종 5권을 다시 심사, 최종 조동범의 카니발을 선택했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조동범은 체험을 깊이 있게 인식해 자신을 세계와 고립시키지 않고,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인간과 현실의 관계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뛰어난 시인"이라고 평했다.

 

조동범 시인은 "시 쓰기가 설렘과 열정으로만 가득했던 날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언제나 일상을 벗어난 순간들이었고, 그런 날들이야말로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 아니었을까 싶다나는 나의 시가 일상성의 무의미한 파국에 함몰될까 언제나 두려웠고, 그것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 쓰기는 지리멸렬한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만 같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런 내게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으며, 오랜 기간 인내했던 시인으로서의 삶을 어루만져주었다. 가족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75일 오후 7시 통영문학제 개막식과 함께 문화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며, 창작지원금으로 각각 1천만원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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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 남진우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아이는 방바닥에 엎드린 채 산수 문제를 풀고 있었다. 복잡한 수식이 적힌 노트를 들여다보며 아이는 중력 암흑물질 벌레구멍 따위를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소년은 침대에 누워 천장의 사방연속무늬를 헤아리고 있었다. 소년의 머릿속 은하계 저편에서 죽어가는 별이 다른 우주로 건너가기 위해 마지막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천년은 욕실의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세면대에 한 방울씩 수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그는 언젠가 교수대 위에서 자기 목을 죄어들어오던 밧줄의 섬뜩한 촉감을 기억해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주름진 손으로 백지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사막을 가로질러온 바람이 허공에 모래먼지를 뿌리고 지나갔다. 이내 그가 적은 말들이 바람에 불려 쓸려나갔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붙박이장을 열고 두터운 옷들을 헤치고 들어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멀리서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비행기 편대가 날아와 공습을 시작했다. 개가 짖어댔고 고양이가 담벼락 너머로 사라졌고 전선 위의 새들이 깃을 치며 날아올랐고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밤샘 작업을 마치고 잠을 자기 위해 힘겹게 침대를 향해 가다가 거실 벽에 걸린 전신거울에 비친 흐릿한 모습을 보았다. 중력 암흑물질 벌레 구멍 같은 말들이 빠르게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둑한 방 한가운데 먼 혹성에서 온 노인이 불길한 미소를 띤 채 아득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풀어야 할 마지막 문제였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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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이숭원)4회 김종삼 시문학상에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문학동네)의 남진우 시인을 선정했다.

 

김종삼 시문학상은 김종삼(1921~1984) 시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대진대학교와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에서 2017년에 제정했다.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전년도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 시 정신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정한다.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는 남진우 시인이 2009<사랑의 어두운 저편>을 낸 이후 11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지난해 출간됐다. 수록된 작품은 모두 산문시로 총 68편이 4부로 나뉘어 담겼다.

 

남진우 시인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죽은 자를 위한 기도>, <타오르는 책>, 평론집 <신성한 숲>, <바벨탑의 언어>, <숲으로 된 성벽>, <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 산문집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작업은 시라고 하였다> 등이 있다. 대한민국 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종삼 시문학상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열릴 예정이며, 상금은 1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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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 / 윤제림

 

 

붉은 꽃 지고 푸른 꽃 핀다

 

손차양을 하고 해를 향해 마주 서면

,뜨거운 이파리들의 눈부신 개선

열흘 싸움에 지친 꽃들이

피 흘리며 떨어져 눕고

상처만큼 푸른 꽃들이

함성을 지르며

일어선다

 

이제 보니,

꽃들의 싸움도 참으로

격하구나

장하구나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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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8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윤제림 시인(61)의 시집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근배, 최문자, 곽효환 시인은 최종 후보 5개 작품 중 윤제림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수상작은 인간다움과 상생(相生)에 대해 노래한 시집. 심사위원들은 윤 시인은 무심히 스쳐 지나갔을 법한 일상과 기억, 농담, 작은 기사, 광고 전단지, 소소한 사물 등 주변의 다양한 것들을 무겁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시로 만들어낸다고전적 미감과 세련된 페이소스로 미학적 개성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의 시에서 독서와 체험을 통한 독특한 미적 감각과 미사여구가 눈길을 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푸른 꽃의 일부 문구인 열흘 싸움에 지친 꽃들이 피 흘리며 떨어져 눕고/상처만큼 푸른 꽃들이/함성을 지르며 일어선다/이제보니/꽃들의 싸움도 참으로/격하구나/장하구나가 대표적. 한 심사위원은 아름답고 쓸쓸한 미감과 서정성 그리고 윤 시인만의 시적 개성에 영랑시문학상이 값진 격려와 동행이 돼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윤 시인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너 해 전 꼭 이맘때 집이 화재로 전소되고 가족이 암 선고를 받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등 내게 잔혹했던 때가 있었다눈물 나는 상황에 바깥에 환히 핀 꽃을 보며 곧바로 생각난 건 영랑의 표현 찬란한 슬픔의 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문학상 중에서도 한 번쯤 타고 싶다고 생각한 상을 받게 돼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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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의 둘레 / 고진하

 

 

홀로 산길을 걷다 자주 발걸음 멈추는 곳

두루미천남성 군락이 있지

긴 헛줄기 끝에 긴 모가지를 쑥 뽑아올리고

외로이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두루미를 닮아 친해졌어

 

가시덤불과 바위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울퉁불퉁한 오르막길 하염없이 걷다

호젓한 꽃그늘에 앉아 숨을 고르다보면

외로움이 출렁, 온몸을 흔드는 순간도 있지만

 

입석(立石) 같은 외로움이

또 한 번 출렁, 한 무더기 빛으로 쏟아지기도 하네

 

홀로 피어난 것이 홀로 가는 것들을 감싸는

환한 둘레가 되는 일

뒤에 두고 온 두루미천남성이 던져준 빛이네

 

저물녘 산길을 내려오다 보니

이미 오래전 입적해버린 새의 주검 위로

나뭇가지에 열린 새들 뱃종뱃종 명랑의 둘레가 되고

 

 

 

명랑의 둘레

 

nefing.com

 

 

13회 영랑시문학상에 고진하 시인 '명랑의 둘레'가 선정됐다. 22일 전남 강진군에 따르면 올해 영랑시문학상에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진하 시인의 '명랑의 둘레'(문학동네)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영랑생가에서 열리는 영랑시문학의 밤 행사에서 진행된다.

 

김창한 영랑기념사업회장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엄격히 심사했다""수상자로 선정된 고진하 시인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고진하 시인을 선정한 심사위원단은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고진하는 성()과 속()이 갈등하고 화해하고 공존하는 삶의 과정을 특유의 사유와 감각의 방식으로 탐색해 온 시인"이라며 "영랑 선생이 평생 일구어낸 자연 서정의 깊이와도 친밀하게 상통한다"고 밝혔다.

 

고진하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꽃망울이 터지려고 팽팽해지는 3월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수상 소식을 듣고 반갑다기보다는 약간 긴장이 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제 마음도 팽팽해졌다"고 말했다.

 

영랑시문학상은 2015년에 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예선에서 10권을 골라 본선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시상식은 제13회 영랑문학제가 열리는 29일 오후 5시 강진 영랑생가 입구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한편 29일 열리는 영랑문학제는 풍물패(길놀이)를 시작으로 영랑시문학상시상, 영랑골든벨, 청자 및 모란화분 전시, 영랑시집 및 기념품판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30일에는 전국영랑백일장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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