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몇 퍼센트입니까 / 박세미

 


숨어 있는 문이 있다는데
항상 열쇠를 쥐고 다녀야 한다는데
배우가 되려면 목구멍 깊숙이
눈물을 잘 흘려야 한다는데

당신 옆을 지나칠 때 우연히
내 걸음이 놓친 것들 나를 통과한 말들
진심이 진심에 덮여 사소해질 가능성
내가 나일 확률

뜀틀 하나를 넘으면 다시 뜀틀

낮과 밤의 경계에서
누군가는 동물이 된다는데
몸속을 뒤집어 가장 순결한 보호색을 띤다는데
당신이 당신일 확률

뜀틀 하나를 넘으면 다시 뜀틀
그릇이 깨지는 날엔 손이 가벼워졌다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있다는데
스스로 밧줄을 쥐고 있을 가능성

당신 얼굴을 그리고
손가락으로 외곽을 문지르면
당신이 흔들린다
내가 흔들린다

뜀틀 하나를 넘으면 다시 뜀틀
나는 뜀틀과 넘어진다

 

 

 

내가 나일 확률

 

nefing.com

 

 

[심사평]

 

이번 제11회 김만중문학상 심사는 다양한 성취를 보인 한국 시단의 쟁쟁한 중견 및 시인들의 최근 시집이 추천되어 올라와 있었다.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성윤석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강한 실험정신과 함께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신인 가운데서는 박세미 시인의 개성적 시집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성윤석 시인은 불안하고 유동적인 영혼의 순간을 통해 최종적인 삶의 차원으로서의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기록을 남겨주었다. 삶의 복합성을 승인하면서 시인은 단선적인 흑백논리나 계몽적 의지를 지우고 어떤 중간자적이고 미완의 형식으로 끊임없이 출렁일 수밖에 없는 삶의 심연을 응시하고 있다. 단단하고 또 꽉 찬 시적 형상과 존재론이 미덥게 다가왔다. 이 시집에 얹힌 이번 수상이 그의 짧지 않은 시력(詩歷)에 상응하는 크나큰 격려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런가 하면 박세미 시인은 부서지고 작아진 자아를 되비추고 또 일으키면서 자아의 익숙한 틀을 오히려 벗어나는 기막힌 균형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한 시대를 건너가고 있는 이행기의 한 젊은 시인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시에 의해 우리 시의 또 다른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시인으로서의 이력에 주어지는 첫 수상을 축하드린다.

 

거듭 두 분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김언희(시인), 유성호(평론가, 한양대 교수, )

 

 

 

 

11회 김만중문학상에서 조해진 소설가가 단순한 진심으로 소설부문 대상, 성윤석 시인이 시집 ‘21701223로 시·시조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남해군은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제11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와 제11회 김만중문학상 운영위원회를 각각 개최하고 수상작 선정작업을 마무리해 지난달 30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번 시상에서 박세미 시인이 신인상 부문 시집 내가 나일 확률로 신인상을 받았다.또 시집 심상을 발간한 강달수 시인이 남해군 홍보와 남해문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유배문학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김만중문학상은 기존의 공모방식에서 탈피했다.

 

올해 공모는 1차로 추천위원의 추천 작품을 접수 받은 다음 2차로 심사위원 심사를 거치는 2단계 과정을 도입했다.

 

소설 부문 심사는 이경자 소설가·평론가 정호웅 홍익대 교수가, ·시조 부문은 김언희 시인·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맡아 3개월에 걸쳐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7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다.

 

각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 신인상·유배문학특별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