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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開 / 김지하


부연이 알매 보고
어서 오십시오 하거라
천지가 건곤더러
너는 가라 말아라
아침에 해 돋고
저녁에 달 돋는다

내 몸 안에 캄캄한 허공
새파란 별 뜨듯
붉은 꽃봉오리 살풋 열리듯

아아
'花開!'

 

 

 

화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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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권력에 맞서 자유의 증언을 계속해온 양심적인 행동인 김지하는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김영일(金英一)이다. 아호로 노겸, 노헌(勞軒), 우형(又形), 묘연(妙衍)이 있다. 필명 ‘지하(地下)’가 굳어져 이름처럼 사용되자 ‘지하(芝河)’라 하게 됐다. 1953년 산정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목포중학교에 입학했으나, 1954년 강원도 원주로 이사하면서 원주중학교에 편입했다. 1956년 원주중학교를 졸업하고 1969년 중동고등학교를 나와 1966년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대일 굴욕 외교 반대투쟁에 가담해 첫 옥고를 치른 이래 ‘오적 필화 사건’, ‘비어(蜚語)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8년간의 투옥, 사형 구형 등의 고초를 겪었다. 1980년대에는 생명운동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1991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분신자살이 잇따를 때 「죽음의 굿판을 당장 걷어 치워라」라는 제목의 글을 조선일보에 기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지하는 생명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 비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노태우 정부를 돕게 된 결과를 낳아 많은 이들의 비난과 원성을 샀다. 이 일을 계기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직과 회원자격 정지 결정을 당하기도 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로부터 ‘로터스 특별상’(1975)을, 국제시인회의로부터 ‘위대한 시인상’(1981)을 받았다. ‘크라이스키인권상’(1981), ‘이산문학상’(1993), ‘정지용문학상’(2002), ‘만해문학상’(2002), ‘대산문학상’(2002), ‘공초문학상’(2003), ‘영랑시문학상’(2010) 등을 수상했다.

 

 

 

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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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시상하는 제10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작으로 김지하(61)씨의 ‘화개’(실천문학사刊)가 7일 선정됐다.

대산문학상은 부문별로 3천만원씩 모두 1억5천만원의 상금을 주는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이다. 올해는 소설부문에 김원우(55)씨의 「객수산록」(문학동네刊), 희곡부문에 김명화(36)씨의 「돐날」, 평론부문에 김윤식(66)씨의 「우리 소설과의 대화」(문학동네刊), 번역부문에 이인화 원작소설 「영원한 제국」을 영역한 유영난(48)씨의 「Everlasting Empire」(미국 이스트브리지刊)가 각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는 "「화개」는 민주화운동 후유의 시대의 울적과 긍정을 직설적이고 열정적으로 그러나 단순화하지 않고 역설적으로 표현해 시와 삶의 내력에 또 하나의 표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객수산록」은 "문학마저 한없이 가벼운 소비재로 인식되는 ‘문학의 위기’ 시대에 반속정신을 통해 본질의 회복을 지향하는 작가의 외롭고 지난한 투쟁은 우리 문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고 평가됐다.

이어 「돐날」은 "드라이한 언어와 반어적 유머로 386세대의 도덕적 추락과 인간적 파괴를 적나라하게 도해했다"는 평을, 「우리 소설과의 대화」는 "우리 소설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종횡무진 점검하며 문학사적 맥락과 개인사적 문맥을 함께 열어보이는 대화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을 각각 들었다.

심사위는 「Everlasting Empire」에 대해 "18세기 조선조의 직제와 문물 등을 뛰어난 영문으로 번역했다"며 후한 점수를 주었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대연회장에서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겸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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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시 1 / 김지하

 

 

거의 백 살 넘어 자신

만병통치 의사

산마루 선생께서다

 

나를 진맥하시며 가라사대

서푼짜리 분노부터 싹 버리쇼

 

순간 떠오른 것이 김수영의

바람아 먼지야로 끝나는

고궁 시

 

그래

 

오늘

그것을 버린다

 

그래서 오늘이 어쩌면

내 못난 시의 생일날이다

 

오늘이

며칠인가?

무슨 날인가?

 

버린다고 과연 버려지는가?

어허허허

 

 

 

못난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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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은 계간 시와 시학, 사단법인 영랑기념사업회가 공동 주관한 제8회 영랑시문학상 본상에 시인 김지하 씨가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수상 시집은 '못난 시들'(이룸), 우수상에는 김선태 시인의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가 선정됐다.

 

김지하 시인은 지난 1969'황톳길', 김선태 시인은 1997'간이역'으로 각각 등단했다.

 

영랑시문학상은 현대문학사에서 순수 서정시를 개척한 영랑 김윤식(1903~1950)의 생애와 문학사적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2003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문학상이다. 문학상 선정에는 시인 고은, 신달자씨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강진군은 "김지하 시인은 그동안 시인으로서 쌓아온 업적과 삶의 진정성, 작품성 등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큰 시인이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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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선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는 남도의 정서를 잘 노래하면서 상처와 성찰의 언어로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여 여백의 울림과 삶의 다양한 형상들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통해 얻어낸 실감이 어우러져 남도의 노랫가락처럼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으로 바다 생명의 기막힌 아름다움심오한 생명의 지혜를 터득한 시편들은 대상과 언어에 대해 깊이 천착한 뒤 완성시킨 리듬감 때문에 구수한 소리처럼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의 시는 언어로 그려내고 연주하는 한 폭의 산수화이자 남도의 노랫가락이다.

 

시상식은 4월 말 강진군 강진읍 남성리 영랑생가 일원에서 열리는 영랑문학제 기간에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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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언저리 / 김지하

 

 

,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 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절, 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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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황톳길’(1969)로 등단한 이후 김지하의 시력(詩歷) 34년은 그 어느 영혼의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고 사상사의 나침반에 시혼을 내맡긴 채 표류하는 미학적 항해사였다.

 

출항 때의 저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투지로 다져진 저항시들이 받았던 지지와 갈채와 성원은 세계문학사상 희귀한 혁명시의 성공사례였다. 그는 언어의 마술사로 군부독재에 단독자로 맞서, 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으로 견인해냈다. 유신통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김지하 시인은 저항시인에서 사상시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으며, 이후 오늘까지도 그의 지적 편력의 허기증은 지속되고 있다. 그는 변혁의 사상사적 원동력을 토착적인 민중신앙에서 탐구하면서 밥, 생명사상, 율려(律呂)사상 등등을 창출, 전개해 왔다.

 

그는 저항시를 뒤로 자리바꿈시키고도 끊임없이 변혁(개벽)에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사와 민족사를 응시하면서 간헐적인 발언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유도해 냈다. 그의 행동과 작품은 당대의 민중이 원하든 않든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파장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 설사 반역사적인 발언일지라도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야기되어 역사적인 진보에 도움을 주는 역기능까지 가진 이 미묘한 시인의 역할은 다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김지하 시인의 몫이다.

 

,그 언저리는 시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슬픔의 정치학화개에 이은 새로운 문화 정치학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인 방향 전환의 시도이다. 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 이 시인의 처절한 궁극적인 시대정신의 갈구 자세가 바로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 어쩌면 김지하의 긴 항해 앞에 곧 새 미학적 항구가 보일 듯한 예감이 든다. 아마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시경(詩經)’의 세계로의 귀환일지 모른다.

 

- 심사위원 임헌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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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봉 1 / 김지하

 

 

멀리서 보는

백학봉(白鶴峰)

 

슬프고

두렵구나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흰 학,

 

봉우리 아래 치솟은

저 팔층 사리탑

 

고통과

고통의 결정체인

저 검은 돌탑이

왜 이토록 아리따운가

왜 이토록 소롯소롯한가

 

투쟁으로 병들고

병으로 여윈 지선(知詵)스님 얼굴이

오늘

웬일로

이리 아담한가

이리 소담한가

 

산문 밖 개울가에서

합장하고 헤어질 때

검은 물위에 언뜻 비친

흰 장삼 한자락이 펄럭.

 

아 이제야 알겠구나

흰 빛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절, 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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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김지하(61) 씨가 선정됐다.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즘을 개척한 정지용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참여 시인인 김씨가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여러모로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상작은 백학봉(白鶴峰·1)’이다.

 

김씨는 유신 독재에 항거하다 8년 동안 옥고를 치렀으며 황토’‘오적’‘타는 목마름으로등의 시집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저항 시인으로 자리 잡았다.

 

김씨는 나에게 지용상을 주겠다고 한다. 기쁘다기보다 두렵다.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접한 이래 40여 년을 내내 아직까지도 두려운 분이 지용 선생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에서 치러지는 서울 지용제행사와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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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 한수남

 

 

혼백상자 등에다 지고

가슴앞에 두렁박 차고

한 손에 빗장 쥐고

한 손에 호미 쥐고

한 질 두 질 수지픈 물 속

허위적 허위적 들어간다

이여싸나 이여도싸나

 

섬에 와서 노래를 배웠다. 민박집 주인 할매는 죽은 할머니와 여러 군데 닮았다. 담배도 잘 피우고 욕도 잘하고 이여싸나 이여도싸나 큰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방바닥 장단을 두드리더니 숭한 년, 옆집 살던 과부 욕을 해댔다. 고데구리배 그물이 몸땡이 감아드는 줄도 모르고 젊은 것이 욕심을 부렸다고, 해삼이고 전복이고 소라고 하나 더 따믄 뭣에 쓸 거냐고, 온 동네 발칵 뒤집힌 사연 날수를 헤아리다 아껴둔 소주병을 꺼냈다. 홍합을 까먹으며 매운 소주를 마시며 섬에 온 지 사흘째 나던 밤이었다. 네일 아침배로 어서 떠나라고 육지가시네 갯바람 들면 탈난다고 해놓고 뜨건 국물을 자꾸 부어주고 있었다. 열여덟에 시집와서 어언 오십년 물질 안하고 놀면 몸살 나는 내력을 조곤조곤 털어놓고 있었다. 비닐장판이 익어가는 아랫목 스르르 잠이 들면 꿈에서 꼭 이어도를 볼 것만 같은 밤이었다. 낭창한 허리에 볼그족족 뺨이 붉었다는 그 젊은 과부가 살고 있을까 이여싸나 이어도싸나 마당가 빨랫줄에 걸린 검정 고무 옷도 휘잉 휘이잉 슬픈 노래를 부르던 밤이었다.

 

 

 

 

 

 

 

[심사평]

 

쉬워서만이 아니다.

 

다른 작품들이 거의 예외 없이 너무 빠른 이들의 짱구 돌리기나 너무 늦은 이들의 詠物詩차원이어서 지겨운 탓만도 아니다.

 

현재 우리시의 가장 큰 문제점인 다음 세 가지에 대해 자의식을 우선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점, 몇 마디 하겠다.

 

첫째, 노래와 줄글이 함께 있다. 물론 그 자체로서 온전치는 않다. 그러나 기왕의 전통 音譜律지옥이라는 폄하까지 곁들여 대책 없이 내던지고 줄글로 무장해제하는 것에 대한 경계와 자각이 분명히 깔려 있는 점은 우선 중요하다. 산문이 혼돈 그 자체는 아니다. 散調에도 本疾이라는 미학적 규범의 조건이 분명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국권상실과 함께 이미 있었던 이른바 허튼소리의 전통까지도 다 잃어버린 점이다. 사설시조로 봐도 한양가에는 노래와 줄글의 엇섞임이 있다. 이런 엇섞임이나마 되살리고 싶은 의지가 은연중 서려있는 점 때문에 감히 당선작으로 고른다. 겉으론 줄글이지만 그 밑에 서양식 비트가 집요하게 거늘려 있는 요즘의 시유행 따위는 도무지 봐줄 건덕지가 없다. 그리고 은 특별히 성교소리(voice of sex)’라고 부른다. 높낮이도 없는 평균적인 퉁퉁퉁과 왔다 갔다 뿐이니 애당초 지루하다. 성교도 사랑이 있을 땐 높낮이는 상식 아닌가!

 

지금 우리시의 제일 명제는 새 차원에서 들숨 날숨의 장단을 회복하는 것이다. 장단위에서 그 나름으로 줄글이다. 박둥을 잡아야만 바람직한 요즘의 엇 그늘이 생기는데 해녀는 일단 그 소망에 접근하고 있다.

 

둘째, 분명 민중시 계열임에도 남성 코드가 아닌 여성적인 바다감성이다. 이것은 앞으로 다가오는 여성중심의 음개벽에서 매우 중요하다.

 

셋째, 머지않아 흰 그늘의 네오, 르네상스는 시산기의 상식이 될 것이다. 그 전제가 지금 대유행중인 色魔性에서 惡魔性에로의 검은 그림자 이동 현상인데 바람직한 것은 그 검은 그림자말고 툭 터진 열과 색정의 세계, 그야말로 흰 그늘일 것이다.

 

해녀들의 그 큰 엉덩이의 숭한 이나 낭창한 허리에 볼그족족 뺨이 붉은 젊은 과부등의 그 칙칙한 색정의 그늘은 이여싸나 이여도싸나의 저 새하얀 신비의 섬 이어도의 투명한 빛과 융합된다.

 

15세기 피렌체 르네상스의 미학적 열쇠말은 어스름한 저녁 그늘 속에 문득 솟아오르는 흰빛인데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말의 부정적 출처가 다름 아니라 당대한 젊은 시인의 다음의 시 구절이었다는 사실이다.

 

흰눈부심을 거느린 검은 악마들의 시위마지막으로 해녀玄覽性(여성스럽게 아기스러움)이 앞으로 큰, 목포문학의 큰 미덕이 될 것이다.

 

- 심사위원 :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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