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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입이 없는 것들 / 이성복


저 꽃들은 회음부로 앉아서
스치는 잿빛 새의 그림자에도
어두워질까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가득한 것들

나는 꽃나무 앞으로 조용히 걸어나간다
소금밭을 종종걸음 치는 갈매기 발이
이렇게 따가울 것이다

아, 입이 없는 것들

 

 

 

아, 입이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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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출생으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러 백일장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경기고교에 입학하여 당시 국어교사였던 시인 김원호를 통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때 <창작과 비평>에 실린 김수영의 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1971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황지우, 김석희, 정세용, 진형준 등과 친분을 쌓았고 1976년 복학하여 황지우 등과 교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1977정든 유곽에서등을 <문학과 지성>에 발표, 등단했다. 대구 계명대학 강의 조교로 있으면서 무크지 우리세대의 문학1에 동인으로 참가했다.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평가하는 말을 빌리자면 철저히 카프카적이고 철저히 니체적이며 철저히 보들레르적이었던 이성복은 1984년 프랑스에 다녀온 후 사상에 일대 전환이 일어나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 그리고 논어와 주역에 심취했다. 이후 낸 시집이 동양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남해금산이다. 시에는 개인적, 사회적 상처의 원인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었다. 시인은 보다 깊고 따뜻하며, 더욱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뛰어난 시 세계를 새로이 보여준다. 서정적 시편들로써 서사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 시집에서 이성복은 우리의 조각난 삶과 서러운 일상의 바닥에 깔린 슬픔의 근원을 명징하게 바라보면서 비극적 서정을 결정적으로 고양시켜 드러낸다. 이 심오한 바라봄-드러냄의 변증은 80년대 우리 시단의 가장 탁월한 성취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환상소설의 한 장면처럼 납득하기 힘든 상황의 묘사, 이유가 선명하지 않은 절규 등을 담아냈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한 이성복은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언어 파괴에 능란하다. 의식의 해체를 통해 역동적 상상력을 발휘, 영상 효과로 처리하는 데도 뛰어나다. 그러나 객관적 현실에 대해 냉소적이라거나 그 여름의 끝이후의 관념성을 비판 받기도 했다. 그는 초기 시의 모더니즘 경향에서 벗어나 동양의 형이상의 세계에 심취했다.

 

1989네르발 시의 역학적 이해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고 1991년 프랑스 파리에 다시 갔다. 다른 삶의 방법에 대한 모색의 일환으로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와 함께 후기구조주의를 공부했다. 1982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2회 김수영문학상, 2007기파랑을 기리는 노래-나무인간 강판권등으로 5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남해 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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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성복(52) 씨의 시집 `아, 입이 없는 것 들'(문학과지성사)과 소설가 윤흥길(62) 씨의 연작소설집 `소라단 가는 길'(창비)이 제12회 대산문학상의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희곡은 박상현(43) 씨의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평론은 황광수(60) 씨 의 평론집 `길 찾기, 길 만들기'(작가), 번역은 박황배(59) 씨가 스페인어로 번역한 `이상 시선집'(베르붐)이 각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은 "10여년 만에 발표한 시집으로 젊음의 탄력과 연 륜의 깊이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소설집 `소라단 가는 길'은 "성장소설, 회고담을 뛰어넘어 참혹하고 고통스러웠던 한 시대의 생생한 증언으로, 문학 본연의 자리와 보편적 가치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수상후보에 올랐다가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희곡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는 "우리 극작가로서는 드문 덕목인 지적인 관점, 그리고 치밀하고 정 교한 구성력을 갖추었다"는 평을, 평론집 `길 찾기, 길 만들기'는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현실의 변화와 역사적 전망과 관련지으며 진지하고 깊이 있게 추적했 다"는 평을 받았다.

`이상 시선집'을 번역한 재미교포 박황배 씨는 미국 시타델대학 스페인문학과 교수. 이상의 모든 시를 `오감도 및 다른 시들(A vista de cuervo y otros poemas)' 이란 제목으로 번역한 이 시집은 "원작의 실험성을 선명한 스페인어로 훌륭히 재현 해 한국문학의 다양성과 깊이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스페인어 번역본이 수상 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시상하는 대산문학상은 부문별 3천만원씩 모두 1억5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이다. 시, 소설, 희곡부문 수상작은 주요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다. 재단은 내년부터 상금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은 26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연회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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