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 시편 1 / 김종철
등신불을 보았다.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을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다간다.
제13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종철 시인의 「등신불」연작이 선정됐다. 이번 `정지용 문학상' 심사를 맡은 김남조, 고은, 김윤식, 오세영, 김재홍씨는 선정 이유서에서 아래와 같이 김종철 시인의 작품을 분석했다.
"이 시는 인간 존재를(중략) `빈 몸' 혹은 `떠돌이'의 모습으로 표상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허무한 것 또는 무소유로 게시하고 있다.(중략) 인간의 본성, 즉 육신과 정신의 양면성에 대한 질문을 근본문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중략)"
또 「등신불」연작은 뒤집어보기라는 역설에 의해 진실과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존재에의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구도시(求道詩)또는 증도가(證道歌)로서의 특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가작이라고 평했다.
특히 "한국 현대시에서 종교적인 명상 또는 진지한 존재에 관한 형이상적 성찰이 부족한 점에 비추어 이 작품이 지니는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고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철 시인은 47년 부산출생으로 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시집으로는 「서울의 유서」,「오이도」,「못에 관한 명상」등이 있으며 윤동주 문학상과 편운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지용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8일 이기윤, 유안진, 오세영, 신달자, 정구관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오후 6시부터 열릴 계획이다.
한편 옥천의 대표적 시인인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지용회(회장 이근배 시인)가 제정한 정지용 문학상은 계간 `시와시학'이 수상작을 선정해 매년 5월 중 시상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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