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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 / 이하석

 

 

비슬산의

숭엄과 신화의 바위가

검은 속 왈칵왈칵 쏟아내어

질펀한 서사를 이룬 것입니다.

 

그 물 대구시내 들어오는

가창 끝머리쯤에서

맑은 죽음들 품어 쓰다듬는 할머니가 떠먹고,

한바탕, 서러운 술을 깨우는 것입니다.

 

그렇지, 그 깨움을 들고서야 겨우,

어미 강이 되는 것입니다.

수달이든 왜가리든 고라니든 인간이든

선 것들 입에 젖 물린 채

마구 불어나는 것입니다.

 

그 죽은 이들의 자식들 여전히 여기서 자라기에

대구분지는 그렇게 문득 또, 환하게

젖는 것입니다.

한바탕, 새로 저항해야,

깨어나는 것입니다.

 

 

 

 

천둥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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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 시인이 천둥의 뿌리’(한티재, 2016)로 제14회 이육사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지난 29일 이육사 문학 축전이 펼쳐진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렸다.

 

이육사 시문학상은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TBC2004년 제정했다. 상금은 2천만 원.

 

천둥의 뿌리는 대구 가창댐, 경산 코발트 광산 등 역사의 현장을 유족들과 수년 동안 찾은 시인이 “10월 항쟁을 핥고 되새김질하는 언어로 그려내길바라며 194610월항쟁과 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죽음의 기억을 담은 시집이다.

 

심사를 맡은 문정희, 박태일, 송재학, 염무웅, 황현산 등은 죽음을 호명하면서 그들의 뼈와 혼백이 발소리를 내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없을 수 없다. 70세 시인의 필력은 섬세하고 예리하다고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하석 시인은 가창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진 참혹한 처형의 기운에 휩싸였다. 그 죽음의 시를 쓰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졌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하석 시인은 1948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1971현대시학으로 등단해 1980년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 ‘연애 간()’ 등이 있다. 1987년 대구민족문학회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현재 예술마당솔 이사장, 대구문화예술회관 예술감독이다. 대구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광협문학상, 대구시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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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 : ‘이제, 문학은 어디로 가는가?’

-46호 가을호 게재작품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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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상징계의 절벽에서

 

완성되지 않는 글쓰기의 도정에서 늘 지쳐있는 제게 큰 위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란 없는 것을 찾고, 도달 불가능한 것을 지향하며, 상징계의 절벽으로 자신을 끝없이 내모는 일입니다. 그것은 늘 실패이고 당혹이며 고통입니다. 그래도 눈먼 사람처럼 글의 미로에서 헤매는 것은, ‘아버지의 법칙을 거부하며 상식을 조롱하고 공리를 의심하는 것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지속적인 힘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90년대 초반 등단한 이후 영문학 연구를 핑계로 20여 년간 문단을 떠났다가 다시 문학적 글쓰기를 시작한 지 이제 5년여밖에 되지 않는 신인입니다. 문학 앞에서 제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고, 제 가슴은 늘 설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학은 언어라는 무기물無機物을 건드려 매혹의 생물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은 반복을 혐오하며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사막에서 새로운 물길을 찾는 작업입니다. 그 고단한 코뮌의 동지들을 사랑합니다. 부족한 제 글을 수상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계간 시와경계에 경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굿모닝,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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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코비드시대의 진단과 시 창작 방향 제시에 돌올한 성과

 

4회 시와경계 문학상 심사를 마쳤다. 금년부터 평론도 심사범위에 포함하였다. 시부분과 평론부분 중에서 한 분야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잡지가 좋은 시와 우수한 평론을 만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에서이다. 심사 작품은 2019년 겨울 호부터 2020년 가을 호까지 발표한 신작시’, ‘특집시’, ‘오늘의 주목할 시인’, ‘신인특집에 게재한 306편과 기획특집에 게재한 평론까지 총 310편이다.

 

심사위원은 손진은 이대흠 우대식 천수호 시인이다. 심사위원께 필자의 이름을 삭제한 총 310편의 작품을 보낸 후 최종 10편을 선정하도록 하였다. 보내온 40편 작품의 필자를 복기한 결과 정우영 시인이 2, 정학명 시인의 두 작품이 각각 1표씩, 오민석 시인의 평론이 3표였다. 논의할 사항도 없이 오민석 평론가의 이제, 문학 어디로 갈 것인가가 선정되었다.

 

심사평은 아래와 같다.

 

오민석의 이제, 문학은 어디로 가는가?를 올해의 시와경계 문학상으로 결정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 글은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문학사의 통찰은 물론, 현 시대 문학의 나아갈 바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명쾌하게 진단함으로써 시인들의 창작 방향의 제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문학이 사라짐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글의 가장 큰 전제이고 필자가 밝힌 문학사의 통찰이다. 이는 이상과 백무산 시에 대한 견해에서 두드러진다. 필자는 그런 맥락에서 개인성과 사회성의 불가피한 연결을 죽음의 위협을 동반하며 각인하고 있는 코비드-19’를 주목한다. 지금 우리 시는 탈근대(postmodern)’를 넘어 코비드 시대로 넘어가고 있으며, 이제 세계는 코비드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나누어질 것이라고 선언한다. 코비드가 우리에게 던져준 새로운 인식은 바깥(지구)의 운명이 자신(개인)의 운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것을 근대적 개인을 대체하는 공동체적 개체의 출현으로 잡고 있다. 개체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구비한, 주체의 안과 밖을 동시에 사유하는 겹 주체성(double subjectivity)’.

 

모든 변화의 산물들은 활용의 대상이지 거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문학 환경의 변화도 고찰하면서 시각적 이미지와 문자언어가 서로 만나는 디카시를 사라짐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장르라고 보는 점도 충분히 공감한다.

 

단언컨대, 이 글은 최근 우리 시단의 문학담론 가운데서 예지와 통찰, 미시성과 거시성의 조화 등에서 단연 돋보이는 비평이다. 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심사위원 이대흠 우대식 천수호 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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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 들다 / 박현덕

 

 

계속 가도 대숲이다, 낭창낭창 걸린 고요

 

그 사잇길 무릎 괴고 한 뒷박 눈물 거두면

 

가슴에

가슴에 쌓인

상처가 콕 찌른다

 

 

 

화순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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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군수 최형식)이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한 제7회 담양송순문학상 작품공모의 심사를 마치고 수상작을 선정했다.

 

송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 21일 본 심사위원으로 한승원, 손택수 작가, 이지엽, 이미란 교수를 선정해 심사한 결과 수상작으로 박현덕 작가의 시조 대숲에 들다가 대상에, 양진영 작가의 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이 우수상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담양 송순문학상은 면앙 송순(1493~1582)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과 담양만의 특색 있는 문학상 정착과 향후 문화 콘텐츠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2012년 제정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송순문학상 본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문순태 위원장은 대상을 받은 시조집 대숲에 들다는 장소가 지니는 지역성과 역사성을 서정적 언어로 충분히 풀어내 미학적 보편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우수상을 받은 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양산보의 후손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전했다.

 

한편 제7회 담양 송순문학제는 오는 30일 오후 7시 문화회관에서 시상식과 함께 나태주 시인의 문학강연이 진행되며, 부대행사로 담양문인협회 시낭송대회, 담양문화원 문학기행, 송순회방연 행사 등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문학향연으로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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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수상자 없음

 

 

 

담양군, 제6회 송순문학상 수상작 선정 - 광주타임즈

[담양=광주타임즈]조상용 기자= 담양군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한 제6회 담양송순문학상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군은 최근 후보작 심사회를 열어 제6회 송순문학상으로 김옥애

www.gj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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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향기에 취하다 / 이상인

 

 

전라도 담양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대숲 향기가 널려 있다

몇 개씩 먹감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빨랫줄 집게에 물려 펄럭이기도 한다

 

그 푸른 향기는,

참새 떼를 이루어 몰려다니거나

곤줄박이처럼 짝을 지어 다니면서

우리네 생의 울타리나 헛간을 뒤진다

 

고샅을 걷다가 어르신을 만나도

낯선 이를 만나도 눈인사와 함께

한 움큼씩 대숲 향기를 건넨다

받은 것은 호주머니에 고이 간직했다가

다른 이에게 따뜻하게 건네야 한다

 

그러니까

대숲 향기에 푸욱 젖어 들어야 한다

흔히 굴뚝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기도 하고

밥그릇이나 숟가락에 얹혀 있거나

꿈속 밤 하늘에 펄럭이기도 하는데

아침에 시간의 이부자리를 털면

사그락사그락

서너 마리씩 날아오르기도 한다

 

어디론가 느리고 아늑하게 이끌어주는

담양의 푸른 대숲

마냥 취해서 더 깊이 빠져들고 싶은

사랑이며 추억이며 그리움이다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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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문학의 보고(寶庫)인 전남 담양군이 18일 제5회 송순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면앙정 송순(14931582)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과 지역 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마련된 이번 공모전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진행돼 모두 87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거쳐 대상작없이 '백년을 기다린 대나무 꽃', '담양 대숲 향기에 취하다', '대숲에 이는 바람' 등 모두 3편의 작품을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동화 분야에선 김덕령 장군과 영웅을 위해 꽃을 피우는 대나무 이야기를 엮어 나간 '백년을 기다린 대나무 꽃'이 문장의 서술이나 이야기 완성도가 높아 호평을 이끌어냈다.

 

시 분야에서는 '담양 대숲향기에 취하다'가 담양 전체를 아우르며 시적 소재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적 형상화에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소설 분야에서는 '대숲에 이는 바람'이 담양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고증 및 자료 수집 등의 노력을 기울인 점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됐다.

 

군 관계자는 "담양을 소재로 한 시와 소설 등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담양다움을 간직한 뮤지컬, 연극 등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담양의 신르네상스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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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말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함에도

여전히 할 말이 많다

할 말이 많은 것은

고집과 욕망이 많다는 것,

더 버리기 위해

내 사랑 남도에서

시를 묻는다.

아직 길 위이지만 언젠가는 집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2016년 늦가을

이지엽

 

 

 

 

담양에서 시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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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대표 문인이자 담양 출신인 면앙 송순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지역문학 저변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실시한 제4회 담양송순문학상 공모 결과 담양지명을 은유적인 시로 아름답게 표현해 낸 이지엽 작가의 시집 담양에서 를 묻다가 영예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상작 담양에서 를 묻다는 담양과 남도의 풍물을 배경으로 한 작품집으로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담양의 명소, 정자 등을 친숙하고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그려냄으로써 담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우수상은 동시집 우리 대나무의 박정식 작가와 동화 쌀엿 잘 만드는 집의 강효미 작가에게 돌아갔다.

 

동시집 우리 대나무는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효자손, 필통, 대나구니, 부채등 대나무의 속성을 바탕으로 형상화한 시편들을 아이들의 정서를 작품에 적절히 녹여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또한, 산문 분야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쌀엿 잘 만드는 집은 담양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삼아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판타지 형식으로 출중하게 구성해 우수한 작품으로 선정됐다.

 

한편, 시상식은 지난 26일 담양문화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가운데, 대상 수상자에게는 2000만원의 상금이,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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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 남진우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아이는 방바닥에 엎드린 채 산수 문제를 풀고 있었다. 복잡한 수식이 적힌 노트를 들여다보며 아이는 중력 암흑물질 벌레구멍 따위를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소년은 침대에 누워 천장의 사방연속무늬를 헤아리고 있었다. 소년의 머릿속 은하계 저편에서 죽어가는 별이 다른 우주로 건너가기 위해 마지막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천년은 욕실의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세면대에 한 방울씩 수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그는 언젠가 교수대 위에서 자기 목을 죄어들어오던 밧줄의 섬뜩한 촉감을 기억해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주름진 손으로 백지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사막을 가로질러온 바람이 허공에 모래먼지를 뿌리고 지나갔다. 이내 그가 적은 말들이 바람에 불려 쓸려나갔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붙박이장을 열고 두터운 옷들을 헤치고 들어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멀리서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비행기 편대가 날아와 공습을 시작했다. 개가 짖어댔고 고양이가 담벼락 너머로 사라졌고 전선 위의 새들이 깃을 치며 날아올랐고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밤샘 작업을 마치고 잠을 자기 위해 힘겹게 침대를 향해 가다가 거실 벽에 걸린 전신거울에 비친 흐릿한 모습을 보았다. 중력 암흑물질 벌레 구멍 같은 말들이 빠르게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둑한 방 한가운데 먼 혹성에서 온 노인이 불길한 미소를 띤 채 아득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풀어야 할 마지막 문제였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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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이숭원)4회 김종삼 시문학상에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문학동네)의 남진우 시인을 선정했다.

 

김종삼 시문학상은 김종삼(1921~1984) 시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대진대학교와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에서 2017년에 제정했다.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전년도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 시 정신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정한다.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는 남진우 시인이 2009<사랑의 어두운 저편>을 낸 이후 11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지난해 출간됐다. 수록된 작품은 모두 산문시로 총 68편이 4부로 나뉘어 담겼다.

 

남진우 시인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죽은 자를 위한 기도>, <타오르는 책>, 평론집 <신성한 숲>, <바벨탑의 언어>, <숲으로 된 성벽>, <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 산문집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작업은 시라고 하였다> 등이 있다. 대한민국 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종삼 시문학상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열릴 예정이며, 상금은 1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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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림 / 길상호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스위치를 끄면 어둠이 고여 드는 방,

밤은 적당히 짜고 달고 매콤하고

 

얽힌 손길에 더는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지금은 저 방에 나란히 갇혀야 해요

 

배꼽 속 지루한 인연이 모두 우러나오고

눈에 담긴 통증도 흐물흐물 풀리면

 

액자 속 다정했던 시절로 우리

찰칵 찰칵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요

 

방 안 가득했던 어둠이 졸아들면

정수리에 모여든 쓸쓸한 거품을 걷어주면서

 

이제 어떤 말에도 쉽게 상처받지 않는

짭조름한 심장을 갖고 살기로 해요

 

한없이 뒤척이게 되더라도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배어들기 위한 일,

 

검은 밤이 너무 일찍 끝나버리면 안 되니까

심장의 불꽃을 중불로 내려주세요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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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김종삼시문학상 시상식이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다. 본 시상식은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와 대진대학교가 주최하고 김종삼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했다. 3회 김종삼시문학상 당선작은 길상호 시인의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이다. 길상호 시인에게는 김종삼 시인을 형상화한 트로피와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김종삼 시 문학상은 김종삼 시인(19211984)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도에 대진대학교가 후원·제정한 상이다. 김종삼 시인은 황해도 은율 출신으로 1947년 월남하여 시집 돌각담으로 데뷔하였고 민간인이라는 시로 현대 시학상을 수상했다. 김종삼 시인은 사람들의 가난함과 고독함에 대한 순수시를 써오며 과감한 생략을 통해 여백의 미를 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작품집으로는 개인 시집인 누군가나에게물었다외 두 편, 시선집 북치는 소년’, ‘평화롭게’, 연대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 공동시집인 본적지가 있다. 1984년 사후에는 김종삼 시인의 모든 시집과 시를 담은 김종삼 전집이 출간됐다.

 

본 상의 심사기준은 김종삼 시인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데뷔한지 10년 이상의 작가들의 작품집 중에서도 해당 연도에 발매한 시집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수상자인 길상호 시인은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였으며 현대시동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등을 받았다. 현대인들의 외로움에 대한 서정시를 쓰는 것으로 알려진 길상호 시인은 우리의 죄는 야옹”,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3편의 시집을 출간했다.

 

김종삼 시 문학상의 심사는 김명인 시인, 정호승 시인, 김승희 시인이 맡았다. 심사평을 맡은 김승희 시인은 “2020년에 심사 작들 모두 개성이 강하며 주제가 다양한 시집들이 많았다. 요즘 시인들의 재능이 빛나고 있다.”라며 문학상에 투고한 모든 작품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김 시인은 김종삼 시인은 가장 추상적인 현대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생활의 밑바닥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주는 내용 있는 생활 시인이다. 이 때문에 현실의 무게가 깃들어있는 길상호 시인의 시집에 마음이 갔다.”라고 말했다.

 

단상에 나온 길상호 시인은 이번 시의 시제를 준비하면서 이름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부모님 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잘 달고 있는가 고민했다. 48년을 돌아보니 지금 내 스스로가 내 이름을 너무 방치한 듯하다.”라며 울먹였다. “김종삼 시인의 시처럼 제 시도 어떤 사람들에게 목마름을 해소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내 이름을 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모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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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뉴스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길상호 시인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었던 김종삼 시 정신에 대한 질문에 김종삼 시 정신이란 사람, 동물 가리지 않는 세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 중에서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인 듯하다. 아마 저와 제 시 속에서 김종삼 시인의 그런 정신을 봤기 때문에 이 상을 주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축사를 맡은 이숭원 운영위원장은 길상호 시인을 축하했다. 이어 원래 순서였던 이면재 대진대학교 총장은 개인 일정으로 인하여 불참하였고 대신 신재희 기념사업회 회장이 대리로 전했다. 이면재 총장은 “3회째인 시문학상이 점차 커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라 말했다. 그리고 작년 봄에 김종삼 시인의 부인이신 정귀례 여사가 돌아가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여사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이 시문학상을 기념하기 위해 팝페라가수 팀 라클라쎄Westlife‘You raise me up’과 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공연이 있었다.

 

내년에도 더욱 다양하고 개성 강한 작품들이 나오길 바라며 김종삼 시인과 시인의 시 정신을 기념하고 그와 같은 시인을 발굴해 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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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리필 / 박상수

 

 

너 고기 좋아해?

 

오늘 하루 두 번이나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수 없었지, 이젠 내가 먼저 가겠다는 말도 못하고…… 아메리칸 레스토랑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네가 갑자기 물었어 고기, 고기라……

 

회식하고 집에 가다 버스에서 잠든 적이 있지 깨보니 주변엔 아무도 없고, 기사 아저씨도 없는데, 어디서 고기 냄새가 나는 거야 침샘이 폭발했지 내 옷에서 나는 냄새였어

 

우리는 먹었지 목살이랑, 삼겹살이랑, 계속 가져다 먹었어 먹자골목에서 네가 찍은 집, 구두 벗고 들어가기 싫다니까 깔깔깔 네가 하이파이브를 해줬지

 

신을 벗으면 고기랑 너무 멀어지잖아

 

불판을 여섯 번이나 갈면서, 말도 없이 먹었다 양파, 고기, 마늘, 고기, 쌈장, 고기…… 올릴 수 있는 건 다 올려서 씹었어

 

들려?

?

우리 살찌는 소리

 

정말이네, 털보 언니가 미소 지으며 다운 패딩 입혀주는 느낌, 그래, 난 좀비 언니들이 떼로 와서 기모 레깅스랑 펠트 워머를 같이 입혀주나 봐, 무서워, 우리 얼른 먹어서 이 무서운 것들을 다 없애버리자

 

둘이서 칠인분을 먹었나 봐. 된장국에 공깃밥까지는 먹으려다 그건 못했지 너는 젓가락을 덜덜 떨며 말했다 못살아, 왜 이것밖에 못 먹는 거야……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그니까, 먹은 것보다 못 먹은 게 무한이라서 무한 리필인 건가, 나도 같이 울었어

 

모공들이 다 열려버려서, 우린 기름종이를 나누어 가졌지 립밤도 다시 발랐어 그래도 한 정거장쯤은 걸을까? 미안해 얘들아, 천국에 못 간 돼지들, 걔네들이 아직도 붙어있나 봐, 밤거리를 걸었지만 숨이 차서, 반 정거장도 못 걸었지, 포기하자 다 포기하고 , 택시를 잡아타자

 

불빛 찬란한 밤거리

이렇게 달릴 때가 제일 빛나지

다들 걸어가는데 우리만 달려가니까

우리만 앞으로 나가는 것 같으니까

 

연두부처럼 맘이 풀려서는 내가 물었어

 

무슨 생각해?

, 구역질나게 배부르고, …… 멍해서, 좋다는 생각

 

멍한 것 뒤에는 더 멍한 게 있을까 아님 아무것도 없는 걸까, 뭐가 더 좋은 걸까? 우리는 계속 달렸지 입을 벌리고 차창 바람을 먹으며, 에코처럼, 네가 물었어

 

넌 무슨 생각 하는데?

아까 남긴 고기 생각

 

내릴 때가 되니까 네가 붙어 앉았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뭐라고 속삭였어 분홍색 면봉이 귓바퀴를 들락날락, 근데 무슨 말인지 안 들리잖아, 내 손을 잡고, 빤히 보면서, 네 입술이 움직였지

 

가지 마

오늘

같이 있자.

 

 

 

오늘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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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제2회 김종삼 시문학상의 수상자로 박상수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 시집은 오늘 같이 있어이다.

 

김종삼 시문학상은 김종삼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대진대학교의 제안과 후원을 받아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 2017년에 제정한 상이다.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전년도 1 1일부터 12 31일 사이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의 시 정신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시집을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인 박상수 시인은 2000년 동서문학에서 시를, 2004년 현대문학에서 평론을 발표하여 작가로 데뷔했다. 시집으로는 후르츠 캔디 버스 숙녀의 기분이 있으며 평론집으로는 귀족 예절론 너의 수만가지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줄게가 있다.

 

수상 시집인 오늘 같이 있어는 작년 9월 문학동네의 109번째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이 시집은 작가의 두 번째 시집인 숙녀의 기분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열람실과 학생 식당을 전전하던 전작 속 여성 화자들은 이 시집에서 사회 초년생 여성이 되어 직장과 회식 자리에서 폭력과 부조리를 마주한다.

 

수상작 선정은 이숭원, 정호승, 김기택, 심재휘, 오형엽, 곽효환 등으로 구성된 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이 예심을 담당하여 6권 내외의 후보작을 본심에 올렸다. 이후 김승희(시인, 서강대 명예교수), 이숭원(평론가, 서울여대 명예교수), 남진우(시인, 명지대 교수)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1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2 8일 오후 여섯 시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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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잘 모르겠어 / 심보선

 

 

당신의 눈동자

내가 오래 바라보면 한 쌍의 신()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

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

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

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꺼풀은 지그시 닫히고

무릎은 가만히 펴졌지

 

거기까지는 알겠으나

 

새는 다시 날아오나

 

신은 언제나 죽나

 

그나저나 당신은 ‥…

 

 

 

 

오늘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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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이숭원)는 김종삼 시문학상 1회 수상자로 심보선 시인을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김종삼 시문학상은 한국 순수시의 지평을 넓힌 김종삼(19211984)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김종삼 시인기념사업회(회장 심재휘)가 나서고 시인의 시비가 있는 경기 포천의 대진대학교가 후원해 지난해 제정됐다.

 

수상자 선정 기준은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해당연도(심사일의 전해) 11일부터 1231일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시집'이다. 심사위원은 김인환, 송재학, 남진우였다.

 

상금은 1천만원이고,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6시 대학로 '예술인의 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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