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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 / 유홍준

 

 

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가 먼 데를 바라보고 있다

 

대나무 우듬지가 요렇게 살짝 휘어져 있다

 

저렇게 조그만 것이 앉아도 휘어지는 것이 있다 저렇게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있다

 

새는 보름달 속에 들어가 있다

 

머리가 둥글고, 부리가 쫑긋하고, 날개를 다 접은 새다 몸집이 작고 검은 새다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창문 앞에 앉아

나는 외톨이가 된 까닭을 생각한다

 

캄캄하다, 대나무 꼭대기를 거머쥐고 있던 발가락을 펴고 날아가는 새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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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통영시문학상에 유홍준·이은규·우은숙·최진영 씨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강수성)는 한국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통영 출신 문학인의 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발전에 이바지한 유능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을 시상하고자 통영문학상을 마련, 1일 올해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통영시문학상은 '청마문학상' '김춘수 시문학상' '김상옥 시조문학상' '김용익 소설문학상' 4개 부문을 시상하며, 수상작은 작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 등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한다.

 

올해 청마문학상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유홍준, 시인동네), 김춘수 시 문학상은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이은규, 문학동네), 김상옥 시조문학상은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우은숙, 시인동네), 김용익 소설문학상은 <겨울방학>(최진영, 민음사)이 뽑혔다.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2000만 원의 상금이, 그 밖의 수상자에게는 10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전달된다. 시상식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10월 중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 통영문인협회 주관으로 진행된다.

 

한편, 통영시는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2000년 청마문학상을 제정했다. 이후 2015년부터는 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등 4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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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 류인서

 

 

여기서 만났을 거다 우리

미끄럼틀과 시소, 혼자 흔들리는 그네, 생울타리에 기댄 작은 청소 수레가 속한

모래의 세계

 

이쪽 기울 때 너는 떠올랐니

우리는 평균대가 아니어서

균형점을 앞에 두고 나뉘어 앉는 세계

시소는 약속이 아니어서

잽싸게 무게를 버리며 달아날 수 있다

떠 있는 빈자리와 쏟아지는 이의 우스꽝스런 엉덩방아,

이것은 갑에게서 가볍게 을이 생략되는

저울놀이

 

데워진 모래는 한결 기분이 좋다

 

굴을 파고 두더지 놀이를 하면

구근 대신 손을 묻어둘 수 있다

꽃과 쓰레기 장난감 블록들

싹 트는 경작지

원통의 미끄럼 터널 속으로 청소부처럼 사라지는, 나쁜 공기처럼 빨려 나오는

아이들

굴뚝을 지나는 그을음 묻은 해

바짓단에 떨어지는 해변

 

꽁초와 휘파람,

아무래도 이곳은 빌딩 창문에서 더 잘 보이는

어른들의 세계

토르소로 떠다니는 구름 우주복

잠깐 나타났다 지워지는 그림자들 숨소리들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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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류인서, 박명숙 시인과 김유진 소설가가 ‘2019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 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강수성)는 지난해 71일부터 올해 531일까지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 등을 거쳐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수상자를 선정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김지하 시인으로 시집 흰 그늘’(출판사:작가)이며 김춘수 시문학상은 류인서 시인의 작품집 놀이터’(출판사:문학과지성사)이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은 그늘의 문장’(출판사:동학사)을 펴낸 박명숙 시인에게 돌아갔으며 김용익 소설문학상에는 보이지 않는 정원’(출판사:문학동네)을 낸 김유진 소설가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3일 통영예술제 개막식에 맞춰 한산대첩광장에서 열리며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2천만 원, 그 밖의 수상자에게는 1천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주어된다.

 

한편 통영시는 한국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통영출신문학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청마문학상을 제정했으며, 2015년부터 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등 4개 부문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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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창고 / 이수명

 

 

우리는 물류 창고에서 만났지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차려 입고

느리고 섞이지 않는 말들을 하느라

호흡을 다 써 버렸지

 

물건들은 널리 알려졌지

판매는 끊임없이 증가했지

창고 안에서 우리들은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오곤 했지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어

 

무얼 끌어내리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담당자처럼 걸어 다녔지

바지 주머니엔 볼펜과 폰이 꽂혀 있었고

전화를 받느라 구석에 서 있곤 했는데

그런 땐 꼼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

 

물건의 전개는 여러모로 훌륭했는데

물건은 많은 종류가 있고 집합되어 있고

물건 찾는 방법을 몰라

닥치는 대로 물건에 손대는 우리의 전진도 훌륭하고

물류 창고에서는 누구나 훌륭해 보였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누군가 울기 시작한다.

누군가 토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서서

등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고

몇몇은 그러한 누군가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대화는 건물 밖에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숙이라 쓰여 있었고

그래도 한동안 우리는 웅성거렸는데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소란하기만 했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정숙을 떠올리고

누군가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조금씩 잠잠해지다가

더 계속 계속 잠잠해지다가

이윽고 우리는 어느 순간 완전히 잠잠해질 수 있었다.

 

 

 

 

물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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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는 28일 청마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등 2018 통영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문정희 시인으로 작품집 작가의 사랑이며,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는 이수명 시인으로 작품집 물류창고이다.

 

김상옥시조문학상은 작품집 못의 시학을 펴낸 박지현 시인에게 돌아갔으며, 김용익소설문학상은 작품집 당신의 비밀의 홍명진 작가를 선정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김춘수시문학상·김상옥시조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씩의 상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오는 10 13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8 통영문학상 본심심사에 청마문학상은 김명인(시인·고려대 교수), 오세영(시인·서울대 명예교수), 허영자(시인·성신여대 명예교수), 김춘수시문학상은 이하석(시인·대구문학관장), 채호기(시인·서울예술대 교수), 김상옥시조문학상은 박기섭(시조시인), 오승철(시조시인), 김용익소설문학상은 구효서(소설가), 하창수(소설가, 번역가)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통영문학상은 지난 2017 7 1일부터 올해 6 30일 기간 중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 본심의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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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 / 김산

 

 

푸른 저녁이 등의 짐을 잠재우는 시간으로 돌아가겠다.

고독의 밀실로 말하노니,

구름의 검은 조등이 맨발 아래 스멀거리는 구나.

죄를 지은 사람과 죄를 벗은 사람 사이에서

분분히 포말 되는 거울의 말을 사랑한 적 있다.

섬이 떠다닌다. 한 섬 두 섬 세 섬 선한 양들을 부르듯.

섬은 별의 공동묘지. 저기 아래.

죽음의 정박을 절체절명의 몸부림이라고 이해하겠다.

어둠이 하얗다고 소년이 소리친다. 그것은 비석의 그림자를 본

늙은 매의 날갯짓이 전생을 파닥거리는 불온한 외침.

어린 송장의 관의 문을 열고 비로소 명멸하는 저녁,

잔디들이 일제히 일어나 향을 피우며 음복을 한다.

바람의 후레자식들이여! 무릎 꿇고 고개를 숙여라.

집을 잃은 성근 별들이 뜨거운 손을 잡고,

들개 한 마리가 앞발을 천천히 거두어 가슴으로 덮는다.

 

바람이 분다. 죽어야겠다.

바람이 불지않는다. 그래도 죽어야겠다.

 

 

 

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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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통영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청마문학상에 천양희(사진) 시인, 김춘수시문학상에 김산 시인, 김상옥시조문학상에 문희숙 시인, 김용익소설문학상에 조해진 작가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통영문학상은 통영출신인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소설가 김용익을 기리고 있다. 통영문학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까지 1년간 전국에서 출간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했다.

 

선정 결과 청마문학상은 천양희 시인의 작품집 '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사)'가, 김춘수시문학상은 김산 시인의 작품집 '치명(파란)'이 선정됐다. 이와 함께 김상옥시조문학상에는 문희숙 시인의 작품집 '짧은 밤 이야기(고요아침)', 김용익소설문학상은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창비)'가 선정됐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상금으로 2000만 원을 받고, 나머지 수상자에게는 1000만 원을 받는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0월 21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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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라는 생각 / 이현승

 

 

꿈이 현실이 되려면 상상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절망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

 

참으로 이기지 못할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이다

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럭저럭 살아가면서

우리는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고, 망명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뭘 해야 한다면

 

이런 질문,

한날한시에 한 친구가 결혼을 하고

다른 친구의 혈육이 돌아갔다면,

나는 슬픔의 손을 먼저 잡고 나중

사과의 말로 축하를 전하는 입이 될 것이다

회복실의 얇은 잠 사이로 들이치는 통증처럼

그렇게 잠깐 현실이 보이고

거기서 기도까지 가려면 또

얼마나 깊이 절망해야 하는가

 

고독이 수면유도제밖에 안 되는 이 삶에서

정말 필요한 건 잠이겠지만

술도 안 마셨는데 해장국이 필요한 아침처럼 다들

그래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방에서 의자에서 자고 있지만

 

참으로 모자란 것은 생활이다.

 

 

 

 

생활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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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지난 17일과 18 '2016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은 청마문학상과 김춘수 시 문학상, 김상옥 시조 문학상, 김용익 소설 문학상 등이다.

 

2016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시집 <보고 싶은 오빠>(창작과비평)를 낸 김언희 시인이었다.

 

이와 함께 김춘수 시 문학상에는 <생활이라는 생각>(창작과비평)을 쓴 이현승 시인이, 김상옥 시조 문학상에는 박영식 시인이 선정됐다. 박 시인은 <굽다리 접시>(동학사)를 썼다. 김용익 소설 문학상에는 <애니>(문학과지성)를 쓴 정한아 작가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은 지난 한 해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엄정한 예심과 본심사를 거쳤다.

 

당선자에게는 청마문학상 2000만 원, 나머지에게는 각각 1000만 원 상금을 준다.

 

시상식은 10 15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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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아 / 김이듬

 

 

이 인간을 물어뜯고 싶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 야 어딜 만져 야야 손 저리 치워 곧 나는 찢어진다 찢어질 것 같다 발작하며 울부짖으려다 손으로 아랫배를 꽉 누른다 심호흡 한다 만지지 마 제발 기대지 말라고 신경질 나게 왜 이래 팽팽해진 가죽을 찢고 여우든 늑대든 튀어나오려고 한다 피가 흐르는데 핏자국이 달무리처럼 푸른 시트로 번져가는데 본능이라니 보름달 때문이라니 조용히 해라 진리를 말하는 자여 진리를 알거든 너만 알고 있어라 더러운 인간들의 복음 주기적인 출혈과 복통 나는 멈추지 않는데 복잡해죽겠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간들 나는 말이야 인사이더잖아 아웃사이더가 아냐 넌 자면서도 중얼거리네 갑작스런 출혈인데 피 흐르는데 반복적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큰 문이 달린 세계 이동하다 반복적으로 멈추는 바퀴 바뀌지 않는 노선 벗어나야 하는데 나가야 하는데 대형 생리대가 필요해요 곯아떨어진 이 인간을 어떻게 하나 내 외투 안으로 손을 넣고 갈겨쓴 편지를 읽듯 잠꼬대까지 하는 이 죽일 놈을 한 방 갈기고 싶은데 이놈의 애인을 어떻게 하나 덥석 목덜미를 물고 뛰어내릴 수 있다면 갈기를 휘날리며 한밤의 철도 위를 내달릴 수 있다면 달이 뜬 붉은 해안으로 그 흐르는 모래사장 시원한 우물 옆으로 가서 너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히스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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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영시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지난 18일 위원회를 열고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정끝별,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로 김이듬, 김상옥시조문학상 수상자로 서숙희, 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로 윤고은씨를 각각 결정했다.

 

정끝별 시인은 1964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8년 문학사상 신인 발굴 시 부문에 칼레의 바다  7편의 당선으로 등단했다.

 

김이듬 시인은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했다.

 

서숙희 시인은 1959년 경북 포항 기계면 출생으로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에 당선(1992)돼 문단에 나왔다.

 

윤고은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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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 박판식

 

 

모자와 박쥐우산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 물건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애완용 개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명이 있다면

더 어울리지 않는다

내게는 딸이 없다, 나와 어울리지 않아서다

 

하지만 내 인생은 태어나지 않은 딸과 늘 동행하고 있다

웅덩이가 모자처럼 떨어져 있다 인생은

그 위를 지나가는 멀리서 온 구름이다

옷을 입은 개가 맨발일 때

이 경이로운 세상을 둘러보기 위해 얼굴이 세 개나 네 개로 늘어날 때

모자 대신 접시를 머리에 얹고 걸어도 이상할 게 없다

 

개업식 경품 행사로 1등 자전거에 당첨된 일이 있다

빵집 주인이 내 이름을 세 번 연속 불렀는데

끝내 나가지 않았다, 빵집은 반년 만에 폐업했고

이 시장 골목에선 흔한 일이다, 처녀 시절 아내가 키우던 개가 죽었다

개는 죽기 직전 젖은 걸레 위로 올라갔고

자신의 똥 위로 올라갔고 이부자리 위로 올라갔고 나의 배 위로

올라갔다, 죽은 개는 나와 어울린다, 개가 죽고 문득

아들이 태어났다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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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문학상에 박판식, 김상옥 시조문학상 박옥위, 김용익 소설문학상에는 조용호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회장 김혜숙)는 올해의 통영문학상 수상자로 김춘수 시문학상에 박판식 시인의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에 박옥위 시조시인의 '조각보 평전', 김용익 소설문학상에 조용호 작가의 '떠다니네'를 선정했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2014년 통영문학상 심사는 시 부문에 이기철, 장석주 교수, 시조부문은, 윤금초, 홍성란 시인이 소설 부문은 임철우 작가와 김원일 교수가 맡았다.

 

시 문학상 수상자 박판식 시인은 1973년 생으로 경남 함양에서 출생해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문학과 경계편집위원과 문학선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와 광운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그는 2001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해 2003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와 2004년 시집 밤의 피치카토’ 2013년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를 발간했다.

 

이기철, 장석주 심사위원은 일곱 권 중에서 네 권을 최종후보로 검토했다. 문성해 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윤성택 시집 감에 관한 사담들이승희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박판식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등이다.

 

네 분 시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활짝 꽃 피우고 있어서 누가 수상자가 되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심사자는 고심 끝에 독창성과 개성에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박판식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2014년도 김춘수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택했다. 고 평했다.

 

김상옥 시조문학상 당선자 박옥위 시인은 한국 시조문학계의 중견 시인이다. 그녀는 1941년생으로 1967년 무렵 울산문인협회 한국지부회원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현대시조와 시조문학에 동시(同時)천료되면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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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 조동범

 

 

오늘은 축제의 밤이야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불행한 장미의 밤이지

붉은 장미를 바라보며

카니발의 행렬이 폭소를 터뜨리지

고깔모자를 쓴 광대는

신나는 나팔에 매달려

말랑하고 부드러운 리듬을 만들어내지

카니발의 밤은

깊고 아름다워

하늘을 가득 메운 색종이가

바람을 타고 허공을 맴도는,

그런 밤이야

카니발의 여인은 노래를 부르며

나팔 속으로 행진을 하고 있어

카니발의 큰북이

심장을 따라

붉은 리듬을 만들고 있어

오늘은 붉은 심장의 밤이지

벌거벗은 여자들은

광대들의 고깔모자를 빼앗아

공중에 던지지

흥겨운 공중은

빙글빙글 도는 고깔모자로 가득해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검은 왕관의 밤

여왕은 빛나는 지휘봉을 들고

최선을 다해 카니발을 지휘하지

나팔과 큰북이

검푸른 어둠을 서성이는 밤

카니발 너머에는

동굴처럼 길고 막막한

어둠이 기다리고 있지

어둠을 향하면서도

끊임없이 즐겁고 유쾌한

카니발의 행렬

여왕은 최선을 다해 웃고 있지

최선을 다해,

지휘봉을 돌리고 있지

고깔모자와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검은 왕관의

카니발 위에서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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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통영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김춘수 시문학상 조동범 시인의 '카니발', 김상옥 시조문학상 조동화 시조시인의 '영원을 꿈꾸다', 김용익 소설문학상 재미소설가 박경숙의 '빛나는 눈물'이 각 부문작로 선정됐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김혜숙 통영문인협회장)27일 시, 시조, 소설 장르별 심사위원회를 개최, '2013년도 통영문학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는 박주택, 장석남 시인이 시 부문, 이우걸, 유재영 시인이 시조 부문, 백시종, 방현석 소설가가 소설 부문을 각각 맡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자 조동범 시인은 경기도 안양 출생으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신대 문예창작학과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 등단했으며, 작품집으로는 시집 '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산문집으로는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문학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등이 있다. 현재 계간 시인동네, 격월간 시사사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중앙대, 서울예대, 한서대 문예창작학과에 출강 중이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조동범의 시집 '카니발'(문학동네)은 도시 생태학적 시선으로 자본과 속도의 문제를 탐구하며 불길한 죽음 의식과 팽팽히 대결, 은폐돼 있는 인간의 심층적 감정이나 원초적 욕망을 밀도 있게 관찰해 시속에 전각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주택 심사위원은 "김춘수 시세계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탁월한 시적 고투를 살피는 한편 최근 시적 활동을 활발, 시적 성취가 남다른 것을 기준으로 본선에 오른 10여 권 중 최종 5권을 다시 심사, 최종 조동범의 카니발을 선택했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조동범은 체험을 깊이 있게 인식해 자신을 세계와 고립시키지 않고,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인간과 현실의 관계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뛰어난 시인"이라고 평했다.

 

조동범 시인은 "시 쓰기가 설렘과 열정으로만 가득했던 날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언제나 일상을 벗어난 순간들이었고, 그런 날들이야말로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 아니었을까 싶다나는 나의 시가 일상성의 무의미한 파국에 함몰될까 언제나 두려웠고, 그것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 쓰기는 지리멸렬한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만 같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런 내게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으며, 오랜 기간 인내했던 시인으로서의 삶을 어루만져주었다. 가족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75일 오후 7시 통영문학제 개막식과 함께 문화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며, 창작지원금으로 각각 1천만원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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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변주곡 / 이광석

 

 

바다는 제 혼자 다니는 길이 있다

고급 세단 같은 상어가 다니는 길을 비켜

토종 전어 고등어떼 마실 다니는 작은 골목길을 달빛으로 간다

세월의 파편이 된 낡은 기억들 하나 둘 사라지고

돌아갈 수 없는 낯선 길 앞에 바다는 지금 아프다

보아라 물 어디에도 내가 적실 그리움은 없다

각혈하듯 시의 꽃을 피우던 가포 겨울바다도

조개껍데기처럼 개펄에 엎드려 있다

바다가 마지막 종점인 사람들에겐 바다는 더 이상

내 줄 어깨가 없다 세상의 집들이 어둠에 업혀

잠들 때 밤새 뒤척이던 바다는 제가 숨겨놓은

옛길 하나 불러낸다 그 길섶에 문신처럼 박힌 묵은 통증,

등지느러미 날 세운 쪽빛 너울로 환급 받고 싶다

 

 

 

 

바다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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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와 청마문학회가 공동으로 수상하는 올해 청마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들이 선정됐다.

 통영시는 제11회 청마문학상 수상작 본상에 이광석 시인(75)의 '바다 변주곡'이 결정됐다고 17일 밝혔다.

 또 신인상에는 류인서 시인(50)의 '여우'와 박지현 시조시인(54)의 '저물 무렵의 시'가 각각 확정됐다.

 지난해까지는 본상만 시상해왔으나 신진작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신인상을 제정해 본상과 함께 시상한다.

 본상은 3000만 원이 신인상에는 각각 10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시상식은 통영문학제 개막식인 10월1일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에 마련된 무대에서 열린다.

 '청마문학상'은 청마 유치환 시인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문학인의 창작의욕을 높이기 위해 통영시가 2000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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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김광림


허탈하고플 때가 있다.
미운 것도 고운 것도 모른 채
높은데도 낮은데도
아랑곳없이
그저 허공을 향해
십자목에 걸친 채 의연히 서서
소슬바람에 옷자락 날리다가
마침내 '허리케인'에 휘말려
속사정 다 드러내고
나뒹구는
허수아비 마냥
미련 없이
존재하고플 때가
간혹 있다.

 

 

 

 

허탈 하고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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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는 청마문학회와 공동으로 수여하는 올해 청마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린 청마문학회 심사위원회에서 '김광림 시인'의 시집 '허탈 하고플 때'(풀잎문학, 2007년)를 제10회 청마문학상 작품으로 최종 선정했다.

 

1929년 함경남도 원산 태생으로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김광림 시인은 1948년 '연합신문' 시발표로 등단한 후 이번 수상작외 시집 16권과 평론집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장안대 일문과 교수와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수상경력으로는 제5회 한국시인협회상과 대한민국 문학상이 있다.

 

시상식은 '2009통영문학축제' 기간인 7월3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통영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청마문학상의 지위격상 및 예술창작의욕 고취를 위해 시상금을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증액해 시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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