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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기적 / 유종인

 

다람쥐나 청설모가
입안 가득한 상수리 열매를 어쩌지 못해
도린곁 어웅한 데다
그걸 파묻어 버리곤 더러 잊는다고 한다
나 같으면 나무 십자가라도 세워 놓았을 그곳을
까맣게 잊어버린 탓에
먼 훗날 푸른 어깨를 겯고 숲이 나온다 한다

기억보다 먼저
망각이 품고 나온 숲,
용서보다 웅숭깊은 망각,
어딘가 잊어 둔 파란 눈의 감정도
여러 대륙에 걸쳐 사는 당신도
어쩌면 망각을 옹립한 탓에 

 

 

 

 

숲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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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10회 김만중문학상 시시조부문에 응모한 작품집들을 읽었다. 작품집들을 상대로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은 녹록하지 않았다. 경합한 작품집들의 수준도 높았고, 각 작품집들의 문학적 관심사도 다양했다.

 

우리나라 시의 활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새롭고 충분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고유하고 신선한 작품세계를 선보인 작품집들도 많았다.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시시조부문 대상작으로 유종인 시인의 시집 숲시집을 선정했다. 유종인 시인은 1996년에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그 동안 왕성하고 우직하게 시작활동을 해왔으며 시적 갱신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아왔다.

 

유종인 시인의 시집 숲시집은 세계에 대한 해박한 고전적 이해에 기초해 있고, 바깥 풍경에 자신만의 내면을 세심하고 유려한 시구로 투영하고 있는 작품집이다. 은은하고 고적하고 겸허한 시심이 돋보이는, 근년에 그 시적 성취가 단연 돌올한 작품집이다. 뿐만 아니라, 유종인 시인이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이 우리 시단에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유종인 시인의 수상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문태준, 오형엽

 

 

 

아껴 먹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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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이 지난 10일 유배문학관에서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수상작 선정을 마무리하고 당선작을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김만중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은 ‘숨은 눈’의 장정옥 작가, 시ㆍ시조 부문 대상은 ‘숲시집’의 유종인 시인이 영예를 안았다.

또한 신인상에는 시조집 ‘목력’의 조경선, 유배문학특별상 부문은 ‘서포 김만중과 남해’ 외 다수의 책을 집필한 김성철 씨가 각각 당선됐다.

소설부문 대상을 받은 장정옥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해무’로 등단했으며, 2008년 제40회 여성동아에 장편소설 ‘스무살의 축제’가 당선됐다. 이후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등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ㆍ시조 부문 대상을 차지한 유종인 시인은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 외 9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02년 농민신문, 2003년 동아일보 시조 부분에 각각 당선됐으며,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도 당선된 시인이다. 시집으로 ‘아껴먹는 슬픔’, ‘양철지붕을 사야겠다’, ‘수수밭 전별기’, ‘사랑이라는 재촉들’ 외 산문집으로 ‘염전-소금이 일어나는 물거울’, ‘산책-나를 만나러 떠나는 길’ 등을 발간했다. 지훈문학상, 송순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천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김만중문학상 공모에는 407권의 작품집이 접수됐다. 소설 부문 심사에는 한국 문학계의 거장 한승원, 소설가 편혜영,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 허경진 심사위원이, 시ㆍ시조 부문은 시인 문태준,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오형엽 심사위원이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영예의 소설부문 대상 수상작인 ‘숨은 눈’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것을 깊이 있게 해부해 이 시대에 걸맞은 여성 서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시ㆍ시조 부문 심사위원은 “경합한 작품집들의 수준도 높았고, 각 작품집들의 문학적 관심사도 다양해서 고심이 깊었다”며 “‘숲시집’은 세계에 대한 해박한 고전적 이해에 기초해 있고, 바깥 풍경에 자신만의 내면을 세심하고 유려한 시구로 투영하고 있는 작품집”이라고 평가했다.

장르 구분 없이 진행된 신인상은 소설부문과 시ㆍ시조부문으로 나뉘어 심사위원들이 최종심사 대상작을 선별한 후, 최종 선정하는 엄정하고 객관적인 과정을 밟았다.

신인상 수상작인 시조집 ‘목력’은 생활현실의 경험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교감을 시도하는 동시에 시적화자의 내면 속에 침묵의 심연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시적회로를 형성하는 묘미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남해군은 오는 11월 2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며,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500만 원, 신인상ㆍ유배문학특별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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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되지 않는 문장 / 지연구

 

 

 

 

 

 

 

 

 

 

 

 

 

 

 

 

 

제9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 수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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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올해 김만중문학상 시부분에는 질적으로 완성도 높은 우수한 작품들과 함께 예년에 비해 양적으로 응모작품수가 크게 늘어나 김만중문학상의 권위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단 두 사람의 작품을 시상 대상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우열의 기준이 필요하여 심사위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종합하면서 아울러 김만중문학상의 제정취지를 존중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정하고 심사에 임하였다.

 

첫 번째는 창의성에 비중을 두었다.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 참신성 등을 감안하였다. 따라서 익숙한 소재와 상투적인 내용을 담을 작품들은 배제되었다. 그리고 김만중문학상 제정 초기 김만중선생의 생과 작품연구의 결과로 얻은 시작품들이 수상한 사례를 고려한 듯한, 작품의 소재가 선생의 삶과 작품의 틀에 굳게 가두어져 있는 작품들도 선택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예술성에 비중을 두었다. 모방성이 강한 작품들, 독자들로부터 매력을 끌지 못하는 주제의 작품들이 배제되었다. 감성의 경락을 자극하지 못하고 종전 수상 작품들의 틀에 얽매여 창작의 노력에 비해 평가절하 된 작품들은 특히 시조 부분에서 많았다.

 

마지막으로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성의부족도 우열을 가리는데 고려하였다. 권위 있는 문학상에 도전하는 만큼 작품을 다듬는데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기본 예의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거르고 거른 끝에 일상을 시적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이 돋보인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6, ‘칼국수 집 영자 아줌마  6, ‘수리되지 않는 문장'  6, 이상 3명의 작가로 압축되었으며, 심사숙고 토론 끝에 풍부한 시적 상상력과 세련된 문장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탁월한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6편을 금상으로, ‘수리되지 않는 문장  6편을 은상으로 선정하였다.

 

다양한 기준과 시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심사에 열중하였으나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보지 못한 수작들, 또 심사위원의 취향에 따라 결과에서 밀려난 작품들도 있을 것이다. 이점은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심사위원 : 이우걸, 이처기, 김일태

 

 

 

 

 

 

경남 남해군이 제9회 김만중문학상 당선작을 발표했다.

남해군은 지난 3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제9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당선작에 대한 선정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5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심사 결과, 금상 소설 부문에 '누가 그 시절을 다 데려 갔을까'의 신두리 작가, 시·시조 부문에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외 6편의 이돈형 시인이 각각 영예를 안았다.

또 은상 소설 부문에는 '새들의 눈물'의 박정선 작가, 시·시조 부문에 '수리되지 않은 문장' 외 6편의 지연구 시인이 각각 당선됐다.

올해 김만중 문학상 공모에는 소설 부문 213편, 시·시조 부문 2081편이 접수됐다.

소설 부문 심사는 백시종, 홍성암, 임종욱, 시·시조 부문은 이처기, 이우걸, 김일태 심사위원이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각 부문별 금상과 은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시상식은 오는 11월1일 남해유배문학관 개관일에 맞춰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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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 이돈형

 

 

우리는 물개박수가 지나간 손바닥에 보라색 매발톱꽃의 저녁을 그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덤불 타는 냄새가 말 못할 반성을 태우는 것처럼 길고 오래가서 허기가 돌았다

 

달래려는 맘과 달래지는 맘은 흐르는 물에 씻어도 한뼘의 걸음이 남아 있었다

 

새들이 부는 휘파람이 수돗가로 모이고 털털거리며 굴러가는 버스의 꽁무늬에선 새끼 어둠이 태어났다

 

왜 밖에만 나오면 멀리 바라보게 되지, 당신의 말이 더 멀리 가고 있어 출발지에는 지나온 날이 쌓여 갔

 

소금기 절은 브라를 벗어 찬물에 담그자 브라는 풍만하고 물컹했고 이따금식 물밖으로 빠져나와 검은 물감처럼 풀어졌다

 

바다에 동전을 던지고 왔으니 잠시 손을 놓아도 속은 훤히 비칠 것이다. 당신을 들여다보며 잊을 만한 기분을 나눠주고 싶었다

 

평상은 나신처럼 햇빛과 그늘을 번갈아 구부러져도 우리에게 부족한 말이 쏟아져도 소란을 떠난 무늬만 들여다보았다

 

소낙비를 맞아 볼 걸, 걸어 둔 여름은 또 올 것이다. 하룻밤이 오랜 안부를 묻어야 할 시간처럼 왔다

 

저녁을 짓기 위해 당신의 배낭을 열고 빗소리를 찾았다

 

 

 

 

제9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 수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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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올해 김만중문학상 시부분에는 질적으로 완성도 높은 우수한 작품들과 함께 예년에 비해 양적으로 응모작품수가 크게 늘어나 김만중문학상의 권위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단 두 사람의 작품을 시상 대상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우열의 기준이 필요하여 심사위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종합하면서 아울러 김만중문학상의 제정취지를 존중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정하고 심사에 임하였다.

 

첫 번째는 창의성에 비중을 두었다.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 참신성 등을 감안하였다. 따라서 익숙한 소재와 상투적인 내용을 담을 작품들은 배제되었다. 그리고 김만중문학상 제정 초기 김만중선생의 생과 작품연구의 결과로 얻은 시작품들이 수상한 사례를 고려한 듯한, 작품의 소재가 선생의 삶과 작품의 틀에 굳게 가두어져 있는 작품들도 선택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예술성에 비중을 두었다. 모방성이 강한 작품들, 독자들로부터 매력을 끌지 못하는 주제의 작품들이 배제되었다. 감성의 경락을 자극하지 못하고 종전 수상 작품들의 틀에 얽매여 창작의 노력에 비해 평가절하 된 작품들은 특히 시조 부분에서 많았다.

 

마지막으로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성의부족도 우열을 가리는데 고려하였다. 권위 있는 문학상에 도전하는 만큼 작품을 다듬는데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기본 예의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거르고 거른 끝에 일상을 시적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이 돋보인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6, ‘칼국수 집 영자 아줌마6, ‘수리되지 않는 문장6, 이상 3명의 작가로 압축되었으며, 심사숙고 토론 끝에 풍부한 시적 상상력과 세련된 문장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탁월한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6편을 금상으로, ‘수리되지 않는 문장6편을 은상으로 선정하였다.

 

다양한 기준과 시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심사에 열중하였으나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보지 못한 수작들, 또 심사위원의 취향에 따라 결과에서 밀려난 작품들도 있을 것이다. 이점은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심사위원 : 이우걸, 이처기, 김일태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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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이 제9회 김만중문학상 당선작을 발표했다.

남해군은 지난 3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제9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당선작에 대한 선정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5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심사 결과, 금상 소설 부문에 '누가 그 시절을 다 데려 갔을까'의 신두리 작가, 시·시조 부문에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외 6편의 이돈형 시인이 각각 영예를 안았다.

또 은상 소설 부문에는 '새들의 눈물'의 박정선 작가, 시·시조 부문에 '수리되지 않은 문장' 외 6편의 지연구 시인이 각각 당선됐다.

올해 김만중 문학상 공모에는 소설 부문 213편, 시·시조 부문 2081편이 접수됐다.

소설 부문 심사는 백시종, 홍성암, 임종욱, 시·시조 부문은 이처기, 이우걸, 김일태 심사위원이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각 부문별 금상과 은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시상식은 오는 11월1일 남해유배문학관 개관일에 맞춰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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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감춘 노도 / 조경섭(조선의)

 

 

그믐밤처럼 깊어진 가슴팍으로

엄동에 눈을 뜨는 동백의 긴 겨울을 가둔다

포박당한 삶의 급물살이 해무에 쌓여있고

변방의 시간을 건너뛰려는

키 낮은 나무들이

난바다를 향해 팽창하는 중이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보다 빠르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 갖는

톳 꼬시래기 감태 파래 미역 김 다시마 모자반은

어디로도 같이 포개질 수 없어, 하늘 언저리를 겉돌고

극지에 몰린 노도는 한뎃잠을 잤다

옹색한 꿈이 목젖에 달라붙어 마지막 위안마저 틀어막히고

삭제되는 생의 목록처럼

나는 깜깜하게 유폐幽閉되었다

빈 가슴 그리움에 몰두하듯 세상 밖을 향해

눈물 베어먹던 순간을 차례차례 떠올린다

진눈깨비는 희뿌옇게 섬을 덮고

기다리던 어머니의 편지가 인편에 당도했다

찬 방바닥에 엎드려

잔기침으로 써 내려간 모정이 피딱지처럼 굳어 있다

왈칵왈칵 차가운 향기를 쏟아내던 동백꽃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꽃잎에 살냄새가 엉기듯 구차한 죄를 둘러쓴 채

사나흘 찌푸린 하늘만 빈 마당에 머물렀다

이렇다 할 저항도 없이

적막 속을 잰걸음 쳐 노도 저편으로 펄럭이는 만장

저 뭍도 돌려 앉히고

아득한 생의 극점을 따라

바람보다 가볍게 하현달로 휘어졌다

 

 

 

 

군무, 새의 형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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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이 제8회 김만중문학상의 당선작을 발표했다. 남해군은 지난 4일 유배문학관에서 ‘제8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수상작 선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올해 김만중문학상 영예의 금상은 소설 부문에 ‘기울어진 식탁’의 김혜자 작가, 시·시조 부문에 ‘군무, 새의 형용사’외 6편의 김학중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또 은상에는 소설부문 ‘춤추는 코끼리’의 김경순 작가, 시·시조 부문에 ‘바다를 감춘 노도’ 외 6편의 조경섭 시인이 각각 당선됐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김만중문학상 공모에는 소설 부문에 182편, 시·시조 부문에 1613편이 접수됐다.

시·시조 부문 금상 수상작인 ‘군무, 새의 형용사’ 외 6편은 착상과 표현이 놀라울 정도로 정겹고 통찰력이 뛰어난 작품이며, 은상 수상작 ‘바다를 감춘 노도’ 외 6편은 시적 흥과 슬픔이 잘 배치돼 마치 시 속으로 끌려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남해군은 오는 11월 1일 남해유배문학관 개관일에 맞춰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며, 각 부문별 금상과 은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한편 남해군은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 세계와 문학 정신을 기리고 유배문학을 계승해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매년 김만중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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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무, 새의 형용사 / 김학중

 

 

일렬횡대라는 말, 공중의 평면이 된다는 뜻
부력과 중력의 경계 사이를 철새 떼 납작하게 날아간다
바람의 끝에 침을 발라 궤적을 꾹꾹 눌러 그리면
겨울 하늘이 필흔으로 드러나고
절취선처럼 지평선이 부욱 찢어진다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새떼가 쏟아져 나오는데
새떼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는 건 날개의 한쪽은 N극
또 다른 한쪽은 S극이기 때문
가로로는 반발하고 세로로는 철석 들러붙는 밀당
자장(磁場)으로 소통하는 새들의 비행은 정교한 문장이다 
공중에도 언덕과 비탈이 있어 우여곡절은 예견된 기승전결
기압골에 둥지를 튼 새들의 잠이 깊어지는 시간에도
새들은 날개를 접지 않는다 
공중은 거대한 침대
도미노가 쓰러지듯 납작하게 허공에 눕는 새떼
눈을 감고 잠을 자는 새는 바람이 시력이다
발이 시린 새들이 노을의 덧신을 신을 시간이면
등고선으로 그물을 짜 공중에 후릿그물을 치고 
구름의 월척을 몰기 위해 일렬횡대로 대오를 이룬다
벗겨진 신짝 같은 노을이 능선에 뒹굴고
새떼의 맨발이 다닥다닥 찍혀 있는 허공은 12폭 병풍
다 펼칠 수 없어 여백까지 넘나드는 새들에 대해
하늘은 오래 묵혀두었던 묵정밭을 펼친다
새들이 일제히 내려와 산란하고 날아가면
묵정밭에 자욱이 안개가 끼고
줄탁(茁啄)인 듯 노란 부리들이 안개를 찢고 
이소(離巢)를 시작한다

 

 

 

 

군무, 새의 형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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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은 지난 4일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갖고 그 이튿날 제8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과 함께 4명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제8회 김만중문학상은 소설부문에서 소설가 김혜자의 `기울어진 식탁`이, 시 부문에서 김학중 시인의 `군무, 새의 형용사` 외 6편이 각각 금상에 선정됐으며, 김경순 작가의 `춤추는 코끼리`와 조경섭 시인의 `바다를 감춘 노도` 외 6편이 소설과 시 부문에서 각각 은상으로 선정됐다.

109명의 작가가 총182편의 작품을 응모한 소설부문에는 김병총, 백시종, 원종국 작가가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총 216명이 1613편을 출품한 시·시조 부문은 신달자, 신세훈, 이승하 시인 등 4명이 심사를 맡았다.

금상에 선정된 <기울어진 식탁>은 6·25전쟁 전에는 북한의 땅이었다가 휴전 후 남한의 땅이 된 민통선 부근에서 농사짓고 사는 중늙은이들의 이야기다.
 
심사평에서 "여러 사연으로 얽힌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훌륭한 장편소설로 읽는 내내 행간에서 느껴졌던 `삶의 덧없음`과 더불어, 문장 사이사이에 잘 녹여 쓴 순우리말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미덕"이라고 호평했다.

또 시 부문 금상작인 <군무, 새의 형용사>에 대해서는 "착상과 표현이 놀라울 정도로 확실하고 정겹고 통찰력이 있었으며, 냉혹하면서 따뜻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제8회 김만중문학상의 시상식은 11월 1일(수) 남해유배문학관의 개관기념일에 맞춰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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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의 발설 / 강태승

 

 

백겁 천겁 돌아온 물방울이 나뭇잎에 쉬고 있다

뒷동산 한 바퀴 돌고 온 것처럼 달려 있다

할머니가 사랑방 뜨락을 헛일 삼아 다녀오듯이

억겁의 억겁 걸어온 물방울

죽은 고라니의 눈썹 적시던 물방울이

아이의 눈망울로 바라보다가

볍씨 눈뜨듯이 안녕? 한다

선과 악 음지와 양지였던 시절을

발설치 않고 지나가는 시간처럼 안녕?

살인자 피 예수 부처

다시 말해 공자 맹자 노자 장자의 땀방울

마리아 이순신 테레사 수녀의 눈물이었던 것이

거꾸로 매달린 채안녕?

잎새 차별하지 않고

마련한 살림살이에 새소리 물소리 깃들다

바람이 발목 담그니 툭 떨어지는

간결하지만 깨끗한 저항

솔잎은 한 방울 꾀려 이내 빛에 슬쩍 얹은 웃음

오장이 환하게 들여다보지만

울타리 없어 찾을 수 없는 문

그 문 열고 햇빛이 들었어도 무게가 늘지 않고

천 개 달이 떠도 소란스럽지 않는 물방울이

겁 만겁 여행을 했어도 햇순처럼 안녕?

다시 가야 할 억겁의 속으로

주춤거리거나 망설임 없이 무너지면서

내 눈과 찰나로 마주치자 안녕? 한다

 

 

 

 

제7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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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201661일부터 한 달간 공모한 제7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에는 모두 268분이 시와 시조를 포함하여 2,390편을 응모하였다. 응모한 작품들 중 서포의 유배 생활을 제재로 삼은 작품들, 바다를 시적 공간으로 삼은 작품들이 많았고 세월호를 거론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김만중문학상이라는 문학상의 이름을 고려한 때문이고, 시대의 아픔을 절실하게 받아들이는 시인들의 어진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응모작들 대부분이 일정 정도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으나 언어의 날카로움이나 인식의 새로움보다는 식상함이랄까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흠이라고 판단하였다. 오랜 습작과 훈련을 했으리라 짐작되는 작품들이 더러 있었지만, 자동화된 표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새로움에 대한 강조가 지나칠 경우 자칫 강박으로 여겨질 수 있겠으나, 익숙함에 균열을 일으키며 기존의 시들과는 차별화된 시를 보고 싶은 것은 비단 심사자들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응모 작품들을 돌려 읽은 후에 심사자들은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 <물방울의 발설>, <또 감자를 삶습니다>, <무덤의 형식>, <어깨와 엉덩이>, <섬이 유배를 오다>, <나의 오이디푸스>를 표제작으로 삼은 7분의 작품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논의 끝에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 <물방울의 발설>, <또 감자를 삶습니다>가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는데, <또 감자를 삶습니다>의 경우 응모 작품들의 수준에 편차가 적지 않은 것이 제외의 이유가 되었다.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 외의 작품들은 대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을 갖추었다. 자칫 지루하거나 평이하게 읽히기 쉬운 산문시의 리듬적 자동성을 감각적 언어를 통해 지연시킴으로써 시를 되읽게끔 하는 힘을 갖춘 것도 미덕으로 평가되었다. <물방울의 발설> 외의 작품들은 언어표현의 활달함과 자유로운 연상의 힘을 갖춘 점을 좋게 평가하였다. 선정된 두 분께 축하를 드린다.

 

심사위원: 성춘복, 강희근, 장만호

 

 

 

 

격렬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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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이 5, 7회 김만중문학상 당선작을 발표했다.

 

올해 김만중문학상의 영예의 금상 수상자는 소설 부문에 마지막 메이크업의 이서진 작가, ·시조부문에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6편의 이병철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이외에 소설부문 은상은 단편소설 너의 목소리1편의 김민주 작가, ·시조부문 은상은 물방울의 발설6편의 강태승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시조부문은 총 2390편이 응모됐으며, 성춘복 부위원장을 비롯한 강희근, 장만호 심사위원이 당선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금상 수상작인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6편의 작품들이 대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을 갖췄으며 산문시의 리듬적 자동성을 감각적 언어를 통해 지연함으로써 시를 되읽게끔 하는 힘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또 은상 수상작인 물방울의 발설6편은 언어표현의 활달함과 자유로운 연상의 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남해군은 이번 제7회 김만중문학상 당선작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며, 오는 111일 유배문학관 개관일에 맞춰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각 부문별 금상과 은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각각 15백만 원과 1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편 남해군은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세계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유배문학을 계승 발전해 한국문학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매년 김만중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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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 / 이병철

 

 

막사발에 달 떴다 노릇노릇한 달이 무인도처럼 탁주 위에 혼곤하다 술잔에 달빛 섬 띄워 놓고 자암의 외로움도 꽃 지듯 붉었겠다 쌀독에 얄팍하게 쌓인 쌀을 불려 술 담근 게 지난여름 일이다 누룩이 별을 흉내 내며 허연 쌀물 위에 어리비치더니 귀뚜리 울음 먹고 달짝지금한 빛으로 찰랑였다 술맛에 마음이 좋아 부엌을 함부로 구르던 개다리소반 절름발에 못을 박았다 반짇고리를 얻어 와 구멍 난 속곳들을 기웠다 탁주 한 사발ㅇ 고인 소낙비와 우레와 폭설이 대견하여 눈시울이 젖었다 다 지나간 일이다

 

얄궂은 두견새 밤 새워 노래하는 부리 끝에 어스름이 물려 있다 뒤란 대숲을 흔드는 바람 무성해지니 잠설친 고양이가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고양이는 수염을 반짝이다가 막사발 내려놓는 소리에 놀라 지붕 위로 오른다 그 기척에 두견새 날아가 버린다 내 마음에도 텅 빈 마당이 있어 작은 발소리에도 반가움이 소스라치는 것일까 막사발 속 달빛 섬에 유배된 이가 누구인지 짐짓 궁금하다

 

술잔 속에서 나를 보는 누빛이여 막사발에 놋수저 부딪는 소리 쨍쨍 울리면 뒤란에 진 작약으로 화전을 구워 오시게 지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을도 같이 이끌고 오시게나 나도 한껏 취하여 젖은 마음을 내어 말리고픈 것이리라 맑은 취기로 헹궈진 머릿속을 홍매화가 피어도 꽃술 죽어 벌 나비 부를 수 없는 내 처지를 읽어 주오 그대가 띄워 보낸 웃음 휘휘 저어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보니 그대는 없구나 탁주의 출렁임 따라왔다가 가시는 이 누구인가

 

 

 

 

제7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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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201661일부터 한 달간 공모한 제7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에는 모두 268분이 시와 시조를 포함하여 2,390편을 응모하였다. 응모한 작품들 중 서포의 유배 생활을 제재로 삼은 작품들, 바다를 시적 공간으로 삼은 작품들이 많았고 세월호를 거론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김만중문학상이라는 문학상의 이름을 고려한 때문이고, 시대의 아픔을 절실하게 받아들이는 시인들의 어진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응모작들 대부분이 일정 정도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으나 언어의 날카로움이나 인식의 새로움보다는 식상함이랄까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흠이라고 판단하였다. 오랜 습작과 훈련을 했으리라 짐작되는 작품들이 더러 있었지만, 자동화된 표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새로움에 대한 강조가 지나칠 경우 자칫 강박으로 여겨질 수 있겠으나, 익숙함에 균열을 일으키며 기존의 시들과는 차별화된 시를 보고 싶은 것은 비단 심사자들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응모 작품들을 돌려 읽은 후에 심사자들은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 <물방울의 발설>, <또 감자를 삶습니다>, <무덤의 형식>, <어깨와 엉덩이>, <섬이 유배를 오다>, <나의 오이디푸스>를 표제작으로 삼은 7분의 작품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논의 끝에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 <물방울의 발설>, <또 감자를 삶습니다>가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는데, <또 감자를 삶습니다>의 경우 응모 작품들의 수준에 편차가 적지 않은 것이 제외의 이유가 되었다.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 외의 작품들은 대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을 갖추었다. 자칫 지루하거나 평이하게 읽히기 쉬운 산문시의 리듬적 자동성을 감각적 언어를 통해 지연시킴으로써 시를 되읽게끔 하는 힘을 갖춘 것도 미덕으로 평가되었다. <물방울의 발설> 외의 작품들은 언어표현의 활달함과 자유로운 연상의 힘을 갖춘 점을 좋게 평가하였다. 선정된 두 분께 축하를 드린다.

 

심사위원: 성춘복, 강희근, 장만호

 

 

 

오늘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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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이 5, 7회 김만중문학상 당선작을 발표했다.

 

올해 김만중문학상의 영예의 금상 수상자는 소설 부문에 마지막 메이크업의 이서진 작가, ·시조부문에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6편의 이병철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이외에 소설부문 은상은 단편소설 너의 목소리1편의 김민주 작가, ·시조부문 은상은 물방울의 발설6편의 강태승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시조부문은 총 2390편이 응모됐으며, 성춘복 부위원장을 비롯한 강희근, 장만호 심사위원이 당선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금상 수상작인 막사발 속 섬에 사는 이에게6편의 작품들이 대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을 갖췄으며 산문시의 리듬적 자동성을 감각적 언어를 통해 지연함으로써 시를 되읽게끔 하는 힘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또 은상 수상작인 물방울의 발설6편은 언어표현의 활달함과 자유로운 연상의 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남해군은 이번 제7회 김만중문학상 당선작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며, 오는 111일 유배문학관 개관일에 맞춰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각 부문별 금상과 은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각각 15백만 원과 1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편 남해군은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세계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유배문학을 계승 발전해 한국문학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매년 김만중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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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 마을 / 임채성

- 바래길 유배기행1

 

 

얼마를 더 올라가야 하늘에 가 닿을까

일백여덟 계단 위에 백팔층탑 쌓아 봐도

여전히 아득하여라,

앞도 뒤도

아찔

단애

 

우리네 어제오늘도 그러구러 허튼쌓기

가파른 생의 제단 막돌 한 장 올려놓고

온몸에 주름이 잡힌 파도소리나 듣는 것

 

천둥지기 다랑논을 한 발 한 발 톺아가다

지층의 나이테를 제 몸에 새긴 사람들

팽나무 늙은 가지가

밥무덤*에

절을 한다

 

* 동제를 지낸 후 제삿밥을 묻어두는 구덩이

 

 

 

 

지 에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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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모두 네 분의 심사위원이 253명이 보낸 2176편의 시와 시조를 돌려 읽었다. 그 편수로 보나 작품의 수준으로 보나 이즈음 해남의 가을 들녘만큼이나 풍성했다. 심사장은 긴장으로 팽팽했다. 서포 김만중 선생의 문학 세계와 그 정신을 기리는 문학상이라는 점을 의식한 투고자가 많아서 그의 삶과 유배를 다룬 작품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공모 안내문에 주제는 자유라고 명기한 만큼 거기에 특별히 가산점을 주지는 않았다. 특별히 유배에 제제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말로 쓰인, 좋은 문학은 김만중의 문학 세계와 정신에 마땅히 부합하기도 할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미리 읽고 와서 논의에 붙인 작품은 20여 편이었는데, 순차적으로 다음 두 가지 경향을 띤 작품들이 젖혀졌다. 이미 익숙하거나 식상한 관념이나 표현에 의해 작자 자신의 목소리가 묻히거나, 낱낱의 표현에 집착한 나머지 파편적으로는 빛날지 모르지만, 그 작위적인 표현들 속에 역시 작자 자신의 호흡과 리듬이 갇힌 경우이다. 특히 시조는 그 정형성에 갇혀 그 작품만이 가진 내재적 리듬과 개성적 울림을 길어 올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 앞에 놓인 작품은 시에서 <반 셔터를 누르는 오후> , <울음의 냄새> , <국지성 폭염-산책> 외였으며, 시조에서 <다랑이 마을> , <석년石年을 읽다> 외였다. 심사위원들은 작자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면서 그 표현과 호흡에서 유연함을 보여준 작품이 선정되는 데 동의했다. 시와 시조의 두 분야로 응모된 까닭에 각 분야에 고루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심사위원들로서는 애석했다.

 

끝으로 김만중문학상이 그 연륜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그 제재나 시 의식에서 더 자유롭고 개성적인 작품들이 더 많이 투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적지 않았다.

 

심사위원: 안도현, 장옥관, 장철문, 이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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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셔터를 누르는 오후 / 정지윤

 

 

 

 

 

 

 

 

 

 

 

 

 

 

 

참치캔 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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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이 5일 제6회 김만중 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남해군은 소설과 시 부문 금상 수상자인 '떠도는 기류'의 선청 작가와 '반 셔터를 누르는 오후' 외 6편의 정지윤 시인을 비롯, 총 4명의 제6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설부문에는 152편의 작품이 응모한 가운데, 김주영·구효서·박상우 작가 등 총 3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금상 수상작인 '떠도는 기류'는 김만중의 선천 유배시절부터 남해 노도에서의 유배생활까지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다.

 

정치적 측면에서의 인간적 고뇌와 구운몽이 생성되는 과정을 독특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점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이외 소설부문 은상에 미래적 가능성이 엿보인 구양근 작가의 '칼춤'이 선정됐다.

 

총 2176편이 출품된 시·시조 부문은 이처기 부위원장을 비롯, 안도현·장옥관·장철문 시인 등 4명이 심사를 맡은 가운데 정지윤 시인의 '반 셔터를 누르는 오후' 외 6편의 시가 금상작에, 임채성 시인의 '다랭이 마을' 외 13편의 시조가 은상작으로 선정됐다.

 

정지윤 시인은 작자 자신의 목소리를 갖고 표현과 호흡에 유연함을 보여줬으며 임채성 시인은 남해 현장을 오랫동안 마당발로 순례하며 김만중의 생애를 사색하며 그린 시조, 김구의 화전별곡을 새롭게 현대화한 시조 등 남해의 여기저기를 기행적 성격으로 엮은 시조로 시조의 정형을 살리면서 유려하게 육화된 시어로 무리 없이 써 내려가 호평을 받았다.

 

이번 제6회 김만중문학상 시상식은 내달 1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문학제와 함께 개최된다.

 

부문별 금상과 은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각각 1천5백만 원과 1천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한편 남해군은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세계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유배문학을 계승 발전시켜 한국문학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매년 남해유배문학관 개관 기념일에 맞춰 김만중문학상을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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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복음(福音) / 한승엽

 

 

 

 

 

 

 

 

 

 

 

 

 

 

 

몰입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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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승엽 시인이 제5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김만중문학상은 우리 문학사에 업적을 남긴 서포 김만중의 작품 세계를 기리고 유배문학을 탄생시킨 경남 남해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시조, 소설 부문에 걸쳐 공모가 이루어졌다.

 

공모 결과 한승엽 시인은 '멸치 복음(福音)', '지느러미론' 등 7편으로 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한 시인의 작품에 대해 "사물을 인식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며 "'멸치복음'은 제목에서 일종의 역설이 보이기도 하지만 고기 가운데 가장 개성이 없는 멸치를 갖고 이러한 인식과 상상력을 전개한 점에서 시인의 역량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또한 '지느러미론'과 같은 작품은 "화자가 시 속에 들어가기 보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평범한 사물에 관념을 이입시키는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며 "다소 무거운 시편들이지만 병적인 절망이나 비극으로 떨어지지 않고 진지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이들 시편이 엮어지면 한국시단의 개성적인 시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지난 1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렸다. 한 시인에겐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시집으로 '몰입의 서쪽'이 있다. 2011년엔 천강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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