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여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 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은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 때 그 곳에서 뿌리 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 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2015년도 제15회 고산문학대상 수상자로 시부문 안상학 시인, 시조부문 이승은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해남군(박철환 군수)이 주최하고 고산문학 축전운영위원회(위원장 구중서)와 계간 ≪열린시학≫에서 주관하는 고산문학대상은 국문학의 비조(鼻祖)로 일컬어지는 고산 윤선도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정신을 잇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시부문은 안상학 시인의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 2014), 시조부문은 이승은 시인의 <넬라 판타지아>(책만드는집, 2014)가 각각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안상학 시인의 작품세계에 대해 “애써 꾸민 흔적이 없어 무심히 적어간 산문과 같이 작위적인 교성이나 가성을 거의 쓰지 않지 않지만 무게와 깊은 울림이 예사롭지 않은 드문 시적 배포의 결과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이승은 시인은 “일상적 체험을 시적 서정세계로 승화시킨 <넬리 판타지아>의 시편들이야 말로 시적 진정성과 감성이 자아올린 역작”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본심 심사는 구중서 시인(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시영 시인(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김사인 시인(동덕여대 교수), 조오현(신흥사 회주), 김제현 시인(가람기념사업회 회장)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고산문학 축전 기간 중인 오는 10월 17일 오후 3시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며, 상금은 각 1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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