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 강형철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오락가락하는 老母
옛 기억이 되살아나시는지 밥 안치는 일을 자청하신다
손목 아래로 빚어지는 정겨운 리듬
썩썩 씨스럭, 써-억 써억 썩
바가지가 요란해진다
쏟아지는 수돗물이 시원타며 손등이 웃고
어둑한 집 안의 오후가 환해진다
어머니 일흔아홉이니
쌀 씻어 밥 안치는 일은 칠십 년은 됐으리라
짚풀은 부지깽이로 아궁이에 넣어 지피고
한참 후엔 전기밥통에 쌀 씻어 안쳤으리라
식구들의 사발에 깨끼밥도 푸고
때로 고봉밥 눌러 펐으리라
떨어지는 밥알은 손으로 주워드시면서
“엄니, 다시 시집가도 되겠네, 쌀 씻는 소리 들응게”
“야 좀 봐라, 못 혀는 소리가 없네, 떼-엑!”
제14회 고산문학대상 수상자로 시부문에 강형철 시인, 시조부문에 김영재 시인이 선정됐다.
고산문학 축전운영위원회(위원장 구중서)는 2014년도 고산문학대상에 시부문 수상시집은 강형철 시인의 ‘환생’(실천문학사, 2013), 시조부문 수상시집은 김영재 시인의 ‘화답’(책만드는집, 2014)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선고위원으로 시부문에는 정우영 시인, 이민호 시인, 시조부문에는 오종문 시인, 박명숙 시인이 6월과 7월 두 달 동안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출간된 시집과 시조집을 대상으로 선고를 진행했다.
본심 심사는 구중서(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시인, 김준태 시인, 민영 시인, 김제현 시인(가람기념사업회 회장), 박시교 시인이 수고했다. 시상식은 고산문학 축전행사와 함께 오는 10월 18일 오후 3시 해남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각 부문별 1000만 원이다. 고산문학대상은 지난 2001년에 제정해 8회까지는 학술과 시조 작품 1인에 대해 시상해왔으나 9회부터는 시와 시조 부문으로 확대했다. 또한 수상자는 계간 ≪열린시학≫에 특집으로 소개하는 등 한국 시가문학을 대표하는 상으로 그 위상을 격상시켰다.
계간 ≪열린시학≫ 2014년 가을호는 이들 시인들의 대표작과 연보, 시인론, 작품론 등을 특집으로 꾸며진다.
한편 고산문학대상 수상자인 강형철 시인은 전북 군산 출생으로 1985년 ≪민중시≫ 2집에 「해망동 일기」외 5편의 시를 발표하고, 시집 ‘해망동 일기’(1989), 평론집 ‘시인의 길 사람의 길’(1993)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현재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5월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재 시인은 전남 승주 출신으로 197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도서출판<책만드는집에서 시집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책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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