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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당신의 첫.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그건 내가 모르지.

당신의 잠든 얼굴 속에서 슬며시 스며 나오는 당신의 첫.

당신이 여기 올 때 거기에서 가져온 것.

나는 당신의 첫을 끊어버리고 싶어.

나는 당신의 얼굴, 그 속의 무엇을 질투하지?

무엇이 무엇인데? 그건 나도 모르지.

아마도 당신을 만든 당신 어머니의 첫 젖 같은 것.

그런 성분으로 만들어진 당신의 첫.

 

당신은 사진첩을 열고 당신의 첫을 본다. 아마도 사진 속 첫이 당신을 생각한다.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사랑하는 첫은 사진 속에 숨어 있는데, 당신의 손목은 이제 컴퓨터 자판의 벌판 위로 기차를 띄우고 첫, , , , 기차의 칸칸을 더듬는다. 당신의 첫. 어디에 숨어 있을까? 그 옛날 당신 몸속으로 뿜어지던 엄마 젖으로 만든 수증기처럼 수줍고 더운 첫. 뭉클뭉클 전율하며 당신 몸이 되던 첫. 첫을 만난 당신에겐 노을 속으로 기러기 떼 지나갈 때 같은 간지러움. 지금 당신이 나에게 작별의 편지를 쓰고 있으므로, 당신의 첫은 살며시 웃고 있을까? 사진속에서 더 열심히 당신을 생각하고 있을까? 엄마 뱃속에 몸을 웅크리고 매달려 가던 당신의 무서운 첫 고독이여. 그 고독을 나누어 먹던 첫사랑이여. 세상의 모든 첫 가슴엔 칼이 들어 있다. 첫처럼 매정한 것이 또 있을까. 첫은 항상 잘라버린다. 첫은 항상 죽는다. 첫이라고 부른 순간 죽는다. 첫이 끊고 달아난 당신의 입술 한 점. . . . . 자판의 레일 위를 몸도 없이 혼자 달려가는 당신의 손목 두 개, 당신의 첫과 당신. 뿌연 달밤에 모가지가 두 개인 개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달려가며 찾고 있는 것. 잊어버린 줄도 모르면서 잊어버린 것. 죽었다. 당신의 첫은 죽었다. 당신의 관자놀이에 아직도 파닥이는 첫.

 

당신의 첫, 나의 첫,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첫.

오늘 밤 처음 만난 것처럼 당신에게 다가가서

나는 첫을 잃었어요 당신도 그런가요 그럼 손 잡고 뽀뽀라도?

그렇게 말할까요?

 

그리고 그때 당신의 첫은 끝, , 꺼억.

죽었다. 주 긋 다. 주깄다.

그렇게 말해줄까요?

 

 

 

 

당신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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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상금 1억4천만원 규모인 제16회 대산문학상의 주인공이 뽑혔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4일 김혜순(시집 <당신의 첫>), 구효서(소설 <나가사키 파파>), 정복근(희곡 <짐>), 김인환(평론집 <의미의 위기>)씨(왼쪽부터)를 올해 수상자로 발표했다. 스페인어권을 대상으로 한 번역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당신의 첫>은 “수일한 이미지들과 흉내낼 수 없는 참신한 비유들로 여러 사람을 충격하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올해부터 장편으로 한정한 소설 부문 수상작 <나가사키 파파>는 “독특한 개성과 나름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다국적 공동체가 어떻게 가족을 대신해 개개인의 상처를 보듬는가” 하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 <의미의 위기>는 “인문학적 식견에 바탕한 섬세한 작품 읽기와 문학사에 대한 폭넓고 균형 있는 시각이 돋보였다”는 평을 들었으며, 해방 직후의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을 다룬 <짐>은 “어두운 과거사를 간결하게 녹여 그 답답한 미해결의 상태를 적절히 문제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자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을 밝혔다. 상금은 소설이 5천만원이며, 나머지 부문은 3천만원씩이다. 시상식은 28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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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 남진우

 

 

지금

목마른 사자 한 마리 내 방 문 앞에 와 있다

 

어둠에 잠긴 사방

시계 똑딱거리는 소리

잠자리에 누운 내 심장에 와 부딪치고

참 가득히 밀려온 밤하늘엔 별 하나 없다

 

아득히 먼 사막의 길을 걸어 사자 한 마리

내 방 문 앞까지 왔다

내 가슴의 샘에 머리를 처박고

긴 밤 물을 마시기 위해서

 

짧은 잠에서 깨어나 문득 눈을 뜬 깊은 방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의 텅 빈 방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사자의 갈기가

내 얼굴을 간지럽힌다

 

타오르는 사자의 커다란 눈이 내 눈에 가득 차고

사나운 사자의 앞발이 내 목줄기를 짓누를 때

천둥처럼 전신에 와 부딪치는

시계 똑딱거리는 소리 

 

문을 열고 나가보면 어두운 복도 저 편

막 사라지는 사자의 꼬리가 보인다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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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 주관 제15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김훈(59), 시인 남진우(47)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장편 ‘남한산성’, 시집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다. 소설 심사위원단(김인환·박완서·임철우·최윤·황광수)은 “문자화된 역사를 살아있는 생생한 살과 피의 형상으로 복원해 내는 능력과 단순 명쾌한 문체가 돋보였다”는 점에서, 시 심사위원단(김우창·김종해·정과리·천양희·황지우)은 “신비에 대한 탐구가 경험적 진실 속에 뿌리내렸고, 시적 전통의 혁신이 탁월하다”는 면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희곡 부문은 ‘열하일기 만보’의 배삼식, 평론은 ‘비평극장의 유령들’의 김영찬, 번역 부분은 황석영의 ‘한씨연대기’를 독일어로 번역한 강승희·오동식·토르스텐 차이악에게 돌아갔다.


상금은 소설 5000만원, 시·희곡·평론·번역 각 3000만원이며 시상식은 29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사랑의 어두운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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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15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남진우(47)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그동안 시인보다는 문학평론가로 더욱 널리 알려져 왔다.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평론가로 등단한 그는 1990년 첫 평론집 '바벨탑의 언어'로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래 동서문학상(1995), 현대문학상(2000), 팔봉비평문학상(2002) 등 다수의 평론상을 수상했다.

 

반면 지금까지 모두 4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 받은 시문학상은 '김달진문학상' 정도가 유일하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남씨의 문학적 연원은 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평론가로 등단하기에 앞서 그는 1981년 동아일보 신문춘예를 통해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또 첫 시집 '깊은 곳에 그물을'도 첫 평론집과 비슷한 시기에 펴냈다.

 

아마도 그의 시집이 평론만큼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그다지 쉽게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이번 대산문학상 수상시집인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의 경우도 쉽게 다가오는 시는 아니다. 시인은 특유의 상상력으로 시들고 메마르고 어두운 죽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시, 세속적 삶을 표현하거나 폐허가 된 장소에서 사유한 듯한 시들을 수록했다.

 

심사위원단은 그러나 "그의 낯선 환상세계는 이미 우리 생활문화의 심부에서 전개되고 있는 실존적 체험의 세계인데도 낡은 고정관념이 그걸 못 보게 할 뿐"이라며 "신비에 대한 오랜 탐구를 통한 시적 전통의 혁신이 돋보였다"며 시인의 '고집'을 높이 샀다.

 

시인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학동네' 계간지 편집에 오랫동안 관여하다 보니 시를 쓰는 사람보다는 평론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것 같다"면서 "(평론가로서의 활발한 활동이) 시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깎아먹은 셈"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의 시는 특별히 실험적인 시는 아니지만 내가 지향하는 세계에 극단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편안하게 읽히고 소비되는 언어가 아니어서 다소 불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론을 쓰면서도 시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시인은 "시란 억지로 써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작가가 수상소감문에서 밝힌 "그가 시에게 가기 전에 시가 그를 향해 오는 것"이라는 말과 맞닿아있다.

 

"어느 순간 어떤 부름이 그를 찾아와 그에게 입을 벌리라고, 속삭이고 외치고 노래 부르라고 명령하는 것입니다. 시인의 감수성이란 외부의 소음을 뚫고 우주 저편에서 전해지는 한 소식을 알아듣고 옮겨 적는 능력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수감소감문' 중)

 

시인은 이른바 '미래파' 등 극히 실험적인 작품들을 쓰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옥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어떻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좋은 시를 쓰는 시인들과 단지 그런 분위기에 편승한 시인들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작 '미래파'로 불리는 시인들 중에는 진정한 '미래파'라고 보기 힘든 시인들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옥석이 가려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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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깊이 /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서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이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덕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 온 낮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가만히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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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면 노인회장인 김영근(회남 거교)씨의 아들인 김사인 시인이 24일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이창재)에서 시상하는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9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으로 수상한 김사인(50,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상은 제게 주는 상이 아니라, 보잘 것은 없지만 제 시에 주는 상이며 저는 소심하고 무능한 법정후견인 자격으로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만에 시집이랍시고 묶어 냈고 언제 또 책을 낼 기약도 없으니 상이라도 줘서 보내자는 뜻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씨의 시집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슬픔의 힘으로 빚어진 여유롭고 친밀한 시선은 사람의 속마음과 사물의 이면을 자상하고 곡진하게 성찰한다”고 평했다.

서울대 국문학과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김 교수는 1982년 동인지‘시와 경제’의 창간동인으로 참여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이 있다.

제6회 신동엽창작기금(1987)과 제50회 현대문학상(2005)을 받은 바있으며, 제14회 대산문학상(2006년) 수상하였으며,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현재 문화일보 매주 월요일 [AM7]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 코너에서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일상 속의 사람들, 사물들 그리고 사연들을 연재하고 있다.

한편 대산문학상은 최근 2년내에 발표한 작품 가운데 관계기관, 단체 및 문인등의 추천을 받거나 자체조사한 작품을 대상으로 가장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장르별로 선정, 시상하는데 장르별로 문학적 성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을 발굴하여 시상하는 국내 최대 최고의 종합 문학상이다.

시상부문은 시(시조), 소설, 희곡, 평론, 번역이고 상금은 각 부문 3000만원씩 총 1억 5000만원이며 수상작은 번역하여 해당 언어권의 유수한 출판사를 통해 출판, 보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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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체류 / 김명인

 

 

한 이틀 머물자고 한 계획이

나흘이 되고 이레를 넘긴다고 해서 조바심칠

일이 아니다 파도 위에 일정을 긋는

설계란 쉽게 털어지기도 하므로

저렇게 초원을 건너왔더라도 허옇게 거품 뒤집는

누떼의 사막에 갇히면

기린 같은 통통배로는 어김없이 며칠은 그르쳐야 한다

자진이 아니라면 종일 바람 길에나 서서

동도도 서도도 제 책임이 없다는 듯

풍랑에나 원망을 비끄러맨 채 민박집을

무료하고 무료하고 무료하게 하리라

출렁거리던 나날의 어디 움푹 꺼져버린

삶의 세목들을 허허로운 수평으로 복원하려 한다면

내 주전자인 바다는 처음부터 이 무료를

들끓이려고 작정했던 것

행락은 끊겼는데 밤만 되면 선착장 난간 위로

별들의 폭죽 떠들썩하다 밤 파도로도 한 겹씩

잠자리를 깔다 보면 하루가 푹신하게 접히지

그러니 뿌리치지 못하는 미련이라도 너의 계획은

며칠 더 어긋나면서 이 무료를

마침내 완성시켜야 한다 지상에서는 무료만큼

값싼 포만 또한 없을 것이니!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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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최하는 제13회 대산문학상에 김명인(시·사진 가운데)·김연수(소설·사진 왼쪽)·정과리(평론·사진 오른쪽)씨가 9일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김명인씨의 시집 <파문>과 김연수씨의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정과리씨의 평론집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이다. 번역부문 상은 프란시스카 조(44) 미국 조지타운대 종교학과 교수가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을 영어로 옮긴 <everythingyearned for>(미국 위즈덤 출판사 펴냄)에 돌아갔으며, 희곡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9일 낮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수상자 김명인(59·고려대 문창과 교수)씨는 "앞으로 긴장을 유지하며 시를 쓸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며 "전에는 열정이 내 시를 지탱해 왔다면 이제는 내가 아득해지는 지점에서 맞이하는 넓이와 깊이가 내 시를 떠받들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수(35)씨는 "평범하게 살았다면 지금쯤 대기업 말단사원으로 편하게(?) 지낼텐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서 이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상을 받아 앞으로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 할지, 심사위원들이 나를 힘든 길로 자꾸 떠미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정과리(47·연세대 국문과 교수)씨는 "수상작은 한국 문학 이론이 지닌 한계를 돌파하고자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책"이라면서 "이번 수상은 세상이 나의 한계를 한계로서 묶어 두려는 결정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산문학상의 부문별 수상자들에게는 오는 25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3천만원씩의 상금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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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입이 없는 것들 / 이성복


저 꽃들은 회음부로 앉아서
스치는 잿빛 새의 그림자에도
어두워질까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가득한 것들

나는 꽃나무 앞으로 조용히 걸어나간다
소금밭을 종종걸음 치는 갈매기 발이
이렇게 따가울 것이다

아, 입이 없는 것들

 

 

 

아, 입이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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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출생으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러 백일장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경기고교에 입학하여 당시 국어교사였던 시인 김원호를 통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때 <창작과 비평>에 실린 김수영의 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1971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황지우, 김석희, 정세용, 진형준 등과 친분을 쌓았고 1976년 복학하여 황지우 등과 교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1977정든 유곽에서등을 <문학과 지성>에 발표, 등단했다. 대구 계명대학 강의 조교로 있으면서 무크지 우리세대의 문학1에 동인으로 참가했다.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평가하는 말을 빌리자면 철저히 카프카적이고 철저히 니체적이며 철저히 보들레르적이었던 이성복은 1984년 프랑스에 다녀온 후 사상에 일대 전환이 일어나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 그리고 논어와 주역에 심취했다. 이후 낸 시집이 동양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남해금산이다. 시에는 개인적, 사회적 상처의 원인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었다. 시인은 보다 깊고 따뜻하며, 더욱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뛰어난 시 세계를 새로이 보여준다. 서정적 시편들로써 서사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 시집에서 이성복은 우리의 조각난 삶과 서러운 일상의 바닥에 깔린 슬픔의 근원을 명징하게 바라보면서 비극적 서정을 결정적으로 고양시켜 드러낸다. 이 심오한 바라봄-드러냄의 변증은 80년대 우리 시단의 가장 탁월한 성취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환상소설의 한 장면처럼 납득하기 힘든 상황의 묘사, 이유가 선명하지 않은 절규 등을 담아냈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한 이성복은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언어 파괴에 능란하다. 의식의 해체를 통해 역동적 상상력을 발휘, 영상 효과로 처리하는 데도 뛰어나다. 그러나 객관적 현실에 대해 냉소적이라거나 그 여름의 끝이후의 관념성을 비판 받기도 했다. 그는 초기 시의 모더니즘 경향에서 벗어나 동양의 형이상의 세계에 심취했다.

 

1989네르발 시의 역학적 이해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고 1991년 프랑스 파리에 다시 갔다. 다른 삶의 방법에 대한 모색의 일환으로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와 함께 후기구조주의를 공부했다. 1982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2회 김수영문학상, 2007기파랑을 기리는 노래-나무인간 강판권등으로 5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남해 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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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성복(52) 씨의 시집 `아, 입이 없는 것 들'(문학과지성사)과 소설가 윤흥길(62) 씨의 연작소설집 `소라단 가는 길'(창비)이 제12회 대산문학상의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희곡은 박상현(43) 씨의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평론은 황광수(60) 씨 의 평론집 `길 찾기, 길 만들기'(작가), 번역은 박황배(59) 씨가 스페인어로 번역한 `이상 시선집'(베르붐)이 각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은 "10여년 만에 발표한 시집으로 젊음의 탄력과 연 륜의 깊이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소설집 `소라단 가는 길'은 "성장소설, 회고담을 뛰어넘어 참혹하고 고통스러웠던 한 시대의 생생한 증언으로, 문학 본연의 자리와 보편적 가치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수상후보에 올랐다가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희곡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는 "우리 극작가로서는 드문 덕목인 지적인 관점, 그리고 치밀하고 정 교한 구성력을 갖추었다"는 평을, 평론집 `길 찾기, 길 만들기'는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현실의 변화와 역사적 전망과 관련지으며 진지하고 깊이 있게 추적했 다"는 평을 받았다.

`이상 시선집'을 번역한 재미교포 박황배 씨는 미국 시타델대학 스페인문학과 교수. 이상의 모든 시를 `오감도 및 다른 시들(A vista de cuervo y otros poemas)' 이란 제목으로 번역한 이 시집은 "원작의 실험성을 선명한 스페인어로 훌륭히 재현 해 한국문학의 다양성과 깊이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스페인어 번역본이 수상 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시상하는 대산문학상은 부문별 3천만원씩 모두 1억5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이다. 시, 소설, 희곡부문 수상작은 주요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다. 재단은 내년부터 상금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은 26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연회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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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던 때 / 김광규

 

 

조금만 가까워져도 우리는
서로 말을 놓자고 합니다
멈칫거릴 사이도 없이
ㅡ 너는 그 점이 틀렸단 말이야
ㅡ 야 돈 좀 꿔다우
ㅡ 개새끼 뒈지고 싶어
말이 거칠어질수록 우리는
친밀하게 느끼고 마침내
멱살을 잡고
싸우고
죽이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 악수를 하고
경어로 인사를 나누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앞으로만 달려가면서
뒤돌아볼 줄 모른다면
구태여 인간일 필요가 없습니다
먹이를 향하여 시속 140㎞로 내닫는
표범이 훨씬 더 빠릅니다
서먹서먹하게 다가가
경어로 말을 걸었던 때로
처음 만나던 때로 우리는
가끔씩 되돌아가야 합니다

 

 

 

처음 만나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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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통인동에서 엄격한 유교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6·25전쟁 때 피난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서울중학교와 서울고등학교를 다녔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작문 교사로 재직중이던 시인 조병화와 소설가 김광식에게 배웠다.

 

1960년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진학하여 이청준, 김주연, 염무웅, 박태순, 정규웅, 홍기창, 김현, 김치수, 김승옥 등 문학 분야 인재들과 사귀었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의 뮌헨대학교로 유학했으며, 1983년 서울대학교에서 〈귄터 아이히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4~80년 부산대학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를 지냈으며, 1980년부터 한양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5년 〈문학과 지성〉 여름호에 〈유무〉·〈영산〉·〈부산〉·〈시론〉 등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을 출간하여 1981년 제1회 녹원문학상을 수상했다. 1981년 시선집 〈반달곰에게〉로 제5회 오늘의 작가상, 1984년 〈아니다 그렇지 않다〉로 제4회 김수영문학상, 1994년 시집 〈아니리〉로 제4회 편운문학상, 2003년 시집 〈처음 만나던 때〉로 제11회 대산문학상, 2007년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으로 제19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시집 〈크낙산의 마음〉(1986), 〈좀팽이처럼〉(1988), 〈물길〉(1994),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1998)과 시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1988), 산문집 〈육성과 가성〉(1996) 등이 있다. 독일문학 작품의 번역서로는 브레히트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귄터 아이히 시집 〈햇빛 속에서〉, 하이네 시집 〈로렐라이〉 등이 있으며, 1999년 독역시집 〈Die Tiefe der Muschel〉을 출간했다

 

 

 

하루 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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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광규(62)씨의 시집 「처음 만나던 때」(문학과지성사 刊)와 소설가 송기원(56)씨의 「사람의 향기」(창비 刊)가 제11회 대산문학상의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됐다.

 

번역 부문 수상은 소설가 오정희씨의 원작 「새」를 공동번역한 독일인 에델투르트 김(64)씨와 김선희(45)씨가 차지했으며 평론과 희곡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시상하는 대산문학상은 부문별 3천만원씩 모두1억5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이다.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은 주요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다.

 

심사위는 "시부문의 「처음 만나던 때」는 시인의 과거와 결별하고 새 길을 개척하는데 있어 연륜에서 나오는 품격이 배어있고 활달한 감성과 능청스러우면서도섬뜩한 삶에 대한 관찰이 자리잡고 있다"고 평했다.

 

김광규씨는 "보통사람이 읽어서 알 수 있는 시를 쓰겠다"고, 송기원씨는 "이제내 자신의 얘기 보다 남의 얘기를 쓰겠다"고, 에델투르트 김씨와 김선희씨는 "한국문학의 외국소개에 힘쓰겠다"고 각각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연회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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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開 / 김지하


부연이 알매 보고
어서 오십시오 하거라
천지가 건곤더러
너는 가라 말아라
아침에 해 돋고
저녁에 달 돋는다

내 몸 안에 캄캄한 허공
새파란 별 뜨듯
붉은 꽃봉오리 살풋 열리듯

아아
'花開!'

 

 

 

화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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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권력에 맞서 자유의 증언을 계속해온 양심적인 행동인 김지하는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김영일(金英一)이다. 아호로 노겸, 노헌(勞軒), 우형(又形), 묘연(妙衍)이 있다. 필명 ‘지하(地下)’가 굳어져 이름처럼 사용되자 ‘지하(芝河)’라 하게 됐다. 1953년 산정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목포중학교에 입학했으나, 1954년 강원도 원주로 이사하면서 원주중학교에 편입했다. 1956년 원주중학교를 졸업하고 1969년 중동고등학교를 나와 1966년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대일 굴욕 외교 반대투쟁에 가담해 첫 옥고를 치른 이래 ‘오적 필화 사건’, ‘비어(蜚語)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8년간의 투옥, 사형 구형 등의 고초를 겪었다. 1980년대에는 생명운동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1991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분신자살이 잇따를 때 「죽음의 굿판을 당장 걷어 치워라」라는 제목의 글을 조선일보에 기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지하는 생명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 비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노태우 정부를 돕게 된 결과를 낳아 많은 이들의 비난과 원성을 샀다. 이 일을 계기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직과 회원자격 정지 결정을 당하기도 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로부터 ‘로터스 특별상’(1975)을, 국제시인회의로부터 ‘위대한 시인상’(1981)을 받았다. ‘크라이스키인권상’(1981), ‘이산문학상’(1993), ‘정지용문학상’(2002), ‘만해문학상’(2002), ‘대산문학상’(2002), ‘공초문학상’(2003), ‘영랑시문학상’(2010) 등을 수상했다.

 

 

 

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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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시상하는 제10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작으로 김지하(61)씨의 ‘화개’(실천문학사刊)가 7일 선정됐다.

대산문학상은 부문별로 3천만원씩 모두 1억5천만원의 상금을 주는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이다. 올해는 소설부문에 김원우(55)씨의 「객수산록」(문학동네刊), 희곡부문에 김명화(36)씨의 「돐날」, 평론부문에 김윤식(66)씨의 「우리 소설과의 대화」(문학동네刊), 번역부문에 이인화 원작소설 「영원한 제국」을 영역한 유영난(48)씨의 「Everlasting Empire」(미국 이스트브리지刊)가 각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는 "「화개」는 민주화운동 후유의 시대의 울적과 긍정을 직설적이고 열정적으로 그러나 단순화하지 않고 역설적으로 표현해 시와 삶의 내력에 또 하나의 표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객수산록」은 "문학마저 한없이 가벼운 소비재로 인식되는 ‘문학의 위기’ 시대에 반속정신을 통해 본질의 회복을 지향하는 작가의 외롭고 지난한 투쟁은 우리 문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고 평가됐다.

이어 「돐날」은 "드라이한 언어와 반어적 유머로 386세대의 도덕적 추락과 인간적 파괴를 적나라하게 도해했다"는 평을, 「우리 소설과의 대화」는 "우리 소설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종횡무진 점검하며 문학사적 맥락과 개인사적 문맥을 함께 열어보이는 대화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을 각각 들었다.

심사위는 「Everlasting Empire」에 대해 "18세기 조선조의 직제와 문물 등을 뛰어난 영문으로 번역했다"며 후한 점수를 주었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대연회장에서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겸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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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 이성부

 

 

가까이 갈수록 자꾸만 내빼는 산이어서

 

아예 서울 변두리 내 방과

 

내 마음속 깊은 고향에

 

지리산을 옮겨와 모셔놓았다

 

날마다 오르내리고 밤마다 취해서

 

꿈속에서도 눈구덩이에 묻혀 하우적거림이여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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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들의 어렵고 고통받는 삶을 작품 속에서 여러 형태로 그려낸 시인으로, 개인의 행복이나 불행이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 아래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민중시를 썼다. 1980년대 말 이후에는 산(山)과 산행(山行)을 소재로 한 시를 주로 쓰고 있다. 1960년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3년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9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에서 홍보부, 생활부, 사회부, 문화부 부장 및 편집국 부국장을 지내고 1997년 사직했다.

 

1962년 〈현대문학〉에 〈열차〉 등으로 추천 완료되어 등단했고,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우리들의 양식〉이 당선되었다. 〈이성부 시집〉(1969), 〈우리들의 양식〉(1974), 〈백제행〉(1976), 〈전야〉(1981)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과 서민의 정한을 담아내는 사실주의 시로서, 민중적 차원의 보편성을 획득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작품활동을 중단하고 산행에 나서, 사회구조의 부조리와 폭력에 대한 절망, 자기학대와 죄의식이 역사의 상처와 만나면서 어떻게 제자리를 찾는가를 성찰하였고, 이후 산에 얽힌 역사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살이를 온전히 담아내는 시를 쓰고 있다.

 

〈빈산 뒤에 두고〉(1989), 〈야간산행〉(1996), 〈지리산〉(2001),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2005), 〈도둑산길〉(2010) 등은 그 결과물이다. 현재 그에게 있어서 '산'은 한국인의 삶과 역사, 문화의 중요한 무대이자 배경이며 삶의 터전이자 의식 형성의 원형적 상징이다. 시집 이외에 산문집 〈산길〉(2002)을 냈다.

 

현대문학상(1969), 한국문학작가상(1977), 대산문학상(2001), 편운문학상(2005), 가천환경문학상(2007) 등을 수상했다.

 

 

 

도둑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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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학상’ 수상한 이성부 전 일간스포츠 문화부장

 

“가까이 갈수록 자꾸 내빼버리는 산이어서
아예 서울 변두리 내 방과
내 마음속 깊은 고향에
지리산을 옮겨다 모셔놓았다
날마다 오르내리고 밤마다 취해서
꿈속에서도 눈구덩이에 묻혀 허위적거림이여”

지난달 31일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이성부 시인(사진)은 자신이 지리산에 대해 갖는 애틋한 사랑을 이렇게 읊었다. 97년 일간스포츠 부국장 겸 문화부장을 끝으로 언론계 생활을 마감하고 백두대간의 시적 형상화에 주목하고 있는 이씨는 “너무 기쁘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대학 재학시절인 1962년 현대문학에 ‘열차’ 등의 시가 추천되어 등단한 이씨는 그 뒤 60∼70년대에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신문기자로서 80년 광주를 겪으며 그는 언어에 대한 절망,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노여움과 서러움 때문에 한동안 시의 세계를 떠나 있었다.

그는 “시와 언어와 문자를 경멸하는 시를 몇 편 썼으나 가슴만 더 답답해질 뿐이었다”면서 “그 때문에 아예 시쓰기를 단념하고 신문사의 기획물에만 매달려 숨어있는 예인이나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을 신문에 쓰는 것으로 견디기 어려운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다시 시를 쓰게 만들어준 것은 ‘산’이었다. “파충류와 같이 꿈틀거리기만 하던 내게 어느날 산이 왔다. 내가 산에 간 것이 아니라 산이 나에게 왔다.”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보고 오르던 직장 산악회의 무덤덤한 산행을 1년쯤 한 뒤 그는 비로소 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책상머리에 앉아서도 산악지도만 들여다보면 가슴이 설레였고 지도와 나침반과 관련 책들을 매만지는 시간이 많아졌다”면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바라보이는 북한산의 보현봉이 나를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고 당시의 자신을 회상했다.

이렇게 ‘산’과 만나게 된 그는 이후 10여년간 산에만 매달려 지내다 90년을 전후해 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와 에세이 등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리산에서 백두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올라 감동과 느낌을 시로 담아내려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첫번째 결실이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시집 <지리산>인 셈.

그는 북한의 산들을 꼭 가보고 싶지만 여러 가지 장애가 많아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는 “이제 60이 다 된 나이에 너무 큰 목표인 것 같기도 하지만 자유와 고독과 야성을 찾아가려는 이 행위야말로 나의 시가 가야 하는 길과 닮아 있는지 모른다”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남쪽의 백두대간은 지금 80% 정도는 오른 것 같다”면서 “그 사이 작업이 신통치 못하고 성에 차지 않지만 ‘내가 걷는 백두대간’의 작업이 완성될 때까지 더 열심히 하고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다짐한다”면서 감사의 소회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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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 최승호

 

 

사나운 빗줄기가 유리에 흘러내리고 와이퍼가 빠르게 움직일 때,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번개가 밤하늘을 찢어 놓을 때,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나는 불현듯 그 기이한 문어를 떠올렸다. 발 하나를 떼어내듯 자신의 음경을 어둠 속으로 출발시키는 문어를.

달의 뒷면으로 하강하는 달착륙선처럼, 그것은 목표물을 향해 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태고의 흑암이 깔려 있는 바다에서 그 괴상한 음경은 홀로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원하는 것을 찾았을까. 눈 먼 채 개흙에 우글거리는 먹장어들이나 입 큰 아귀, 왕코브라처럼 성질 사나운 곰치의 먹이가 되지 않았을까. 눈앞에 벼락불이 떨어지고 천둥이 치고 사방이 점점 더 캄캄해진다.

 

 

 

그로테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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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제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최승호씨의 시 "그로테스크",이윤기씨의 소설 "두물머리"등 4개 장르 4편을 선정했다.

최승호씨의 시집은 우울한 일상이 빚어내는 팽팽한 시적 정취를 보다 보편성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을,이윤기씨의 소설집은 담론과 이야기의 조화속에서 존재의 현상 밑에 감추어진 진실을 캐내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평론부문 수상작인 오생근 서울대 불문과 교수의 "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은 비평의 상식적 온건함을 보여주면서도 깊은 통찰과 견실한 논리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이승우씨의 생의 이면 불어판 "L"envers de la vie"(고광단,장 노엘 주테 옮김)은 번역부문 수상작으로 뽑혔다.

희곡부문은 당선작이 없다.

본상심사는 유종호 정현종 이성부(이상 시),이청준 현기영 조남현(이상 소설),이재선 홍기삼 염무웅(이상 평론),이상옥 홍승오 김수용 조갑동(이상 번역)등이 맡았다.

수상자에는 상패와 상금 3천만원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24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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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初經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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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황재우. 전통시와는 전혀 다른 형식과 내용의 시로 유명한 시인이다. 1972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문학활동을 시작하였다.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당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되어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문학계간지 〈외국문학〉과 〈세계의 문학〉 주간을 역임하였으며, 1994년부터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199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했다. 2002년 월드컵 문화행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05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의 책 100' 선정위원회 위원장 및 주빈국 조직위원회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에 취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4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09년 사퇴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연혁(沿革)〉 입선, 〈문학과 지성〉에 수필 〈대답없는 날들을 위하여〉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작활동뿐만 아니라 극작 및 미술평론에서도 능력을 보였다.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는 기호, 만화, 사진, 다양한 서체 등을 사용하여 시 형태를 파괴함으로써 풍자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연극으로도 공연되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대와 분리될 수 없는 그의 시에는 정치성, 종교성, 일상성이 시적 파괴의 형태로 융화되어 있으며 시인은 시적 화자의 자기부정을 통해 시대를 풍자하고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저서로는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1984), 〈나는 너다〉(1987), 〈게눈 속의 연꽃〉(1990),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1995), 백석문학상 수상작인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가 있으며 역서로는 〈예술사의 철학〉, 〈큐비즘〉 등이 있다. 창작희곡으로 〈101번지의 3만일〉, 〈오월의 신부〉, 〈물질적 남자〉가 있다. 김수영문학상, 백석문학상 외에도 현대문학상(1991), 소월시문학상(1993), 대산문학상(1999) 등을 수상하였고 2006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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