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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갓집 / 김시철

 

 

 

 

 

 

 

 

 

 

 

 

 

 

 

 

 

김시철 시인(사진)이 제7회 이설주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한국문인협회는 제7회 이설주 문학상 수상자로 김시철 시인(시집: 나의 외갓집)을 선정했다고 13일 전했다.

 

김시철 시인은 1930년 함경북도 성진 태생으로 1·4후퇴 때 월남해 잡지 '개척', '부부' 기자로 활동했고, 1956년 시집 '능금'을 출간해 등단했다.

 

한국자유문학자협회 회원이자 한국시인협회 창립 회원이며 월간문학잡지 '자유문학' 편집장을 거쳐 대한출판문화협회 홍보부장을 역임했다. 제14회 한국문학상(1977), 한국문화예술상 대상(1989), 제41회 서울시문화상(문학부문ㆍ1992), 제12회 청마문학상(2012) 등을 수상했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한국본부 부회장, 국제펜한국본부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생활', '친구의 눈물', '남의 밥그릇', '나는 누구인가'과 시집 외에 '격랑과 낭만', '김시철이 만난 그때 그 사람들' 등이 있다. 현재 강원도 평창에서 하서문학회 및 평창문예대학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설주 문학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시문학의 발전 도모와 시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됐으며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이 후원한다. 상금은 2000만원이다. 시상식은 내달 18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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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그 빛 그 향기 /  추은희

 

 

큰 대자로 누워

양 손을 뻗는다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소리 죽여 귀를 모으면

온갖 빛깔

온갖 소리

함께 어우러져 춤춘다.

 

형태도 없는 것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

바람, 그 바람의 심장은 따뜻하더라

 

바람은 그렇게 그렇게

빈 곳을 흘러가다

되돌아오고

발자국 죽여 흩어지고 모으고

 

그리고

이렇게 따뜻한 것이라고

조용히 속삭여 주더라

 

산다는 것

바람같은 것이라고

때로는 사라져 도망가서

형태도 없는 것이라고

 

 

 

 

제6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추은희(87) 시인이 선정됐다고 이 상을 주관하는 한국문인협회가 18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바람소리 그 빛 그 향기'.

 

추 시인은 현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여성문학인회, 숙명문인회, 한국시인협회 고문으로 있다.

 

이 문학상은 이설주(1908∼2001)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이 후원한다.

 

상금은 2천만원. 시상식은 다음 달 11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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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 김후란

― 자연 속으로

 

 

나는 파도의 옷자락을 끌고

이 숲으로 왔다

변화를 기다리는 생명들이 있었다

바위조차 숨죽이고 기다렸다

 

푸른 잎새들 이마에

천국의 새들이 모여들고

들꽃을 피우려고 비를 기다리던 산자락에

바다가 입을 맞춘다

 

겹겹 옷 입은 산 황홀하여라

비밀의 숲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어린 나무들과

키 큰 나무들의 숨소리에

저 소리꾼의 진양조 가락이 울린다

 

눈부셔라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면서

아침햇살에 비늘 번득이는 바다처럼

산은 살아 있다 청렬하고 푸근하다

 

신(神)이 만든 숲이다 나를 끌어안는다

나는 영혼의 긴 그림자를 끌고

천천히 걸어간다.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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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 교동초등학교, 부산사범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다녔으며 한국일보 기자, 부산일보 논설위원 등 언론계에서 일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원장을 지냈으며, 1960년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등단, 현대문학상, 월탄문학상과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서울' 이사장, '생명의 숲 국문운동' 이사장,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시집 『장도와 장미』 『음계』 『어떤 파도』 『눈의 나라 시민이 되어』 『숲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시각에』 『서울의 새벽』 『우수의 바람』 『시인의 가슴에 심은 나무는』 『따뜻한 가족』 『새벽, 창을 열다』 서사시집 『세종대왕』 등 12권이 있으며, 김후란시전집 『사람 사는 세상에』 , 시선집 『오늘을 위한 노래』 『노트북 연서』 『존재의 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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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를 훔치다 / 이근배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추사의 벼루를 보았다

댓잎인가 고사리 잎인가

화석무늬가 들어 있는

어른 손바닥만 한 남포 오석

돋보기로 들여다보아야

-다듬고 갈아 군자의 보배로다등

깨알 같은 48자 명문이 새겨 있는

추사가 먹을 갈아 시문을 짓고

행예를 쓰던 유품이 아니라면

한눈에 들어올 것이 없는

그 돌덩이가 내 눈을 얼리고

내 숨을 멎게 한다

어느새 나는 쇠망치로도 깨지 못할

유리 장을 부수고 벼루를 슬쩍?

그랬으면 오죽 좋으련만

못나게도 내 안의 도둑은 오금이 저린다

박물관을 나서는데

-게 섰거라!

그 작고 검은 돌덩이가 와락

내 뒤통수를 후려친다

 

 

 

 

추사를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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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그룹은 사조산업과 사조그룹 취암장학재단(이사장 주진우)이 후원하는 제4회 ‘이설주(李雪舟) 문학상’ 수상자로 이근배 시조시인(시집 :『추사를 훔치다』)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설주 문학상’은 사조그룹이 후원하는 국내 대표 시 문학 시상식 중 하나로,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여 문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 시키기 위해 재정됐습니다.

수상자 이근배 시인은 194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61년 <조선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번 ‘이설주 문학상’의 심사위원은 김제현 시조시인, 권영민 문학평론가, 장경렬 문학평론가가 맡았으며, 상금은 2천만 원입니다.

사조그룹 취암장학재단(이사장 주진우)은 ‘이설주 문학상’ 외에도 한국수산과학회 학술상, 한국정치학회 인재저술상 등 매년 인문 및 기초과학 분야 발전을 위한 후원 사업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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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라국의 목걸이 / 문덕수

 

 

안라국의 궁터 가야 도항리 33호 고분에서

2천년이나 잠자던 목걸이가 지렁이처럼 눈드고 나왔다

불그레한 마노는 왕후의 목덜미빛이요

토기 굽다리에 뜨거운 무늬를 뚫은 불꽃이다

파란 유리구슬은 안라국 어린 공ㅈ님 눈빛이요

왕궁 지붕마루에 내려와 앉은 하늘이요

여덟 나라의 침공을 물리친 장수말이 마신 물이다

저 자잘한 비취빛 수정알의 바늘귀에는

지금도 후기 가야 여러 나라 맹주의 숨길이 흐른다

아라가야 궁터 도항리 33호 고분에서

2천년이나 꿈구닥 눈을 뜬 저 목걸이는

지리산 숲속에서 구불구불 흘러 내려 안라땅을 적시는 남강이요

한티 재를 넘어 마산 남쪽 바다로 통하는 바람길이요

여항산 멧부리 남동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다

아라가야를 지금도 두르고 있는 무성한 성벽이다

 

 

 

 

문덕수 시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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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3회 이설주(李雪舟)문학상 수상자로 문덕수 시인(시집 '아라의 목걸이')을 선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 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문시인은 192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홍익대학교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서울시문화상(1997), 예술원상(2002), 문화훈장(은관)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황홀’ ‘문덕수시전집’‘ 아라의 목걸이’등이 있다.

심사는 허영자 시인, 권영민 문학평론가, 최동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상금 2천만 원인 이 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시상식은 4월 20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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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무엇입니까 / 정완영

 

 

세월이 무엇입니까

젖은 모래성입니까

 

아니면 손사래로

빠져나간 꿈입니까

 

이 달도

마지막 하루가

촛불처럼 다 탑니다.

 

하루가면 하루만큼의

이승은 멀어지고

 

어제 죽어 묻힌 벗이나

구름결을 생각하며

 

뻐꾸기

울음소리가

산빛 엮어 내립니다.

 

시름이 가슴에 고이면

소(沼)가 된다 하옵기에

 

산다는 이치 하나로

한 세월을 흘러놓고

 

망초꽃

흩어진 사연을

강기슭에 줍습니다.

 

 

 

 

세월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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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2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정완영 시조시인(시조집 '세월이 무엇입니까'와'시암의 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문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됐다.

정완영 시조시인은 1919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60년 국제신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정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고향인 김천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중앙일보 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대상문학상’ ’만해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시조집 <구름산방> <내 손녀 연정에게> <세월이 무엇입니까> 등과 수필집 <나비야 청산가자> 등 다수가 있다.

이번 상은 이근배(시조시인), 허영자(시인), 권영민(문학평론가)이 심사위원을 맡아 심사했다.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상금은 2천만 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4월 19일 오후 6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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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강을 건너 / 강창민

-공자여!

 

이 강에 이르기까지 오랜 자책과 불면

왜곡한 그대의 도덕으로

늘 후회하며 잠들곤 했다

나를 톺아갈수록

허물어지고 부서지는

부질없던 공허!

내 인식을 감싸던

이 회상을 벗기기 위한

선과 노래와 술

그것도 포승이 되어

칠십 인생을 옭아매었다

그렇구나!

날마다 걷고 달려

몸이 먼저 부서지고

허덕거리는 내 인식이

비로소 참회하기 시작한다

 

 

 

성찰의 강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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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그 소가 그 소!

 

혜산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혜산 선생님께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십 년대 초반강의가 끝나면 선생님 연구실로 달려가 한 주일 동안 쓴 시를 내밀고말없이 서 있다가 돌아오던 그때 생각도 났습니다방학이면 쓴 시를 싸들고 연희동 선생님 댁으로 찾아뵙던 그 시절도 생각납니다아직도 제게는 연희동의 그 집에는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함께 계십니다많은 사람들이 이사 가거나 세상을 떠나가면서 그들의 자취가 지워집니다그러나 제게 연희동의 선생님 댁은 아직도 별자리처럼 뚜렷합니다.

 

혜산 선생님께서는 저를 시인으로 이끌어주시고평생을 시인의 삶을 살게 해주셨습니다시를 통해 세상을 보고시를 통해 저 자신을 성찰하게 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추천사에 시를 대하는 저의 태도를 소에 비유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 추석날 새벽그 말씀의 속뜻을 비로소 받아들였습니다제가 평생 시라는 굴레와 세상과 저 자신에 대한 무거운 짐을 멍에로 지고 살아온 것이 보였습니다그랬습니다시는 굴레였고시인은 멍에였습니다제가 시를 대하는 태도가 소가 밭을 갈고 짐을 져 나르는 듯하다는 것은 따뜻한 배려였습니다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그래서 ‘시인’이라는 멍에는 때로 팽개칠 수 있었으나 ‘시’라는 굴레는 코뚜레처럼 꿰고 살았습니다.

 

오늘 새벽문득 보았습니다.

 

시인은 바람 같이 자유롭고시는 바람이 언제나 마음껏 떠도는 너른 빛의 천지라는아직도 그런 돌개바람 같은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을 보았습니다그건 치기로 가득 찬 젊은 날시도 인생도 모르던 시절에 했던 허사처럼 치졸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런 성찰도 없이 지내온 것들누가 씌우지도 않은 시인의 멍에를 스스로 메고누가 꿰지도 않은 굴레를 스스로 꿰고 살아온 제 삶을 보았습니다.

 

시를 쓸 때나 강의실에서 저는시인은 노래처럼 가볍고시는 찬란한 깨우침이라고 말했습니다그러나 제게 시나 시인은 고통이고 부끄러움이었을 뿐이었습니다맑은 몸으로 새벽에 깨어나 저 자신을 바라보거나술이나 일에 취해 밤을 지새울 적에도 언제나 그 모멸감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그게 바로 소의 모습이었습니다.

 

소는 날마다 밭을 갈고무거운 짐을 지고 자갈밭이나 가파른 언덕길을 오릅니다.날카로운 뿔이 있지만 그 뿔은 제 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거부할 적에 휘두를 뿐이었습니다그런 저를 소에 비유하셨습니다그 비유에는제가 스스로 세상의 짐을 졌듯이 언제나 스스로 부릴 수 있고제 스스로 굴레를 꿰었듯이 제 스스로 벗어버릴 수 있다는 눈물겨운 암시가 숨어 있었습니다.

 

시가문학이 발견이고 깨달음이라고 늘 말해 왔던 그것을, 오늘 아침 새롭게 알았습니다그 소가 그 소였다는 것을!

 

이런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성시장님과 안성문학회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조남철 위원장유성호 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정현기최유찬 교수와 신승철 시인을 위시한 선후학들과 여러 친지들과 연변의 김병민 교수와 여러분 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누나와 시원상원은주한테도도반들께도 이 즐거움을 보냅니다.

 

아직중요한 인사가 남았습니다.

먼저 떠난 아내 강경화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립니다이 시집의 많은 부분을 그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채웠습니다그러나 깨우치지 못하면 다음 생에 만나도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그 애잔함에더 이상 슬퍼하지 않습니다.

 

현기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직 못다 한 여러 인사는 제 가슴 속에 새기겠습니다.

 

 

 

작은 풀꽃처럼 주저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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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15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올라온 후보 여덟 분을 대상으로 하여, 그분들이 최근에 상재한 시집을 차근차근 윤독해가면서 진행되었다. 이분들은 우리 시단에서 모두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중진 및 중견 시인들인지라 미학적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강창민 시인의 최근 성취가 박두진문학상의 기율을 충족하고 있다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강창민 시인의 시편들이 투명하고 심미적인 전언과 함께 언어적 친화력과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결합하였다고 보았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강창민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박두진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창민 시인은 등단 50년을 코앞에 둔 중진 시인으로서 서정시를 통해 존재론적 빛과 그늘을 처연하게 고백해온 분이다. 시인은 내면으로 찾아오는 슬픔과 쓸쓸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야 할 삶에 대해 낮고 부드럽고 융융한 목소리로 마음의 풍경첩을 완성해왔다. 특별히 시인은 이번 수상 시집 ?성찰의 강을 건너?를 통해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삶의 형식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때 그의 시쓰기는 삶과 사물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근원적 원리로서 등극하게 된다. 성찰과 그리움의 과정을 흰 바탕으로 삼으면서 거기에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눌러 담은 시학이 강창민의 이번 시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할 것이다. 탈향과 귀향, 유목과 정착이라는 시쓰기의 결실을 안아들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강창민 시인은 거기에 특유의 넉넉한 품으로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양상을 풍요롭게 드러내준 것이다. 이번 수상이 시인의 오랜 시력에 상응하는 큰 의미를 부여해주기를 희망해본다.

 

3회 안성문학상에는 박희헌 시인의 시집 ?안성천 잠언 시가집?이 선정되었다. 이 시집은 시인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신앙적 세계에 바탕을 둔 사향(思鄕)의 정신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결실이다. 타인의 텍스트와 자신의 목소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면서 안성의 정신과 역사와 현장을 두루 엮어낸 세계를 표현해주었다. 더불어 그의 시는 대상을 향한 한없는 그리움을 가진 채, 자연 사물과 정겨운 일상들을 포괄하면서 가장 원형적인 상()을 탐구해마지 않았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거듭 두 분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우리 시단에서 이어져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조남철(위원장,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오문석(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 교수)

김병호(시인, 협성대학교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비가 내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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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와 한국문인협회 경기도 안성지부(지부장 하종성)는 ‘제15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강창민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시인 박두진(1916~1998)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의 후원으로 2006년 제정되었으며, 수상자는 우수한 시적 성취와 활동을 보여준 시인 가운데 박두진의 시 정신과 시 세계를 고려하여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된다.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강창민 시인의 작품들이 서정시를 통해 존재론적 빛과 그늘을 처연하게 고백한 작품으로 보고, 투명하고 심미적인 전언과 함께한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강창민 시인의 시 세계가 탈향과 귀향, 유목과 정착이라는 쓰기의 결실을 보여주면서 그 내력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양상을 유추하게끔 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집 『성찰의 강을 건너』를 비롯한 다수의 시에서 시인의 삶을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삶의 형식’으로 들여다보며 ‘성찰과 그리움의 과정’을 흰 바탕으로 삼고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시학으로 눌러 담았다고 덧붙였다.      


수상자 강창민 시인은 1947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하여 시집으로 『작은 풀꽃으로 주저앉아』, 『물음표를 위하여』 등을 발표했으며, 197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한편, ‘제3회 안성문학상’에는 박희헌 시인의 시집 ?안성천 잠언 시가집?이 선정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삶을 바라보면서, 신앙적 세계에 바탕을 둔 사향의 정신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시집이라고 평가받았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길을 꼿꼿하게 걸어가신 박두진 선생님의 정신은 우리 시대의 가장 귀하고 위대한 영혼”이라고 말하며, “일상을 담고 추억이라는 그림자를 남기는 문학이 안성에서 꽃피울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제20회 혜산 박두진 문학제와 함께 안성맞춤아트홀 소공연장에서 오는 25일 오후 3시에 개최되며, 안성을 빛낸 시인들과 안성문인협회 회원들의 액자시화 전시전과 성악공연, 시낭송 등 다채로운 행사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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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니(春泥) / 김종길

 

 

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재거리고 있었다.

 

 

 

 

해거름 이삭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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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감사하다’라고 한마디로 소감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설주 선생은 1908년생이니 아버지뻘이 됩니다. 제가 경북대학교 영문학과에 교수로 있을 때 청마 선생이 대구에 자주 오셨습니다. 원래 말수가 적은 청마 선생이 90분 강의에 50분 정도로 마치고 나오셔서 90분을 다 마치고 나오는 저에게 ‘뭐기 그리 얘기할 것이 많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인 이설주  선생 댁에서 묵으시곤 했지요. 그 당시에 이설주 선생의 서랑(壻郞) 되는 사조의 주인용 선생과도 알고 지냈어요.

 

제가 동아일보에 ‘상(賞)’이란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상(賞)’이란 타기도 어려운 것인데 잘 주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주신 측에서 옳게 주신 것인지 저 자신 의심스럽습니다. 수상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는 2008년 《현대문학》에서 70대 후반 이후의 작품을 수록한 것입니다. 인생 해거름에 주은 작품이라 ‘밀레의 만종’처럼 겸손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저의 시를 저 자신 자부할 수 없는데 이설주문학상의 첫 수상자로 심사위원들이 뽑아주셔서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거짓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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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1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김종길(85) 시인이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 52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번 시집은 발표 시기 순서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나온 삶의 궤적을 노련하게 견지하는 노경의 일상과 상념을 주요 소재로 한다.


평생 같은 걸음걸이와 속도로 한국 시단을 묵묵히 지켜온 시인의 시선은 늘 새롭고 경이로운 발견에 닿아 있다.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사물과 현상에도 눈과 귀를 활짝 열어두어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하루하루 새롭게 깨닫는다. 이러한 경이의 발견은 노경의 깊이 있는 삶의 철학과 융해되어 한층 원숙한 시 세계를 이루어낸다.


한편 세상을 떠난 동료 시인들에 대한 추모의 정을 드러낸 작품들을 통해 시인은 생을 마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비관이나 체념이 아닌 한 차원 높은 달관의 경지로 그것을 끌어올린다.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당당한 여유로움은 인간의 유한한 삶이 노년에 갖추어야 할 미덕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 시인은 절제된 감정과 언어, 쉽고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시를 애독하는 문학 독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정갈한 모범시의 전형을 보여주며, 이와 함께 어우러진 깊이 있는 성찰의 시편들은 등단 이후 60년이 넘게 시의 길을 걸어온 노시인의 원숙한 경지를 들여다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시인의 끊임없는 창작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한국 문학계가 경의를 표할 만한 뜻 깊은 문학적 성과이기도 하다.

 

현재 고려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이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이 상은 이설주(1908-2001)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됐으며,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상금은 2000만원.


시상식은 6월 7일 오후 5시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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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 김행숙

 

 

잘 아는 길이었지만……

우리가 아는 그 사람처럼

알다가도 모를 미소처럼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었어요.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눈을 감지 못하는 마음이었어요.

나는 전달책 k입니다.

소문자 k입니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는데

왜 가는지는 모릅니다.

오늘 따라 울적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이럴 때 나는 내가 불편합니다.

 

만약 내가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라면

누군가가 나를 주워 주머니에 숨길 때의 그 마음을

누군가가…… 누군가를 쏘아보며 나를 집어 던질 때의 그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내가 알면 뭐가 달라지나요?

 

평소에도 나는 나쁜 상상을 즐겨했습니다.

영화 같은

영화보다 더 진짜 같은

 

그러나 상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의 모든 상상이 비껴가는 곳에서

나는 나를 재촉했습니다.

한 명의 내가 채찍을 들고

한 명의 내가 등을 구부리고

 

잘 아는 길이었는데

눈을 감고도 훤히 보이는 길이었는데……

안개가 걷히자

거기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두 눈을 활짝 열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있습니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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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은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 대산문학상은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5개 부문에 시상하는 종합문학상이다. 희곡과 평론은 격년으로 수상자를 발표해 올해는 시, 소설, 평론, 번역 부문에서 4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시에선 김행숙의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예심에서 선정된 10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본심을 진행한 후 최종 대상작 4권을 선정했다. 그 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는 “고통의 삶에 대한 반추, 미래를 향한 열기 등의 주제의식이 탁월한 리듬감과 결합하여 완성도 높은 시 세계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행숙은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2009년 노작문학상, 2015년 전봉건문학상, 2016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부문에선 본심에 오른 6편 중 김혜진의 ‘9번의 일’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단은 “노동의 양면성을 천착하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우리 삶의 근간인 노동의 문제를 통해 참혹한 삶의 실체를 파헤치는 냉철하고 집요한 시선이 돋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김혜진은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2013년 중앙장편문학상, 2018년 신동엽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년 전에는 ‘딸에 대하여’로 대산문학상 본심에 오르기도 했다.

평론은 유성호의 ‘서정의 건축술’이 선정됐다. 해당 비평집은 “비평적 세계를 안정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정확한 심미성을 지향하면서 비평의 현장성과 역사성을 두루 겸비했다”라는 평을 받았다. 4개(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 언어를 돌아가며 시상하는 번역 부문에선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스페인어로 옮긴 주하선이 수상했다. 주하선은 ‘82년생 김지영’과 이번 본심에 같이 오른 ‘잘 자요, 엄마’를 통해 문학 번역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심사위원단은 해당 번역본에 대해 “원작의 태도를 잘 파악하고 원작을 살린 충실한 번역을 통해 뛰어난 가독성을 확보했다”라고 평가했다.

수상자에게는 각 상금 5000만원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상패 ‘소나무’가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4시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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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공장 / 오은

 

 

무인공장에서 기술을 배웠다. 사람이 없어도 사람을 견디는 기술을. 사람이 없어도 사람인 채 버티는 기술을. 일은 기술과 상관 없었다. 아침을 먹고 스위치를 켜는 것. 저녁을 먹고 스위치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 아침을 먹고 저녁을 먹는 것이 차라리 더 고된 일이었다. 무인공장에서 일어나 무인공장으로 출근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없어도 되는 곳으로 아침을 먹고 스위치를 켰다. 보지 않은 사이에 스위치가 꺼질까 걱정되어 점심은 걸렀다. 사람을 맞이할 필요도, 사람을 배웅할 필요도 없었다. 출근시간이 왔다가 노동시간이 왔다가 밥시간이 왔다가 다시 노동시간이 왔다. 정확한 간격으로 밥시간과 퇴근시간이 왔다. 기술적이었다. 퇴근이라고 쾌재를 부르면 메아리가 되어 공장에 울려 퍼졌다. 예술적이었다. 무인공장에 출근했다가 무인공장으로 퇴근했다. 무인공장에서 잠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시간이 갱신될수록 시간개념은 점점 희미해졌다. 시간은 가지 않고 늘 오기만 했다. 이상했다. 그렇게 오래 근무해도 기술은 늘지 않았다. 수상했다. 무인공장에 내가 있었다. 무인공장인데 내가 있었다. 무인공장인데 내가 있는 것이 유일하게 습득한 기술이었다. 어느 날에는 스위치를 켜는 심정으로 불쑥 내 이름을 발음해보았다. 무인공장과 달리 나는 이름이 있었다. 무인공장과는 달리, 나는 사람이었다. 저녁을 먹고 스위치를 껐다. 공장 내에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제야 일이 기술가 상관있다는 걸 알았다. 해고를 당할 때에야 무인공장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해고를 당했는데 정작 공장에서 빠져나갈 기술이 없었다. 무인공장에서는 유입만 있고 유츌은 없었다. 제시간은 항상 찾아오기만 했었다. 곤욕은 곤혹 전에 찾아와 곤경에 처한 것은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이 없어도 되는 곳에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없어야 하는 곳에 사람이 있었다. 한번 꺼진 스위치는 다시 켜지지 않았다. 사람 구실을 하는 게 곤란해졌다. 비로소 무인공장이 무인공장다워졌다. 뭔가를 원해서 뭔가를 원하지 않아서 입은 늘 벌린 채였다. 아침을 먹어도, 점심을 걸러도, 저녁을 먹어도 입은 늘 벌어진 채였다. 무인공장에서 기술을 배웠다. 사람 없이도 사람을 견디는 기술을. 사람 없이도 사람인 채 버티는 기술을.

 

 

 

나는 이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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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은 올해 제27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조해진, 시인 오은, 번역가 윤선영·필립 하스를 각각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수상작은 조해진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 오은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 윤선영·필립 하스의 독역서 '새벽의 나나'(박형서 원작). 희곡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않았다.

 

대산문학재단이 주관하는 제27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오은(37) 시인은 4일 서울 교보빌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 실린 시를 쓰던 시간은 귤의 과육이 아니라 귤락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로 상을 받게 된 그는 귤을 감싼 섬유질인 '귤락'을 자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라 비유했다.

 

오은 시인은 "귤락이 더 멀리 뻗어 나갈수록 그물망이 더 촘촘해질수록 내 우주는 따라 성장했다"면서 "낮지만 깊고 어둡지만 진한 이야기,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지만 팽팽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집이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끌어내고 사람의 내면을 다각도로 이야기했다'고 평가했다.

 

대산문학상은 교보생명 창업주인 대산 신용호 선생이 창립한 대산문화재단이 1년여 동안 발표된 한국 문학 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을 부문별로 선정해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천만원이 수여된다. 시와 소설 수상작은 번역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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