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는 제7회 이설주 문학상 수상자로 김시철 시인(시집: 나의 외갓집)을 선정했다고 13일 전했다.
김시철 시인은 1930년 함경북도 성진 태생으로 1·4후퇴 때 월남해 잡지 '개척', '부부' 기자로 활동했고, 1956년 시집 '능금'을 출간해 등단했다.
한국자유문학자협회 회원이자 한국시인협회 창립 회원이며 월간문학잡지 '자유문학' 편집장을 거쳐 대한출판문화협회 홍보부장을 역임했다. 제14회 한국문학상(1977), 한국문화예술상 대상(1989), 제41회 서울시문화상(문학부문ㆍ1992), 제12회 청마문학상(2012) 등을 수상했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한국본부 부회장, 국제펜한국본부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생활', '친구의 눈물', '남의 밥그릇', '나는 누구인가'과 시집 외에 '격랑과 낭만', '김시철이 만난 그때 그 사람들' 등이 있다. 현재 강원도 평창에서 하서문학회 및 평창문예대학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설주 문학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시문학의 발전 도모와 시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됐으며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이 후원한다. 상금은 2000만원이다. 시상식은 내달 18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 교동초등학교, 부산사범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다녔으며 한국일보 기자, 부산일보 논설위원 등 언론계에서 일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원장을 지냈으며, 1960년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등단, 현대문학상, 월탄문학상과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서울' 이사장, '생명의 숲 국문운동' 이사장,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시집 『장도와 장미』 『음계』 『어떤 파도』 『눈의 나라 시민이 되어』 『숲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시각에』 『서울의 새벽』 『우수의 바람』 『시인의 가슴에 심은 나무는』 『따뜻한 가족』 『새벽, 창을 열다』 서사시집 『세종대왕』 등 12권이 있으며, 김후란시전집 『사람 사는 세상에』 , 시선집 『오늘을 위한 노래』 『노트북 연서』 『존재의 빛』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3회 이설주(李雪舟)문학상 수상자로 문덕수 시인(시집 '아라의 목걸이')을 선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 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문시인은 192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홍익대학교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서울시문화상(1997), 예술원상(2002), 문화훈장(은관)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황홀’ ‘문덕수시전집’‘ 아라의 목걸이’등이 있다.
심사는 허영자 시인, 권영민 문학평론가, 최동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상금 2천만 원인 이 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시상식은 4월 20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혜산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 혜산 선생님께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십 년대 초반, 강의가 끝나면 선생님 연구실로 달려가 한 주일 동안 쓴 시를 내밀고, 말없이 서 있다가 돌아오던 그때 생각도 났습니다. 방학이면 쓴 시를 싸들고 연희동 선생님 댁으로 찾아뵙던 그 시절도 생각납니다. 아직도 제게는 연희동의 그 집에는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사 가거나 세상을 떠나가면서 그들의 자취가 지워집니다. 그러나 제게 연희동의 선생님 댁은 아직도 별자리처럼 뚜렷합니다.
혜산 선생님께서는 저를 시인으로 이끌어주시고, 평생을 시인의 삶을 살게 해주셨습니다. 시를 통해 세상을 보고, 시를 통해 저 자신을 성찰하게 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추천사에 시를 대하는 저의 태도를 소에 비유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 추석날 새벽, 그 말씀의 속뜻을 비로소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평생 시라는 굴레와 세상과 저 자신에 대한 무거운 짐을 멍에로 지고 살아온 것이 보였습니다. 그랬습니다. 시는 굴레였고, 시인은 멍에였습니다. 제가 시를 대하는 태도가 소가 밭을 갈고 짐을 져 나르는 듯하다는 것은 따뜻한 배려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시인’이라는 멍에는 때로 팽개칠 수 있었으나 ‘시’라는 굴레는 코뚜레처럼 꿰고 살았습니다.
오늘 새벽, 문득 보았습니다.
시인은 바람 같이 자유롭고, 시는 바람이 언제나 마음껏 떠도는 너른 빛의 천지라는, 아직도 그런 돌개바람 같은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건 치기로 가득 찬 젊은 날, 시도 인생도 모르던 시절에 했던 허사처럼 치졸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런 성찰도 없이 지내온 것들! 누가 씌우지도 않은 시인의 멍에를 스스로 메고, 누가 꿰지도 않은 굴레를 스스로 꿰고 살아온 제 삶을 보았습니다.
시를 쓸 때나 강의실에서 저는, 시인은 노래처럼 가볍고, 시는 찬란한 깨우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게 시나 시인은 고통이고 부끄러움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맑은 몸으로 새벽에 깨어나 저 자신을 바라보거나, 술이나 일에 취해 밤을 지새울 적에도 언제나 그 모멸감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그게 바로 소의 모습이었습니다.
소는 날마다 밭을 갈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자갈밭이나 가파른 언덕길을 오릅니다.날카로운 뿔이 있지만 그 뿔은 제 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거부할 적에 휘두를 뿐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소에 비유하셨습니다. 그 비유에는, 제가 스스로 세상의 짐을 졌듯이 언제나 스스로 부릴 수 있고, 제 스스로 굴레를 꿰었듯이 제 스스로 벗어버릴 수 있다는 눈물겨운 암시가 숨어 있었습니다.
시가, 문학이 발견이고 깨달음이라고 늘 말해 왔던 그것을,오늘 아침 새롭게 알았습니다. 그 소가 그 소였다는 것을!
이런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성시장님과 안성문학회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조남철 위원장, 유성호 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정현기, 최유찬 교수와 신승철 시인을 위시한 선후학들과 여러 친지들과 연변의 김병민 교수와 여러분 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누나와 시원, 상원, 은주한테도, 도반들께도 이 즐거움을 보냅니다.
아직, 중요한 인사가 남았습니다.
먼저 떠난 아내 강경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립니다. 이 시집의 많은 부분을 그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채웠습니다. 그러나 깨우치지 못하면 다음 생에 만나도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그 애잔함에, 더 이상 슬퍼하지 않습니다.
현기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직 못다 한 여러 인사는 제 가슴 속에 새기겠습니다.
[심사평]
제15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예심에서 추천된 올라온 후보 여덟 분을 대상으로 하여,그분들이 최근에 상재한 시집을 차근차근 윤독해가면서 진행되었다.이분들은 우리 시단에서 모두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중진 및 중견 시인들인지라 미학적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강창민 시인의 최근 성취가 박두진문학상의 기율을 충족하고 있다고 합의를 이루었다.곧 강창민 시인의 시편들이 투명하고 심미적인 전언과 함께 언어적 친화력과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결합하였다고 보았다.결국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강창민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박두진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창민 시인은등단50년을 코앞에 둔 중진 시인으로서 서정시를 통해 존재론적 빛과 그늘을 처연하게 고백해온 분이다.시인은 내면으로 찾아오는 슬픔과 쓸쓸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야 할 삶에 대해 낮고 부드럽고 융융한 목소리로 마음의 풍경첩을 완성해왔다.특별히 시인은 이번 수상 시집?성찰의 강을 건너?를 통해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삶의 형식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고 있는데,이때 그의 시쓰기는 삶과 사물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근원적 원리로서 등극하게 된다.성찰과 그리움의 과정을 흰 바탕으로 삼으면서 거기에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눌러 담은 시학이 강창민의 이번 시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할 것이다.탈향과 귀향,유목과 정착이라는 시쓰기의 결실을 안아들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강창민 시인은 거기에 특유의 넉넉한 품으로 삶과 죽음,현실과 초월의 양상을 풍요롭게 드러내준 것이다.이번 수상이 시인의 오랜 시력에 상응하는 큰 의미를 부여해주기를 희망해본다.
제3회 안성문학상에는 박희헌 시인의 시집?안성천 잠언 시가집?이 선정되었다.이 시집은 시인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신앙적 세계에 바탕을 둔 사향(思鄕)의 정신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결실이다.타인의 텍스트와 자신의 목소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면서‘안성’의 정신과 역사와 현장을 두루 엮어낸 세계를 표현해주었다.더불어 그의 시는 대상을 향한 한없는 그리움을 가진 채,자연 사물과 정겨운 일상들을 포괄하면서 가장 원형적인 상(像)을 탐구해마지 않았다.수상을 축하드린다.
거듭 두 분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우리 시단에서 이어져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조남철(위원장,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오문석(문학평론가,조선대학교 교수)
김병호(시인,협성대학교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 교수)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와 한국문인협회 경기도 안성지부(지부장 하종성)는 ‘제15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강창민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시인 박두진(1916~1998)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의 후원으로 2006년 제정되었으며, 수상자는 우수한 시적 성취와 활동을 보여준 시인 가운데 박두진의 시 정신과 시 세계를 고려하여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된다.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강창민 시인의 작품들이 서정시를 통해 존재론적 빛과 그늘을 처연하게 고백한 작품으로 보고, 투명하고 심미적인 전언과 함께한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강창민 시인의 시 세계가 탈향과 귀향, 유목과 정착이라는 쓰기의 결실을 보여주면서 그 내력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양상을 유추하게끔 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집 『성찰의 강을 건너』를 비롯한 다수의 시에서 시인의 삶을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삶의 형식’으로 들여다보며 ‘성찰과 그리움의 과정’을 흰 바탕으로 삼고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시학으로 눌러 담았다고 덧붙였다.
수상자 강창민 시인은 1947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하여 시집으로 『작은 풀꽃으로 주저앉아』, 『물음표를 위하여』 등을 발표했으며, 197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한편, ‘제3회 안성문학상’에는 박희헌 시인의 시집 ?안성천 잠언 시가집?이 선정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삶을 바라보면서, 신앙적 세계에 바탕을 둔 사향의 정신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시집이라고 평가받았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길을 꼿꼿하게 걸어가신 박두진 선생님의 정신은 우리 시대의 가장 귀하고 위대한 영혼”이라고 말하며, “일상을 담고 추억이라는 그림자를 남기는 문학이 안성에서 꽃피울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제20회 혜산 박두진 문학제와 함께 안성맞춤아트홀 소공연장에서 오는 25일 오후 3시에 개최되며, 안성을 빛낸 시인들과 안성문인협회 회원들의 액자시화 전시전과 성악공연, 시낭송 등 다채로운 행사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감사하다’라고 한마디로 소감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설주 선생은 1908년생이니 아버지뻘이 됩니다. 제가 경북대학교 영문학과에 교수로 있을 때 청마 선생이 대구에 자주 오셨습니다. 원래 말수가 적은 청마 선생이 90분 강의에 50분 정도로 마치고 나오셔서 90분을 다 마치고 나오는 저에게 ‘뭐기 그리 얘기할 것이 많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인 이설주 선생 댁에서 묵으시곤 했지요. 그 당시에 이설주 선생의 서랑(壻郞) 되는 사조의 주인용 선생과도 알고 지냈어요.
제가 동아일보에 ‘상(賞)’이란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상(賞)’이란 타기도 어려운 것인데 잘 주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주신 측에서 옳게 주신 것인지 저 자신 의심스럽습니다. 수상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는 2008년 《현대문학》에서 70대 후반 이후의 작품을 수록한 것입니다. 인생 해거름에 주은 작품이라 ‘밀레의 만종’처럼 겸손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저의 시를 저 자신 자부할 수 없는데 이설주문학상의 첫 수상자로 심사위원들이 뽑아주셔서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1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김종길(85) 시인이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 52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번 시집은 발표 시기 순서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나온 삶의 궤적을 노련하게 견지하는 노경의 일상과 상념을 주요 소재로 한다.
평생 같은 걸음걸이와 속도로 한국 시단을 묵묵히 지켜온 시인의 시선은 늘 새롭고 경이로운 발견에 닿아 있다.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사물과 현상에도 눈과 귀를 활짝 열어두어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하루하루 새롭게 깨닫는다. 이러한 경이의 발견은 노경의 깊이 있는 삶의 철학과 융해되어 한층 원숙한 시 세계를 이루어낸다.
한편 세상을 떠난 동료 시인들에 대한 추모의 정을 드러낸 작품들을 통해 시인은 생을 마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비관이나 체념이 아닌 한 차원 높은 달관의 경지로 그것을 끌어올린다.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당당한 여유로움은 인간의 유한한 삶이 노년에 갖추어야 할 미덕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 시인은 절제된 감정과 언어, 쉽고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시를 애독하는 문학 독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정갈한 모범시의 전형을 보여주며, 이와 함께 어우러진 깊이 있는 성찰의 시편들은 등단 이후 60년이 넘게 시의 길을 걸어온 노시인의 원숙한 경지를 들여다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시인의 끊임없는 창작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한국 문학계가 경의를 표할 만한 뜻 깊은 문학적 성과이기도 하다.
현재 고려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이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이 상은 이설주(1908-2001)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됐으며,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상금은 2000만원.
대산문화재단은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 대산문학상은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5개 부문에 시상하는 종합문학상이다. 희곡과 평론은 격년으로 수상자를 발표해 올해는 시, 소설, 평론, 번역 부문에서 4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시에선 김행숙의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예심에서 선정된 10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본심을 진행한 후 최종 대상작 4권을 선정했다. 그 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는 “고통의 삶에 대한 반추, 미래를 향한 열기 등의 주제의식이 탁월한 리듬감과 결합하여 완성도 높은 시 세계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행숙은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2009년 노작문학상, 2015년 전봉건문학상, 2016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부문에선 본심에 오른 6편 중 김혜진의 ‘9번의 일’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단은 “노동의 양면성을 천착하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우리 삶의 근간인 노동의 문제를 통해 참혹한 삶의 실체를 파헤치는 냉철하고 집요한 시선이 돋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김혜진은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2013년 중앙장편문학상, 2018년 신동엽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년 전에는 ‘딸에 대하여’로 대산문학상 본심에 오르기도 했다.
평론은 유성호의 ‘서정의 건축술’이 선정됐다. 해당 비평집은 “비평적 세계를 안정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정확한 심미성을 지향하면서 비평의 현장성과 역사성을 두루 겸비했다”라는 평을 받았다. 4개(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 언어를 돌아가며 시상하는 번역 부문에선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스페인어로 옮긴 주하선이 수상했다. 주하선은 ‘82년생 김지영’과 이번 본심에 같이 오른 ‘잘 자요, 엄마’를 통해 문학 번역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심사위원단은 해당 번역본에 대해 “원작의 태도를 잘 파악하고 원작을 살린 충실한 번역을 통해 뛰어난 가독성을 확보했다”라고 평가했다.
수상자에게는 각 상금 5000만원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상패 ‘소나무’가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4시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릴 예정이다.
무인공장에서 기술을 배웠다. 사람이 없어도 사람을 견디는 기술을. 사람이 없어도 사람인 채 버티는 기술을. 일은 기술과 상관 없었다. 아침을 먹고 스위치를 켜는 것. 저녁을 먹고 스위치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 아침을 먹고 저녁을 먹는 것이 차라리 더 고된 일이었다. 무인공장에서 일어나 무인공장으로 출근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없어도 되는 곳으로 아침을 먹고 스위치를 켰다. 보지 않은 사이에 스위치가 꺼질까 걱정되어 점심은 걸렀다. 사람을 맞이할 필요도, 사람을 배웅할 필요도 없었다. 출근시간이 왔다가 노동시간이 왔다가 밥시간이 왔다가 다시 노동시간이 왔다. 정확한 간격으로 밥시간과 퇴근시간이 왔다. 기술적이었다. 퇴근이라고 쾌재를 부르면 메아리가 되어 공장에 울려 퍼졌다. 예술적이었다. 무인공장에 출근했다가 무인공장으로 퇴근했다. 무인공장에서 잠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시간이 갱신될수록 시간개념은 점점 희미해졌다. 시간은 가지 않고 늘 오기만 했다. 이상했다. 그렇게 오래 근무해도 기술은 늘지 않았다. 수상했다. 무인공장에 내가 있었다. 무인공장인데 내가 있었다. 무인공장인데 내가 있는 것이 유일하게 습득한 기술이었다. 어느 날에는 스위치를 켜는 심정으로 불쑥 내 이름을 발음해보았다. 무인공장과 달리 나는 이름이 있었다. 무인공장과는 달리, 나는 사람이었다. 저녁을 먹고 스위치를 껐다. 공장 내에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제야 일이 기술가 상관있다는 걸 알았다. 해고를 당할 때에야 무인공장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해고를 당했는데 정작 공장에서 빠져나갈 기술이 없었다. 무인공장에서는 유입만 있고 유츌은 없었다. 제시간은 항상 찾아오기만 했었다. 곤욕은 곤혹 전에 찾아와 곤경에 처한 것은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이 없어도 되는 곳에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없어야 하는 곳에 사람이 있었다. 한번 꺼진 스위치는 다시 켜지지 않았다. 사람 구실을 하는 게 곤란해졌다. 비로소 무인공장이 무인공장다워졌다. 뭔가를 원해서 뭔가를 원하지 않아서 입은 늘 벌린 채였다. 아침을 먹어도, 점심을 걸러도, 저녁을 먹어도 입은 늘 벌어진 채였다. 무인공장에서 기술을 배웠다. 사람 없이도 사람을 견디는 기술을. 사람 없이도 사람인 채 버티는 기술을.
대산문화재단은 올해 제27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조해진, 시인 오은, 번역가 윤선영·필립 하스를 각각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수상작은 조해진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 오은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 윤선영·필립 하스의 독역서 '새벽의 나나'(박형서 원작)다. 희곡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않았다.
대산문학재단이 주관하는 제27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오은(37) 시인은 4일 서울 교보빌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 실린 시를 쓰던 시간은 귤의 과육이 아니라 귤락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로 상을 받게 된 그는 귤을 감싼 섬유질인 '귤락'을 자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라 비유했다.
오은 시인은 "귤락이 더 멀리 뻗어 나갈수록 그물망이 더 촘촘해질수록 내 우주는 따라 성장했다"면서 "낮지만 깊고 어둡지만 진한 이야기,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지만 팽팽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집이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끌어내고 사람의 내면을 다각도로 이야기했다'고 평가했다.
대산문학상은 교보생명 창업주인 대산 신용호 선생이 창립한 대산문화재단이 1년여 동안 발표된 한국 문학 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을 부문별로 선정해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천만원이 수여된다. 시와 소설 수상작은 번역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