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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스트라이크 / 김미향

 

아파트 20층 유리창은 새의 반환점,

인증 샷을 찍듯 여기저기 새의 낙관이 찍혀 있다

새의 시력은 사력을 다해도 원시안이어서

한 마리의 새가,

창문을 창공으로 오독한 것일까

새들이 머리로 유리창을 읽다 아예 산문散文이 돼버린다

저렇게 혼신을 다해 심독하는 몰입도 있다니,

마침표 하나를 찍기 위해

얼마나 꾹꾹 눌러 썼으면 부리가 다 구부러졌을까

창문에 부딪혀 길바닥에 부사副詞처럼 떨어져 있는 새들

공중의 사후를 본다

창가에 앉아 책갈피에 꽂아 둔 압화를 화분에 옮겨 심는다

이렇게 높은 데서 뿌리내리기도 힘든데 꽃이라고 피겠어?

라고 누군가 하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사이

또 한 마리의 새가,

금이 간 공중의 틈으로 햇빛이 쏟아지고

화분에 물 대신 햇빛이 듬뿍 뿌려진다

새의 날개에 긁힌 자국이 햇빛에 선명하게 나 있다

새의 후생이 햇빛에 착상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또 한 마리의 새가,

유리창의 실핏줄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긴 처음이다

새의 붉은 울음을 필사하느라 구름이 잠깐 뒤뚱거린다

유리창에 새가 노크될 때마다 조의를 표하듯 펄럭이는 커튼

베란다 화초에 슬어 있는 햇빛을

새의 눈물을 닦아 주듯 수건으로 닦아내는 동안에도

또 한 마리의 새가,

창문을 열고 압화押花를 담담하게 날려보낸다

창밖엔 압조押鳥가 땅의 갈피에 차곡차곡 쌓인다

*윈도우 스트라이크 : 새가 투명한 창문 등에 부딪혀 죽는 현상

 

 

 

 

[당선소감]

언젠가부터 시 앞에 경건해지고자 마음 다독이기 시작했다. 행간에 힘을 주기보다는 붓끝에 힘을 주다가 행간을 비워 두던 날들이 많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늘 사유의 맨 첫 행인 나를 비워 두자 글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머리맡에 수북이 쌓여 있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 나열해 보는 일, 언젠가부터 그런 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깨에 힘을 빼자 헐거웠던 행간이 채워지기 시작했지만 팽팽하지는 않았다. 호흡이 편안해져야 문장이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썼다 지웠다 빈 여백을 한참 바라보기도 해본다.

티브이를 보면서 고층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의 부고가 자막으로 흘러가는 동안 화면에는 새들의 화려한 일생이 상영되고 있었다. 공중엔 격벽과 직선과 곡선이 너무 많아서 하늘을 날 때 원하지 않아도 곡예를 해야 하는 새들의 우여곡절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금 창밖을 날아가는 저 새들이 왔던 길을 찾아 되돌아올 수 있을까. 각박해지는 환경 속에서 삶이 힘겨워지는 만큼 더불어 상생해야 하는 땅과 바다와 하늘의 주주들의 고단한 궤적들. 사람과 환경이 함께 공존해야 하는 생태계를 지키는 데 어떤 심혈을 기울여야 할까.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위협받는 재앙에 대해 우리는 어떤 해답을 갖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까도 생각해본다.

평택 생태시 문학상을 습작하면서 생태계의 위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위에 산재한 훼손의 사유들을 백지에 꾹꾹 눌러 적으며 어떻게 그 간절함을 호소해야 할지, 고발과 자책보다는 치유와 설득에 더 절실함을 가지고 써내려간 시들. 습작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한참 부족한 사유에 관심을 가져주신 평택문인협회 생태시 문학상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생태시 문학상 수상자로서 좀 더 진정성 있게 환경을 생각하고자 한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늘 문학에 대한 열정을 함께 해 준 문학동인들, 가족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글 앞에 늘 진지한 자세로 스스로를 지켜보며 정진하겠다.

 

 

 

 

[심사평]

39년 만의 늦장마라고 한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잦다. 바람과 우박을 동반한 집중폭우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강이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폐사한 어패류들과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농경지가 극심한 가뭄을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작년에는 큰비로 곳곳이 수해를 입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상이변이 잦다. 지구의 온난화에 따른 생태환경의 변화와 자연환경 훼손과 무분별한 개발 등 문제점들이 대두되는 가운데 생태시에 대한 문인들의 관심과 열정도 뜨겁다.

 

나무와 바다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 많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바람과 해류의 순환으로 한 곳에 모이게 되어 쓰레기 섬이 형성되었다. 북태평양 바다 위의 거대한 쓰레기 섬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우려 섞인 목소리와 해양 오염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된 고래들의 수난사를 다룬 작품이 다수 있었다.

 

예년에 비해 응모자가 많아 두 차례의 예심과 본심을 걸쳤고 당선자를 결정하는데 신중을 기했다. 논의 끝에 김미향의 〈윈도우 스트라이크〉선정했다. 새가 아파트 20층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상황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창문을 창공으로 오독한 새가 마침표를 찍기 위해 얼마나 꾹꾹 눌러썼으면 부리가 다 구부러졌을까? 새의 눈물을 닦아주듯 수건으로 닦아내는 동안에도 또 한 마리의 새가, 새의 붉은 울음을 필사하느라 구름이 잠깐 뒤뚱거렸다’ 는 표현에서 보듯 방음벽이나 유리창에 부딪혀 죽음을 맞는 새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섬세한 필치와 이미지로 잘 그려냈다. 함께 응모한 〈남방큰돌고래의 눈물〉〈新젤리피시〉도 당선작에 못지않은 수작이다.

 

마지막까지 거론되었던 작품으로 〈신데렐라 샤우팅〉은 ‘시베리아에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없어요.’ 하는 목소리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우리가 실개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동안〉은 실개천으로 흘러드는 폐수로 인해 오염되는 하천과 죽어가는 물고기의 죽음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GPGP〉는 하와이 북동쪽에 있는 쓰레기 섬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위기에 처하고 인간의 삶이 흔들리고 결국은 하나뿐인 지구를 살릴 거야? 말 거야? 하는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태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서 심사자들을 기쁘게 한다. 생태환경에 대한 문제의식 제기와 지구 변화에 따른 위기의식, 자연환경 파괴로 인한 일상의 위협 등 생태시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주제가 선명하고 언어를 응축하는 힘과 사물과의 교류가 뛰어난 작품을 선정했다.

 

제9회 생태시문학상을 차지한 김미향님께 축하를,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지구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뜨거운 열정으로 훌륭한 작품을 보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성백원, 배두순 김영자 김복순 한인숙 진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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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정치 / 고영민

 

 

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얼음이 풀린다

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

떨지도 않고 걷는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따뜻한 눈송이들

지난 겨울의 노인들은 살아남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을

조금씩 떠보는 나무들의 눈시울

찬 시냇물에 거듭 입을 맞추는 고라니

나의 딸들은

새 학기를 맞았다

 

 

 

 

봄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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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제22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인 고영민의 '봄의 정치'(창비2019)를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천상병예술제'는 우리시대 대표적 순수시인이자 문단의 마지막 기인(伎人)으로 불리는 천상병(1930~1993년) 시인을 기리는 경기북부 대표 문학제로 (재)의정부문화재단에서 매년 후원하고 있다.

천상병시상심사위원회는 2019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수상자를 비롯해 추천위원들로부터 20여 권의 시집을 추천받아 이 가운데 1차 예심을 통해 6권의 시집으로 압축했다.

이어 이달 초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끝에 고영민 시인의 '봄의 정치'를 최종 선정했다.

시집은 ‘죽음’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다룬다. 특히 어머니(아버지)의 부재(不在)를 다루는 시의 행간에는 그리움의 정동과 더불어 자기 앞의 인생을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사유의 힘이 느껴진다. 시의 언어가 절제되어 있고, 시행 또한 간소하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고영민 시인은 196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2002년 '문학사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 등이 있다.

이와함께, ‘제2회 천상병동심문학상’으로는 이정석 시인의 동시집 '촛불이 파도를 타면(아동문학평론2019)'이 선정됐다.

‘천상병동심문학상‘은 '천상병예술제'의 외연을 확대하고 아이처럼 순수하고 천진했던 천상병 시인을 기리며 동시인들에게 창작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된 상이다.

자세한 사항은 의정부문화재단 홈페이지(www.uac.or.kr)를 참고하거나, (사)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02-972-282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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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꽃 / 송진권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부추꽃만 하얗게 피었습니다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살았었다고

 

뜨물 빛 부추꽃이 고샅까지

마중 나와 피었습니다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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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를 비롯해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모두 33권의 시집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1차 예심위원회를 통해 8권의 시집으로 압축했고, 3월초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끝에 송진권 시인을 최종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4월20일이며, 제16회천상병예술제가 열리는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3명의 본심 심사위원들은 최종심에서 송진권 시인의 작품은 백석(白石) 시인 풍으로 농적(農的) 순환의 질서를 노래하고, 부엌을 잃어버린 시대 우리들 마음자리를 생각하게 하는 '들깨 같은 말들(어른들이 돌아왔다)'의 진경을 잘 드러내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집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소의 배 속에서'와 '어른들이 돌아왔다'는 삶과 죽음 그리고 성장이라는 우리네 삶의 서사를 면면히 이어가겠다는 시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고, 시집 곳곳에서 산견되는 작고 사소한 사물들과 '사람들'에 대한 가없는 그리움은 우리 시대 백석 시인의 현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우리 존재의 순환적이고 관계론적 상상력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시집의 시 가운데 '물 가둔 논' '찬물구덩이의 물' '가쟁이째' '둠벙의 사랑' 같은 시들은 가편(佳篇)이라 할 수 있다. 송진권 시인의 이러한 시적 특장(特長)은 농적 순환의 질서가 깨어지고 그런 삶의 질서를 수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 시절에 우리로 하여금 '오래된 지혜'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힘을 내장하고 있다.

 

옛 공동체가 깨어져버린 이 시대에 환대하는 마을은 환대하는 마음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직하지만 굵직한 목소리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송진권 시인의 시는 요설과 장광설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이 시절에, 자신의 터[place)를 지키며 평범한 이웃 사람들의 삶을 받아적는 시인의 자리에 대해 다시 한 번 강력히 환기한다.

 

특히 송 시인의 시와 동시는 어린 아이 같은 마음과 상상력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천상병 시인의 시 정신을 잇는 것으로 판단해 3명의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천상병시상 수상자로 선정했음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송 시인은 1970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2004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시집 '자라는 돌'과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이 있다. 현재 '젊은시' 동인과 격월간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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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 서효인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다시는 못 올 것이라 생각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고, 비를 머금은 공장에서

푸른 연기가 쉬지 않고

공중으로 흩어졌다

흰 빨래는 내어놓질 못했다

너의 얼굴을 생각 바깥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것은

나로 인해서 더러워지고 있었다

이 도시를 둘러싼 바다와 바다가 풍기는 살냄새

무서웠다 버스가 축축한 아스팔트를 감고 돌았다

버스의 진동에 따라 눈을 감고

거의 다 깨버린 잠을 붙잡았다

도착 이후에 끝을 말할 것이다

도시의 복판에 이르러 바다가 내보내는 냄새에

눈을 떴다 멀리 공장이 보이고

그 아래에 시커먼 빨래가 있고

끝이라 생각한 곳에서 다시 바다가 나타나고

길이 나타나고 여수였다

너의 얼굴이 완성되고 있었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네 얼굴을 닮아버린 해안은

세계를 통틀어 여기뿐이므로

표정이 울상인 너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무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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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사단법인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제 20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서효인(37)시인을 선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수상작은 지난해 출간한 시집 ‘여수’다.

 

심사위원단은 “시집 ‘여수’를 펼쳐들고 읽노라면 이미 가본 곳은 물론 전혀 경험하지 못한 공간에 대한 이미지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떤 공간에 대한 기존의 경험을 해체하고 그곳을 전혀 다른 세계로 감각하도록 만드는 언어의 힘, 이것이야 말로 아무나 지닐 수 없는 능력”이라고 평했다.

 

서 시인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지며, 시상식은 4월 28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198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서효인 시인은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와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냈다. 2011년 제 30회 김수영문학상, 2017년 제 25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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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人戀) / 박지웅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손가락이 피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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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위원장 정호승)에서 선정하는 2017년 ‘천상병詩문학상’ 19번째 수상자로 시인 박지웅(48)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문예중앙2016)이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2016년에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심사위원 5명으로 구성된 1차 예심에서 15권의 시집을 추천하였고, 3월 초 4명의 본심 심사위원(위원장 서정춘)들이 2차 심층 심사를 한 끝에, 자유롭고 순수한 시적 표현이 ‘故천상병’시인의 시 세계와 가장 닮아 박지웅 시인의 시집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박지웅 시인의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는 있어야 할 저곳과 지금 있는 이곳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의 틈새를 엿본 자 특유의 낭만적 아이러니와 비애의 정서가 압축적으로 응결된 작품이다.

시인은 수상시집에서 끝내 도달할 수 없으나 ‘그곳’에 이르고자 하는 유토피아적 심상지리를 ‘별방리’라는 시적 은유를 통해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우리는 모두 ‘별방리’에 이르지 못할 수 있으나, 그곳에 대한 시적 지향을 가슴에 품으며, 서로 ‘어깨너머’를 내주며 지금 이곳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시적 지향과 표현은 ‘새’와 ‘하늘’에 관한 시적 메타포를 통해 자발적 가난의 삶을 기꺼이 수락하며 살아간 故천상병시인의 시적 표현을 연상시킨다.

박지웅 시인은 “故천상병 시인의 이름과 숭고한 정신을 늘 가슴에 새기며 이 세상 소풍 마치는 날까지 마침표 없는 시를 쓰겠다”고 선정소감을 밝혔다.

<제19회 천상병詩문학상 시상식>은 ‘제14회 천상병예술제’ 기간인 4월 22일(토) 오후 2시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며 서정춘 시인, 고영직 문학평론가 등 주요 문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며 시낭송 및 축하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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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꾹질의 사이학 / 고영

 

 

서울에서 방 한 칸의 위대함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월세 계약서를 앞에 놓고 주인은 거듭 다짐을 받는다

너무 시끄럽게 하면…… 딸꾹! 전기세는…… 딸꾹!

사나운 사냥개 어르고 달래듯

물 한 컵 단숨에 들이마시고 또 딸꾹!

숨을 한껏 빨아들인 주인의 입이 잠시 침묵하는 사이

불룩해진 아랫배가 딸꾹, 유세를 떤다

근엄한 입에서 딸꾹질이 한번 포효를 할 때마다

달동네 방 한 칸이 자꾸 산으로 올라간다

딸꾹질이 맹위를 떨칠수록 주인의 다짐도 조금씩 수위를 높여간다

서둘러 도장을 찍고 싶은 마음이

딸꾹질의 훈시에 맞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 쓰고 딸꾹! 서대문구 쓰고 딸꾹! 번지 쓰고 딸꾹!

사내가 주인인지 딸꾹질이 주인인지

계약서 한 장 작성하는 데 한 시간이 딸꾹,

여차하면 어렵게 찍은 도장마저 딸꾹질이 업어 갈 판인데 또 딸꾹,

딸꾹질의 폭력 앞에서 나만 점점 왜소해진다

아직 주지시키지 못한 다짐이라도 남아 있는 듯

딸꾹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인은 천천히 계약서를 훑어보고 있다

보증금을 건네는 손이 나도 모르게 딸꾹질을 한다

 

 

 

딸꾹질의 사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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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고영(50) 시인이 선정됐다.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위원장 정호승)242016년 천상병시 문학상 18번째 수상자로 시인 고영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사)이다.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고영 시인은 시는 인생(人生)이다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서정시 정신을 적절한 언어와 빼어난 은유적 사유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운영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2월중 1차 예심을 거쳐 10권의 후보작을 정했다. 고영 시인의 수상작을 비롯해 안주철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10권의 후보작들이 선정됐다.

 

이번달에는 2차 심층 독회(讀會)를 열고 후보를 세 권 시집으로 압축했고 그 후 최종심에서 '딸꾹질의 사이학'을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고영 시인은 1966년 안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2003'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딸꾹질의 사이학'과 에세이집으로는 '분명 내 것이었으나 내 것이 아니었던' 등을 펴냈다. '질마재해오름문학상''고양행주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계간 '시인동네' 발행인을 맡고 있다.

 

18회 천상병시 문학상 시상식은 13회 천상병예술제기간인 다음달 23일 오후 3시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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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목록 / 김희업

 

 

손바닥에 닿으면 부러지는 연약한 비

비가 거리의 목록에서 노점을 지웠다 오늘은

가난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산을 펴자 비가 우산 위로 사납게 달려들었다

우산은 우산 크기만큼만 비를 가려주었다

온다는 소리 없이 집집마다 비가 다녀갔다

섭섭하지만 비를 뒤쫓아갈 필요가 없었다

훗날을 기약하며 보내주기로 했다

비를 모금함 속에 모아두는 엉뚱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사람을 불러 모으는 재주를 가진 노점이 사라진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에 스며들었는지

한산한 거리가 비로 시끌벅적했다

비에 쫓겨난 봄꽃은 어디서 보상받을는지

생계가 막막해진 봄꽃이

뿔뿔이 자취를 감추었다

손바닥에 닿으면 부러지는 연약한 비에도

바퀴의 노동은 멈추지 않고, 내일도 모르고 앞만 향해 자꾸

달려간다 이런 날, 바퀴도 없이 미끄러지는 사람이 꼭 있더라

저만치 자신을 내팽개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비가 거리의 목록에서 이제 웃음조차 지우려 한다

오늘은 비의 목록에 따뜻한 위로가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비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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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위원장 정호승)에서 선정하는 2015년 <천상병詩賞> 올해17번째 수상자로 시인 김희업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비의 목록’(창비 2014)이다.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는 5명의 심사위원들이 등단 10년 이상의 시인 가운데 2014년 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1차 심의와 본심을 거쳐 선정된 시집 4권 중에서 천상병시상에 가장 부합되는 시적 성취를 낸 작품과 꾸준한 시적 활약이 기대되는 시인으로 김희업 시인의 ‘비의 목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고독과 상처의 일상 너머를 예리하게 투시하며 새로운 ‘시적 희망’을 불어넣으려는 리얼리스트적 상상력이 뛰어난 시집”이라고 평하며 “최근 시단의 시적 경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상을 냉정히 응시함으로써 추구하는 시적 희망이 천상병 시인이 추구한 바 있는 비타협의 시정신과 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희업 시인은 첫 시집 ‘칼 회고전’에서 상처로 얼룩진 고독한 몸의 세계와 존재에 깃든 고통과 억압의 역사를 탐색했다면, 두 번째 시집 『비의 목록』에서는 삶의 이면을 내밀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리얼리스트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언어적 기지를 살려 사물과 삶의 중핵을 파고드는 관조와 성찰의 시편을 선보이고 있다.

천상병시상 시상식은 <제12회 천상병예술제> 기간인 4월 25일(토) 오후 4시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김희업(金熙業) 시인▷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칼 회고전』과 『비의 목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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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딜레마 / 최명란

 

 

오늘이 아주 가까이 아주 멀리 있다

고민하는 것은 고민하는 것만큼 중요치 않나

죽어라 태어났고

죽어라 먹었고

죽어라 사랑했고

죽어라 싸웠고

죽어라 아팠고

죽어라 죽었다

인생을 꽃이라 믿어야 하나

믿어지지도 않는 내일을 수많은 대중이 따라가고

오늘의 목소리는 호방하다

어정쩡한 예절을 배워

먹은 거 또 먹는 것이 필요하고

한 얘기 또 하는 것도 필요하나

가재도구는 있던 자리 이십 년 그대로 있고

고장 난 관악기에서 비명이 들린다

소리는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

시계가 잠들어도 시간은 간다

어쩌나 오감을 흔들어놓는 오늘의 손을

놓아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명랑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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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천상명 시·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제 16회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자로 최명란 시인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명랑생각’이다.

이번 수상자 선정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최종 후보로는 이병률과 복효근, 최명란이 올랐다.

정호승 시인 등 심사위원단은 “시집 전체를 관류하고 있는 비애의 정신을 역설과 반어를 통해 명랑의 정신으로 무애하게 승화시킨 데에 큰 장점이 있다”고 평했다.

한편, 시상식은 ‘제 11회 천상병 예술제’ 기간인 오는 4월 26일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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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가는 노래 / 진은영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사랑해주지, 가난한 아가씨야

심장의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지는 너의 발을 꺼내주지

맙소사, 이토록 작은 두 발

고요한 물의 투명한 구두 위에 가만히 올려주지

네 주머니에 있는 걸, 그 자줏빛 녹색주머니를 다 줘

널 사랑해주지 그러면

우리는 봄의 능란한 손가락에

흰 몸을 떨고 있는 한그루 자두나무 같네

우리는 둘이서 밤새 만든

좁은 장소를 치우고

사랑의 기계를 지치도록 돌리고

급료를 전부 두 손의 슬픔으로 받은 여자 가정부처럼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사랑해주지, 나의 가난한 처녀야

절망이 쓰레기를 쓸고 가는 강물처럼

너와 나, 쓰러진 몇몇을 데려갈 테지

도박판의 푼돈처럼 사라질 테지

네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고개 숙이고 새해 첫 장례행렬을 따라가는 여인들의

경건하게 긴 목덜미에 내리는

눈의 흰 입술들처럼

그때 우리는 살아 있었다

 

 

 

 

훔쳐가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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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천상병 시인의 추모 20주기를 맞아 제15회 천상병 시 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훔쳐가는 노래’의 저자 진은영(사진) 시인이 19일 선정됐다.

시상식은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올해로 제10회째를 맞이하는 천상병 예술제 기간(4월19~28일) 중인 27일 토요일 오후 2시에 함께 진행된다.

이번 시 문학상의 심사위원은 신경림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 고영직 문학평론가로 구성 되었다. 등단 10년 이상의 경력과 최근 1년새 시집을 발간한 시인을 대상으로 1차 15명의 후보작품을 심사하여 두 작품으로 압축하고, 2차 심의에서 최종적으로 진은영 시인의 시집 ‘훔쳐가는 노래’를 선정했다.

심사위원장 신경림 시인은 “올해로 20주기를 맞는 천상병 시상의 당사자로 진은영 시인이 결정되었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진은영 시인의 시가 현실을 낯설게 만들고 그 낯섬 속에서 현실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천상병 시인의 초기의 현실성과 후기의 천진난만함에 대한 현재적 변형일 수 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천상병 시문학상의 역대 수상자는 1회 이상만ㆍ2회 한정옥ㆍ3회 박주관ㆍ4회 최정자ㆍ5회 이길원ㆍ6회 이수영ㆍ7회 김신용ㆍ8회 김유선ㆍ9회 김선우ㆍ10회 길상호ㆍ11회 박 철ㆍ12회 송경동ㆍ13회 박남준ㆍ14회 정한용 시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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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들 / 정한용

 

 

저 불빛들, 소리 없이 밤새우고 햇살이 되는 소리들. 무한 반복으로 자본주의를 두드리는 소리들, 춤들, 광기와 죽

음의 노래들, 잊을 수 없는, 그러나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사라져 가는 기록들,.

 

 

제발 살려 주세요,

달라는 대로 다 줄게요.

우리 집 부자예요.

울 아빠한테, 씨팔, 전화해 보세요.

 왜 때렷, ······요.

 

사건 개요: 공기총을 맞고 죽은 시체를 유기한 것으로 진술했으나, 시체 부검 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

난 10월 24일 새벽 4시쯤 중부 고속도로에서 200미터 들어간 산 중턱에서 현장 검증이 이루어졌는데,

 

혼불 같은 이상한 현상이 내리 일주일 동안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여

경찰이 신고를 받고 조사해 본 결과

세기말에 출현한 불온한 영혼들이 새 천 년 시작되고 벌써 여러 해

아직 길을 잃고 돌아가지 못해

오늘 조간신문 특집기사로 읽는다.

 

유령들에게 모든 틈은 숨어 있기 좋은 방

지난 세기의 ‘이즘“들이 찌꺼기로 쌓이고 부풀어 익어간다는

물질적인 증거이다.

틈은 부푼 빵처럼 유령의 집이 되어

굶주리다 허기-환각에 반지하 방에 불을 질러 버린 도시인의

지워진 발자국이거나

 

살려 주세요.

내일모레면 결혼하려고 날짜 밥아 놨어요.

이 개새꺄,

넌 나 같은 딸도 없니, 동생도 없니, 처자식도 없니, 새끼야

확 싸질러 버려.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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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제14회 천상병 시 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정한용(54)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유령들'(민음사)이다.

 심사위원회는 "난징 대학살, 아우슈비츠, 이라크 전쟁, 5·18 광주, 9·11 테러, 아프간 전쟁, 아프리카 종족분쟁을 시의 언어로 표현한 정한용의 시는 희생자와 유령들의 존재를 강력히 환기시킨다"며 "고통과 분노의 정치학을 넘어서는 시적 사유의 최전선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제9회 천상병 예술제' 기간인 4월28일 오후 2시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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