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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이외의 것 / 이근화

 

 

삼십 미터 위의 나뭇잎

나뭇잎

기린의 입속 나뭇잎 나뭇잎

나뭇잎도 미치고 말거야

십오 분 동안 나뭇잎

삼일 동안 나뭇잎

그러나 나뭇잎으로 가릴 수 없는 것이 많다

나는 빵 이외의 것은 믿지 않아

빵이 찢어지면서 거짓말이 툭 튀어나올 때

나의 입술은 왜 부풀어 오르는가

 

이토록 부드럽고 달콤하고 백색이어도 좋은가

네 입속 일까지 관여할 수는 없어서

커다란 손에 입 맞추고

나는 바깥이 된다

안녕

안녕

안녕

그 다음은 무엇이 될까

너의 손바닥에 들러붙어도 좋을까

 

네 손바닥으로부터

비 오는 골목길처럼 부드럽게 풀려나온다면

빵 이외의 것에 대한 믿음도 솟아오르겠지만

나는 너무 남아돌아서 문제다

굶주린 사자처럼 나뭇잎을 센다

하나

그 다음은 너무 쉬운 것 같다

 

너는 지켜지지 않는 약속

믿음은 자라고

믿음은 부풀고

믿음은 터진다

동네 빵집을 탐구하듯

오래된 슈크림과 소보로를 무너뜨리듯

너를 무너뜨리고

 

빠른 속도로 나뭇잎 나뭇잎 나뭇잎

서서 자는 기린의 옆에 눕는다

허공이라는 달콤한 이불을 덮는다

영원토록 떨어지는 나뭇잎이 있다면

나뭇잎의 생도 그럴 듯해지겠지

반듯하고 차가운 병원 건물이 식빵 같았고

군침이 돌고 말았다

 

저 많은 병의 이름을 입속에 넣고 굴린다면

나의 얼굴과 너의 표정이 하나가 되는 마술이 펼쳐지겠지

대신에 나는 너를 주머니에 넣고 꾹꾹 눌렀다

꺼내서 조금씩 씹었다

목구멍으로 거짓말이 어렵게 넘어갔다

이제 나뭇잎을 주울 차례

네가 검은 새가 될 때까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끝까지 거울을 본다

긴 손가락으로 빵을 찢는다

 

 

 

 

칸트의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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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딱딱하고 가지런한 이름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면 좋겠다. 날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계절마다 이름을 바꾼다면 이 어수선한 봄날, 내게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이름이 두 글자가 아니라면 또 어떨까. 오늘 나는 고양이 목걸이를 하고 걸어가는 목 쉰 사람’ . 내일은 꿈속의 물컹한 손가락’ . 이름이 없으면 좋을 것 같은 날도 있다. 그냥 나를 이라 불러 줬으면 좋을 것 같은 날도 있다. 내가 쓴 작품들을 나의 긴 이름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래서 내가 길어지거나 뚱뚱해지거나 재밌거나 지루하거나. 그런데 오늘도 내 이름은 가지런하고 삐딱하다. 내 앞으로 우편물이 세 개 도착했다. 우리집 꼬마는 나와 좀 다른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다 까까 꼬꼬라 부른다. 밥도 과일도 책도 텔레비전도 까까 꼬꼬가 있으면 좋겠다.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아무나에게 손을 흔들고 무엇에게도 다 인사를 한다. 다 사랑할 수 없어서 나는날마다 다른 이름을 꿈꾸고 헤매고 멈추고 넘어지는 것 같다. 나의 긴 이름을 불러주신 송준영, 이만식, 이수명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좀 더 창조적으로 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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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2004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2006),우리들의 진화(2009) 윤동주상 젊은 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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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고 훔치고 / 김이듬

 

 

번개처럼 떨어지는 접시를 받았다

바나나가 있는 접시였다

바나나가 좋아

난 바나나가 좋아

다 주세요

위에 대고 소리 질렀다

 

내일부터 접시 닦기를 할 거예요

내 꿈은 작고 웃기는 거

 

껍질을 벗기면 하얀 과육이 나오고 빨면 즙이 나오는

바나나는 신기해

나는 아껴서 핥아먹었다

눈을 감고

달빛이 펼쳐진 장원에 누워

조금만 부드럽게

 

어서 자둬

내일은 바쁠 거야

 

내 신발에 축축한 발을 담고 있는 너

만나기 전인지 후인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이 마지막으로 널 본 날이었어

우리가 큰돈을 벌 생각은 아니었잖니

 

오늘은 푹 자자 내일부터 바쁠 거야

 

눈을 떠보니 학교였고

새벽 두 시에

난 물을 마시려고 수도 아래 입을 벌리고 있었다

 

 

 

 

명랑하라 팜 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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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하여 부산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포에지로 등단하여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와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산문집 모든 국적의 친구』 『디어 슬로베니아를 발간했다.

 

1회 시와세계작품상(2010)과 제7회 김달진창원문학상(2011)을 수상했다. 경상대, 경남과학기술대 등에 출강하며 진주KBS라디오 김이듬의 월요시선(月曜詩選)’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견작가로 선정되어 독일베를린자유대학에서 한 학기 간 생활했고, 2013년 여름부터 석 달간 아이오와대학 국제창작프로그램(IWP)에 한국작가로 참가하였다.

 

2020히스테리아(Hysteria)시집으로 미국에서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1인 독립 책방 책방이듬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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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객 행위 / 김양숙

- 장미

 

 

늑대들의 척추에서 원죄가 익어가는 시간

역전 뒷골목으로 숨어들어 스스로 몸에 불을 밝히는 꽃이 있다

몇 번의 건기를 관통하고서야 몸에 핀 꽃이 가시가 된다는 것을 안 사내

가시에 찔린 행성은 전신주에 매달려 밤새 별빛을 토해냈다

 

꽃송이 대신 마른 눈물이 배달되는 시간

몸에 두른 가시를 열면 쏟아지는 새끼손가락들

머리 올려 줄게 오빠랑 살자

오빠랑 도망가자

설탕과 분자구조가 같은 말이

켜지 못한 촛불이 되어 유리창살 안에 갇혀있는 저녁

 

짐승의 피를 깨우는 여자의 웃음이 담장 아래로 쌓였다

물컹거리며 제일 먼저 썩어가는 심장은

사내의 식민지와 여자의 식민지가 만나는 지점

 

여자가 더듬이를 갖다 대고

사내의 속을 읽어내는 방식을 고집했다

꽃잎은 서서히 낡아가며

열여덟 살의 이력을 한 움큼의 비린내로 뿌렸다

눈물로 정조준 된 사내는 다시 벼랑에서 추락하였다

 

누군가를 보내고 돌아선 새벽

수명이 다한 피의 비늘들이 떨어져 역전 뒷골목을 구르고

상처에 비린내가 차오르면 장미의 시간에 옹이가 박혔다

 

헐거워진 창살 사이로 고개를 내민 여자

깨어진 골목 안을 기웃거리는 늑대의 담벼락에

다시 뜨거워진 촉수를 올렸다

 

스스로의 죄를 창살 밖으로 꺼내놓고 수선 중인 장미

아직도 사내의 식민지일까

 

 

 

 

기둥서방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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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푸른 영혼을 가진 바다가 영원히 기다려 주는 곳

 

얼마 전 고향에 다녀왔다. 푸른 영혼을 가진 바다가 영원히 기다려 주는 곳. 파도는 팔을 안으로 굽히며 치고 있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은 계속 마을 쪽으로 기어오르고. 마을은 부서진 파도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곤 하는 광경을 한참 서서 지켜보았다.

 

타향이라는 단어의 개념조차 낯설어져 버린 도시의 생활에서 늘 혼자가 된 걸 느낀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현대는 수많은 바람이 존재하는 곳이며, 자의든 타의든 그 바람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전쟁터 같은 곳이다. 싸우다 상처를 입기도 하고 상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현대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두렵거나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주는 시는 나에게 뿌리인 것이다. 지치고 힘들 때면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를 위로해주던 나의 졸시가 다른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데 용기를 갖는다.

 

시와산문작품상을 제정해주신 시와산문사에 감사드립니다. 시와산문애독자 여러분과 졸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 그리고 발행인과 주간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상은 앞으로 더 열심히 쓰라는 채찍으로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심사평] 새로운 시법에의 도전

 

지령 백호를 향해 달려가면서 시와산문은 개성을 지니고 새로운 시의 험로를 개척하는 시와 시인을 소개하는데 힘을 기울여 왔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작품상을 굳이 신설해야 하느냐는 내부의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시와산문에 실린 좋은 작품과 시인을 재조명하고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이 시와산문의 또 하나의 소명임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제1회 작품상을 선정하면서 내세운 선정기준은 공정성새로운 시법에의 도전의식이 있는가?’였다.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일차로 정기구독자 및 운영위원들께서 추천해 주신 작품들을 예심에 올리고 그 작품들 중에서 새로운 시법에의 도전과 구현에 탁월한 성과를 올린 작품을 최종심에 올려 심도있는 심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최종심에 올려진 여러 편의 작품 중에서 김양숙 시인의 시 호객 행위2016시와산문이 제정한 제1회 시부문 작품상으로 선정하였다. 526행으로 이루어진 호객행위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이를테면 노마드라든가, 성을 둘러싼 젠더의 문제, 더 나아가 익명성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고독과 소외를 장미로 상징화 하면서 이야기 형식의 틀 속에 진술과 묘사의 묘미를 섬세하게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관념(인식의 내용)을 이미지로 재생하는데 있어 중심에 놓인 이야기는 비유가 소멸되고 서술이 늘어나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호객행위는 시의 난삽함을 피하면서도 비극적 삶의 언저리를 증언하고 위무하는 새로운 시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 스스로의 토로처럼 원초적 슬픔이 발전단계를 거쳐 재탄생되는, 또 다른 나의 독백을 들어주는시의 진경을 더욱 깊고 넓게 확산시켜 주기를 바란다.

 

- 시와산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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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 차성환

 

 

잠결에 내 뺨을 때리는 손이 뭔 일 있어 시치미 떼고 가슴 위에 가만히 내려앉아 있다가 내가 잠들면 또 내 뺨을 내려쳐 도저히 참지 못해 벌떡 일어나면 방 안을 날아다니며 내 귀싸대기를 겁나 후려치는 날갯짓에 정신을 못 차리고 이 개새끼야 이빨로 물어다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겨우 손목을 잡아다 식칼을 꽂는다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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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10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차성환(40) 시인이 선정됐다고 이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천년의시작이 18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심사위원회는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는 세상에 존재하거나 부재하는 '자리'를 더듬어 밝히려는 시인의 의지가 돋보이며 경쾌한 언어유희와 반복적 점층에 의한 율독적 가파름이 명품처럼 담겨 있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12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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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다 / 김선태

 

 

너를 향한 마음이 내게 있어서

바람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부네.

 

나는 네가 마음에 들기를 바라는 집.

대문도 담장도 없이 드나들어도 좋은 집.

 

마음에 든다는 것은 네가 내게 스미는 일.

온전히 스미도록 마음의 안방을 내어주는 일.

 

하지만 너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

나는 촛불을 켜고 밤늦도록 기다리는 사람.

 

그렇게 기약 없는 사랑일지라도

그렇게 공허한 행복일지라도

 

너를 향한 마음이 내게 있어서

바람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부네

 

 

 

 

한 사람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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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목포대학교(총장 최일) 국어국문학과 김선태 교수(시인)천년의 시작(문예지 시작’)에서 제정한 제9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김선태 교수는 이번에 발간한 감성시집 한 사람이 다녀갔다를 비롯한 그간의 활발한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시상식은 128() 오후 630분 동국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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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이다 / 박종국

 

 

스멀스멀 기어오른 벌레 같은 어둠이 능선을 갉아먹는 소리, 놀라 뛰는 노루 뒷발에 채인 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 암노루 궁뎅이가 희끗희끗 산기슭을 적시는 저녁나절이다

 

그런 틈새에 살아가는 것들, 어슴푸레한 빛 속 어둠이 몰고 오는, 견디기 어려운 푸석거림, 가엾은 마음을 사르는 능선이 붉은 저녁나절이다

 

어둠이 빛을 지우는 부적 같은 한 장의 그림이 드러내 보이는 숲 속에는 꽃과 잎들이 떨며 진주 같은 이슬방울 떨어뜨리고, 껍질을 하나하나 벗는 산봉우리, 장엄한 시간을 알려주는 저녁나절이다

 

잃을 것도 없는 것을 잃을까 봐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저녁나절

어둠이 능선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어둠에 익숙한 하늘은 밥풀 같은 별 몇 알 오물거리고 있다.

 

 

 

 

누가 흔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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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천년의 시작은 제8회 시작문학상에 박종국 시인의 시집 누가 흔들고 있을까’(천년의 시작)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천년의시작에서 발간하는 계간문예지 시작에서는 매년 시작에 발표된 신작시 중 뛰어난 시를 뽑아 시작작품상을 수여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내부 발표작에 한정하지 않고, 시문학계 전체를 대상으로 가장 우수한 작품집을 뽑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출간된 모든 시 작품집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와 함께 상의 명칭 또한 시작문학상으로 개명했다. 최종심에는 최승자의 빈 배처럼 텅 비어’, 함명춘의 무명시인’,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 송찬호의 분홍 나막신등이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박 시인의 누가 흔들고 있을까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이 시집에 대해 외연적으로는 경험적 구체성을 통해 농사 체험을 채집하고 그를 긍정의 눈으로 바라본 미학적 성과물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존재론적 시원을 발견해가는 마음의 우주다고 언급했다.

 

박 시인은 1997년에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새하얀 거짓말등의 시집을 냈다. 수상 시집인 누가 흔들고 있을까는 이전 시에서 보이는 형이상학적 비의에 대한 탐구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경험을 통해 존재론적 시원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29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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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 이산하

 

 

광주 수산시장의 대어들

육질이 빨간 게 확실하네요

거즈 덮어 놓았습니다

에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

 

19805월 광주에서 학살된 여러 시신들 사진과 함께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다

 

우리 세월호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게 아니라

진도 명물 꽃게밥이 되어 꽃게가 아주 탱글탱글

알도 곽 차 있답니다~”

 

요리 전의 통통한 꽃게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포스팅에 좋아요500여 개이고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댓글은 무려 1500개가 넘었다

좋아요보다 댓글이 더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환호한 사람들은

모두 한번쯤 내 옷깃을 스쳤을 우리 이웃이다

문득 영화 살인의 추억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범인을 찾은 듯 관객들을 꿰뚫어 보는

송강호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른다

범인은 객석에도 숨어 있고 우리집에도 숨어 있지만

가장 보이지 않는 범인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이다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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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악의 평범성을 쓴 이산하 시인이 선정됐다.

 

경북 영일에서 태어난 이산하 시인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2시운동존재의 놀이로 등단했다.

 

올해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시인은 시집 악의 평범성을 비롯해 한라산’,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와 성장소설 양철북그리고 기행집 피었으므로, 진다’, ‘적멸보궁 가는 길등을 출간했다.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된 이육사 시문학상은 올해로 18회째를 맞는다.

 

올해 심사는 김해자, 박철, 박형준, 이동순 시인과 남송우 평론가가 맡았다.

 

이육사 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이산하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우리 시대의 역사와 현실을 비판적 시각에서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이미지화하는 시각이 이육사 선생의 시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육사 시문학상 상금은 2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다음달 31일 오후 2,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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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더위 / 이재무

 

 

우리 시대의 더위는 갈 곳이 없다

 

백화점에서 쫓겨난 더위가,

 

식당가 커피숍 사우나 지하상가에서 문전 박대당한 더위가,

 

은행가 의사당 법원 도청 시청 군청 동사무소 관공서에서 내몰린 더위가,

 

교회와 성당과 절에서 부정당한 더위가,

 

버스 전동차 기차 승용차에서 거절당한 더위가,

 

극장 도서관에서 거부당한 더위가,

 

학교 학원 회사에서 퇴학 퇴원 퇴출당한 더위가,

 

꽃집 빵집 어린이집 예식장에서 내쫓긴 더위가

 

유기견 혹은 좀비가 되어

 

악에 받친 채 거리로,

 

골목으로 공원으로 역전 대합실로 광장으로 고시원으로 벌방으로

 

떼 지어 다니고 있다

 

언젠가 더위가 미쳐 날뛰는 날이 올 것이다

 

 

 

 

데스밸리에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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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는 제17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의 이재무 시인<사진>을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재무 시인은 1983'삶의 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 등과 산문집 '쉼표처럼 살고 싶다'를 펴냈다.

 

이육사 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가 지난 2004년 제정했다.

 

올해 최종심사는 오세영·권달웅·조용미 시인과 구모룡·오민석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심사위원회는 "이재무 시인의 '데스밸리에서 죽다'는 세상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 놓으면서 그것을 새로운 표현에 담아내는 능숙한 솜씨를 보여줬다""작품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이육사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아 17회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육사 시문학상의 상금은 2천만원이며, 시상식은 다음달 오후 2시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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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운운 / 박철

 

 

어김없이

해가 뜨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생명을 위해서?

그러기엔 너무 뜨겁지 않은가

타면서 멀리

밀려온 우리

그러나

이제 수평선을 넘어가는 사연을 좀 알겠네

영속이란 없다는 것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다는 것

그러니

나는 오늘도

사랑 운운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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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는 제16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의 저자인 박철 시인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상은 민족시인 이육사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TBC2004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최종심사는 김명인, 장옥관, 김해자, 송찬호 시인과 구중서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들은 "박철 시인의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는 이웃을 바라보는 시인의 목소리에 온기가 담겨있다"면서 "민족의 아픔과 민중의 삶을 형상화하는데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박철 시인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727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한다.

 

서울 출신의 박철 시인은 단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87창비<김포 1> 1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2009년 천상병시상, 2010년 백석문학상을, 소설집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2006년 단국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대표 시집으로는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 을', '새의 전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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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의 역 / 허수경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얼어붙은 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내 속의 할머니가 물었다. 어디에 있었어?

내 속의 아주머니가 물었다. 무심하게 살지 그랬니?

내 속의 아가씨가 물었다. 연애를 세기말처럼 하기도 했어?

내 속의 계집애가 물었다. 파꽃처럼 아린 나비를 보러 시베리아로 간 적도 있었니?

내 속의 고아가 물었다. 어디 슬펐어?

 

그는 답했다. 노래하던 것들이 떠났어

그것들, 철새였거든 그 노래가 철새였거든

그러자 심장이 아팠어 한밤중에 쓰러졌고

하하하, 붉은 십자가를 가진 차 한 대가 왔어

소년처럼 갈 곳이 없어서

병원 뜰 앞에 앉아 낡은 뼈를 핥던

개의 고요한 눈을 바라보았어

 

간호사는 천진하게 말했지

병원이 있던 자리에는 죽은 사람보다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붙들고 있었던 손들이 더 많대요 뼈만 남은 손을 감싸며 흐느끼던 손요

 

왜 나는 너에게 그 사이에 아무 기별을 넣지 못했을까?

 

인간이란 언제나 기별의 기척일 뿐이라서

누구에게든

누구를 위해서든

 

하지만

무언가, 언젠가, 있던 자리라는 건. 정말 고요한 연 같구나 중얼거리는 말을 다 들어주니

 

빙하기의 역에서

무언가, 언젠가, 있었던 자리의 얼음 위에서

우리는 오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처럼

아이의 시간 속에서만 살고 싶은 것처럼 어린 낙과처럼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악수를 나누었다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내 속의 신생아가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나?

내 속의 노인이 답했다. 꽃다발을 든 네 입술이 어떤 사랑에 정직해질 때면

내 속의 태아는 답했다. 잘 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nefing.com

 

 

 

TBC는 제15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의 저자인 허수경 시인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상은 민족시인 이육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TBC2004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한다.

 

최종심사는 고진하, 신달자, 이기철, 천양희 시인과 정과리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들은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이국 생활의 애환과 고뇌를 담았다"면서 "시인은 20년 이상 독일에서 생활하면서도 모국어를 잊지 않고 갈고 닦아 수상자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허수경 시인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728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한다.

 

경남 진주 출신의 허수경 시인은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뮌스터대학교 고대고고학 박사를 거쳤다.

 

그는 제6회 전숙희문학상, 14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표 시집으로는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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