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록한다 외로움이 죽어서 음악을 찾아왔다 그러나 음악 속에 가득 유폐된 눈물들, 음악의 투명한 머리카락이 자라나 나는 눈을 감는다
음악이 내 슬픔을 본다, 멈추어 다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다만 안 된다고
피아노 속에서 비가 내린다
고양이가 나를 듣는다
누군가 피아노 속에 지독한 사랑을 숨겨 놓았군
그래요 “난 사랑을 들켜 버렸어요”
음악의 목소리가 쉼표처럼 떨린다
난 피아노 속에서 흘러나온 고독이란 책을 읽는데 왜 기억들은 자꾸 빗물에 젖는지 몰라
다시 음악이 자신의 악보를 접고 피아노 속에 공손히 내려앉아 잠이 든다
빗속을 홀연히 떠도는
저 비음은
울음일까 노래일까
그러니까 “난 괜찮아요”
우리는 물론의 세계니까
나는 음악을 깨워 밥을 먹고
방 안에 촛불을 켠다
내 음악은 죽은 지 너무 오래됐다
인간문화재 49호 고 한유성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한유성문학상의 2020년 제4회 수상자가 선정됐다. 서울시 송파구의 무형문화재 49호 ‘송파산대놀이와’ 무형문화재 3호 ‘송파답교놀이’ 복원 및 제정에 80년의 생을 바친 한유성 선생은 1993년 ‘송파를 빛낸 얼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유성문학상은 '포엠포엠'과 '송파구'가 주최하며 한유성문학상위원회가 주관한다.
2020년 제4회 한유성문학상 수상자는 김두안 시인으로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해 시집 “달의 아가미”, “물론의 세계” 등을 출간했다. 수상작은 시집 “물론의 세계”다.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정말 영광스럽고도 무거운 전갈”이라며 “지금까지 숨겨져서, 제 안에 숨어서, 시집에 담아온 열정들이 평가를 받고 기록된다는 사실을 제가 잘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시와 인생을 양심으로 책임지며 지켜나가야 하기에 다시 사무여한(死無餘恨)의 각오를 다짐해 봅니다.”라고 전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심사평에서 “김두안 시인은 일찍이 첫 시집 “달의 아가미”에서 진중하고 차가운 언어에 담긴 비극적 리얼리티를 통해 주변으로 소외된 이들의 감성을 노래한 바 있다.”라며 “10년 만에 펴낸 이번 수상작은 이러한 세계에서 일전(一轉)하여 불면과 환각의 세계를 통한 자의식을 집중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상처받은 이의 내면의 결을 섬세한 언어 미학으로 승화시킨 이번 시집은 그 점에서 역설적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의 살아있는 미학적 축도(縮圖)로 다가오고 있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을 맡은 이건청(시인,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박형준(시인, 동국대학교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는 김두안 시인의 작품 세계의 축적과 심화 과정에 격려가 얹혀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한유성문학상의 상금은 5백만 원이며 상패와 함께 수여된다. 제4회 한유성문학상 시상식과 제9회 콘서트 포엠포엠은 오는 10월 24일 오후 2시 30부 서울시 송파구청 4층 대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시 전문지 “포엠포엠”이 주최하고 한유성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한유성문학상이 시선집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의 문현미 시인을 제3회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이건청(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박형준(시인, 동국대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한유성문학상은 ‘송파산대놀이’와 ‘송파다리밟기’를 무형문화재 등록에 기여한 인간문화재 한유성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이번 한유성문학상은 2017년 김신용 시인과 2018년 정채원 시인을 잇는 세 번째 수상자로 문현미 시인을 선정했다.
문현미 시인은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8년에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기다림은 얼굴이 없다”, “칼 또는 꽃”, “수직으로 내리는 비는 둥글다”,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 “그날이 멀지 않다”, “깊고 푸른 섬”,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시와시학작품상, 난설헌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문현미 시인은 현재 백석대학교 도서관장, 산사현대시100년관장. 보리생명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심사위원이었던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문현미 시인은 그동안 냈던 시집을 통해 사랑의 시학을 집중적으로 노래해 왔다고 평했다. 이어 “지나온 시간에 대해 커다란 인식적, 방법적 열정을 쏟으면서, 대상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문현미 시인의 시 세계는 섬세한 서정성과 사랑의 시학으로 집중되어있는 것이다.
이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를 두고 “사랑과 믿음의 형식을 섬세한 언어 미학으로 승화시켜온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준 살아있는 미학적 축도(縮圖)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에서 엿볼 수 있는 시인의 자기 탐구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문현미 시학의 진화 과정을 명료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문현미 시인은 한유성문학상 수상에 대해 산타클로스로부터 받는 뜻밖의 선물과 목마른 나그네에게 나타난 오아시스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를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이윽고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묘비명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그 또한 추락한다.”를 언급하며 시인이 걸어야 할 길에 대해 늘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상소감은 감사 인사와 함께 “그동안 쌓였던 온갖 껍데기들, 수많은 나의 군상들을 부수고 깨트려서 새로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겠”다는 포부로 끝났다.
제3회 한유성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9월 21일 오후 2시 30분에 서울시 송파구청 4층 대강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날 시상식과 함께 제8회 ‘콘서트포엠포엠’도 있을 예정이다.
예심 위원회가 본심에 올린 추천작은 모두 80편(8명)이었다. 본심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원탁 위에 올려놓은 작품은 5편(5명)이었다. <도령마루 꽃무릇> <북받친밭> <목시물굴의 별>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백비>(이상 접수 순). 심사 기준에 대한 본심 위원들의 이견은 이내 좁혀졌다. 작품의 완성도를 외면하지 않되, 작품에 내재된 문제의식과 파급력에 주목하자는 것이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이 올해로 9회에 접어들었고 이제 새로운 10년을 바라보는 만큼 이번 수상작이 문학상의 위상을 새로 정립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는 것이었다.
본심에 올라온 추천작 대부분이 70여 년 전 비극을 서정적 언어로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추천작은 저마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많은 작품이 소재(현장)주의, 선/악 이
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약자의 편에 선 분노와 진혼은 정당한 것이다. 발굴과 폭로 또한 문학의 핵심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경도된다면 그것은 문학성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인류의 보편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의 출현을 기대”한다는 문학상 공모 취지를 떠올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4?3문학이 ‘애도의 시간’을 넘어, 제주와 한반도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창조적 시간’으로 성숙해야 할 때다. 수렴에서 확산으로, 특수에서 보편으로,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최종 후보작 중에 위와 같은 기준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도령마루 꽃 무릇>과 <북받친밭> <목시물굴의 별>은 당시 현장을 재현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 <백비>는 70여 년 세월을 반추하지만 미래로 열린 상상력이 부족했다(이번 심사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면 최종심에 오른 이 작품들은 저마다 빼어난 작품이다. 일반 문예지나 시집에 발표되었다면 독자들 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가 남았는데 앞에 거론한 후보작과 크게 달랐다. 제목이 환기하듯이 제주 4?3과 제주 설화를 다리(橋) 삼아 ‘한라’와 ‘백두’의 만남을 주선하는 ‘통일 서 사’의 전개가 활달했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도 시야가 넓었다. 4?3의 야만성을 에둘러 표현하면서 위안부, 세월호 문제까지 관심사가 폭넓었다.
심사위원들은 <천지 말간 얼굴...>이 심사 기준을 온전하게 충족시키지는 않지만 여타 응모작과 견줄 때 주제 의식과 상상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미덕이 향후 ‘제주4?3평화문학상’은 물론 4?3문학의 지평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바가 적지 않으리란 판단에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이하석, 김광렬, 이문재
지난 22일,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하는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발표되었다.
제주 4.3평화문학상은 2012년 3월, 4·3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제정되었다. 2019년부터 4·3을 직접 체험한 세대의 기록과 증언을 통한 ‘진실 찾기’를 이어가기 위해 논픽션 부문을 추가했다. 이번 문학상은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 15일까지 공모가 진행되었고 총 1629편이 접수되었다.
당선작은 총 3편으로 장편소설 부문에서 이성아 작가의 ‘그들은 모른다’, 시 부문에서 김형로 작가의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논픽션 부문에서 양경인 작가의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이다. 특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은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이후 3년 만에 수상자가 나왔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인 ‘그들은 모른다’는 내전과 인종청소를 겪은 발칸반도의 역사를 한국 현대사 속 국가 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이야기에 대입한 작품이다. 제주4.3문학상이 지향하는 주제 의식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역사적 안목과 함께 문제의 현재성, 당대성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 폭력에 대한 질문을 좀 더 넓은 시야로 성공적으로 옮겨냈다”고 평가했다.
시 부문 당선작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은 제주4.3과 제주 설화를 연결 지어 한라와 백두의 만남을 주선하는 통일 서사를 담고 있다. 심사위원은 “여타 응모작과 견줄 때 주제 의식과 상상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었고, 이와 같은 미덕이 4.3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논픽션 부문 당선작인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은 4.3 사건 당시 사회주의 운동가로 활동했던 김진언 할머니의 삶을 담았다. 심사평에 따르면 4.3을 드러내놓고 언급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기부터 집요하게 취재를 진행해 작품을 갈무리했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제 9회 제주4.3평화문학상의 시상식은 오는 4월 중 개최 예정이다. 상금은 총 9천만원으로, 장편소설 5천만원, 시 2천만원, 논픽션 2천만원이다.
A4 용지는 비누를 모릅니다 빗방울은 음악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렁크는 오늘의 핵심을 모릅니다 핵심은 나를 모릅니다 아파트는 인천공항을 모르고 인천공항은 소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기 날아가는 바닥의 하늘은 푸른 신호등일 수 없습니다 그들은 새가 아닙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소파를 꿈꿀 수 없으며, 암 덩어리들이 교차로일 수 없으며, 그래서 안나푸르나에는 지금도 물고기들이 산으로 흘러갑니다 22번 게이트를 빠져나간 오늘이 흘러갑니다 오늘부터 침대는 침대의 생각을 모릅니다 거울은 새벽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절은 사람의 길을 따라 오지 않습니다 흐르는 음악은 길이 없습니다 어제의 비가 오늘도 내립니다 오늘 내린 어제가 내일도 내립니다 바다 건너 13시간은 입이 아니기에 나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은 바다가 아니기에 구겨진 양말 앞에서 사라진 오늘에 대해, 나는 알 수 없습니다 줄줄 흘러내리는 나를 모릅니다
제5회 시와세계 작품상심사 경위
<시와세계작품>』은 선과 아방가르드를 통한 현대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작가를 발굴하고 격려하는 취지에서<시와세계작품상>이 제정되어 올해로 제 5회를 맞는다.
수상작품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하였으며 예심위원은 전년도 수상자이거나 수상 범주에 들지 않는 시인들로 구성하여 5월 1일부터 선발작업에 들어갔다.
예심위원은 선발기준에 따라 2000년-2010년 사이 등단한 시인으로 2012년 여름호부터 2014년 봄호까지(총 8권) 『시와세계』에 발표한 시 2편을 중심으로 선발하고 타우수문예지에 실린 3편의 작품을 포함하여 『시와세계』의 창간목적과 본 상의 설립목적에 맞는 현대시, 아방가르드 시의 범주에 든다고 생각하는 시인들에게 관심을 두고 선발하였다.
1차로 20명의 시인들을 선발하고 다시 편집부에서 7명의 시인을 선발하여 심사 1주일 전에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심사위원들께 송달하였다.
본심 심사는 설태수 시인과 이수명 시인 그리고 『시와세계』주간인 송준영 시인이 심사를 하였다.
제5회 『시와세계 작품상』본심에 오른 후보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강미영 (2005년)-<잔치>외4편
2. 김영찬 (2002년)-<삼각형이 생각 할 줄 안다면>외4편
3. 유형진 (2001년)-<허니 밀크 랜드의 녹슨 이마와 축축한 손>외3편
4. 이제니 (2008년)-<작고 검은 상자>외 4편
5. 조민 (2004년)- <속수무책>외4편
6. 최승철 (2002년)- <눈 속의 탁상시계1>외4편
7. 홍재운 (2005년)-<오늘 비가>외4편
먼저 송준영 주간이 <시와세계작품상>의 취지와 심사경위, 심사방법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심사에 들어갔다.
심사방법은 3명의 심사위원이 3명의 시인을 추천하고 교집합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2-3명 시인의 작품을 집중 분석 토론하여 그중 1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검토 분석하면서 현대시의 모호성과 난해함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난해함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본다면 첫째는 독자와의 소통단절 혹은 소통 부재에서 오는 난해함을 들 수 있고 둘째는 작품의 깊이가 너무 심오하여 독자가 소통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 이 두 가지는 결국 통념적인 가족성의 문제 유기성의 문제이며 우리 몸의 피가 원활하게 흐르지 않듯이 동맥경화증적인 시의 문제점에 대하여 토론하였다.
또한 현대시에서의 이질적인 정보와 이미지 병치 기법, 자유연상을 통한 문장 병치기법, 자동기술법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는 현대시의 폭 넓은 표현으로 소통의 음역을 확보할 수 있는 시들에 대한 토론이 중점으로 이루어졌다.
심사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3명의 시인을 가려내는 일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이수명 시인이 홍재운, 최승철 시인을 추천했고, 설태수 시인은 홍재운 최승철, 이제니, 김영찬 시인을 추천하였으며 송준영 시인은 강미영, 홍재운, 유형진 시인을 추천하였다.
심사위원 3명의 추천을 받은 홍재운 시인과 2명의 추천을 받은 최승철 시인을 대상으로 토론을 했다.
최승철 시인의 시 「눈 속의 탁상시계1」 「눈속의 탁상시계 2」 두 편은 좋은 작품이며 거대한 역동적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하였고, 그의 리얼리즘적인 시는 시인의 내면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이었다고 말하였다.
심사위원 3명의 추천을 받은 홍재운의 시는 5편이 모두 고르게 우수하며 특히 「오늘비가」「역광」 「소설이 오고」가 주목을 받았다.
「오늘 비가」는 부재의 현실을 ‘모릅니다’로 반복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폭 넓은 문장과 감각을 교차하며 자동기술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심히 떠오르는 대상은 소년이지만 시인은 소년이 아닌 자신의 부재를 노래하고 있는 아파트 안의 자신이다. 주목을 받은「역광」은 표면이 넓고 힘이 있는 작품으로 독특한 구조와 상호 협동하는 문체들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메시지의 통일성과 일관성이 메타적이다. 홍재운 시인의 「소설이 오고」 또한 아름답고 경쾌한 작품이며 홍재운의 시들은 피가 고루 흐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하였다.
이와같이 홍재운의 시들은 살아 움직이는 리듬감과 거침없는 진전과 확산, 그리고 언어의 마찰이 넓고 좁은 각도를 지나 객관적인 설득력을 얻기까지 그의 뛰어난 창조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제5회 『시와세계 작품상』심사에 수고해주신 예심위원 김미정, 이덕주, 본인을 포함한 최세라 시인과 본심 심사를 맡아준 설태수 시인, 이수명 시인 그리고 본지의 주간 겸 발행인 송준영 시인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하육각형의 방에서 퇴색해가는 구멍은, 눈발 냄새가 난다 무거울 것도 가벼울 것도 없는, 뼈의 감정 같은 우울의 무게가 더해진다 몸을 움츠리는 그림자는, 흐느끼는 눈발은, 어떤 원죄도 속죄도 모르리라, 이 아름다운 외투는 신들이 길을 잃은 자세이다, 제 살을 뜯어먹은 입이다 그건, 꼬리가 잘리고 살갗이 갈라지고 말라터진 파편 위를 지나는 형상이다
구불거리는 충동에 시달린다 긴 목에 체인을 감는다
납처럼 굳어갈지 모르는, 공포다 구멍을 맴돈다 흉터를 긁으며 오직 구멍을 찾아
충동은 빈곳을 채워간다 누군가,
은빛비늘을 만지며 섬듯한 촉감을 빈들에 채울 수 있을 건가, 巳의 꼬리는 늘 허공이다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허리가 긴 파도다 귓속말을 엿듣는 살갗은, 다시 우울의 무게가 더해진다 폐기되는 죽음은 여전히 비수다 몸은 희고 길지만 음색은 굵고 파편냄새를 풍긴다
巳는 당연히 전달 받은 자의 몫이다
유전자 깊숙이 나를 새겨본다
[수상소감] 시, 낯설지만 아름답다
낯선 공간을 맴돌았다 꽃이 피지 않는 봄, 대지는 차가 왔고. 스스로 습지를 찾아가는 열정도 간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타자와의 교감을 성립하려했다. 언어를 사랑 할 수 있는 감각을 키우려고 했다. 도시의 어두운 모퉁이를 맴돌았고, 텅 빈 내면은 그저 흐느끼고 있을 뿐, 뒷모습은 늘 불안했다. 그러면서 시의 세계에 꽃을 피우려 했다.
시간을 부정하고 싶었고, 존재의 영원성을, 부재의 아픔을, 시로 전달하고 싶었다. 시공을 넘어서는 언어의 꽃,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교감하려고 했고, 갈증과 우울 불안으로 가득한 이미지를 폭발하기도 했다. 죽음과 소멸로 가득한 시어들이 종일 가슴으로 흐르는 그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푸가의 기법’을 쓰기도 했다. 어쩌면 소멸로부터 자유스러워지려는 변신의 욕망이었을 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대책 없는 상실감으로 아팠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옴으로써 아름다운 소멸을 시 속으로 끌어들였다. 불안은 내면의 세계요. 선험적인 감정이다. 거대하고 낭만적인 시인의 모습과는 달리 항상 작고 초라한 쇄락해가는 하나의 사물에 불과하다는 것이 슬프고 아름다웠다. 현실과 초월의 세계는 양립할 수 없는 세계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가끔, 부재에서 존재를 발견하곤 했다.
詩, 무언지도 모르면서 詩를 썼고, 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죽음과 소멸, 사라지는 것들, 어둠으로 가득한 시어를 남발했다. 시는 읽을 때도 어렵고 쓸 때도 어렵다. 이별도, 불안도 그 존재를 가볍게 겉만 핥으며 지나간다. 부족함에 불안을 느끼면서도 시를 썼고, 심한 갈증을 참으면서도 시를 썼다. 詩, 심오하고 아름다운 시적창조는 언어의 위반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詩란, 무어냐고 물으면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림자의 말, 언어의 꽃, 생생하게 감지되는 물결이다. 들리지 않는 돌의 말, 자꾸 말을 걸어보고 싶은 동료, 뜨거워지기를 기다리는 고백 같은 거, 알 수 없는 칼바람의 끝 같은 거, 잿빛 구름 같은 거, 혼자 끓어 넘치는 커피 물 같은 거,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중간인지 모호하지만, 이 순간 나는 <시인>이란 언어에 매력을 느낀다. 이제야, 시의 세계에 첫발을 디뎌보는 느낌이다. 지금도 홀로 시를 쓰고 있는 시를 사랑하는 문우들과 고독을 함께하고 싶다. 앞으로 더 넓어진 시각으로 볼 수 없었던 세계를 깊숙이 바라보는 초월적인 시공을 통하여 언어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시인이 되려고 한다.
끝으로 늦은 나이에 시를 향한 열정으로 헤매는 나를 이해하고 용기를 갖도록 도와준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랜 시간 함께 동행하고 있는 문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시 속에서 흐느끼고 있는 가냘픈 나에게 끊임없이 시인의 길로 인도해주신 스승님들, 그 깊은 가르침을 평생 양식으로 간직할 것이며, 이번에 수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시와세계작품상>을 제정해주신 <시와세계> 발행인 겸 주간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입 안 가득 고여 오는 오늘의 맛, 또 어제의 맛, 하늘 속에 박혀있는 구름의 맛이 숙성되어가는 시간들이다. 착각과 오해로 뒤엉킨 이름다운 혼동이 사랑이라면 내 시는 사랑의 오독이다. 구름의 낱말들이 얼굴로 쏟아진다. 몸에서 둥글고 단단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실루엣 가득한 창들이 우리를 마주하는 밤, 별맛도 나지 않는 시간이 별처럼 걸려있다. 입 안 가득 고여 오는 그 시간들이 詩가 되어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의 깃발을 보여준다. 나의 손과 발과 혀가 닿고 싶은 곳이며 일상의 표면을 뚫고 불현듯 솟아오르는 순간이다. 언어로 꽃피워낸 시편들이 일상 속에서 경계의 능선을 그린다. 세상의 껍질이 조금 열린 듯 빛이 새어 들어온다.
나는 길 위에 서 있다. 아니 웅크리고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뭔가를 찾고 있다. 그것이 발밑에 가라앉은 먼지인지, 보도 블록사이 고개 내민 잡풀인지 모른다. 하지만 난 웅크린 자세다. 태초 엄마의 뱃속에 있었던 것처럼 웅크린 자세로 연약함을 무기로 하여 지금껏 버티어 왔다. 나 자신이 어떤 대상과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내 안에 숨어 있던 내가 비로소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가까스로 알아차린다. 그 순간, 시가 태어난다. 점점 녹아 사라져가는 풍경이 내 시의 배경이다. 나를 키운 것은 사라져가는 밤바다의 불빛이고, 결핍이며, 고독과의 연대였다. 이제 ‘그 무엇’을 위해 미끄러지며 변화할 것이다. ‘그 무엇’이 곧 소멸해 버리고 말지라도 존재의 순간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별맛도 나지 않는 시간 속으로 치열하게 달려가 조금 더 깊이 손과 발을 넣어 만질 것이다.
끝으로 나의 부족함을 사랑으로 채워주는 가족들과 문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항상 뜨거운 손길로 격려와 용기를 주시고 새로운 길을 보여주시는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또한 영원한 詩의 원천이 되어주신 이승훈 교수님과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심사평] 본질과 현상의 해동점
예심은 전년도와 같이 『시와세계』 편집부에서 하였으며 2012년 4월 26일 목요일 오후 6시, 『시와세계』사무실에서 본심이 이뤄졌다. 본심은 발행인 겸 주간인 송준영 시인과, 김영남 시인, 이재훈 시인이 심사했다. 제3회 <시와세계작품상> 본심에 오른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강윤순 「발라드」 외 3편
2. 김미정 「투명한 대화」 외 3편
3. 박장호 「허공의 개미집」외 3편
4. 서승현 「편백나무 숲의 연리지처럼」 외 3편
5. 심언주 「소통의 안과 밖」 외 3편
6. 유금옥 「나무와 나의 공통점」 외 3편
7. 유현숙 「불의 원죄」 외 3편
8. 최금진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외 3편
9. 한미숙 「너의 담배는 어디 갔니?」 외 1편
10. 홍재운 「연금술사의 환상여행」 외 3편
본심은 미리 배부한 작품을 검토하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송준영 주간은 강윤순, 김미정, 유금옥, 최금진 시인을 김영남 시인은 김미정, 유금옥, 홍재운 시인을 이재훈 시인은 박장호, 김미정, 유금옥, 최금진 시인을 추천하여 결국 수상 후보는 김미정, 유금옥, 최금진 시인으로 좁혀졌다.
가장 먼저 논의된 최금진 시인의 경우, 작품이 다소 장황하고 변신에 대한 노력이 아쉬울 뿐 아니라 『시와세계』가 추구하는 아방가르드와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그간 최금진 시인이 보여준 문명에 대한 자의식, 도시인의 고투 등 본인만의 차별화된 서정을 보여준 점, 지속적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온 점 등은 높이 평가되었다.
두 번째로 유금옥 시인의 경우, 밝고 경쾌한 표현과 발상 리듬 등이 장점이나 작품이 다소 평면적이며 깊이가 약하여 당선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제외되었다.
마지막으로 김미정 시인의 경우, 본질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며 경제적인 언어, 새로운 언어를 추구하는 태도 및 현대시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지어 볼 때도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김미정 시인의 「하드와 아이스크림」을 제3회 <시와세계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