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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종삼을 기념하기 위해 김종삼 시인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대진대학교가 후원을 맡아 제정된 상이다. 2017년 제정되었으며 기준은 등단한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발간한 시집 중에서 선정된다.

 

‘제1회 김종삼 시문학상 시상식 2월2일 6시 동숭동 예술가의 집’. 포천 고모리 저수지에 있는 시비(詩碑)가 김종삼 시인(金宗三, 1921~1984)의 시비인데 이시인의 시문학상이 있었다니 놀랍다. 고모리 저수지에 김종삼 시비를 보러 갔다. 국내시비 중에서 예술성이 최고라는 찬사가 있다.

 

詩碑이전 문제로 몇 년 전에 급박하게 진행 되었던 일이 생각난다. 소흘읍 주민자치위원 이었던 고 김산동 씨가 수목원 확장공사로 인근에 있는 김종삼詩碑가 며칠 후 파주 헤이리로 옮기게 된다는 소식을 예술인 모임에서 알려 주었었다. 시비가 있는 줄 조차 몰랐고 시인에 대해서 사실 잘 알지도 못 했었다. 그런데 김종삼 시비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대진대 교수들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김종삼 시인은 절제와 여백의 시학을 구현한 순수 서정시의 거두로 이런 분의 시비를 다른 시에 보낼 수 없다고 했다. 대진대 교수들과 소흘읍 주민자치위원(당시 이재승위원장), 포천예술가들은 유족과 시인협회를 설득해서 급박하게 현재의 고모저수지 자리로 이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이진성 헌법재판소 소장이 인사청문회에서 김종삼 시인의 시를 낭송해서 화제가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라는 시였다.

 

김종삼 시인기념사업회(회장 심재휘 대진대 문창과 교수)와 대진대학교(총장 이면재)가 2017년에 김종삼 시문학상을 제정했고 1회 수상자로 심보선 시인이 선정 되었다. 상금은 1000만원이었다.

 

황해도 은율이 고향인 그는 생전에 소흘읍의 부인터에 묻혀있는 어머니가 그리워서 포천에 자주 왔었기에 동료와 후배시인들은 포천의 국립수목원 부근에 시비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어머니’라는 시에는 이런 부분이 있었다.

 

부인터 공동 묘지를 향하여 어머니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세상에 남길 만한 몇 줄의 글이라도 쓰고 죽는다고 그러나 아직도 못 썼다고...

 

그런데 시비가 있는 인근에는 시문학관이 있어야 된다. 의정부에는 천상병 시인문학관이 있다. 그의 유해가 있기 때문이었고 결혼 후 살았던 수락산 입구에는 노원구에서 재빠르게 ‘천상병 공원’을 조성 했고, 충남 태안군에서는 시인이 잠깐 살았던 집을 천상병 시인 고택으로 소개하고 있고, 산청군도 천상병 시인 시비를 세우고 2002년부터 천상병 문학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양구는 박수근 미술관을 지었다. 박수근이 어린 시절 잠시 살았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우리 포천시는 소정 변관식의 묘와 김종삼 시비 같은 좋은 자산이 있기에 미술관과 시인기념관이 조성 되면 아트밸리와 더불어 문학과 미술탐방여행으로 외부인의 발길이 많아질 것이다. 

 

 

[pcnt.kr] 제1회 김종삼 시문학상 제정

      ©포천뉴스     © 포천뉴스 삐릭~ 임승오 예총회장이 보낸 전화 메시지가 하나 뜬다. ‘제1회 김종삼 시문학상 시상식 2월2일 6시 동숭동 예술가의 집’.포천 고모리

www.pc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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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군수 박병종)이 주최하고,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3회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지난 9월 한 달 간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응모한 총 93권의 작품을 1,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당선작 3작품이 시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영예의 본상 수상에는 이재무(·60·서울) 시인의 슬픔은 어깨로 운다가 선정돼 부상으로 상금 3000만원을 수상하게 된다.

 

또한, 올해의 남도 시인상으로 송만철(·60·전남 보성) 시인의 들판에 다시 서다’, 젊은 시인상은 김선(·45·경기) 시인의 눈 뜨는 달력이 선정돼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3회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5일 고흥문화회관에서 시 낭송 대회(본선)와 함께 열리며, 이 날 시 낭송대회 수상자에게는 대상(상금 100만원, 시 낭송가 증서) 등 총 20명이 상금 총 610만 원과 상장이 수여될 계획이다.

 

한편, 송수권 시문학상 1회 본상에는 강희근 시인의 프란치스코의 아침, 2회 본상에는 이은봉 시인의 봄바람, 은여우가 수상한 바 있다.

 

 

 

 

눈 뜨는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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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77. 김선 첫 번째 시집. 소외된 채 사는 이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아픔과 꿈을 비추어 드러낸다. 문단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힘들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세부적으로 묘사해 보여주고 있다.

 

긴 시력만큼 그의 시적 행보의 반경은 넓고 깊다. 가속적으로 발전하는 문명과 이를 추동력으로 화려하게 팽창하는 도시 변두리의 풍경과 그곳에서 소외된 채 사는 이들의 상처와 사랑을 세밀화처럼 섬세히 그리기도 한다. 타자의 시선을 벗어나 고유한 욕망의 주체로 서기 위해 성찰의 깊이를 더한다.

 

김선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눈 뜨는 달력<푸른사상 시선 77>로 출간되었다. 도시화와 산업화의 거친 물결 속에서 뿌리를 잃은 사람들을 서울 가리봉동의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달빛처럼 따뜻하고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노래했다.

 

김선 시인의 시선은 무척 따스하고 섬세하다. 그 예리하고 빛나는 눈빛은 도시 변두리 골목길의 어둠을 밝히며 외로운 이들의 굽은 등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속 깊이 고여서 외롭고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온기를 찾는다. 때로는 우리가 버리고 떠나온 고향으로 발길을 돌려서 깊고 푸른 나무 그늘에 앉아 이웃들을 만나 손을 잡는다. 그렇게 김 시인은 도시가 점점 비대해지고 화려해지면서 주변으로 밀려나 소외되고 잊혀진 것들에 대하여 일관적으로 애정의 손길을 보낸다. 이러한 김 시인의 시적 자세에 대하여 혹자는 이전의 시단 흐름을 고집한다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웃들의 눈길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외된 곳에 머무는 이들을 향한 김 시인의 관심은 멈추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시단에는 서서히 지각 변동이 일기 시작하면서 시인들의 시선은 급격히 외적인 삶의 현실로부터 내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전에 대세를 이루던 이른바 리얼리즘 문학의 흐름은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모더니즘을 지나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우리 문단에 빠르게 유입된 탓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문단 내부의 요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970~1980년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또는 경제적 민주화의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그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 발전은 속도를 더하고 시인들은 창을 닫고 내면을 살피는 중에 그 그늘에서 가파른 삶의 길을 걷는 이들은 더욱 주변으로 밀려 나고 있었다.

 

김 시인은 소외된 채 사는 이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아픔과 꿈을 비추어 드러낸다. 문단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힘들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세부적으로 묘사하여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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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에서 출간한 이병일 시인의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이 제2회 송수권 시문학상 젊은 시인상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송수권 시문학상은 전남 고흥군이 주최하고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문학상입니다. 2회를 맞는 올해, 본상에는 이은봉 시인의 열번째 시집 봄바람, 은여우(도서출판b 2016), 남도시인상에는 배용제 시인의 시집 다정(문학과지성사 2015)이 선정되었습니다.

 

젊은 시인상 선정작인 이병일 시인의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은 친숙한 대상을 젊고 도전적인 감각으로 발견하고 우리 시의 자연 풍경을 풍요롭게 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이, 남도시인상과 젊은시인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원과 500만원이 수여됩니다. 시상식은 201693일 고흥문화회관에서 시낭송대회와 함께 열립니다.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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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이 돋보이는 시를 써 온 이병일 시인이 새 시집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창비)을 냈다. 옆구리의 발견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자 창비시선399번째 시집이다.

 

68편의 시를 담은 이번 시집에서 이 시인은 두부·안경·구두와 같은 일상의 사물은 물론 호랑이·구렁이·펭귄·백상아리·물사슴·기린·가물치와 같은 동물, 꽃잎·풀피리·석청 등의 자연물에 의미와 빛을 부여한다. 시집에 실린 피순대에 관한 기록은 어린 시절 본 피순대를 만드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도 서민적 감성으로 풀어낸다.

 

돼지의 멱을 따자 나온 피, 핏덩어리를 양동이에 받아놓고 할아비는 내장을 뒤집어 똥을 털어내고 소금으로 씻는다(중략) 통곡이 후련하게 터졌다가 캄캄하게 멈춘 저녁, 이웃집의 죽음 앞에서 할아비는 그 옛날처럼 돼지의 멱을 따고, 피순대를 만들고, 한입씩 물고 너덜너덜 침 흘리며 목젖 크게 웃어보는 일이 상가(喪家) 저녁이라고 했다”(이병일, ‘피순대에 관한 기록부분)

 

두부의 맛은 부드러운 두부에서 을 느끼는 반전이 있는 시다. 아이가 두부를 먹는 모습을 보며 말랑함 속에 단단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두부의 바깥은 잠잠하다 두부의 심장엔 무너지는 하얀 달이 있어 조용한 온기가 들끓고 있다고 믿었다(중략) 잇몸 속에서 앞니가 돋아날 때, 아이는 가장 말랑한 것이 가장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손톱과 발톱이 자라듯이 차가워지는 이 희끄무레한 두부 앞에서 아이는 입을 크게 벌린다

 

시집 제목은 수록작 나의 에덴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무도 닿은 적이 없어 늘 발가벗고 있는 깊은 산, 벌거벗은 아흔아홉개의 계곡을 가진 깊은 산에 홀리고 싶어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물소리를 붙잡고 싶어(후략)”

 

이 시인은 “100은 정돈되고 굳어진 느낌이지만 아흔아홉은 꿈틀대는 신비로운 세계라며 시집에 사물의 빛나는 지점에 대한 시들을 담았다. ‘빛나는 것이라고 하면 이 구절이 제일 먼저 생각나 시집 이름으로 붙였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2010년에는 일간지 신춘문예에 희곡도 당선됐다. 대산창작기금,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주문학상을 받았다. ‘시인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 청년신춘문예에 뇌태교의 기원으로 당선돼 등단한 이소연 시인이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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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존헌장* / 하린

 

 

나는 자본주의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서민으로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가난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신용불량자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약소국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생존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출근과 튼튼한 육체로,

저임금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출신을 계산하여,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기초수급자의 힘과 월세의 정신을 기른다.

번영과 질서를 앞세우며 일당과 시급을 숭상하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헝그리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발전하며,

부유층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지름길임을 깨달아,

하청에 하청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스스로 잔업 전선에 참여하고 월차를 반납하는 정신을 드높인다.

부자를 위한 투철한 시다바리 따까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이며,

자유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가난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서민으로서,

조상의 궁핍을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빈민을 창조하자.

 

* 1968년에 선포된 국민교육헌장패러디.

 

 

 

 

 

서민생존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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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은 26일 지난 9월 한 달 동안 공모한 1회 송수권 시문학상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대상에는 경남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강희근(73·경상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시인의 열여섯번째 시집 프란치스코의 아침(한국문연)’이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해남 출신 이지엽(57·경기대 국문학과 교수) 시조시인의 시집 빨레 두레 밥상(고요아침)’과 영광 출신 하린(44) 시인의 시집 서민생존 헌장(천년의 시작)’이 뽑혔다.

 

고흥군 관계자는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이 고흥을 대표하는 송수권 시인의 명성에 부족함이 없도록 최근 펴낸 시집을 대상으로 평가해 수상자들을 선정했다높은 관심을 보인 시 낭송대회에도 수도권 등 전국에서 골고루 응모해 열띤 시 낭송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지방 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수상 기회를 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한 5년만 지방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한 시인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국내 문학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송수권 시문학상운영과 심사는 국내 문단의 계파 개입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특정 문학전문지나 문학단체를 내세우지 않고 골고루 선정해 공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시상식과 함께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선착순으로 50명을 모집했는데 응모 첫날 오전에 일찍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배경음악 없이 송수권 시인의 시 1편을 5분 이내로 암송해 평가한다. 대상(상금 100만원)을 비롯해 총 15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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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객잔 / 윤효

 

 

설산에

마지막 마방이 걸어두고 간

조각달 아래

하룻밤

내내

가쁜

숨소리

 

그곳에도

아침은

와서

보니

앉은뱅이

도라지꽃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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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유심작품상 시 부문에 윤효 시인, 시조 부문에 문무학 시조시인, 소설 부문에 이경자 소설가, 특별상 부문에 한분순 시인(한국여성문학인회장)이 선정됐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510일 제19회 유심작품상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시 부문에는 윤효 시인의 차마객잔, 시조부문에는 문무학 시조시인의 그전엔 알지 못했다, 소설 부문에는 이경자 소설자가의 단편 소설 언니를 놓치다가 각각 선정됐다. 특별상 부문에는 한분순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시 부문 수상자 윤효 시인에 대해 심사위원 오세영 시인은 윤효 시인의 작품은 존재나 세계에 대해 항상 사색적이고 자기 성찰적이라며 그의 시에는 크든 작든 삶에 대한 깨우침이 있다. 한마디로 철학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조 부문 심사위원인 김영재 시조시인은 문무학은 한국시조단뿐 아니라 한국문단에 소중한 시인으로, 한글 자모(子母)를 시로 쓴 유일한 시인임을 강조했다.

 

소설부문을 심사한 구중서 문학평론가는 이경자 소설가에 대해서 작가 이경자는 인간 존재의 기본권에서부터 문제를 추적하는 작품을 쓰고 있다. 아울러 총체적 세계관 범주에서 민족의 역사적 현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소설을 쓴다면서 소설 언니를 놓치다는 이러한 현실의식을 충직한 수법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에 대해 윤효 시인은 수상 통보를 받고 만해 한용운 스님을 떠올렸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환하게 밝힌 선지식의 전인적 풍모가 그리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으며, 문무학 시조시인은 수상작 그전엔 알지 못했다가 만해 스님의 알 수 없어요를 많이 쫓아가고 싶었나 보다. 수상의 기쁨을 숨기지 않으면서 여기선 그런 억지라도 마구 부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도 양양 이북이 고향이라고 밝힌 이경자 소설가는 수상소감으로 인간 삶의 모순이 층층이 켜켜이 시공간에 뭉쳐있는 곳. 이곳에서 내 무의식이 모두 형성 됐다. 그러므로 소설가인 나는 뭉친 것을 풀어야 하는, 책무를 얻었다고 밝혔다.

 

19회 유심작품상 시상식은 오는 811일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 만해축전에서 진행되며, 각 부문 수상자들에게는 1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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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 함민복

 

 

하루 산책 걸렀다고 삐쳐

손 내밀어도 발 주지 않고 돌아앉는

길상이는 열네 살

 

잘 봐

나 이제 나무에게 악수하는 법 가르쳐주고

나무와 악수할 거야

토라져

길상이 집 곁에 있는

어린 단풍나무를 향해 돌아서는데

 

가르치다니!

 

단풍나무는 세상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

이리 온몸에 손을 달고

바람과 달빛과 어둠과

격정의 빗방울과

꽃향기와

바싹 마른 손으로 젖은 손 눈보라와

이미

이미

악수를 나누고 있었으니

 

길상아 네 순한 눈빛이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었구나

 

 

 

 

2020 유심작품상 수상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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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스님의 문학 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제정된 유식작품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18회 유심작품상 수상자로 시 부문에 함민복 시인의 악수, 시조부문에 박시교 시인의 무게, 평론 부문에 이승하 중앙대 교수의 한국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특별상에 오탁번 한국시인협회장을 각각 선정했다529일 밝혔다.

 

함민복 시인에 대해 심사위원회는 오랫동안 따뜻한 시선으로 시를 써왔고, 이번 수상작인 악수도 시인 특유의 천진함과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시교 시인의 무게에 대해서는 수상이 늦었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우리나라 시조 문단을 대표하는 뛰어난 시조 시인이라고 상찬하며 사물과 현상을 측은지심으로 보살피는 시를 써왔다. 이번 수상작품 무게도 삶의 무게와 처연함이 인상 깊다고 밝혔다.

 

평론 수상자 이승하 교수에 대해서는 그간 시조 전문 평론집은 거의 없었다. 시조 평론이라는 새로운 평론집을 세상에 내놓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특별상 수상자인 오탁번 회장은 원로시인으로서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 문단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온 점을 인정받았다.

 

한편, 18회 유심작품상 시상식은 오는 811일 동국대 만해마을에서 열리며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1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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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박상순

 

 

그럼, 수요일에 오세요. 여기서 함께해요. 목요일부턴 안 와요. 올 수 없어요. 그러니까, 수요일에 나랑 해요. , 그러니까 수요일에 여기서

 

무궁무진한 봄, 무궁무진한 밤, 무궁무진한 고양이, 무궁무진한 개구리, 무궁무진한 고양이들이 사뿐히 밟고 오는 무궁무진한 안개, 무궁무진한 설렘, 무궁무진한 개구리들이 몰고 오는 무궁무진한 울렁임, 무궁무진한 바닷가를 물들이는 무궁무진한 노을, 깊은 밤의 무궁무진한 여백, 무궁무진한 눈빛, 무궁무진한 내 가슴속의 달빛, 무궁무진한 당신의 파도, 무궁무진한 내 입술,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월요일 밤에,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화요일 저녁, 그의 멀쩡한 지붕이 무너지고, 그의 할머니가 쓰러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땅속에서 벌떡 일어나시고, 아버지는 죽은 오징어가 되시고, 어머니는 갑자기 포도밭이 되시고, 그의 구두는 바윗돌로 변하고, 그의 발목이 부러지고, 그의 손목이 부러지고, 어깨가 무너지고, 갈비뼈가 무너지고, 심장이 멈추고, 목뼈가 부러졌다. 그녀의 무궁무진한 목소리를 가슴에 품고, 그는 죽고 말았다.

 

아니라고 해야 할까. 아니라고 말해야 할까. 월요일의 그녀 또한 차라리 없었다고 써야 할까. 그 무궁무진한 절망, 그 무궁무진한 안개,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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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한국시 너무 소통만 강조예술가의 문학적 진실은 뒷전으로 밀려"

 

이번 본심은 최근 한국시의 창공을 수놓는 10개의 별을 탐사하는 자리였다. 오랜 응시 끝에 심사위원들의 눈길은 성좌의 전위에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분무하는 박상순이란 이름의 항성에 모아졌다. 이 별의 광원은 고독, 실험, 자유였다. 몰이해의 외로움을 견디며 기성의 예술 관념과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게 탈주해 온 그의 시는 늘 첨단이었다. 이런 개성이 집약된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언어의 음악성과 회화성이 절묘하게 부각된 수상작은, 사랑에 빠진 이의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단순한 일상어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 있게 구현하면서, 에로스적 욕망의 환희와 타나토스적 죽음의 비참을 복작거리는 이미지의 연쇄로 가시화하는데 성공한다. 반전의 미학도 돋보인다. 과장된 수사로 점철된 사랑의 찬가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돌연 몰락의 비가로 급전환된다. 이렇게 탈낭만화된 러브스토리 끝에 남는 것은,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 낳은 한줌의 비애다.

 

또 다른 반전이 있다. 시인을 대변하는 시적 화자는 자신이 쓴 이야기에 대해 회의하며 수정 가능성을 암중모색하지만, 사랑을 잃은 자의 허물어진 영혼처럼 완성될 수 없는 시 앞에 속절없다. 그러나 다시 시인의 심장은 미지를 향한 자기 갱신의 열정으로 약동한다. 절망의 심연에서 애인과 격렬히 포옹하듯 새로운 시상을 품고 전율하는 것이다. 요컨대 이 작품은 슬픈 사랑시로 쓴 아방가르드 시론이다. 박상순 시에 잉태된 무한한 이야기가 독자를 무진장 설레게 한다. 수상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김기택·류신·이광호·최승호·최정례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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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 아무리 어려워도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아"

 

17회째를 맞은 올해 미당문학상은 '고독한 언어 예술가' 박상순(56) 시인에게 돌아갔다. 외톨이, 고집불통을 연상시키는 수식어를 동원한 건 손쉬운 이해를 거부하는 듯한 그의 시 세계 때문이다. 서울대 미대(서양화) 졸업이라는 남다른 이력도 영향을 끼친 것 같은데, 그는 처음부터 그랬다. 1993년 펴낸 첫 시집은 6은 나무 7은 돌고래, 96년 두 번째 시집은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이었다. 적어도 시집 제목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2004년 세 번째 시집 Love Adagio에는 '시는 가나다, 숫자, 알파벳 순으로 배열한다''친절한' 소개 글을 붙였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제목의 가나다 등의 순서로. 독자의 감동을 끌어내기 위한 수사 전략 따위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만나 보니 박씨는 고독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고독하게 칼을 갈았던 게다. 자기 작업에 대한 소신이 누구보다 투철해 보였다. 첫 문답부터 허를 찔렀다.

 

-소감은.

"별로 얘기할 만한 게 없다. 불만이 있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특별히 기쁜 것도 아니다.“

 

-대개 수상은 기쁜 일이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심사위원들이 좋게 읽고 평가해줬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박씨는 "아마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시 쓰기의 방향을 모색하는 중이다 보니 기쁨이 덜한 것 같다"고 했다. 변화는 반성에서 비롯된다. "기존의 작업이 뭔가 부족해 보이고, 등단 초기의 폭발적 감정이나 열정을 그동안 많이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에 두 가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그 흔적을 싹 지운, 순수한 언어 구축물인 시세계와의 긴장 관계 속에서 시적 자아가 무한 변주, 탈주를 감행하는 시. 이렇다 보니 박씨 시는 낯설 수밖에 없다. 백미는 독자가 자신의 시를 이해하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에 있었다. 시집으로 묶지 않고 일기처럼 혼자만 두고 볼까 생각도 했다고 한다.

 

-어쨌든 시집을 냈고, 문학상을 받는다.

독자와 극단적으로 등지겠다는 게 아니다. 요즘 한국문학은 너무 소통만 강조하다 보니 하나의 개별자로서 예술가가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끌어올리는 문학적, 인간적 진실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 같다.

 

설령 자신의 시가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예술적 소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씨는 "수상작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을 포함해 지난 1년간 쓴 시들은 이전 작품과 비교하면 그래도 일상적 감정이나 정서가 들락거리는 작품들"이라고 했다. 특히 수상작은 종전의 회화성 일변도에서 벗어나 음악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그래선지 그리 어렵지 않다. 남녀의 불행한 결말을 비치지만 두근두근 설레는 사랑시다.

 

박씨는 "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운 내 작품도 현실과 아무런 상관 없는 허구적인 공상에서 출발하지는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현실이 녹아 있다"고 했다. 그의 어려운 시를 읽는 독법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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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서 사슴까지 / 김중일

 

 

어느 날 내 가슴이 불타면 어쩌나.

 

내 사슴은 어쩌나.

 

깡마른 사슴. 비 맞는 사슴. 눈물 맺힌 사슴. 다리 부러진 사슴. 멍 투성이 사슴. 땅에 파묻힌 사슴. 아빠 없는 사슴. 엄마 없는 사슴.

 

폐에 바닷물이 찬 사슴. 바다가 된 사슴. 자식 잃은 사슴.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어김없이 마중 나온 사슴. 폴짝 내 가슴 속으로 뛰어드는 사슴. 잠 못 드는 사슴, 때문에 점점 커지는 가슴. 점점 자라는 사슴이 사는 사람의 가슴.

 

온몸에 멍이 든 알몸의 네 살배기 아이가 제 손을 과자처럼 선뜻 내민다. 사슴은 잘도 받아먹는다. 꽃잎보다도 작은 나뭇잎 한 장 남김없이, 내 가슴팍에 앉아 사슴은 다 먹어치운다. 그렇다고 이 계절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가는 걸 붙잡아 놓을 수도 없다.

 

이 계절에 일어난 참혹한 사건으로 사슴은 태어났다. 누군가는 죽고, 사슴은 태어났다. 나는 죽은 이의 가슴을 사슴이라고 부른다.

 

사슴은 태어나자마자 눈 뜨고, 일어섰으며, 매일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한다. 나는 그 여정을 가슴에서 사슴까지, 라고 한다.

 

무너진 내 가슴에서 태어난 사슴 한 마리가, 자란다. 내 가슴은 사슴 따라 점점 커진다. 계속 커진다.

 

어느 날 가슴이 터지고 불타면 내 사슴을 어쩌나.

 

한순간 구름처럼 하얀 재가 된 내 사슴을 어쩌나.

 

사슴 한 마리 사슴 두 마리 사슴 세 마리…… 아무리 백까지 백번을 헤아려도 잠이 오지 않는다.

 

 

 

 

가슴에서 사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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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학교(총장 김혁종) 문예창작과 김중일 교수가 시집 가슴에서 사슴까지로 제19회 지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지훈문학상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고결한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상이다.

 

김중일 교수의 수상작 가슴에서 사슴까지는 부조리한 삶의 면면을 섬세한 이미지와 담담한 언어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신동엽문학상과 김구용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재19회 지훈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7일 나남출판사 창립 40주년 기념식과 함께 경기도 포천시 나남수목원 책박물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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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일 장석남 시인(53)이 제18회 지훈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창비). 지훈상은 조지훈(19201968)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올해 타계 50주기를 맞은 조지훈은 한국 현대시의 경지를 넓힌 시인이자 문화사와 민족운동사 연구를 선도한 학자다.

 

18회 지훈상 심사위원회는 김기택·나희덕·이영관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단은 장석남 시인의 시적 관심사는 자연, 인생, 사랑의 사건들에 더해 예인(藝人)의 감흥과 선취(禪趣)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면서 지훈 시의 고아한 탈속과 미당 시의 분방한 초월 사이 어디쯤에 그의 노선과 정처가 있을 듯하다고 했다.

 

장석남 시인은 인천 덕적도에서 출생했다. 서울예대, 방송통신대, 인하대 대학원(박사 수료)에서 수학했다. 계간 황해문화편집장을 지냈다. 한양여대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다. 김수영문학상·현대문학상·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수상 소감이다.

 

지훈상의 과분한 명예와 숙제를 안겨준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는 공교롭게도 제가 시를 발표한 지 30년째 되는 해의 그것이다. 시의 궁극에 충실한 것인지, 우리말의 원천을 망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속된 욕망에 좌고우면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기도 했다. 부끄러움과 외로운 감이 왜 없었겠습니까만 지훈 선생이 지향했던 것의 희미한 한 가닥이라도 붙들고 있었다면 참으로 다행일 것이다."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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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는 시인 장석남(52)은 얼마나 조심스러운 사람인가. 최근 새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창비)를 낸 장석남 시인을 지난 15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집 제목은 입춘 부근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끓인 밥을/창가 식탁에 퍼다놓고/커튼을 내리고/달그락거리니/침침해진 벽/문득 다가서며/밥 먹는가,/앉아 쉬던 기러기들 쫓는다//오는 봄/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발이 땋에 닿아야만 하니까”(‘입춘 부근전문)

 

창가에 앉아 홀로 밥을 먹었습니다. 쓸쓸함이랄까, 원초적인 질문이 떠올랐죠. ‘삶이 뭐지’. 입춘 부근이라는 것은 겨울이 가는 것이잖아요. 기러기들은 떠나온 나라로 가는데, 봄이 오면 꽃이 피죠. 그러다 꽃 밟을 땐 열매 맺는 시절로 넘어가는 걸 의미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호시절도 가는구나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꽃길은 보통 축복의 이미지이지만, 그 꽃길에서 근심하는 시인. 그는 이번 시집이 시간으로나 공간으로나 좀 멀리 보려고 했던 시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인은 순리에 대해 생각했노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 살면 아프게 되고 죽게 되고, 제 나이도 그렇고 그런 면들을 자꾸 보게 됐습니다. 시에서도 표시가 나지 않을까요.”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섬세한 감성과 감각적인 시어로 장석남표 시 세계를 일궈왔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자 2012년 김달진문학상 수상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이후 5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소매 끝으로 나비를 날리며 걸어갔지/바위 살림에 귀화(歸化)를 청해보다 돌아왔지/답은 더디고/아래위 옷깃마다 묻은 초록은 무거워 쉬엄쉬엄 왔지/푸른 바다에 허기져 돌아왔지/답은 더디고”(‘소풍전문)

 

시집의 첫 시는 소풍이다. “인생은 신명나는 소풍과 같은 것이긴 하나 영원성(‘바위’)에 관해 물어보면 답은 더디다. 지난 5, 시인의 어머니가 연로한 기간이었다.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면서 보내드려야 할 때가 됐나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저편은 뭘까, 출발에 대해서 생각했고요. 우리가 온 자리가 곧 갈 자리일 텐데 그 자리엔 뭐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들을 좀 쓴 것 같아요.”

 

시인 장석남은 얼마나 소년다운 사람인가. 문학평론가 장석주 시인은 <장석주가 새로 쓴 한국 근현대문학사>(2017)에서 장석남을 두고 “‘순진한 눈의 시인이라 평했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군불을 지피는 집, 굴뚝 위로 날아가는 연기, 그 집을 둘러싸고 있는 적막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그려내는시인이다. 시인은 바람과 바위와 꽃, 모과와 더덕, 물미역 씻는 소리에도 눈 마주치고 귀기울여 이름을 지어주듯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에도 모닥불’ ‘눈사람’ ‘악기’ ‘등을 소재로 한 여러편의 시를 선보인다.

 

부엌문이 열리고/솥을 여는 소리//누굴까?//이내 천천히/솥뚜껑을 밀어 닫는 소리//벽 안에서/가랑잎 숨을 쉬며 누워/누군가? 하고 부를 수 없는 어미는//솥뚜껑이/열리고/닫히는/사이에/크고도 깊은 쓸쓸한 나라를 세웠으니//국경처럼 섰는 소년이여/아직 솥을 닫고 그 자리에 섰는 소년이여/벽 안의 엄마를 공손히 바라보던 허기여//그립고 그렇지 않은 소년이여/팔을 들어 두 눈을 훔치라”(‘녹슨 솥 곁에서-古代전문)

 

어머니의 병환을 지켜보는 와중에 떠오른 어린 시절. 시인을 울컥하게 만든 시다. “소년은 없어지지 않잖아요.” 이 말을 할 때에, 그의 얼굴에 소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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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백야 / 이윤학

 

 

화단을 지키는 고양이 밥그릇에다

성견 사료 한 알 한 알 떨어뜨려줬더니

골이 났는지 눈길도 주지 않더라

 

마름모꼴 방 끝의 티브이를 켰더니

화면 중심으로 불 꺼진 성냥골이

쏜살같이 떨어지더라

 

백합이 품은 짙은 백야를

필사적으로 걸어온 자

물소리를 틀어놓고

자갈을 뒤집는 잠이 들었다

 

한 번은 열 번 백 번 천 번 만 번으로 통하는 지름길이었다

 

최후의 툰드라를 틀어놓고

잠이 들어버린 자

바가지에 틀니를 벗어놓고

옛날 맛 그대로인 김치 씹은 물을 오물거렸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

딱따구리조각마법사

세 시 반의 맨발을 위해

오동나무 상판에 가로의 숨구멍을 뚫었다

 

카페의 목조계단은 비좁았고, 반들거렸다

음울한 클래식이 지름길로 들어오고 나갔다

그만이 무덤에 갔다 돌아왔다

짙은 백야를 걸었다

 

천년만년 본드를 흡입하고

봅슬레이를 타고 내려갔다

죽은 자의 힘을 빌려 살지 않겠다

냉골 바닥 거대한 십자가 앞에 팽개쳐져

떨거지가 되지 않겠다

 

 

 

짙은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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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남출판사에서 수여하는 지훈상의 제17회 수상자로 이윤학 시인과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가 선정되었다.

 

지훈상 심사위원들은 "신중하고 치열한 심사과정을 통해 문학·국학 두 영역에서 이같은 수상자를 냈다"24일 밝혔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문학적 업적과 한국학 연구로 보여준 고결한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한 지훈상은 문학과 국학 두 부문에서 시상된다.

 

문학부문의 상인 지훈문학상을 수상한 이윤학 시인은 1965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해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고 2003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품은 지난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시집 '짙은 백야'.

 

국학부문 상인 지훈국학상은 이영미 교수가 지난해 출간한 책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푸른역사)에 돌아갔다. 이 교수는 1961년 서울에서 출생해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냈고 2003PAF 예술상, 2017년 노정 김재철 학술상을 수상했다.

 

상금은 각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520일 오전 11시 경기도 포천시 나남수목원 내 나남책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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