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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경춘선 / 신동호

 

  막차. 겨울은 뼛속까지 밀고 들어왔다. 사랑이 고통이라면 다른 고통쯤은 다 잊고도 남았다. 시간이 가까워오면 조금씩 대화의 간격이 줄어들었다. 말줄임표도 사라져갔다. 우리들의 여행은 끝나가고 있었을까, 새벽을 기다리며 가난한 대합실의 작은 온기를 나누었을까. 사랑은?

 

  종착역. 끝이 없는 여행은 없다. 없기에 슬프고, 없기에 다행이기도 했다. 혁명은 억지로 봄을 부르지만 겨울아, 왜 사랑은 눈꽃처럼 네 안에서만 피어나는 것이냐.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눈동자는 아직도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길 끝에 종종 길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건널목. 철로를 따라 우리가 가는 길은 일방적이고 무겁다. 차단기를 내리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가난하고 느린 발걸음들을 가로막았다는 걸 자주 잊었다. 사랑도 혁명도 차단기를 내린 채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위도와 경도가 만나는 지점을 지나쳐왔다. 눈은 쌓이지 못하고 그렇게 흩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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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낙엽 / 김형태

어젯밤
때 아닌 비바람을 맞고
떨어져 누운 꽃망울

아침이 되었지만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쁘게 물방아를 찧고 있다

푸른 낙엽 위의 구슬이 우는 듯 웃는 듯
함초롬히 나를 바라본다
타다 남은 촛농인가
감지 못한 눈동자인가
아니면, 그리스도를 잃은 마리아의 눈물인가

여기
젊은 가슴이
神의 사랑으로 여울져
싸늘한 피부를 감싸고 있다
죽어서 오히려 영롱한 빛을 토해내는
파노라마 속에서
홍수 후 노아에게 보여준 창조주의 약속을 읽는다

이제,
파란 얼굴로 땅에 입맞추는
골고다의 비애는
저 바다밑 어두운 세계에로
영원히 잠들지어다
술집 위로 높이 솟은 십자가가 필요없는 그 날
진정 너의 심장은 분수처럼 날아올라
하늘을 맘껏 노래하며 춤출 수 있으리

안녕, 친구여!
진실로 새 날이 오면
아름다운 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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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진들 / 박용주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 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 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 빛 꽃잎이 되어

우리내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 잎 한 잎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러운 눈빛을 하는데

한 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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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에서 길을 잃다 / 유금숙

 

 

대웅전 뜨락에 그림자 벗어놓고
해가 산을 넘고 있다
도향당 지붕 단청이 불타고 있다
느린 몸짓으로 저녁 공양을 알리는 북소리
몸을 낮춘 채 기어와 고막을 두드리다
이윽고 심장에 닻을 내리는 저녁
객(客)이 하나 고양이처럼 공양간으로 스며 들어
극락과 지옥을 잇는 구불구불한 행렬틈에
그림자를 슬쩍 집어 넣고
무표정하게 서 있다
건너편 관음전 뜨락에 어둠이 펄럭인다
극락도 지옥도 가지 못한 채
달빛이 깔린 언덕길을 내려오다 그만
일주문 근처에서
발아래 밟히던 그림자를 잃어 버렸다
어둠속에서 그림자가 실타래처럼 얽히고, 그때
섬광처럼 먹장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길 하나를 보았다


 

 

 

<시부문 심사평>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진지한 성찰 평가

 

해마다 발표되는 시편만도 실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시의 독자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데도 시를 지망하는 사람의 수는 늘어가고 있는 이 기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문학예술이 사람들의 관심권으로부터 멀어지는 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그것이 환금성의 가치와 거리가 멀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학예술보다 더 자극적이고 흥미 있는 문화 예술의 장르 예컨대 영화 만화 게임 등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학예술은 지난 연대의 호황을 추억으로 간직한 채 일찍이 맞닥트리지 못한 불리한 여건과 환경에 직면하여 존재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문학예술의 위기가 전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깥의 달라진 현실에서 기인하는 것뿐일까. 물론 그것은 분명 급격한 시대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렇게 그 혐의를 바깥에 두고 뒤로 물러앉아 관망하는 태도는 온당한 것도 아니거니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불행한 처지로 전락한 시의 위상 회복을 위해서 그 이유를 시 안의 현실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서 그간 우리의 문학예술은 시대의 발 빠른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는 혜안과 촉수를 갖지 못하였다. 한 시대 전위의 역할을 자임했던 문학예술은 이제 뒷전으로 물러나 팔짱을 낀 채 변화하는 시대 현실을 수수방관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우리 시단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런 변화에 대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응전의 태도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자의식이 전제되지 않은 글쓰기의 관성은 무책임을 넘어 부도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왜 시를 쓰는가, 나는 왜 문학예술의 여러 장르 가운데 시를 선택하여 쓰고 읽고 있는 것인가, 하는 자문 없이 너무 많은 시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예심을 거쳐 선자의 책상에 놓인 작품은 총 24명의 118편이었다. 그 가운데 이경희와 유금숙의 시편들이 선자의 주목을 끌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다루기보다는 지난 일을 회억하는 것에 바쳐져 있고 현실을 다룬 것들도 그 현상 너머의 이면을 꼼꼼하게 읽어내려는 투시력이 부족했다. 글쓰기란 말의 선택과 배열이다. 즉 매순간 대체 불가능한 최상급의 언어 선택으로 가장 효율적인 배치가 이루어질 때 글쓰기는 완성되는 것이다. 대상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이러한 피땀 어린 정성이 가미될 때 좋은 글은 얻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투고된 것에서 이러한 글쓰기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작품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이경희의 <꽃들이 당겨 핀다>는 무너진 자연 섭리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한 시편이다. 시 속의 현실은 인위적으로 자연의 운행질서를 재편해온 근대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무리와 불행이 들어있다. 그런데 시인은 그것이 인간의 보편적 삶의 법칙에까지 악성 종양처럼 침투해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에 대한 꼼꼼한 읽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 예사롭지 않은 발견이 울림이 큰 언어를 통해 직조되지는 않고 있어 가작으로 선정한다.

유금숙의 <구인사에서 길을 잃다>는 무엇보다 시가 언어를 날줄과 씨줄로 엮어 형상미학의 쾌감을 안겨주는 장르라는 것을 예증하는 시편이라서 우선 믿음이 갔다. 가령 “북소리가…심장에 닻을 내리는 저녁” 같은 시 구절은 사물에 생동감을 부여한 미학적 표현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시편들은 대체로 단아하고 정제된 특장이 있다. 또한 자기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어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그러나 형식에 사유가 갇힌 느낌이 없지 않다. 요컨대 사유의 그늘이 깊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좀 과감한 실험의식과 문제의식을 갖기 바란다. 또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자본의 현실에서 그것의 부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막 물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싱싱한 언어를 빚어내길 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말씀을 낙선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시인 이재무

 

 

 

<당선 소감>

함께한 분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어

집을 나서 학습관으로 가는 길에 가을 내내 노란 칸나가 피었다 지곤했다. 계절이 깊어지면서 조금씩 시들어 가는 꽃대의 모습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꼭 닮았다. 평생을 다락논배미에 거름을 져 올리다 노란 칸나 꽃대처럼 시들어간 아버지의 청춘…. 해마다 오월이면 소도시엔 강물에 꽃등을 띄워보내는 축제가 시작되고 시집간 딸네 집에 다니러오신 아버지는 오월 그 눈부신 강가에 아득한 기억 저편의 청춘을 펼쳐놓곤 하셨다. 막내딸이 이다음에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던 그 아버지가 이 가을 너무 그립다.

그해 여름. 나는 여행 중이었고 저녁 무렵 구인사를 지나게 되었다. 절은 하안거 중이었고 때마침 저녁공양을 알리는 북소리가 경내를 울리고 있었다. 나는 도둑고양이처럼 신도들의 줄에 스며들어 저녁공양을 받아먹고 서둘러 언덕길을 내려왔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낯선 곳에서 일몰을 만나면 느닷없이 몰려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저 아뜩하고 서늘한 느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번번히 길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울음이 차 오르곤 했다. 그날도 나는 명치끝을 치며 올라오는 슬픔 때문에 어두워진 길 위에 오래오래 서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래도 너무 어린 나이에 오래 집을 떠나 있었던 까닭이리라.

무조건 칭찬해주고 응원해주는 남편과 두 아들에게 이 영광 고스란히 돌립니다. 불신으로 가득 찬 세상과 화해하는 법을 가르쳐준 K선생님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학보사와 당당하게 시 공부를 할 수 있게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사랑하는 학우들, 문우들과 이 기쁨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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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베리아* 증후군

싹을 잘라 물 컵에 담근 산세베리아
하얗게 뿌리 내립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실눈 뜨는 산세베리아
그늘을 받아먹은 귀가 파랗게 자라고
우리 엄마 혓바닥도 퍼렇게 자라납니다
허둥지둥 시작한 오늘 아침
나는 한쪽 귀를 뚝 떼어 놓고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엄마 혓바닥이 자라 입 밖으로 나오기 전
떼어 놓은 내 귀에도 산세베리아가 돋아야 할 텐데
오늘따라 늑장 부립니다
잔뜩 웅크린 귓불이 결국
어제와 똑 닮은 아침을 만듭니다
나는 산세베리아 귀에 대고 말합니다
엄마, 학교 늦겠어요
꽁무니를 붙어 다니는 치와와가 따라 짖습니다
엄마도 쟁반에 토스트 한 쪽, 우유 한 잔을 담아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아침 한 끼 굶는다고 큰일이야 나겠어요
엄마는 혓바닥을 길게 내어 놓으며
수험생이 아침 거르면 안 된다고 합니다
남은 한쪽 귀도 어떻게 떼어 놓을까 고민합니다
하루쯤 귀 없이 산다 해도 별 일 없겠지요
엄마 혓바닥은 내일 아침에도 어김없이 자랄 텐데
나는 활짝 핀 산세베리아 귓불로 얼굴을 가리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가방 속에 몰래 숨겨두었던 또 하나의 귀
꺼내 붙이고 학교에 갑니다

*산세베리아: 영명 MotherinlawTongue로 잔소리를
많이 하는 장모의 혓바닥 같다는 뜻.



  할머니의 식사법

밥을 먹으며 그녀가 엄마를 큰 소리로 읽는다
숟가락을 뜰 때마다 활자가 조금씩 짙어진다
책갈피처럼 펼쳐진 밥상이 엄마처럼 가벼워지고
낱장마다 줄을 그으며
그릇에 담긴 엄마를 조금씩 덜어내는 일
언제나 낯설고 언제나 익숙하다

끼니때마다 책을 펴드는 그녀
오늘은 뒷장으로 넘기며
엄마의 어제와 그제를 거슬러 읽는다
벌써 십 이년
책표지가 열리듯 수술실 문이 펼쳐지고
백 년처럼 길었던 열다섯 시간이 찢겨졌다
두 손을 모아 잡고 있던 엄마 얼굴은
구겨진 책장이 되었다
낱말 빼곡히 들어찬 부록처럼 우리는 남겨진 채
마흔 둘째 쪽에서 굵은 제목의 아버지가 찢겨나갔다
그때부터 그녀는
엄마를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우리는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문자
짜거나 싱겁게 몇 번이나 지워지고 다시 쓰여
갈피마다 너덜 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밥상에 오른
엄마라는 책,
서른여덟 쪽에서 책장을 덮는 그녀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책표지가 되라 한다
비둘기는 심심해

주인님은 각본대로 신문지를 찢고 나를 꺼내요
처음인 듯 어리둥절하게 태어나는 나를
사람들은 천사라고 부르지요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태어나 잠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만
박수 소리와 함께 금방 지워지지요
머리부터 꼬리까지 바싹 구워진 한낮
장구밤나무가 나뭇잎으로 허겁지겁 부채질하고
흰 장갑 낀 주인님은 손바닥을 보이며 마술 부리죠
천 원짜리 지폐가 만 원으로 부푸는 손바닥 세상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가 유일한 출구예요
신문지 속에 빠진 내 깃털이 시들시들 말라가는데
사람들은 주인님 손끝만 보고 있어요
나에게 허공은 아무 의미가 없는데
날지 못하는 나를 왜 천사라고 하는지
아이들도, 어른들도 심심해서 그럴까요
뜨거운 바람이 머리칼을 태우고 
딩디기딩딩딩, 누군가 손가락을 튕겨요
문득 박자 맞추기에 턱없이 짧은 부리가 슬퍼졌어요
부리에 반사되는 햇빛 때문에 눈물이 났죠
눈물 맛도 심심해 무척 화가 났어요
나에게는요, 심심한 것만큼 슬픈 일은 없거든요
박수 소리는 아무리 쪼아도 허기를 채우지 못해
붉은 발톱으로 주인님 손가락을 움켜쥐었죠
하지만 곧 새장 속에 갇혀버려요
걱정하지 않아요 나만의 세상을 만들면 되죠
주인님을 공중에 날려 마음껏 쪼아 먹다가
아침이 되면 훅, 날리는 상상
멋지지 않나요?

  중심이 기울다

가슴에 봉곳한 두 칸짜리 방
기한이 남아 있는데 철거 통보를 받았다
심장에 백기 한 장 꽂아두고
사후관리가 전문이라는 철거대책반 찾아갔다
철거 동의서는 대책반 임의대로 체결되었고
이제 짐 싸는 일만 남았다
미처 짐을 다 옮기기 전, 차디찬 기계음으로
방 한 칸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사후처방으로 특수기능이 첨가된 뽕브레지어로 문을 잠갔다
유선을 따라 부풀던 방,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남은 방이 여진으로 마구 흔들렸다
이미 마그네틱이 손상된 희망은
인식 기능을 잃은 마음 감식기를 끊임없이 긁어대고
그 자리에 타이커브*, 페미라*로 모든 가능성을 타진했다
기한이 표기되지 않는 권리증을 가졌던 시절
평생, 이 자리에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아 있는 방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경고등마저
중독성이 강한 불안으로 먹통이 되었다
출입이 통제된 방
굳게 채워진 자물통의 무게로 기우뚱 거린다
불안한 중심이 자꾸 한쪽으로 기울여간다
저울추 같았던 두 칸의 방
내 몸의 축이었다

*타이커브, 페미라 : 유방암 치료제

와산교*가 늘어졌어요

와이퍼가 몸을 흔들어 빗물을 털어내요 라디오 볼륨을 타고 피아졸라*의 젖은 목소리는 차창에 엉겨 붙어요 입술을 더듬어 내려와 젖가슴이 춤을 추게 해요

빗물은 줄기 마디마디를 움직이고 부푼 엔진소리는 탱고를 추어요 물방울이 흐름새를 앞서며 입김을 불어요 가랑이를 벌리는 다리가 가쁜 숨을 쉬고요 날숨의 부력으로 어둠이 발광을 해요

차창이 물광으로 화장을 해요 와산교가 행렬을 가늠해요 우산을 높이 쳐들고 잡아당겨요 끌려가고 싶어 와이퍼를 더 빨리 작동해요 신음하는 속도는 바퀴에 깔려버려요

중심 잃은 속도가 손바닥에 엉켜 붙어요 손바닥과 와이퍼가 키스를 해요 우산 끝으로 와산교 꼬리가 길게 빠져나와요 한껏 흥이 난 피아졸라는 엉덩이를 흔드는데 제기랄, 욕설처럼 늘어지는 저녁이에요


* 와산교: 은평구 증산동 불광천 다리 이름
* 피아졸라: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연주가이며 작곡가 탱고음악의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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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특보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맨 꼭대기 층 강의실에, 우린 철새처럼 앉아
길을 묻어보곤 했다
점자를 짚어내듯 취업 공고문을 손 짚어 읽다보면
자주 길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그럴 때마다
간판도 없는 술집에 앉아
눈발이 거세지는 서로의 눈을 닦아주거나
촛불이 되어 대신 울어주며
발치 할 수 없는 희망을
계산서에 빼곡하게 부적처럼 적어두곤 했다.
취할수록 편안해지는
거짓말이 늘수록 새 하얀 세상
자취방에 앉아,
바라본 창밖의 검은 하늘
밤이 별의 관절 속에 못을 박고 있다.

 

 

수의



해두면 오래 산다는 말에 미리 지어둔
수의,
웃돈까지 주며 맞춘 것 치곤 너무 볼품이 없다.
헐벗은 것보다
그나마 조금 나은 가벼움마저 없다면,
빨래 걱정 덜어내 줄
욕심 없는
저 누런 빛깔이 아니라면,
무르자고 성화라도 낼 판인데.
시골에 둔 누렁이 쓸어주듯 곱다, 참 곱다 하신다.
일평생 처자식 뒷바라지만 알고
까막눈이 된 게,
이제 막,
새 옷 한 벌 얻어 입는 게
저토록 신명이 나는 일인 것일까.
이젠,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다하시더니
밑이 트인 자루처럼 먹은 걸
자꾸만,
도로 게워내신다.
내 등에 업힌,
수위 한 벌
벌레 먹은 사과보다 가볍다.


망치를 맞다

액자의 뒤편처럼
어둠이 짙게 서린 야시장에는
못과 같이,
억척스레 삶을 붙들고 사는 이들이
밤하늘, 별들의 묵고 시린 기침보다 가득하다
처자식만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묵묵히 가정에 못 박혀 살아온
사내부터
허리가 한껏 휜 노인까지.
주어진 한 줌의 삶을
소란스럽게 흔들며 일구는 사람들.
그들이 쏟아내는 힘겨운 한숨마다
오지 않은 미래를 보는 듯
삶의 탁한 기후와 온기가 끈끈하게 전해진다.
그 모습을 보며,
이제껏 사소한 일에도 삐걱거리며
어긋나기만 했던
나를 가만히 망치 밑으로 들이밀어 본다.
망치질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유령 도서관

밤이 개관 되면, 옥상 가득 펼쳐지는 별자리
우린 그 책을 빌린 적이 있다
연체된 지도 모르고...
서로 다른 꿈을
달의 담벼락에 빼곡히 적어놓고,
밤새 여기 저기 꽃가루를 묻히며,
새벽이 짓눌린 골목에서 공기처럼 뛰어놓았다.
다른 이정표를 보며 걷다가,
학벌이 없다는 게,
뒤를 받쳐주는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
말 못할 아픔으로
퉁퉁 사랑니처럼 붓고 나서야
서울의 밤하늘에
밀서처럼 감춰진 별들을 꺼내어 읽어볼 수 있었다.

장기

영토가 장기판과 같이 둘로 나뉘고도,
한 수도 물러섬이 없는 지금 이 팽팽한 시점이
한데 나고 한데 지는 별들에게
얼마만큼이나,
낮 부끄러운 일인지
왜 그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것일까.
지키지 못할 거짓말에
속고 우는 국민들은,
언제까지 경첩처럼 가슴에 못을 박고 살아야 하나.
문득, 네모진 칸칸이
서해안에 자리한 섬과 같아 보인다.
숨고를 틈 없이
온 사방에 철책선이 휘둘러 쳐진...
그래도,
목숨을 담보 삼아,
근근이 바다로 나가 살던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정부는 무리수를 둘 것인가.
방치된 산새의 알처럼
겁에 떨며,
물방울로 웅크린 그 한 소년을 보고도
어찌 눈뜨고 태극기를 볼 것인가.
쉽게 들리던,
플라스틱 장기알이 천근만근이다.

 

 

당선소감(최영정)

사실 길을 걷으면서도, 방향을 자주 잃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겨우 목적지엔 다다랐을 때, 가까스로 펜 한 자루를 쥘 수 있었습니다. 문득 그간의 바람과 부패한 눈빛들이 떠오릅니다. 지상에서 눈물이 가장 반짝이는 유일한 순간은, 시가 되었을 때인 것 같습니다.

한 장의 사진만 그토록 기다렸는데, 그 간절함이 드디어 카메라 플래시처럼 갑작스럽게 터져 나왔습니다. 정말 눈부신 울음이었습니다.

흔들리는 것들에겐 분명 속력이란 게 있고, 밤하늘엔 소중하지 않은 별들이 없습니다. 더 많은 별을 만들고 더 많은 별을 고민하겠습니다. 당선 소식을 전해 듣고, 어떤 자세로 어디에 어떻게 서있었는지. 구름 위를 걷으면서도 발이 빠지지 않아 불안한 지금, 가장 낮은 곳에서 큰 목소리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시를 써나가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심사위원님과 그리고 부모님,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김수복 교수님, 강상대 교수님, 박덕규 교수님, 최수웅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저희 대학교 1기 김지훈, 임현준, 최정환 선배님 감사합니다. 또한 외숙, 선미, 자민이, 경준이, 영호, 유리, 혜미야 고맙다. 끝으로 제가 아는 그 한 사람이 정말 멋진 기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욱 시를 향해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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