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게
우 경 화
성냥갑만 한 슬레이트 지붕
다닥다닥 붙어 정겹고도 쓸쓸한 달동네
희망같은 연탄 가득 실은 손수레 끌며
검둥이 한 마리 앞세우고
가파른 비탈길 휘청휘청 올라가는 할아버지
허리띠같이 좁은 골목 입구에 멈춰 서서
지게에 연탄 착실히 옮겨 짊어지고
성지 순례하듯 발걸음 느릿느릿 떼놓는
등 굽은 뒷모습
하필이면 어깨에 박인 굳은 살같은 지게
평생 내려놓지 못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닮았을까
몹쓸 병으로 쿨럭거리는 둘째 딸
엉덩이에 주사바늘 찌르는 솜씨도 날마다 늘어
스스로 돌팔이의사 다 되었다며
짐짓 쓴웃음 지으시던 아버지
장마 때면 시름인 양 쌓인 빈 스트렙토마이신병들
비료 푸대에 말없이 주워 담아 지게에 얹고
남몰래 마을 앞 냇가 쪽으로 무거운 발걸음 옮기셨던가
봄날이면 큼직한 나뭇단 눌러 쟁인 지게 위에
참꽃 한 아름 자랑스레 꽂고 저녁놀 등에 지고 걸어오시던
고향 뒷산 붉은 참꽃 맛이 문득 그립다
독거 노인들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달동네
내 아버지 모습같은 할아버지
겨울 되면 집집마다 효도하듯 한층 빨갛게 타오를
연탄꽃, 그 환한 꽃지게 지고 계단을 오르신다
.
<해설>
- 아버지와 자신의 투병과 달동네 할아버지를 잘 대비시키고 있다. 뛰어난 묘사가 사실적 풍경을 더하고 있어 뭉클하게 다가온다. 도시 변두리의 달동네 할아버지의 삶과 우리네 농촌 지난한 아버지의 삶이 클로즈 업 되어 그 효과가 더욱 생동감을 주고 있다. 상징적의미로 쓰인 `꽃지게’ 역시 심도를 더하고 있음이 확인 되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가며 밝은 쪽로 시선을 두고 있는 시인의 자세가 더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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