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겨울 경춘선 / 신동호

 

  막차. 겨울은 뼛속까지 밀고 들어왔다. 사랑이 고통이라면 다른 고통쯤은 다 잊고도 남았다. 시간이 가까워오면 조금씩 대화의 간격이 줄어들었다. 말줄임표도 사라져갔다. 우리들의 여행은 끝나가고 있었을까, 새벽을 기다리며 가난한 대합실의 작은 온기를 나누었을까. 사랑은?

 

  종착역. 끝이 없는 여행은 없다. 없기에 슬프고, 없기에 다행이기도 했다. 혁명은 억지로 봄을 부르지만 겨울아, 왜 사랑은 눈꽃처럼 네 안에서만 피어나는 것이냐.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눈동자는 아직도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길 끝에 종종 길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건널목. 철로를 따라 우리가 가는 길은 일방적이고 무겁다. 차단기를 내리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가난하고 느린 발걸음들을 가로막았다는 걸 자주 잊었다. 사랑도 혁명도 차단기를 내린 채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위도와 경도가 만나는 지점을 지나쳐왔다. 눈은 쌓이지 못하고 그렇게 흩어져갔다.

 

 

'대학문학상 > 오월문학상(전남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0) 2011.08.10
6  (0) 2011.08.10
4  (0) 2011.08.10
제3회 오월문학상 수상작  (0) 2011.08.10
2  (0) 2011.08.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