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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풀 끗혜 이슬* / 송재학

 

 

조션의 청년 시인 진명은 파르스름한 달빛튼 창연한 밤, 대면려관 접대부 산월이를션유 배에다 태와가지고 죽도 근처로 노질을 하며 흘너갓다

원고지 2백 장 가찹게 애쓴 소셜은 도서회사圖書會社에셔 소포로 도라왔고 밤에는점점 눈 한 점 붓치지 못하면셔 각혈은 수시로 울컥했다

권연眷然을 태오면서 압길이 막막하여 진명은 쇠진한 몸에 침입하여 가삼속을 놀래키는 바람을 생각한다

이제 혼자 하는 말소리로 자기를 위로허여도 못한다

따라온 산월이 또한 진명의 뜻을 마암 가온되셔 숭배하기에 자신이 열두 살 때 가장

비극으로 자살하려고 격어온 사실을 이미 고백하얏다

무엇 때문에 사랏던가

진명은 곰곰 생각하얏다

사람들에게 람포(LAMP) 갓튼 시를 쓰는 할 일 만흔 몸이고자 햇고 조션 문단에셔 웃뚝 셔기도 햇다

금젼에 욕망을 가지고 지은 소셜이 그 흐린 글발을 엇지 만도 사회에 널되겟니 그런

이상을 가진 시인이엇다

기행 화홍을 만난 거시 운명이리면 운명이엇다

화홍은 유행병으로 짤븐 생을 마치엇다

'진명 씨, 몸은 져어 혹 속에 스러지는 처량한 길이나 제 이 혼은 이 세상에 남아잇셔

진명 씨에 성공하시는 것과 한평상을 무사이 사시다가 도라오시는 거슬 고대하여요' 라는 비장한 유연을 하얏다

화홍이 죽고 술에 의지해 사럿스니 천고 양승원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가 위해 동래 기장에 휴양 겸 왓던 진명이다

밑창문 너머 내다보면 멀니 끗업는 바닷물이 바로 눈압혜 나려다보힌다

바닷물만 보히는 거시 안이다

진명은 자신의 평상도 생생하게 물결 우에서 파도처럼 춤추는 것도 보앗다

과거도 보앗고 압날도 보앗다

처음으로 소셜을 시작해서 화홍과 련해를 중심으로 자신의 반셩이 주재인 소셜을 마쳣

이 시를 못 쓰게 부추긴 거슨 아니엇다라고 희미하게 알고 잇셧지만 자신의

소셜을 좋은 평판을 바다서 원고료도 넉넉하게 왓다

오만한 마암을 미덧다

하지만 다음 소셜은 채택되지 못하고 도라왓셧다

진명의 신명은 시드럿다

소셜이 자기 직업이 안이란 걸 시인 진명은 깨우치지 못한다

궁핍의 겁질이 시를 못 쓰게 부추긴 거슨 아니엇다라고 희미하게 알고 잇셧지만 자신의 궁핍이 또한 조션의 궁핍이라는 것도 청년은 자각하지 못햇다

진명은 시는 까맛게 이즈바리고 다시 술을 사괴거나 동래 온졍溫泉 이나 차즈면서 생을 점점 깍아간다

나무에도 돌에도 기대지 못하는 시절이다

결국 앗가온 청년 진명은 자신이 폐병쟁이이라는 거슬알고 자신을 정답게 챙기던 산월과 함께 죽고자 햇다

나는 내 생명의 임자가 안이엇구나, 진명은 탄식햇다

산월은 진명의 눈빗틀 보고 넘우 가삼이 암흐고 쓰리엇다

청명월야 달은 발가셔 두 사람은 저절로 말갓흔 눈물을 흘넛다

폐병과 가난과 술과 사랑과 죽엄은 오랜 동모 모양 어깨동모 길동모 하면서 본심이 청양하든 청년 시인 진명에게 우슴을 지앗다

풀 끗혜 이슬 생기듯 동모가 또 생기는가 보다

 

"산월이가 처량하여 할가 바 못 울고 잇지 우는 거슨 그만둡시다"

"에그 져는 별안간에 처량한 생각이 나서 그러해요"

"산월이 나는 죽는 길노 가려고 결심하여"

"진명 씨 져도 갓치 죽어요"

" 아 감사하오 날 갓튼 썩어가는 폐병 인생에게 생명을 앗기다니"

" 진명 씨를 모신 거슨 만난을 버셔나 말근 세계로 가는 무상한 사에 광영이라 생각합니다"

" 조흔 각오요 산월이 우리의 져세상은 흐릴 거시 업슬거이오"

" 진명 씨 져는 만족히 세상을 떠남니"

" 오오 산월이"

 

* 딱지본 옛 소설 슬프다 --풀 끗혜 이슬에서 발췌 및 인용 첨삭. 원래 이작품은 딱지본 미남자의 루와 합본으로 수록되어 있었다

시 후반부터 진명과 산월의 대화는 원문 그대로 발췌 인용했다 맞춤법은 대체로 출간 당시의 표기를 따랐으며 띄어쓰기는 현재의 문법 기준에 맞추었다

 

 

 

 

슬프다 풀 끗혜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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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은 지난 26일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 큰 업적을 남긴 고흥 출신 송수권 시인의 문학적 성과와 업적을 선양하기 위한 ‘제5회 송수권 시낭송대회 및 시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제5회 송수권 시문학상 본상에는 송재학 시인의 ‘슬프다 풀 끗혜 이슬’, 남도시인상은 박일만 시인의 ‘뼈의 속도’, 젊은시인상은 이은규 시인의 ‘오래 속삭여도 좋은 이야기’를 각각 선정 시상했다.

그리고, 송수권 시낭송대회는 사전 녹음파일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30명이 열띤 경연을 펼친 결과 ‘등잔’을 낭송한 김현정(경남 거제시)씨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전라남도지사상과 상금 1백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송수권 시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시인 고재종 위원장은 제5회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자들은 우리나라의 어떤 문학상과 비교해도 우월할 정도로 한국시의 현재와 미래의 한 축을 담보하는 시인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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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도 늙어간다 / 송재학

  

 

울 어머니 매년 사진관에 다녀오신다

그곳에서 아버지 늙어가시니

어머니 미간의 지층을 뜯어내면

지척지간 아버지 주름이다

굵은 연필이라면 머리카락 몇 올 아버지 살쩍에 옮겨

늙은 목탄 풍으로 바꾸는 게 어렵지 않다지

그때마다 깃 넓은 신사복은 찡그리면서

아버지, 어머니 그림자처럼 늙으신다

하, 두 분은 인중 닮은 이복남매 같기도 하고

오누이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고민은 할미의 얼굴로

어떻게 젊은 남편을 만나느냐는 것이지만

하, 이별의 눈과 입도 한 사십 년쯤 되면

다정다감하거나

닳아버리고

걱정하면서도

설렌다,

라고 되묻는 식솔들이 생기나보다

집이 생긴 별의 식솔들도 따라오나보다

 

 

 

내간체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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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이상화 문학제와 제26회 상화 시인상 시상식이 520일 이상화 고택 앞마당(대구시 중구 계산동)에서 열린다.

 

이상화 기념사업회(회장 윤장근)가 주최하고 매일신문사와 대구 MBC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아미국악단의 풍물 공연을 시작으로, 시인 문태영이 추모시를, 시노래 가수 진우가 시노래를 한다. 또 권미희 씨가 국악 한마당 공연을 한다.

 

1985년 제정된 상화 시인상의 올해 수상자(26)는 송재학 시인이다. 수상 시집은 <내간체를 얻다>. 1986년 등단한 송재학 시인은 그동안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등의 시집을 발간했고, 김달진문학상, 대구시협상, 대구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이다.

 

이날 송재학 시인은 시 '죽은 사람도 늙어간다'로 제26회 상화 시인상을 수상한다. 수상작 '죽은 사람도 늙어간다'는 젊어서 남편을 잃은 어머니가 매년 사진관을 다녀오면서 '자꾸만 늙어가는 얼굴로 어떻게 젊은 남편을 만날까 걱정하지만, 죽은 사람도 세월 따라 늙어가고 두 사람은 이복남매처럼 닮아간다. 세월 따라 모든 것은 닳아가지만 그래도 설렌다'는 내용이다.

 

송재학 시인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상화의 낭만주의는 설마 도저한 허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살과 뼈의 노래처럼 보여집니다. (중략) 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화시인상 역시 그런 상화의 지향성에 대한 깨우침으로 저에게 다가옵니다'하고 행사 리플릿에 수상수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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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 송재학

 

 

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허공이라 가끔 연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뒷목과 배는 갈색이다 검은 부리와 흰 뺨의 영혼이다 공중에서 묻혀온, 공중이 묻혀준 색깔이라 생각했다 깃털의 문양이 보호색이니까 그건 허공의 입김이라 생각했다 박새는 갈필을 따라 날아다니다가 내 창가에서 허공의 날숨을 내고 있다 허공의 색을 찾아보려면 새의 숫자를 셈하면 되겠다 허공은 아마도 추상파의 쥐수염 붓을 가졌을 것이다 일몰 무렵 평사낙안의 발묵이 번진다 짐작하자면 공중의 소리 일가(一家)들은 모든 새의 울음에 나누어 서식하고 있을 게다 공중이 텅 비어 보이는 것도 색 일가(一家)들이 모든 새의 깃털로 바빴기 때문이다 희고 바래긴 했지만 낮달도 선염법(渲染法)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공중이 비워지면서 허공을 실천중이라면, 허공에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람결 따라 허공 한 줌 움켜쥐자 내 손바닥을 칠갑하는 색깔들, 오늘 공중의 안감을 보고 만졌다 공중의 문명이라 곤줄박이의 개체수이다 새점을 배워야겠다

 

 

 

2010 제25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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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55'사진) 시인이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25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공중' 14편이다.

 

심사위원회는 "송 시인은 특유의 언어 감각과 조사법을 바탕으로 시적 진술의 이완과 긴장을 동시에 포괄하는 산문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문학사상사는 이와 함께 박라연, 손택수, 이재무, 조용미, 황인숙 시인을 소월시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상금은 대상 1300만원, 우수상 100만원이다.

 

송재학 시인은 197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1986'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진흙얼굴' '기억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등이 있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고뇌하는 지적 체험, 존재가 보내는 눈짓을 감춤의 언어로 이전해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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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상자 : 송재학

 


2. 수상작품 : 「감은사에 가다」외 5편

 


「감은사에 가다」

감은사는 없다 감포 바다가 눈 높이까지 밀려와도 감은사 스님들은 보이지 않는다 무너진 돌들을 쌓아 놓은 두 개 석탑이 감은사를 변명한다 지도에도 감은사로 적혀 있고 길을 물어보면 모두 아 감은사 말이지요, 감탄한다 시커먼 찰주까지 남아 있는 감은사 탑과 탑의 균열은 감은사의 부재와 더불어 꽃핀 현호색을 에워싼다

저 연보라빛 현호색을 가로질러 감은사를 볼 수 있으리라

절은 늘 가파르다 계단과 회랑과 높은 천장의 가파름은 삶과 절의 경계인 것 현호색은 감은사가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동안 보라빛인 양 내 속에서 번진다

그곳에 감은사가 있어야 하는지 저녁 예불 소리를 듣거나 석등의 불빛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몇 백 년 동안 감은사는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 감은사에서 바다까지 수로의 기록과 석탑을 찾았다 내가 감은사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곧 밀어닥칠 해일의 기미와 내 마음을 본뜬 수줍은 현호색 무더기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한다 감은사에서 너무 지체했다 감은사 밖으로 나오면 먼 바다는 종소리 같은 저녁놀을 떠밀며 달이나 바람소리 곁에 있다 내 누추한 마음이 먼저 그것들을 짊어지기도 한다

 

 

내간체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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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심사위원 : 김종길(시인), 장호(시인),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황동규(시인, 서울대 교수), 김재홍(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4. 심사평

「참신한 시상과 활달한 상상력운동」

본심에 회부된 일곱 분 모두가 수상시인으로 뽑힐 만한 능력과 자질을 지닌 분들이기에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30대로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60년대에 데뷔한 시인부터 80년대 시인까지 각기 경륜과 특징이 있어서 한 사람을 뽑아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다소 연륜이 있는 시인으로 임영조씨와 보다 젊은 시인으로는 송재학씨를 추천했다. 임영조씨의 작품들은 비교적 깊이가 있고 완성도가 높았으며 작품의 수준이 일정해 보였고, 송재학씨의 시는 참신한 시상전개와 활달한 상상력 운동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임영조씨의 시들은 안정돼 있는데 비해 생동력이 덜해보였으며, 송재학씨의 시들은 완성도가 다소 덜했지만 시적 패기와 열정이 신선하고 뜨겁게 다가오는 게 장점이었다. 심사위원들의 경우 두 분은 완성도 쪽에 점수를 후하게 매겼다. 이 과정에서 김달진 문학상의 선격이 논의되었고, 그 결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높은 평가를 주어 왔던 상의 성격을 고려하여 나는 송재학씨를 수장작으로 미는데 적극 동의하였다.
제5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송재학씨의 「감은사에 가다」외 5편들은 참신한 시상과 활달한 상상력 운동이 돋보이는 게 특징이다. 광물적 상상력과 식물적 상상력이 부드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부딪치면서 현대적 삶 속에서 마모돼 가는 인간성과 위축돼 가는 생명력을 복원해내는 힘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도 장점이다. 〈산의 터널 공사가 시작되었다/ 햇빛과 소나무가 무너진다/ 는개와 푸른 새순/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의 길이 갈라지고 부딪치는/ 그곳에는 절벽이 없다/ 늙은 여자의 化粧은 봄날을 힘겨워 한다/ 다홍치마 아이가 목덜미를 봄볕에 맡긴다/ 〔중략〕/ 늑골을 뜯고 비집고 올라오는 노루귀 흰 꽃 옆/ 우레와 폭우가 서성대는 봄밤〉(「봄날」)과 같은 시에서 보듯이 광물심상과 식물심상이 빚어내는 날카롭고 부드러운 화음 속에 따뜻한 생명의 울림과 율감을 섬세하게 포착해서 형상화해내는 힘과 눈이 돋보이는 것이다. 다만 비교적 긴 산문시 호흡을 지닐 경우 시상의 중첩과 동어반복적 요소 및 율감의 매끄럽지 못한 것들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 곳곳에 튕겨 오르는 신선한 시정신의 건강성과 감각의 신선성은 앞으로의 더 큰 발전에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시인의 앞날에 더욱 정진이 있어서 대성해 가기를 빌면서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김재홍)

 

 

 

파란 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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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창고 / 송재학

 

 

들판의 창고는 대체로 회색이다 녹색 창고만 해도 들판과 어울리지 않는 색조 때문에 적재가 쉽지 않다 회색 창고라면 무엇이던 쌓아두기에 편하겠지만 내가 본 것은 검은 창고, 고산족의 다랑이논 옆에 있다 반추동물처럼 느리게 엎드렸는데 귀가 없다 먹거리만 쟁여놓은 창고가 아니다 높이와 깊이가 필요한 고산협곡에서 바람을 선택한 검은색이니까 바람은 쉬이 몸의 기별과 겹친다 내가 원했던 검은색이다 야크의 털이 검은 게 아니라 그 시선이 어둡다 이목구비가 없는 것들에게 검고 깜깜하거나 거무죽죽하며 거무스름하면서 꺼뭇꺼뭇한 얼룩은 때로 몸이고 생각이다 또한 검은색은 위로의 손바닥이 만지는 시간의 늙은 표면이다 산을 넘어야 하는 우편낭도 검은색이지만, 유서를 남기는 편지지의 감정마저 검은색이다 밤의 결혼식을 보았다면 산과 저녁의 어름에 검은색 청혼을 먼저 지나왔겠다 입을 한껏 벌린 검은 짐승의 하품까지 모두 검은 창고에 보관된 오래된 말이다

 

 

 

검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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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전봉건문학상 수상자로 송재학(61) 시인이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가 30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검은색'이다.

 

심사위원단은 "어느 페이지로 들어서든 사물들이 시를 넘어서 나아가는 장려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때로 절벽 같은 위태로움으로, 평야와 같은 광대함으로 시를 열어 보인다"고 평했다.

 

수상작과 수상 소감, 심사평 등은 월간 시 전문지 '현대시학' 10월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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