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나큰 잠 / 정끝별
한 자리 본 것처럼
깜빡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때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혹은 호밀빵의 향기
출구처럼 다른 계절과 다른 바람과 노래
매일 아침 길에서 길을 들어설 때
매일 저녁 사랑에서 사랑을 떠나보낼 때
하품도 없이 썰물 지듯
깜빡깜빡 빠져나가는 늘 오늘
깜빡 한 소식처럼
한 지금을 깜빡 놓을 때마다
한 입씩 베어먹는 저 큰 잠을 향해
얼마나 자주 둥근 입술을 벌리고만 싶은가
벼락치듯 덮치는 잠이 삶을 살게 하나니
부드러워라 두 입술이 불고 있는 아침 기적
영혼의 발끝까지 들어올리는 달콤한 숨결
내겐 늘 한 밤이 있으니
한 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
시인 정끝별(44·명지대 국문과 교수) 씨가 문학사상사 주관 제23회 소월 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한다.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4일 본심에서 정씨의‘ 크나큰 잠’외 14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일상 언어에 시적 감각을 새롭게 부여하면서 반복적인 일상의 삶 자체에 숨겨져 있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석해 내는 새로운 시법을 완성해 가고 있다. 이러한 정끝별 시인의 시적 탐구 작업이 한국 서정시의 전통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소월시문학상 우수상은 고형렬, 장석남, 조용미, 박라연, 박형준씨가 받는다. 상금은 대상 1300만원, 우수상은 각 100만원이다. 시상식은 11월 초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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