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상자 : 이하석
2. 수상작품 : 「가야산」외 5편
「가야산」
계류와 더불어 칭얼대며 내가 숨긴 길. 동굴의 숲가엔
엘레지꽃들이 고개숙인 채 나의 그림자를 응시한다.
그 짧은 생애들의 외롭고 강렬한 눈길 따돌리며 산등성이에 올라서자 조릿대숲이 앙칼지게 울며 열린다. 큰바람이 내 욕망을 뒤집느라 웅성거린다.
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다.
바람의 칼날이 조각하다 부러뜨린 나무가지 끝에
간밤에 눈이 얼리고 간 내 꿈이 싹트고, 산정에서
뒤엉키는 내 마음의 사나운 구름.
3. 심사위원 : 김종길(시인, 고려대 교수),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황동규(시인, 서울대 교수), 오세영(시인, 서울대 교수), 정현기(연세대 교수)
4. 심사평
이기철의 <아름답게 사는 길> 연작과 <地上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연작은 그가 계속 시에 따스함과 깊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삿일이 아니다. 그전까지의 그의 시는 편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고, 그 방향은 대체로 ‘돌아오지 않는 江’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살을 획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病들도 친숙해지면 우리의 외로움을 덮어주는 이불이 된다”(<地上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1>) 같은 통찰력도 동반한 살이다. 아마도 나까지 포함해서 주로 이미지 중심의 시론을 갖고 있는 사람 다수의 심사위원 구성이 아니었다면 이 상이 그에게 갔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이에 이하석도 변모를 했다. 철저히 군살빼기 운동을 한 것이다. 말이 쉽지 느낌과 생각의 군살이 그리 쉽게 빠지는가. 가슴을 선뜩하게 하는 곳도 있었다. <가야산> 끝부분이 특히 그랬다. 다만 대부분 시의 제목이 되고 있는 地名들이 그냥 <山 1>, <山 2>, <山 3> 등으로 바꾸어도 좋을 만큼 개별적인 필연성을 덜 갖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기 바란다. 이번의 변모가 앞으로 그의 시에 뚜렷한 흔적을 남길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에, 일과성이 아닐 것 같기 때문에, 더욱 유의하기 바란다. 그리고 유모어, 혹은 마음의 여유 같은 데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그와 나 사이엔 이번 상이 두번 째 인연이다. 두 배로 축하한다.(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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