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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창고는 대체로 회색이다 녹색 창고만 해도 들판과 어울리지 않는 색조 때문에 적재가 쉽지 않다 회색 창고라면 무엇이던 쌓아두기에 편하겠지만 내가 본 것은 검은 창고, 고산족의 다랑이논 옆에 있다 반추동물처럼 느리게 엎드렸는데 귀가 없다 먹거리만 쟁여놓은 창고가 아니다 높이와 깊이가 필요한 고산협곡에서 바람을 선택한 검은색이니까 바람은 쉬이 몸의 기별과 겹친다 내가 원했던 검은색이다 야크의 털이 검은 게 아니라 그 시선이 어둡다 이목구비가 없는 것들에게 검고 깜깜하거나 거무죽죽하며 거무스름하면서 꺼뭇꺼뭇한 얼룩은 때로 몸이고 생각이다 또한 검은색은 위로의 손바닥이 만지는 시간의 늙은 표면이다 산을 넘어야 하는 우편낭도 검은색이지만, 유서를 남기는 편지지의 감정마저 검은색이다 밤의 결혼식을 보았다면 산과 저녁의 어름에 검은색 청혼을 먼저 지나왔겠다 입을 한껏 벌린 검은 짐승의 하품까지 모두 검은 창고에 보관된 오래된 말이다
제2회 전봉건문학상 수상자로 송재학(61) 시인이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가 30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검은색'이다.
심사위원단은 "어느 페이지로 들어서든 사물들이 시를 넘어서 나아가는 장려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때로 절벽 같은 위태로움으로, 평야와 같은 광대함으로 시를 열어 보인다"고 평했다.
수상작과 수상 소감, 심사평 등은 월간 시 전문지 '현대시학' 10월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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