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들의 물결, 어떤 입술은 높고 어떤 입술은 낮아서 안개 속의 도시 같고, 어떤 가슴은 크고 어떤 가슴은 작아서 멍하니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 같고, 끝 모를 장례행렬, 어떤 눈동자는 진흙처럼 어둡고 어떤 눈동자는 촛불처럼 붉어서 노을에 젖은 회색 구름의 띠 같고, 어떤 손짓은 멀리 떠나보내느라 흔들리고 어떤 손짓은 어서 돌아오라고 흔들려서 검은 새떼들이 저물녘 허공에 펼치는 어지러운 군무 같고, 어떤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고 어떤 얼굴은 꿈에서 보는 것 같고 어떤 얼굴은 영원히 보게 될 것 같아서 너의 마지막 얼굴 같고, 아, 하고 입을 벌리면 아, 하고 입을 벌리는 것 같아서 살아 있는 얼굴 같고,
격월간 『현대시학』사가 전후 신서정파의 기수로 알려진 전봉건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제1회 전봉건문학상 수상자로 김행숙 시인이 결정되었다. 수상 시집은 김행숙 시인의 『에코의 초상』이다. 전봉건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간한 중견 시인들의 시집을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 과정을 통해 상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심사위원(남진우, 홍일표, 권혁웅, 조재룡)들은 김행숙의 시집『에코의 초상』을 “도처에 선언과 주장과 판결의 웅성거림만 가득한 세계에서 힘겹게 에코의 연약한 목소리를, 그 사라져가는 현존을 기억하고 이어가려고 하는 그녀의 노력은 이번 시집에서 아름다운 시적 메아리를 낳고 있다.”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한 삶에서 뿜어 나오는 미광 하나로 김행숙이 공동체 저 밑바닥의 무의식을 불러내 지금-여기의 절망을 차분히 기록해나갈 때, 그의 시는 벌써 조용한 절규이며, 이 비극적인 삶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는 조금만 울려도 좋다고 믿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단호하고도 아름다운 실천이다”라고 평하였다.
수상 작품과 수상 소감, 심사평 등은 월간 『현대시학』 10월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수상자인 김행숙 시인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하였으며 고려대 국어교육과 및 同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9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사춘기』(문학과지성사, 2003)와『이별의 능력』(문학과지성사, 2007), 『타인의 의미』(민음사, 2010),『에코의 초상』(문학과지성사, 2014) 이 있고, 현재 강남대학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제9회 노작문학상과 2014년 제8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시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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