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도 늙어간다 / 송재학
울 어머니 매년 사진관에 다녀오신다
그곳에서 아버지 늙어가시니
어머니 미간의 지층을 뜯어내면
지척지간 아버지 주름이다
굵은 연필이라면 머리카락 몇 올 아버지 살쩍에 옮겨
늙은 목탄 풍으로 바꾸는 게 어렵지 않다지
그때마다 깃 넓은 신사복은 찡그리면서
아버지, 어머니 그림자처럼 늙으신다
하, 두 분은 인중 닮은 이복남매 같기도 하고
오누이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고민은 할미의 얼굴로
어떻게 젊은 남편을 만나느냐는 것이지만
하, 이별의 눈과 입도 한 사십 년쯤 되면
다정다감하거나
닳아버리고
걱정하면서도
설렌다,
라고 되묻는 식솔들이 생기나보다
집이 생긴 별의 식솔들도 따라오나보다
2011 이상화 문학제와 제26회 상화 시인상 시상식이 5월 20일 이상화 고택 앞마당(대구시 중구 계산동)에서 열린다.
이상화 기념사업회(회장 윤장근)가 주최하고 매일신문사와 대구 MBC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아미국악단의 풍물 공연을 시작으로, 시인 문태영이 추모시를, 시노래 가수 진우가 시노래를 한다. 또 권미희 씨가 국악 한마당 공연을 한다.
1985년 제정된 상화 시인상의 올해 수상자(26회)는 송재학 시인이다. 수상 시집은 <내간체를 얻다>. 1986년 등단한 송재학 시인은 그동안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등의 시집을 발간했고, 김달진문학상, 대구시협상, 대구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이다.
이날 송재학 시인은 시 '죽은 사람도 늙어간다'로 제26회 상화 시인상을 수상한다. 수상작 '죽은 사람도 늙어간다'는 젊어서 남편을 잃은 어머니가 매년 사진관을 다녀오면서 '자꾸만 늙어가는 얼굴로 어떻게 젊은 남편을 만날까 걱정하지만, 죽은 사람도 세월 따라 늙어가고 두 사람은 이복남매처럼 닮아간다. 세월 따라 모든 것은 닳아가지만 그래도 설렌다'는 내용이다.
송재학 시인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상화의 낭만주의는 설마 도저한 허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살과 뼈의 노래처럼 보여집니다. (중략) 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화시인상 역시 그런 상화의 지향성에 대한 깨우침으로 저에게 다가옵니다'하고 행사 리플릿에 수상수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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