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세광중학교 현직 수학교사인 장재성씨가 제6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장재성씨는 그의 본업인 수학 문제를 풀 때나 시를 쓸 때 같은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수학 문제를 풀 때나 시를 쓰는 것은 같은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고민 끝에 나오는 것이고 문제를 풀었을 때와 시를 썼을 때 느끼는 희열감도 같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후 수학교사가 시인이 되었다며 축하의 말을 건네자 수학과 시에 관한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장재성씨.
"군대에 갔을 때 전우신문에 몇 편을 기고해 보았는데 채택이 되어 실리더라고요." 장씨가 시를 쓰기 시작한 동기다. '외롭고 심심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이제 당당히 시인의 문턱을 넘는 결실로 나타났다. 그는 제1회 지용신인문학상에도 출품해 최종 결선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에도 도전했으나 낙방했던 그는 세광고 재직 시절에는 보충수업 등으로 제대로 시간도 못내고 본인 스스로의 좌절감 등으로 3년여간 시를 쓰지 않았다. 세광중으로 자리를 옮기고부터 장씨는 시를 쓸 시간을 안정적으로 가질 수 있었고 이번 수상작인 <만춘>은 지난해 가을에 써서 다듬은 것이다.
그는 자연예찬론자이다. 자연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수상작 <만춘>은 민들레를 소재로 한 시이다. 정지용 시인을 접한 것은 이제 5∼6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는 장씨지만 지용의 토속적이고 자연 속에 운률을 담은 시가 좋다고 말한다.
공모전 낙방으로 인한 좌절감으로 교사로 만족하자고 다짐했던 때도 있었지만 시에 대한 열정을 다시 일으켜 결실을 이룬 장재성씨는 서인화(50)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잘도 견뎠다 싶은, 그래서 훅 불면 할멈이나 옹기 모두 묻혀 흙이 될 그런, 한내 북쪽 작은 집 한 채
시성 정지용 선생의 뒤를 잇는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제2회 지용신인문학상에 윤승범(32증평 형석고 교사)씨가 당선됐다. 지난 18일 관성회관에서 개최된 제9회 지용제 본행사에 참석해 수상작인 ‘퍽 오래된 집’을 낭송한 윤승범 씨를 만나 보았다.
▲ 옥천에 대한 첫인상은?
△시 소재를 찾기 위해 옥천을 많이 방문했었다.
특히 옥천장터를 많이 둘러보았는데 옥천에 대한 첫 인상은 한마디로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수상소감 및 수상작에 대해 소개한다면?
△ 실력이 부족해 등단 시기를 넉넉히 잡고 있었는데 당선이 되어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섕각을 했다.
이번에 당선된 ‘퍽 오래된 집’은 오래된 집을 통해 우리 민족의 삶 및 억눌린 역사 등을 담았으며 ‘국밥’은 역사가 묻혀있는 곳인 장을 무대로 소외된 서민층의 삶을 표현했다.
▲ 정지용 시인에 대한 생각은?
△ 정지용 시인은 우리나라 시단의 새로운 장을 연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더니즘 시인이지만 여러 장르의 시를 섭렵한 분이라는 생각이다.
고교 시절부터 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윤씨는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 운천리가 고향이며 동국대 국어 교육과를 졸업했다.
현재 증평 형석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씨는 학생들에게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만큼은 꼭 외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떨어진다, 무릎 뼈가 움찔 들리고, 나는 떨어진다, 자궁 안에 있는 동생을, 또 떨어지다가, 미안해, 말하다 말고, 끄집어내서 연애를 하다가, 벌써 함몰하고 있는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떨어진다, 앞으로 목덜미에서 오소소 돋아날, 동생은 대답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다가, 떨어진다, 서늘하게, 바람이 불고, 나는 달력 속에서, 부풀고 있는 숫자들과 휩쓸리다가, 튕겨져 나간다, 여기야, 여기, 잠긴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조각조각 나눠진 동생이, 나무에 하나씩 걸려있다, 그때, 뼈만 남은 손이 어디선가 다가와서, 내 뒤통수를 쓰다듬었고,
나는 좀처럼 잠잠해질 수 없어서
몸을 일으킨다 시계바늘의 움직임을 끌어내려서
달려 나가려다 말고 다시 돌아눕는다
점점 확장하고 있는 허공에 얼굴을 내민다
눈꺼풀을 끌어당겨서 시선을
천천히 동공에 입힌다
다시 뒤척이며 돌아눕는다
언제든지 찌푸릴 수 있는 이불에
살갗을 베이면서도 나는
동그라미 친 날짜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나는 오늘도 귓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귓바퀴에서 흘러내린 시간을 주워 먹는다
펭귄의 야간비행
펭귄들의 비행을 돕느라 나는 밤마다 동네를 돕니다
골목 한 모퉁이에서 펭귄 한 마리
부리까지 덜덜 떨면서 번식합니다
어린 내가 펭귄 옆구리를 기어올라요
날개자국의 봉제 선은 너덜거리죠
펭귄이 내 달팽이관의 속살을 헤집으며 속살거려요
(나는 아빠 발등에 올라서서 엄마를 조금씩 파먹었어요)
내 귀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귀지를 뱉더니
(나는 당신의 시선이 돌아다니는 새벽을 간질이고 싶어요)
갑자기 멀미처럼 펭귄의 귀가 어지럽게 돋아나요
붉게 상기된 귀들이 기지개를 깜박, 깜박 반복적으로 펴요
갑자기 펭귄이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무릎관절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군요
동네 한 바퀴 다 돌기도 전에 흰 뼈가 튕겨 나와요
펭귄 등가죽에 장착된 나는 잠꼬대를 합니다
펭귄 귀에 점점 야위어 가는 그을음을 채워 넣고 있는데
펭귄 날아올라요
[수상소감]
시를 접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시를 모르겠습니다. 숨겨놓아도 때로는 드러내야 하는 문장을 깨닫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어디로 갈 것인가를 스스로도 알 수 없었던 기차 안에 놓여 있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저에게 기회를 주신 여러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도 더 커져가는 믿음으로 대답해주셨지요. 시와 조금씩 멀어지던 제게 삶이 곧 시라는 깨달음을 주신 여태천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잠을 건너뛰고, 일상의 경계선을 기웃거리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시(詩)로 돌아올 줄 알고 계셨고, 출발선에서 맞아주셨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또다시 시작조차 할 수 없었던 그 길을 함께 해 주셨죠. 시의 길로 인도해주시고 상처와 노는 법을 일러주신 김기택 선생님, 마음으로 시를 보는 법을 가르쳐주신 김사인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서가는 눈으로 바라봐주던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 다른 ‘나’를 재생산하지 말라던 다정함들이 다시 전해져 오네요.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문우들, ‘나’로써 마주할 수 있는 친구들의 얼굴도 이 순간 스쳐 지나갑니다. ‘우리’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단어를 연마한 날들을 뒤로 하고, 늘 다른 의미로 성장하면서 걸어가겠습니다.
[심사평]
제5회 최치원 문학상에는 매우 많은 분들의 응모가 이어졌다. 오랜 시간의 노력이 녹아 있는 작품들을 읽느라, 심사위원들은 즐겁고도 보람 있는 시간을 경험하였다. 이런 열렬한 작품의 질적 향상 현상은 최근 최치원문학상이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이번 응모자들의 시편은, 담론적 집중성을 보이는 경향을 띠지 않고, 저마다의 경험적 구체성을 바탕으로 언어 미학의 완성을 꾀하려는 의욕을 두루 보여주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분들의 작품을 심사위원들은 여러 차례 읽어가면서, 최종적으로 이혜리 씨와 임종관 씨의 작품을 두고 오랜 고심을 거듭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이혜리 씨를 당선자로 뽑게 되었다.
임종관 씨의 시편은, 신선한 언어 감각과 삶을 바라보는 페이소스가 남달리 결속되어 있는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기억과 감각 속에 사물이나 경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능력도 좋아 보였다. 특별히 긴 호흡 속에서 시를 구성하는 능력에 신뢰가 갔다. 앞으로 날렵하면서도 진한 페이소스를 담는 쪽으로 좋은 성취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혜리 씨의 시편은, 응모작 전체를 관철하는 균질성이 시적 능력을 신뢰하게끔 하였다. 일상 속에서 구체적 삶의 모습을 노래하는 지향이 매우 반가웠다. 그리고 경험적 구체성 속에 심미적 감각을 활달하게 살려 재생하고 배열하는 언어적 힘이 관찰되었다는 점을 부기하고 싶다. 여러 모로 미래적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당선작으로 뽑기로 하였다. 다양한 소재 선택의 안목과 그 소재에 걸맞은 형상의 방법을 지속적으로 확장해가길 바란다.
이번에 당선되지 않은 분들도 더욱 정진하기를 바라고, 거듭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한 여자가 전동휠체어를 출입문에 바짝 붙였다 공익근무원과 실랑이가 일었다 이렇게 타지 않으면 집에 못 간다는 경험자, 몇 분쯤 전동휠체어의 바퀴가 반 걸쳐진 상태로 전철은 출발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짜증 섞인 몸짓으로 더 구겨져 공간을 마련했고 여자는 정돈되지 않은 머리를 매만지며 모른 체 했다 신설동역에서 열차는 출발했다
그 여자는 갑자기 소리치기 시작했다 열차가 덜컥 멈추며,
여러분, 제가 말 안하려야 안할 수 없어 한 말씀 올려요 아 이건 비밀이지만 꼭 밝혀야겠단 말입니다 제가 원래 대한의 건강한 물론 몸은 조금 불편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단 말이요 그런데 갑자기 납치를 해서 나를 낫게 해준다고 우선 나으려면 베풀어야 한다했지요, 난 가진 게 없는 여자라 신장을 떼어주었어요 그런데 제 신장을 받은 사람은 도무지 고맙지 않나봅니다 여직 소식이 없어요 나는 내 몸의 일부를 나눴으니 가족 같은데 말이요 어쨌거나 처음엔 종교의 힘인 양 말하더니, 과학의 힘을 써서 제 머리를 점점 조종했어요 말이 될까 싶지요? 한 사람에게만 들리는 소리, 그것을 이용했어요 자꾸 나를 멋대로 조종하고 반항하면 약을 뿌려요 보이지 않게요 그럼 마취되고 다시 머릿속을 조종하는 실험을 계속해요 처음에는 제가 몸이 불편하므로 제게만 한다 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당신들도, 그리고 권력자들에게도 그렇게 한다고 해요 그래서 아무리 잘난 사람도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그 조직에 있을 수 없어요 실험에 통하지 않는 자는 조직에서 내몰라고 조종된 권력자에게 말해요 그러니 세상이 이렇고 전쟁이 나는 겁니다 전쟁이
중간에 시끄럽다며 짜증내는 사람마다, 꼬박꼬박 미안하지만 15초, 혹은 10초만 더 말하겠다는 양해를 구하는 그 여자에게, 실은 말을 잘라 더욱 미안하지만 지금 나라가 시끄러우니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노년의 남자로 인해 사람들은 다닥다닥 붙어 크게 웃었다
전철은 앞차와의 간격을 위해 잠시, 그러나 그녀가 실랑이를 벌이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서 있었다 승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한, 그러나 벌써 몇 년 째 바뀌진 않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