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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없음

 

 

 

[심사평]

 

예심을 거쳐 올라온 열 명의 투고작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안타깝게도 당선작을 고르지 못했다. 시인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일정한 수준과, 신인을 맞을 때마다 찾게 되는 참신함을 만족하는 작품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이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작품은 장선희, 최재영, 이일학, 김영경 씨의 작품이었다.

 

장선희 씨는 하나의 풍경을 다른 풍경과 접붙여 읽어내는 데 장기를 갖고 있다. 다만 그렇게 치환된 풍경마저 처음 풍경에서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는 게 약점이다. 시에서의 변환은 새로운 존재로의 비약이어야지, 단순한 고쳐 쓰기여서는 안 된다.

 

최재영 씨에게는 그런 비약이 있다. 그런데 그 비약을 설명하고 부연하고 또 설명하고 만다. 그건 비약이 시 내부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글쓴이의 상상 속에서만 일어났다는 얘기다.

 

이일학 씨의 작품에는 품격이 있다. 진지하고 성실하다. 유감스럽게도 이 진지함과 성실함이 시를 아주 낡은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세상, 전생, 모정, , 순결같은 어휘가 진지한 고민의 결과였는지를 숙고해주시기 바란다.

 

김영경 씨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이런 단점에서 많이 비켜나 있다. 특히 '달동네로 가요'에는 경쾌한 페이소스와 다정한 음악이 공존하고 있어서, 눈길을 붙잡는다. 그런데 응모한 시들의 편차가 너무 심하다. 시적인 상투어에 너무 자주 기대는 점도 불만이다. 상투어들의 잦은 출몰은 고민의 부족을 증거하는 것이다. 고민을 거듭했으나, 성급하게 당선자의 이름을 드리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성숙을 기다리는 것이 김영경 씨 본인을 위해서도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니, 다들 빼어난 시인들이다. 오늘의 아픈 결정이 이 상의 전통을 더 빛나게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응모해주신 분들께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올린다.

 

심사위원: 유성호 문학평론가. 정끝별 시인. 권혁웅 시인, 문학평론가

 

 

 

 

맛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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