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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 / 최금진

 

 

저녁이면 가래가 그득해진 목이 아프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희망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내 속에 뭉쳐진 욕망의

노폐물 같은 것이다 갈수록 말은 적어지고

퇴근길 혼자 걸어오다 생각하는 하루도

즐겁거나 고단하거나 결국 가래로만 남는다

아내의 부쩍 줄어든 말수도 그렇다

목에 관한 한 우리는 나눌 수 없는 제 몫의 아픔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뿌옇게 눈을 가리고 저녁이 오고 저 황사바람은

잠든 후에도 우리의 이부자리와 옷의 식탁에

수북히 먼지를 쌓아놓고 갈 것이다

보이지 않게 조금씩 파고 들어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인간의 인정이란 것도

침묵 앞에선 속수무책

아내가 화장실에서 인상을 쓰며 가래를 뱉는다

잠결에 깬 아이의 기침소리가 깊다

저 어두운 공중 위에는 뿌연 황사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잔뜩 그을은 밤의 램프를

털어 내고 있다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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